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의 비밀 32 – 깨달음
연옥의 비밀 32 – 깨달음
'태양계에 스타 로드를 넣었을 때 행성의 공전 주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를 계산해 줄래?'
【알겠습니다. 태양계 9개 행성의 공전주기를 비교해 가장 적은 영향을 미치는 공전 궤도를 산출합니다】
그럴 바에 아예 내 집 마당에 풀어 놓고 놀도록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내가 강아지 주인인데 왜 밖에 내보내려는 생각만 했을까?
내 강아지니까 내 집에서 키우면 되는 간단한 이치 아닌가?
천사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도 예상되지만 해결 방안은 여러 개가 있으니 딱히 걱정되지는 않는다.
만약 초거대 유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인류가 전멸 위기에 몰려도 천사들은 자연의 섭리라고 간섭하지 않을 것들이다. 그게 천사니까.
이번에 하는 짓은 네가 먼저 손을 댔으니 우리도 손댄다 이 뜻이다. 여하튼 악마나 천사나 둘 다 지랄 같은 것들은 분명하다.
【태양계에서 이웃한 행성 간의 거리 중에서 가장 큰 거리는 목성과 토성 사이입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므로 스타 로드의 공전주기만 정확히 잡아 주면 공전 궤도 상의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스타 로드의 공전 궤도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화성의 공전 궤도 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은 대단히 위험한 작업이라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스타 로드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궤도를 이탈할 때 태양계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해? 정확한 공전 궤도만 산출해 주면 돼. 그 궤도를 셈텍스에 심어 놓을 거야. 만약 이탈하게 되면 자동으로 셈텍스가 기동하도록 하면 되지 그럼 다시 양자 영역으로 즉시 보낼 수 있으니까.'
【가장 적절한 방법입니다】
'천사들도 스타 로드가 태양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까 함부로 건들지는 않을 거야. 스타 로드는 단지 중력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 전부야. 누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날뛰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산출된 궤도를 셈텍스에 업로드 해 놓겠습니다】
나는 스타 로드에 다가갔다.
'이봐 스타 로드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멋대로 행동하면 다시는 못 나올 줄 알아!'
'물론입니다. 주인님.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뭐든 하겠습니다.'
'내가 있는 집 앞에 움직일 거리를 계산해 뒀어. 넌 내가 하라는 대로 따라 움직이면 돼. 만약 누군가 시비를 걸면 즉시 내게 이야기 해 주면 되고.'
'주인님이 어디에 있어도?'
'셈텍스란 장비에 연락망을 설치해 두었으니까 차원이 바뀌지 않는 이상, 네 사념파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뭘 부수고 파괴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
'네. 전혀요. 전 단지 중력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배가 고프면 말씀드려도 될까요?'
'너도 배가 고파?'
'네 전 별을 먹습니다.'
'아, 그럼 그 전에 든든히 배부터 채우자. 여기 먹을 것 없어서 배가 아주 고팠지?'
'힘이 많이 떨어졌어요. 배 너무 고픕니다.'
그동안 교육 시켜 놓은 데로 스타 로드는 많이 고분고분해졌다. 혹시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언제든 셈텍스를 가동하면 되니까.
셈텍스에 특별한 장치를 몇 개 더 첨가해 두었다. 하나가 파괴당하면 나머지 전부가 기동하여 양자 영역으로 재소환할 거다.
물론 동시에 다 파괴당한다 해도 폭발하는 순간 가동되도록 만든 셈텍스 하나를 가장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다.
셈텍스에 박힌 드릴은 계속해서 스타 로드의 내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외부에서 강력한 공격을 받았을 경우 파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타 로드는 혼돈의 악이다. 녀석이 수틀리면 어떻게 될지 뻔하므로 그에 맞는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여기서 기다려. 밖에서 준비 좀 해야 해. 시간상 좀 지루하겠지만 충분히 기다릴 만 할 거야. 적당한 위치를 찾아서 꺼내 줄 거니까. 중성자별을 먹고 싶은 거지?'
'네, 맛있는 별은 작고 단단하고 폭신한 맛이 나요.'
지구 열 배 크기의 행성이라고 해서 별 따위를 먹을 수 있는 크기는 아니다. 가장 작은 별이라면 중성자별밖에 없으니까 당연한 이야기다.
일단 진주만으로 다시 나와서 메타킷이 웜홀을 지구로 열고 지구에서 아스펠 전이 구슬로 랜덤하게 성간 이동하면서 중성자별을 찾으면 된다.
뭐 한 이삼십 분 정도 걸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양자 영역에서는 상당한 시간일 거다.
굉장한 펄서를 뿜어내는 상당한 크기의 중성자별을 찾아냈다. 아스펠 전이 구슬이 무작위로 이동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언노운이 간단히 조작해서 펄서를 뿜어내는 곳으로 전이 되도록 했다.
그리고 곧바로 셈텍스를 주변에 장착하고 다시 양자 영역으로 들어갔다. 신호가 잡힌다.
스타 로드로 갔더니 녀석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싶기도 하고. 내가 올지 안 올지 숨죽이며 수만 년은 더 기다린 것 같다.
'인제 간다. 다시는 여기 오고 싶지 않겠지? 내 말 잘 들으면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알지?'
'말 잘 들을게요.'
현실 소환.
양자 영역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이리도 쉬운데 왜 나오지 못하는 걸까. 거대한 덩치가 나오다 보니 주변 공간이 확 뒤로 밀린다.
충격파가 어마어마하다.
저번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녀석은 움직이지 않고 눈만 껌뻑껌뻑한다. 녀석이 눈을 껌뻑거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 눈꺼풀이 있구나라는 것도 처음이다.
'어때?'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분입니다.'
'저기 저쪽 빛나는 거 보이지?'
'먹고 싶어요.'
'가, 가서 먹어.'
'와.'
녀석의 거대한 덩치가 움직인다.
지독한 펄서를 방출하는 중성자별에 그 어떤 생명체라도 근접할 수 없지만, 스타 로드에 오히려 별이 발행하는 펄서는 영양제와 같다.
입이 없는데 어떻게 먹는가 싶었더니 그냥 들이박아 버린다. 그리곤 깨끗이 흡수했다.
중성자별은 미친 듯이 회전한다. 그리고 가공할 펄서를 뿜어내지만 스타 로드는 마치 알사탕 삼키듯이 삼켜 버렸다.
'진짜 맛있습니다. 최곱니다.'
'더 먹을래?'
'그래도 됩니까? 마음껏 먹도록 해 주세요. 주인님.'
됐다. 혼돈의 악이라도 지독한 약점을 잡혔으니 이리 고분고분해진다.
'중력이 좋아?'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낍니다. 제가 엉엉엉.'
갑자기 설움이 복받쳤는지 울음을 터트린다. 하긴 정신 연령이 열 살 정도 아이니까.
아스펠 전이 구슬로 이용해 중성자별 스무 개 정도를 먹였다.
그제야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녀석에게 중력이란 어떤 것일까라고 생각해 보니 행성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리라는 것. 그것이 녀석에게는 작은 기쁨과 쾌락이라는 걸 느꼈다.
중력이 없는 곳에서 영겁을 세월을 보냈으니···.
'이제 자리 잡으러 가자. 우리 집으로 가는 거야.'
'집으로 간다. 신난다. 하하.'
가장 적당한 위치가 토성과 목성 사이다. 두 행성이 미치는 중력의 딱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니 서로 간 간섭을 덜 받고 다른 행성의 공전 궤도도 틀어지지 않도록 해 준다.
지구 열 배의 크기라고 해도 토성과 목성에 비하면 새끼손톱도 안되는 수준이니까.
'자 움직일 길이 표시되지? 천천히 그 길 따라 돌면서 중력을 마음껏 즐겨. 단 길을 벗어나면 바로 또 그곳으로 끌려갈 거야. 알지?'
'네. 스타 로드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할 거예요.'
'옳지. 좋아. 그리고 날개를 단 존재들이 시비를 걸어올 수도 있으니까. 내게 먼저 알려. 내가 안 보여도 허공에 대고 날 부르면 언제든 응답해 줄거야.'
'네 주인님. 전 중력이 너무너무 좋아요.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거예요.'
하긴 그 영겁의 세월을 양자 영역에 이었으니 이 정도 시간은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찰나의 순간과 다른바가 없는 것이다.
"봤지? 미카엘! 스타 로드는 태양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관리하고 있어. 괜히 천사들이 모여들어 스타 로드의 공전주기를 방해하기라도 하면 일이 복잡해. 스타 로드는 정확히 태양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공전 궤도를 가지고 있어. 천사들이 스타 로드를 건들지 않으면 그는 태양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아. 그는 단지 중력을 느끼고 즐기고 있는 것뿐이야. 방해하지 말아 줬으면 해."
그림자 속 레이를 통해 미카엘에게 전했다. 미카엘 정도면 눈 감아 줄 수 있을까? 그래도 괜히 천사가 꼬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지는 않다.
다시 지구로 내려왔다. 가보고 싶은 곳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나를 보는 눈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이제는 내 마음대로 갈 수도 없는 곳이 돼버렸다.
모두를 위해서···.
메타킷에 부탁해 연옥으로 가는 포탈을 열었다.
이제 마지막 칼데아의 멸절자 루치페르를 만날 차례다.
이때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지금까지 세 명의 칼데아 멸절자의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고 내 능력 또한 월등히 증가한 상태다.
아직 시간적 여유도 많이 남았고 천사들은 밀키웨이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거다. 그들은 생텀 의회의 명령을 절대적이라 생각하고 수행하는 것이기에 하는 일 멈추고 되돌아서는 일을 절대 없을 것이다.
그동안 빨리 태고의 악마를 소환해 나와의 접점을 만들어 놓고 주종 관계를 철저히 해서 내 수족처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또 통제할 연습도 해야 한다.
그렇게 연옥을 누비기 시작했다. 연옥은 모두 십이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 구역은 한 명의 사도가 관리한다.
사도들은 내가 연옥에서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으므로 따로 관여하거나 방해하지는 않는다.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면서 나 또한 구역의 사도에게 직접 인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루치페르는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녀석은 분명히 네게 시험을 내릴 권한이 있고 그 임무를 루시퍼에게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칼데아의 멸절자들과는 전혀 다르게 어디에 숨었는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
시냅스와 언노운까지 풀 가동하고 십이 구역 전부를 누볐다.
덕분에 메타킷의 두 발을 찾았고 마지막 오른손만 남겨 놓은 상태가 됐다.
이번에 메타킷의 왼발을 찾아 주었을 때 설마 참치 냉동 창고에 있을 줄을 정말 몰랐다.
언노운이 아니라면 절대 찾아낼 수 없을 뻔했다.
오른발은 들판 바위 밑에서 찾아냈고.
메타킷은 양발을 되찾고 처음으로 걸음을 걸었는데 감격해 마지않는 눈치다.
원래 기초가 되었던 것은 지구 원시인류고 물론 이 원시인류의 유전자 조작을 가해서 우리말로 호모 사피엔스로 유도한 것은 야훼다. 그는 에덴 밖에서부터 지구 모든 생명체의 진화에 관여했다. 우리의 진화상 어느 날 갑자기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특히 인간을 최우선으로 관리했는데 에덴에 붙잡혀 온 모르모트 1호체가 바로 메타킷이다.
당시 부족민들과 돌창 들고 사냥하다 천사들에 납치되어 온 것이다.
그는 부족민 중에서도 발이 가장 빠른 사나이로 정평이 나 있었고 곧 함께할 여자도 점찍어 둔 상태였다.
그는 에덴에서 모진 생체 실험을 견디고 또 견뎌야 했다. 1호였기에 더 많은 실험이 이루어졌고 나약한 인간 신체 한계를 넘어서는 실험도 진행됐다. 그는 1호체였기에 천사에게 신성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에 참여한 야훼에게 신성력을 부여받았으므로 천사에게 신성력을 받은 2호체부터는 실험 후 폐기처분당했지만 야훼에게 직접 신성력은 받은 그를 천사들은 폐기 조처를 할 수 없었다.
이것이 메타킷이 살아남은 이유다. 그는 아이가 처음으로 서서 대지 위를 걷듯이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는 죽지 않는 불멸자다. 야훼의 신성력은 절대적이다.
신체 모든 부위가 토막이 나도 죽지 않고 지금 이 기쁨을 누리고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오른팔만 찾으면 신체 전부를 수복할 수 있다.
그 이후로 연옥을 누비며 연옥 곳곳을 수색했다. 하지만 루치페르의 그림자도 메타킷의 오른팔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십이사도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마지막 열쇠의 단서다. 지금 벌써 칼데아의 멸절자 세 명을 만났음에도 작은 단서조차 제공하지 못했다.
십이사도는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십이사도가 칼데아 멸절자들의 위치를 제공해 준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 제공 조차 없다. 사실 답답하기는 자기들도 나도 마찬가지다. 양자 영역처럼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루치페르의 별명은 로스킨의 마법사로 불린다. 로스킨은 밀키웨이처럼 성간 우주의 어느 은하계다.
이들은 무슨 무슨 태양계도 아니고 아예 은하계 수준으로 논다.
차원마다 특징이니 기술들이 다 달라서 이번 차원에서는 어떤 능력을 주특기로 하는지는 만나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이래서 하루빨리 차원의 힘을 사용해야 하건만 본신을 찾기 전까지는 무리라는 계산이 나왔을 때 참 답답하긴 했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몇 구역을 몇 번 돌았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여긴 10구역 제라피나가 관리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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