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폭을 완벽히 습득하자
수폭을 완벽히 습득하자.
7고리에 떨어진 악마는 외형이 어떻게 생겼던 능력이 어떻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권능이 가득한 이곳에는 생존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싸워 이기면 된다.
원래 대 천사용 병기를 만들기 위한 장소이다. 약한 자는 이른 시간에 정리되고 살아남은 자는 약자를 처참하게 짓밟으면서 커 나간다.
그렇게 수천 년 이상을 살아남게 되면 7고리 특성상 전투에 가장 적합한 신체로 변이하게 되는데 가장 흔한, 지금 내가 싸워왔던 친구들이 카르니지 크롤러스(Carnage Crawlers)다,
맹렬한 기세로 전장을 덮치며 폭력의 표본과 같은 존재며 살육만을 추구하는 무리로서 지면을 달리거나 하늘을 날며 인식범위 안 존재하는 모든 것을 공격하는 폭력의 주체자다.
카르니지 크롤러스에서 또 한 번 더 변이하면 아비스 애쉬즈(Abyss Ashes)가 된다.
폭력의 마왕, 파괴의 극치자. 놈은 살육의 권능을 주체할 수 없어 항상 뿜어내는데 그것이 죽음의 회오리가 되어 상대를 빨아들인다.
이 죽음의 회오리는 신체를 중심으로 회오리 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아비스 애쉬즈의 본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비스 애쉬즈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죽음의 회오리를 뚫어야 하는데 능천사도 뚫지 못할 정도의 막강한 파괴력을 담고 있다.
수억 마리 이상의 카르니지 크롤러스를 잡아 찢어 죽여야 얻을 수 있는 권능이므로 그 위력은 렉토스카르가 피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이다.
순간 머리털이 오싹하게 솟을 만큼 스산한 기분을 느꼈다.
이건 분명 경고다.
그동안 만났던 바알을 포함한 칠죄종들이야 애초에 능력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나에 대한 살의가 없었기에 이런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
이들과 계속 전투하면서 나는 아직 햇병아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탱그리의 힘은 위대하나 아직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것은 역시 데엑마의 힘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본신을 찾게 되면 능력을 완벽히 사용하겠지만 지금 내 존재는 데엑마(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봉인하고 있는 봉인체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포른의 몸을 얻고 난 다음부터 확실히 데엑마로부터 받는 힘의 양은 증가했지만, 최고위 악마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조금 전에 잡은 타락 교단의 두 악마는 나와 상성이 좋지 않아서 쉽게 잡혔을 뿐이다.
렉토스카르같이 월등한 스피드를 지닌 녀석은 공간에 가두기조차 쉽지 않다.
뭔가 부족하다. 뭔가 색다른 힘이 더 필요하다. 밀키웨이로 천사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다.
잘못하면 그곳에서 선악의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것을 중재하려면 막강한 힘이 필요하다. 두려움의 존재인 악마를 뛰어넘어야 하고 신성한 존재 천사의 빛보다 더 강한 빛을 뿜어야 한다.
렉토스카르는 전장을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우리가 한 장소에서 계속 싸우다 보니 다른 존재들의 이목을 끈 모양이다.
아, 내가 터트린 수소폭발이 큰 역할을 했다. 수소폭발의 밝은 빛이 잠자던 악마들을 자극한 모양이다.
【조심하십시오. 고에너지 출력이 검출되었습니다】
'고에너지? 권능이 아니고?'
【권능은 아닙니다. 자연적인 원소들의 집합체 같습니다】
'아비스 애쉬즈라고 하는 놈인가?'
【그렇습니다】
'렉토스카르는 그럼 뭐지? 놈은 카르니지 크롤러스인건가? 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
【그는 단지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7고리 한정 모든 것들 위에 군림하는 자라는 칭호를 가진 카오스 크러셔스(Chaos Crushers)같습니다】
언노운은 카오스 크러셔스의 정보를 띄워 주었다. 혼돈의 사자, 폭력에 굶주린 미친 악마로 7고리 최상위 악마다.
설명과 달리 렉토스카르는 행동은 지극히 평범했다. 폭력에 굶주려 미친 악마치고는 너무 편안하지 않은가?
-삐빅, 삐빅
이어링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물론 언노운은 정확한 계산에서의 추론을 우선시한다. 아비스 애쉬즈가 두려운 존재이기는 하나 탱그리의 힘이 한 수 위 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이 7고리에서 산재하는 원소 중 가장 많은 것이 수소 원자다. 우주 모든 원자 중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어디를 가든 존재하는 원소가 수소다.
나에게는 가용할 수 있는 무한의 에너지인 셈이다. 심지어 블랙홀 안에도 존재한다.
다섯 개의 공간을 압축했다. 이렇게 싸우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는 절대 아니다. 언노운이 측정한 값에 의하면 탱그리의 힘을 사용하면 할수록 아스트랄계에서 넘어오는 순수 데엑마의 에너지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번 자투스 행성에서 극한까지 쥐어 짜낸 덕분에 데엑마의 기운이 늘었다는 것은 확실히 증명됐다.
카르니지 크롤러스를 상대로는 극한까지 밀어 붙일 수 없으니 아비스 애쉬즈라면 극한의 환경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밀려온다.
뭐 좀만 버티면 다크 로드가 열릴 테니.
메피스토가 원하는 대로 재미있게 훈련에만 집중하면 되겠지.
이어링을 통해 경고음이 울리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칠죄종을 직접 접견했을 때는 상대가 살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즉 적으로 인식되지 않아서겠지만 아비스 애쉬즈는 지성이 없는, 그냥 폭력만으로 점철된 악마다.
희한하게 동족은 공격하지 않는 것도 황당하다면 황당한 이야기인데 매서운 모래바람이 코앞까지 불어왔다.
안 그래도 눈뜨기 힘들 정도로 휘날리는 모래바람인데 이게 살기의 권능을 담아 회전하니 칼날과 같이 주변을 잘게 갈아 버린다.
리엑티브 펄스 쉴드는 원소 계열에 대한 방어력은 좋지만 물리 계열에는 조금 약하다.
차원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방패 대용으로 만드는 방법인데 자세히 생각해 보면 탱그리의 공간을 재구성하는 방법이랑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리고 공간 안에서도 공간 밖에 따로 펄스 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잇점이다.
2중 보호막을 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카카카캉, 짜랑~!!
살기등등한 모래 회오리와 정면으로 부딪치자 쇠 갈리는 소리와 함께 펄스 쉴드가 산산이 깨져 버렸다.
'강도를 한계 이상으로 끌어 올려봐'
상대는 모래 회오리에 휘감겨 보이지도 않았다. 상상 이상의 강도에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렉토스카르는 아예 이어링 검색 범위 밖으로 나갔는지 잡히지 않았다.
그가 왜 피하라고 했는지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솔직히 긴장될 정도이긴 했다.
하지만! 내게는 아주 따듯한 빛이 있으니까 여유도 함께다.
동시에 다섯 개의 압축된 공간이 폭발하며 별의 힘을 쏟아 냈다.
제아무리 아비스 에쉬즈라해도 수폭이 발산하는 열기와 광포한 빛을 쬐는 순간은 어쩔수 없다. 폭심지 안에 있는 모든 물질은 균등한 원리에 적용받는다. 그것이 악마든 다른 존재든 상관없이 말이다.
대기가 거의 없지만 불기둥은 땅거죽을 공중으로 뽑아 올렸고 거대한 버섯구름은 주변 일대를 원시적인 환경으로 만들어 버린다.
가시거리가 미치는 범위 안에서는 얼마든지 순간 이동이 가능하므로 수폭이 터지는 그 찰나에 수백 킬로 이상을 0.001초 안에 이동할 수 있다.
만약 시계가 좋지 않다고 하면 일단 허공으로 솟아오르기만 해도 수폭의 범위 넘어서까지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
아름다운 다섯 버섯 기둥이 주변을 쓸어 담을 때 이어링에 표기된 점등이 지우개로 지운듯 깨끗이 사라져 갔다.
악마를 잡는 대는 더없이 완벽한 기술임은 분명하다. 인간 수소폭탄맨이라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수소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아토믹맨이다.
솔직히 나 자신도 믿지 못할 힘이긴 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이 한 가지 기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말이다.
특히 상성이 좋지 않은 악마도 엄청나게 많다. 언노운이 올려준 피해야 할 악마 목록만 봐도 끝이 없다.
특히 차원 이동형 악마들은 나와 상성이 가장 좋지 않다. 여차하면 다른 차원이나 공간 속으로 도망가거나 하면 그만이니까.
옆에서 수폭이 터지더라도 차원으로 숨어 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특히 언노운이 강조하는 녀석은 거울형 악마다.
즉 거울 속 또 다른 차원을 통해 이동하는 녀석인데 거울이 있으면 어디든 마음대로 숨고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림자 형 악마나 어둠 속이나 심연에 숨는 녀석들 특히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숨는 정신 계열은 수폭의 물리적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는다.
그리 따지면 물리 공격이 우선인 7고리는 나와 상성이 아주 좋다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이어링의 공간이 메워진다.
수폭이니 방사능 낙진이나 기타 폭발 이후의 여러 가지 극악한 요소들 압력파와 열파 같은 직접 피해를 주는 것은 폭심지 내에선 악마를 완벽히 소멸시킨다. 요행히 폭심지를 벗어나 살아남은 악마도 생물형이라면 방사선 피폭으로 신체가 파괴되긴 하겠지만 이놈들은 권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권능으로 손실된 신체를 금방 재생시킬 수 있다.
간접적인 요소인 핵 오염이나 낙진 따위는 악마에게 작은 고통 정도는 줄 수 있으나 치명적인 역할은 하지 못한다.
오직 핵폭발 시 발산되는 열기와 열선으로 권능까지 깨끗이 태워 버려야 완벽히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나도 포른의 몸으로 우주 공간에서 벌거벗고 유영해도 아무런 해가 없는 정도이지만 폭심지 내에서는 당연히 견딜 수 없다.
내 수폭을 별의 힘이라고 하지만 사실 비교 자체가 우습기는 하다.
또다시 시작이다. 다크 로드가 재활성화될 때까지 끝도 없이 싸워야 한다.
뒤로 물러나면서 미친 듯이 수폭을 터트렸다. 순식간에 50발이 넘어가고 잠깐 30분 동안 또 50발 넘게 터트렸다.
작은 야구공만 하게 만들 수도 있고 거대한 애드벌룬 크기만 하게 만들 수도 있고 크기와 위력을 다양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됐다.
따지고 보니 연습하기에 이만큼 좋은 환경도 없겠구나 싶다.
최소 단위로 줄여보니 약 1cm 크기까지 압축할 수 있었다. 1cm 공간의 위력도 무시 못 할 정도다. 어디까지나 핵융합이 아니고 핵분열이니까.
내 기술은 인간이 만든 수소폭탄과는 솔직히 원리가 아예 다른 거다. 인간이 만든 수소폭탄은 핵융합에 의한, 즉 우라늄을 폭발시켜 그 힘으로 수소 원자의 핵분열을 끌어내는 원리지만 애초에 내 기술은 우라늄의 폭발력 대신 공간을 압축하여 고열을 가속해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어 수소 원자의 활성화를 임계점 이상으로 이끌어 자체 분열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제어만 가능하다면 다양한 크기의 공간을 압축할 수 있고 처음에는 그 기준이 안 잡혔지만 이렇게 수도 없이 사용하다 보니 기준점이 생기기 시작하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어느 정도 양의 수소를 어느 크기 공간 안에 집어넣고 압축하면 어느 정도 크기까지 압축해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직접적인 데이터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가장 까다로웠던 것이 수소 원자의 임계점 상태를 아슬아슬하게 유지 시키는 것이 가장 힘든 상태였고 솔직히 언노운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까웠다.
집중하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 대외적인 외부 환경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적의 위치, 공격에 따른 방어 행동 등 환경 변수가 워낙 많아 정신 집중만으로 플라즈마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하면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공간에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핵미사일처럼 날아가서 목표지점을 타격 폭발시킨다 치면 목표가 엄청난 속도로 이탈해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소리다.
그걸 고려해서 1초 이내로 타격하고 빠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임계점에 다다른, 즉 폭발 직전인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압축된 공간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걸 연습하기 위해 백발 정도 더 폭발시켰다. 카르니지 크롤러스도 아비스 애쉬즈도 아예 내 근처에 오지도 못했다.
반나절 이상 쉬지 않고 수폭을 터뜨리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황당했다. 그냥 끝도 없이 무한한 에너지원이라고 보면 된다. 터뜨리고 뒤로 이동하고 또 모이면 터뜨리고 이 지루한 과정은 끝없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확실히 챙길 것은 챙길 수 있었다.
아토믹 아, 이건 내가 간단히 수폭의 기술 명칭이라고 급조해 쓰는 것이다. 그런데 언노운이 한심하다며 과거 다른 차원에서 가장 똑똑하고 지능이 높았던 내가 붙인 기술 명칭을 나열해 주었다.
Hyperfusionist 하이퍼퓨전니스트 우리말로 하이퍼밀행자라는 의미다.
Nuclear Spatializer 뉴클리어 스페이셜라이저. 우리말로 핵공간분리자라는 의미다.
'뉴클리어 스페이셜라이저 이게 괜찮네. 다른 차원에서의 다른 내가 만든 기술 이름이라고 뭐 좀 빌려 써도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 그래 이 똑똑했던 녀석은 어떻게 되었나?'
【666,666,660회차의 당신으로 미카엘에 의해 소멸하였습니다】
- 작가의말
시간이 빠듯해 두 번 정도밖에 철자 검색 못했습니다.
오타가 좀 있을 듯 하네요.
아, 그리고 인제부터 일주일 정시 근무 일주일 야간 근무를 하게 되어서
어찌 올리는 시간대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차후에 다시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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