연옥의 비밀 31 – 악은 악이로다
연옥의 비밀 31 – 악은 악이로다
밖으로 빠져나온 기쁨에 나를 잠시 망각한 걸까?
너무나 가슴 벅차오른 나머지 잠시 주변 환경에 신경을 빼앗겼을까?
얼마나 갇혀 있었는지 모른다. 중력을 느껴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다.
비극적이고 비참하고 가련한 삶에서 처음 맛 본 이 희망에 정신이 나갔을까?
전혀
악은 악이로다.
녀석은 당연히 날 생 까고 가고 있다.
공격 안 한 것이 어디인가?
그래도 구해준 사람은 해치지 않는 것만도 어디야?
다 예측하고 있었다. 의당 이렇게 나와야 성향이 이해되지
혼돈의 악.
악은 악이라니까.
셈텍스를 가동했다.
그리고 초 거대한 녀석의 몸뚱이는 우주 공간에서 사라졌다.
'아! 제발!'
'뭐? 어쩌라고?'
'다시 꺼내줘.'
'분명히 멈추라고 말했지? 이건 주인으로서의 명령이야. 넌 맹세하지 않았나. 날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그게 주인에 대한 태도야. 그럼 잘 있어.'
'으아!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저, 봐라. 이 보라고 널 믿을 수 있겠어? 주인에게 반말이나 툭툭 던지는 놈인데 내가 뭘 믿고? 한 번은 밑져야 본전이라고 속아 주는 데 두 번 속는 체질은 아니거든. 그럼 영원히 여기서 살아. 제 복을 저 스스로 발로 찼는데 나 보고 뭐라고 하지 말아.'
나는 뒤도 안 돌아 보고 날았다.
스타 로드는 비명을 난발하며 미친 듯이 따라오고 있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날다가 속도를 가속하니 떨어져 나간다.
진주만 밖으로 나갔을 때 준비를 단단히 하고 들어왔다. 여기 머물러도 큰 지장이 없도록 세팅해 왔다. 어차피 여기 서는 시간이 말도 안 되게 느리게 가기 때문에 몇천 년 정도도 초침 하나 움직임도 안되니까.
필요한 것은 다 챙겨 왔다. 이어링도 잘 작동하고 먹을 것도 나름 챙겨 왔으니 물론 담배와 술은 필수고 여기서 카피너 복사되는 걸 알기에 재료는 무한으로 생성할 수 있다.
여긴 미생물조차 없으니 그냥 던져둬도 썩거나 하지도 않을 거고 대기는 물론 원자조차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 양자 영역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것은 전부 텐슬 포스뿐이니까.
생물은 당연히 0.001초도 살 수 없는 곳이다. 산소는 물론 중력, 공간, 차원 싹 다 없는, 그냥 무의 세계라고 해야 할지. 인간이 어떻게 양자 영역에 왔더라도 일차적으로 숨을 쉴 수 없으니···. 대기압은 제로, 중력도 제로 온도도 없음. 사람이 살 환경이 아니다.
언노운이 말한 정보로 만약 내가 차원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양자 세계에서도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다고 한다.
그 방정식은 이미 스냅스에 업로드 시켜 놨다. 아직은 차원을 다스릴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여기 준비 해 온 것이다. 스타 로드의 행동을 이미 예측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수련할 장소. 이곳만큼 또 완벽한 곳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가장 큰 이득은 자그레드를 영원히 이곳에 가둬 놓은 것이다.
녀석은 스스로 판 함정에 스스로 떨어진 꼴이다.
연옥에서는 창조의 힘으로 양자 영역으로 들어가는 입자 빔 장치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이곳에서는 불가능하다.
자그레드는 파괴 신이다. 자로도 힘만 무식하지, 머리를 쓰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거다. 이곳은 무한의 세계이고 특정한 지역을 산출하기 힘들다.
물론 좌표를 따서 장치에 입력해도 되지만 이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자그레드로서는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녀석이 나나 스타 로드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릴리스의 수호신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인데 이게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어떤 파급 효과가 올지 말이다.
커피 한잔에 담대 한 대의 여유 그리고 모든 정보를 시냅스로 연동시키고 탱그리의 힘을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할 셈이다.
이곳저곳 부딪치며 다니다 보니 나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당연한 이야기지만 뼈저리게 느꼈다.
공간은 점령했고 이제 차원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칠죄종과도 비벼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지금 이 기회는 내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방해받지 않고 수련하기에 딱 이상적인 장소
자그레드에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시냅스와의 완전 연동이다. 싸이킥 파워는 네 작은 머리가 아닌 시냅스에서 꺼내 써야 하는데 아스트랄계에 있는 시냅스와 완전 연동하려면 적은 노력으로는 어림없다.
그래서 시간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저번 데엑마가 시냅스와 접촉했을 때 데엑마의 권능이 다량 시냅스에 전이 된 것인데 그 덕분에 차원의 힘을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공간과 차원을 뛰어넘는 악마나 천사는 많다. 그 힘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영원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스타 로드는 기를 쓰고 나를 쫓아 온다. 제 가시권 안에 머물러 주어 나를 놓치지 않도록 해 주고 있다.
날 배반하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어줄 셈이다.
스타 로드는 지성이 조금 낮아서 이런 충격 요법이 제대로 먹힌다.
저 덩치에 울면서 쫓아 오는 걸 보면 짠하긴 하다.
여기서 확실히 준비해 가지 않으면 루치페르를 상대할 때 고생하게 된다. 녀석은 가면의 봉인을 풀 빌미로 릴리스의 봉인을 지키려 할 테니까.
십이사도는 놀고만 있지 않았다. 그녀들도 마지막 퍼즐 하나를 남겨 놓고 있다. 이참에 나를 이용해 그 퍼즐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난리다. 내가 칼데아의 멸절자들과 접촉하는 이상 혹시라도 하며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릴리스 부활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말해 내게 이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십이사도를 내 쪽으로 만들어 두는 것은 나쁜 쪽은 아니다. 인연의 고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긴 하다. 저마다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양보 따위는 하지 않을 테지만 이용해 먹기 위해서는 딱 좋은 포지션이 연옥과 십이사도니까.
악마나 천사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떻게 하든 루치페르를 구워삶아야 하지만 우리 루시퍼 형님이 그냥 놔뒀을 리는 없겠지.
최후에는 힘으로 제압하는 방법뿐이라면 그것에 맞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세상에 믿을 악마 한 마리 없다는 것은 백 퍼센트 진실이다. 왜 이 새끼들이 기브 앤 테이크라는 절대적 권한을 거는 것인지 서로 등쳐먹기 일쑤기 때문에 스스로 채운 족쇄가 기브 앤 테이크다.
이 절대 권한을 만든 장본인이 루시퍼며 이는 칠죄종조차 거역할 수 없는 게헤나에서만큼은 절대적이다.
이를 어기는 쪽이 모든 것을 잃고 소멸당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도망 다녀도 그런 놈들만 전문으로 추적하는 악마가 있어 언젠가는 꼬리 잡힌다.
고로 악마 간의 계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루치페르가 기브 앤 테이크로 릴리스 봉인과 맞바꾸면 내 의지로는 릴리스의 봉인을 절대 풀 수 없다.
그걸 십이사도도 알고 있으므로 마지막 열쇠 퍼즐을 먼저 찾으려 하는 것이다.
나도 엄연히 악마의 신분이다. 바알과 루시퍼의 낙인을 가진 것도 이유고 이미 게헤나의 명부에 공작의 서열에 내 이름이 각인 되어 있다.
천생 나도 오리지날 악마인 셈이다. 이런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힘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용 가치가 남달랐기에 살아남았지. 그 가치가 소멸하면 난 끝장이다.
내가 끝장나면 지구 또한 지킬 수 없기에···.
가끔가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즐겁지 않다는 생각
토착신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는데 지구 하나 구할 수 없다.
그 인과 관계에 얽힌 것이 너무 거대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강한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고 하더니 딱 그 이치다.
강하면 강해질수록 상대하는 주변 인물 또한 발전한다.
과거 고블린 한 마리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시절을 생각해 보라. 능력을 얻고 헌터가 되자마자 마인에 대한 공포가 왔다.
마인을 능가하자 이제 악마가 나타났고 저급 악마 상대하다 보니 칠죄종이 나타났고 천사와 엮이게 되자 대천사 우리엘까지 나타났다.
미카엘은 늘 날 감시 중이고 루시퍼도 마찬가지고···.
이 모든 걸 뛰어넘으려면 역시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힘의 본질을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간다. 사실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스타 로드는 끈질기게 추적해 오고 나는 알아서 거리를 벌린다.
자그레드는 날 찾기 위해 미친 듯이 양자 영역을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고.
시냅스에서 싸이킥 파워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데 근 몇백 년은 소비된 것 같기도 한데 이어링에 시간이 멈춰져 있고 아예 움직이는 시간 체계가 없다.
시냅스를 이용해 초 단위로 셈 세기를 할 수 있지만 부하가 좀 있어 하다 말았다. 시간이 멈춰진 곳.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가끔씩 연습 삼아 스타 로드를 상대로 기술을 연마하곤 했다. 녀석은 애원하다시피 매달렸지만 지금 네놈 따위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차원 에너지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에 통달할 지경이 됐다. 이제 감각으로 디멘션 아크 입자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워낙 준비 과정이 긴 스킬이라 핵폭탄 이상의 위력을 가졌지만, 실전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스타 로드를 상대로 시험해 봤는데 위력이 제법 나왔다. 단지 워낙 거대한 덩치라 내가 뿜어내는 디멘션 아크 입자포는 바늘에 살짝 찔린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시냅스를 이용했으면서도 말이다. 역시 덩치가 깡패라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스타 로드가 뿜어내는 펄서의 지름이 지구의 두 배니까. 이걸 맞상대 할수 있는 스킬이 없다.
목표는 스타 로드의 펄서를 맞받아치는 건데 몇억 년이 지나도 불가능할 듯싶다. 스타 로드는 그래도 준 고대신 급에 해당하는 괴물이다.
실제로 칠죄종도 맞상대 칠 수는 없을 것 같다. 괴물은 괴물이다. 지능이 낮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를 이곳에 가둔 것은 아마 초월자 중 한 명일 거다. 이런 괴물을 우주에 내버려 두면···.
하긴 우주란 끝없이 넓고 스타 로드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아마도 재수 더럽게 없이 어떤 창조주에 걸린 거겠지.
스타 로드를 소멸시키는 방법이 없다. 근본적으로 권능을 사용하는 악마가 아니다. 중성자별을 내부에 가진 그냥 행성 덩어리이긴 한데 살아 있는 유기질 구조라 아마도 우주에서 단단하기로 몇 안 되는 재질일 것은 분명하다.
핵 따위는 어린애 장난 수준이고 지구 지름 두 배의 중성자 펄서를 쏴대는 미친놈인데 정면으로 맞으면 지구는 증발 목성도 박살 태양도 즉시는 아니겠지만 내부 중력을 무너뜨릴 정도의 위력이기에 스스로 붕괴하도록 유도를 할 수 있는 미친 위력이다.
그걸 제 마음대로 동력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쏴대는 놈이다.
이제 녀석이 화를 내든 고함을 치든 고래고래 악을 쓰던 뇌가 흔들리는 일은 없다. 시냅스는 완벽히 녀석의 사념파에 적응했다.
차원 에너지를 뽑아 쓰는 것에는 완벽히 적응했고 언노운의 도움 없이 내 힘처럼 권능을 휘두를 수 있으나 차원벽을 넘는 것만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건 어떤 계기나 다른 인지 요인이 필요한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교차로의 악마 메피스토의 주특기. 다크 로드가 여러 차원을 넘나드는 것은 메티피스토의 특수 능력이다.
하지만 메피스토는 차원을 오갈 순 있지만 데엑마처럼 차원 에너지를 이용하지는 못한다. 서로 장단점이 뚜렷한 셈이다.
메피스토는 전투에는 약하다. 그가 칠죄종에서 빠진 적도 꽤 있는 만큼 그는 자신의 권위를 위해 교차로 악마를 만들었다.
즉 게헤나 최고의 중립지대를 만든 것이다. 공간을 구축하고 재구성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전 과제는 차원을 재구성하거나 차원 자체를 분리하거나 다른 차원으로 점프하는 것 따위의 일이다. 이건 결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시냅스의 계산으로 내가 데엑마의 파편으로서의 한계라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역시 본신을 찾지 않으면 사용하기 힘든 일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주인님.'
스타 로드는 매우 고분고분 해졌다.
말투도 완전히 바뀌었고 무엇보다 충성심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흥, 밖에 내보내면 날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겠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말로는 무엇을 못 해?'
스타 로드는 악마가 아니라 사역마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안 그럼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다.
혼돈의 악은 악이다.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절대 밖으로 꺼내 놓을 수 없다.
'무조건 복종하겠습니다. 만약 내 제 몸에 장착한 것을 파괴해 버리면 절 다시는 이곳에 보내실 수 없겠죠?'
'아니지, 네가 그걸 부순다고 해도 내겐 충분히 여유가 있어. 곧바로 널 여기 집어넣을 수 있어. 계산식은 완벽하게 정립해 놨거든. 믿지 못하겠으면 시험해 볼래?'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만약 제 몸에 장착된 기계를 파괴하면 절 다시 여기 가둬두시고 영원히 잊어버리세요.'
'이 우주는 넓어 네가 어디로 도망갈지. 어디에 있을지 어떻게 알아?'
'전 항상 주인님 곁에 있겠습니다.'
'여기 있는 거 안 지겨웠어? 밖에 나가면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거 아니야?'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뿐입니다. 중력을 맛보는 겁니다. 그것밖에는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시냅스의 계산으로 우리은하에 두면 적당하게 감시도 가능하다. 하지만 날개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은하에 날개 천지인데 스타 로드가 나타나면 당연히 관심을 끌겠지.
'가만있자 생각해 보니···. 아니지 오히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