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의 비밀 14 – 원하는 결과
연옥의 비밀 14 – 원하는 결과
몇 번의 시도를 했는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다.
온 정신은 시냅스 온·오프에 집중되어 있었다.
연결.
내 작은 뇌와 거대한 태양 크기의 뇌와 연결하여 마치 내 뇌인 것처럼 제어해야 성공이다.
그것도 1초 단위 아래로.
처음에는 너무나 거대한 크기 때문에 막막한 심정이 들긴 했지만 도전 의욕이 확실했고 또 성공해야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니 괜한 사고로 시간을 좀 먹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모든 사고를 정지하고 오직 온·오프 집중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느낀 건데 역시 이들 머리통은 진짜 인간의 영혼이 아닌 가짜라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전구처럼 불이 꺼지면 암흑이었다가 불을 밝히면 빛을 뿜어내듯이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불이 들어오면 저마다 입력된 감정을 뿜어 내게 되어 있었다.
이건 시냅스를 계속 점검하다 보니 같은 말, 같은 감정을 계속 되풀이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분명히 데모니카가 만든 스냅스다. 이걸 넘어서야지. 즉 데모니카가 낸 시험을 통과하는 지극히 간단한 방법이다.
많은 시냅스를 언노운이 구성해 주었다면?
말 그대로 언노운 셧다운되었을 때 이 시냅스도 셧다운 된다는 소리다.
그러면 태고의 악마를 제어할 수 없다. 오로지 나 스스로 기초 토대부터 완공까지 진행해야 한다.
인간의 영혼이 아니라고 하니까 머리통을 뽑았을 때의 죄책감도 사라지는 것 같고···. 애초에 죄책감이 있었나 싶기도 했고 김동안의 대화조차 데모니카의 의도라는 것을 알았을 때 왠지 괘씸한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초거대 뇌의 조정을 10분대로 줄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제 오류를 발생하는 머리를 뽑아서 포춘 쿠키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답은 나와 있고 그것을 향해 전력 질주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 정도 시냅스의 신호망 정도는 통제해야 태고의 악마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소리니까.
여긴 배움의 장이다.
5분. 그리고 한계.
아무리 집중하고 집중해도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연산 처리 속도는 왕복 9초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른 대안이 없다.
시냅스는 머리통처럼 점점이 연결되어 있고 한 점에서 오프 시키면 쭉 따라가며 오프 되는데 가로지르는 시간만 4초대다. 이건 넘지 못할 한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 포춘 쿠키를 깠는데 '3'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더 줄이는 것이 맞다.
어떤 힌트도 소용없고 어떤 조언도 필요 없다.
오직 한결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그 한계는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생각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시냅스는 어차피 전자의 이동이다. 이동에는 속도와 시간의 개념이 적용되고 그 마지막 한계치는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간단히 생각해 극복해야 할 것은 신경망을 통한 전자기 펄스의 이동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지금 빛의 속도인데 빛의 속도 이상으로 가속해야 한다. 그러면 시간의 개념이 무너지고 그렇게 되면 시공간 또한 뒤틀린다.
다행히도 이곳은 우리가 있는 삼차원의 세계가 아니다. 공간이 없는 곳에 공간을 만든 것도 나였고 공간을 만드니 차원이 만들어졌고 차원이 만들어지니 시간 개념이 생겨 버린 것이다.
원초적으로 돌려야 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스냅스 구조망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난 무릎을 치고 벌떡 일어났다.
"아! 왜 공간에 이렇게 미련을 두었지? 왜 공간의 크기만을 키웠지? 그것이 실존한다고 믿은 것은 나뿐인 것을!"
아스트랄계는 공간이 없다. 지금 시냅스 망을 태양 크기만큼 키운 것은 바로 나 자신일 뿐이다.
공간이 없는 곳에 차원이 있을 수 없고 그것은 단지 내가 구도한 대로 그려진 그림일 뿐이다.
크기, 왜 크기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곳은 내가 하기 나름인 장소다. 크기가 부풀려졌던 것은 공간이 확대되면서 나도 모르게 그것을 의식했고 머리통이 늘어나다 보니 당연히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미리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의식이 아스트랄계로 넘어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애당초 크기가 이렇게 클 필요가 없다. 머리통은 인간의 머리통 크기와 같다. 하지만 나는 그걸 축소 시킬 수 있다.
거대한 스냅스 지만 어차피 전자의 이동 통로 구실밖에 하지 못한다. 굳이 길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난 즉시 집중하여 시냅스 전체의 크기를 줄여나갔다. 공간을 줄이는 기술.
아! 이래서 언노운이 탱그리의 힘이 꼭 있어야 한다고 했구나.
여기서 빛을 본다.
공간을 떼어내고 줄이고 확장하는 기술은 탱그리의 힘으로 여러모로 악마와 싸우는 데 사용했다. 1고리에서부터 밤낮 안 가리고 공간을 이용해 악마와 싸웠다. 그것이 몸에 확실히 밴 이유를 알 것 같다.
공간을 축약하는 것은 이 거대 시냅스를 축약시키는 데 지대한 도움이 아니 바로 적용되는 기술임을 알았다.
언노운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일까? 혹시 이 역사는 내 하기 나름이 아니라 언노운이 이미 다 계산해 놓은 역사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걸까?
아니면 지금 차원이 내게 지독히도 운이 좋은 환경일까?
공간을 접어 나가기 시작하자 시냅스의 속도 또한 확연히 줄어들었다.
계속 접어 태양 크기였던 것을 목성으로 다시 지구 크기로 진짜 미친 듯이 접어 나갔다.
잘 되나 싶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그 거대한 질량을 접고 접었더니 스냅스 간 이동 속도가 줄어드는 대신 발열이 엄청나게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경망 간격이 급격히 줄어들다 보니 전자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내는 열이 공간 틈이 없다 보니 급속이 채이기 시작한 것이다.
응급조치로 절대 영도로 만들었더니 다행히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임시 조치이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정확히 달 크기만 하게 줄였을 때 나는 '1'이라는 카운터를 받았다.
그리고 크기의 한 개점에 다다랐고 나는 달 전체를 스위치 내리듯이 단번에 끄고 켜고를 해내야 했다
시냅스 전체를 한꺼번에 통괄하는 것은 1경에 가까운 led 판 조각을 한꺼번에 켜고 끌 수 있어야 했다.
수도 없는 반복된 연습 끝에 드디어 단 한 번에 모든 머리통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런데도 현재 내 뇌는 전혀 부화가 없다. 오로지 아스트랄계로 이어진 뇌가 그 부하를 다 감당하기 때문이다.
나는 전원 잠자는 머리통 중에서 유일하게 깨어있는 머리통 앞으로 내려섰다.
"이거 미치겠네. 이걸 이런 단시간에 성공하게 했다고? 웃고 싶어도 웃음이 안 나올 지경이네."
머리는 데모니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다.
"그래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날개를 달라는 거야."
"약속은 약속이니까. 물론 너와의 약속이 아니라 루시퍼와의 약속 이행이라고."
녀석은 혀를 불쑥 내밀었다. 혀 위에는 뭔가 시커먼 물건이 하나 놓여 있었다.
집어 올려 보니 검은 날개 한 쌍 형상의 펜던트였다. 쇠로 만든 것인지 다른 금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크기에 비해 상당히 묵직했다.
"이게 검은 날개라고?"
"의심의 냄새를 풍기지 마라. 너와의 약속이 아닌 루시퍼와의 약속이다. 그건 어길 수 없는 계약의 조건이니까."
"이걸로 끝인 건가?"
"난 그냥 장난삼아 한 거지 나머지 세 명은 다를 거다."
"나를 직접 만날 생각은 없나? 의외로 겁이 많은 악마구먼."
"후후 날 선동할 생각은 하지 마라. 이건 루시퍼의 계약 조건에 따른 하나였지 실제는 네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지키는 것이다."
"흥, 내가 릴리스를 부활시키겠다면 그때 모습을 드러내겠다?"
"넌 단지 유흥이었어.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을 몰랐지만. 하지만 내 진짜 책임 소재는 내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니까 유흥과는 다르지. 아무리 너라도 릴리스에 접근하면 목숨 걸고 널 소멸시켜야 한다. 그것 또한 루시퍼와의 계약 조건에 있으니 일찌감치 릴리스에 관한 일은 포기하라고 넌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잖아. 날개를 얻었으니 다음엔 어디로 갈 거니?"
"가르쳐 주면 좋고?"
"그걸 왜 가르쳐 줘야 하지 이렇게 유흥이 빨리 끝나서 아쉬운 판에 잘 한번 해 보라고 루시퍼가 기대한 만큼 해 줄지 나도 기대되는군."
-쾅!
순간 머리통이 대 폭발을 일으켰다.
충격파가 밀려오는 그 짧은 시간에 공간의 벽을 쳤다.
하지만 워낙 강한 충격파라 공간이 파도처럼 출렁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러면서 다른 공간까지 밀어내어 버리니 일순간에 도미노처럼 공간이 밀려 나가 버렸다.
실로 대단한 충격파다. 거의 핵폭발할 때 나오는 충격파에 맞먹을 정도였다. 그것도 바로 내 발밑에서 터졌으니까.
그것을 시작으로 이 거대한 시냅스 망이 점점이 연달아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마도 시험을 끝낸 데모니카가 시험장을 해제하는 모양이었다.
"어디로 피해야 하지?"
【가장 처음 머리가 폭발한 지점에 공간 왜곡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공간을 해제하고 처음 폭발 지역으로 가니 시커먼 통로가 뚫려 있었다. 이곳은 완벽히 붕괴하고 있다.
좁은 통로를 따라 내려가다 나온 곳은 하수구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위로 가는 사다리가 나오기에 사다리를 올라 맨홀 뚜껑을 열고 나오니 도시였다.
'어디지?'
【비탄의 도시입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은 날개 펜던트를 살펴보며 말했다.
'놈이 속인 것은 아니지?'
【발산하는 에너지 파동으로 봐서는 진짜입니다. 펜던트에 권능을 주입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노운의 말에 펜던트에 권능을 주입하는 순간
-푸하학
거대한 날개 한 쌍이 펼쳐졌다.
일전에 봤던 천사의 날개 크기와 거의 흡사했다. 색깔만 검은색이지 모양새는 완벽히 같았다.
나는 바로 타락한 천사의 날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등에 착용도 가능합니다. 착용 시 권능이 지속해서 소비됩니다】
굳이 착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날개 없이 하늘을 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니까. 또 날개에 이렇다 할 권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모진 타락 천사의 날개일 뿐이니까.
권능을 회수하자 원래대로 돌아왔다.
ITB에 넣고 말했다.
'데모니카처럼 다음 놈도 쉽게 접근해 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나는 기지개를 한 번 켜고 말했다. 머리가 진짜 맑아지는 기분이다. 잡스러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스트랄계와 연결된 시냅스는 정상 작동한다.
아까 움직임으로 신체 반응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졌다는 것도 느꼈다. 동체 시력 및 안구의 움직임조차 수백 배는 빨라져 있었다. 거의 살짝만 고개를 돌리면 전방 후방 360 전체를 동시에 볼수 있을 정도였다.
기억의 단편이라는 것은 아예 없다. 과거 정크 보이 시절 아니 그 이전 아이 때부터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그쪽 방면 기억을 재생하니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상영되었다.
정아를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이 진짜 생각만으로 영화처럼 보여졌다. 당연히 최연희와의 뜨밤도 생생하게 보여졌다.
다만 아쉬운 것이 내 시각적 한계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뇌는 일종의 슈퍼컴퓨터라고 할수 있다. 연산 명령을 내리면 연산 처리가 가능하고 나는 무제한 적인 초 울트라 슈퍼컴퓨터를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시선을 내 눈에서 떼 3차원으로 회전할 수 있었다. 즉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환경을 즉시 구현할 수 있다는 소리다. 나와 최현희의 정보는 이미 들어 있으니 그걸 기본 베이스로 다른 각도에서 봤을 때의 몸짓과 주변 환경까지 심지어 흩날리는 먼지의 움직이나 동선까지 계산해서 재구성할 수 있었다. 그것도 1초도 안 돼서 말이다.
'환장하겠군. 기억 메모리가 텅텅 비었어. 앞으로 수억 년 치를 넣어도 기별도 안 찰 만큼이겠네. 지금까지 내 삶의 모든 것을 재구성할 수도 있겠어.'
【아스트랄계에 연결된 사념을 분석 중입니다】
'참 그렇지 어떤 태고신의 사념과 연결되었는지 그것은 나도 확인을 못 했어. 감정의 냄새도 전혀 맨땅 않더라고.'
【분석 완료되었습니다. 사념의 종류는 창조입니다】
'창조? 그때는 빅뱅 이전이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충동이겠지?'
【맞습니다. 그 당시 태고신의 보편적인 사념이라고 할수 있으면 아스트랄계를 차지하는 사념 중에 가장 높은 빈도수를 보이는 사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률상 창조에 걸린 거네. 다행이라고 봐야지. 그래서 스냅스 구성에도 그렇게 빨랐구나. 잘됐네. 좋지 못한 사념에 걸렸더라면 애를 먹을 뻔했어. 이제 비탄의 도시에는 미련 없이 나갈 수 있겠네. 다른 도시로 옮겨가야지.'
【한가지 확인된 정보가 있습니다】'
'뭔데?'
【메타킷과 같은 파형을 내는 신체 조직의 일부가 검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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