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의 비밀 38 – 귀환 준비
연옥의 비밀 38 – 귀환 준비
제라피나는 진심이다. 내가 루치페르와 만난 것도 알고 있고.
사도는 칼데아의 멸절자와 거의 소통하지 않는다. 서로 간의 상극 관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존재가 부딪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말이다. 내가 루치페르 일루전에 빠져 본 연옥의 초토화 그것이 진짜 현실이 됨을 사도들도 잘 알기 때문에 칼데아의 멸절자를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강제로 릴리스 봉인의 열쇠 존재를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고 그 상태로 만년 넘게 기 싸움을 하던 중이다.
자, 여기서 사도 관점에서 내 존재가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칼데아의 멸절자와 마음 놓고 만날 수 있는 존재.
사도 관점에서 정말 매력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을 수 있는 완벽한 존재인 것이다.
"그게 그냥 툭 튀어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 열쇠의 존재는 알아냈지만 연옥에는 없습니다."
그녀의 은빛 안면이 처음으로 살짝 감정을 묻어 내보였다.
"알아냈다고 무엇이냐?"
나는 웃으며 말했다.
"누가 제 패를 쉽게 보이겠습니까?"
"지금 내 앞에서 무슨 망발이냐?"'
"망발이 아니고 현실을 이야기 한 겁니다. 만약 이 사살이 십이사도 전체에 간다면 인간계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연옥에서 인간계로 출입이 가능한 릴림이 찾는다고 난리를 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팟
그녀는 가늘고 긴팔을 좌우로 쫙 펼치고 위협했다.
"말해, 마지막 열쇠란 무엇이지?"
"이렇게 하죠. 제가 마지막 열쇠의 조각을 모아 보겠습니다."
"말해, 그렇지 않으면 넌 영원히 내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힘들죠. 저와 싸움이라도 하시겠다는 겁니까? 제 능력은 칼데아의 멸절자와 버금간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들이 준비한 시험을 모두 통과 했거든요. 당신의 말은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제가 여기 찾아온 것은 단지 당신들의 기대감을 아직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온 거지. 당신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님을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당당하게 나갔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나 또한 행성 파괴급에 분류될 신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사도로 느끼고 있을 테니까.
"네가 무슨 의미로 열쇠를 모아 주겠다는 거냐?"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진심을 모아서.
"루시퍼 때문입니다."
"자세히 이야기해 봐라."
"릴리스를 봉인한 것은···."
그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제, 라피나님. 꺅. 죄, 죄송합니다."
밖에서의 소음에 우리 둘의 대화가 중단됐다. 나나 제라피나 또한 밖에서 일어나는 소음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다.
이런 거대한 기척을 뿜어내는 존재는 연옥에 몇 명 없으니까.
-덜컥
감히 허락도 없이 사도가 머무는 곳의 방문을 보고도 심지어 노크도 없이 벌꺽 열어젖힐 존재는 같은 사도뿐이다.
"카스탈리아···."
아름답고 고혹적인 뿔이 장식처럼 머리에 솟은 뿔의 여왕 11구역의 사도이다.
그녀는 제라피나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마지막 열쇠는 어떻게 됐지?"
내가 말했다.
"또 한 분이 오시고 계시는군요. 연옥에서 소문이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네요."
보통 사도는 타 구역을 절대 침범하지 않는다. 특히 구역이 가지는 특별한 감정의 여파로 잘못하면 타 구역에 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 구역 소속의 릴림 또한 마찬가지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다른 구역으로 건너가는 것은 양쪽 사도의 승인이 떨어져야 가능할 정도의 일이다.
"어이쿠 한 분 더 오시는군요."
10구역과 붙어 있던 11구역의 카스탈리아와 지금 오는 것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다. 9구역의 이솔데다.
"느낌으로 보니 이솔데님이네요."
나는 제라피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거 마지막 열쇠의 비밀이 풀렸다는 소문이 벌써요? 허허, 이것 참, 여기로 사도가 전부 모이겠는데요?"
긴가민가한 것처럼 말했는데 그게 가능한 일이 될 줄이야.
그들이 릴리스 부활에 얼마나 목줄을 메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시다.
"다 모이시면 다시 이야기합시다. 올 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 보다야···."
제라피나는 밖을 향해 고함을 쳤다.
"귀한 손님들이 오시는 중이다. 손님 맞을 채비해라.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모든 시설을 잠시 폐쇄한다."
사도는 존재하는 것으로도 구역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자릴 비우고 한 구역으로 다 모이는 일은 연옥이 처음 만들어지고 구획이 나뉜 이후로는 세 번째 있는 일이다.
이 거대한 존재들이 한곳에 모이면 구역 전체에 심한 부하가 걸린다. 각기 다른 감정을 가진 사도다. 그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심한 반기를 뿜어내기 때문에 10구역은 비상 체계로 전환했다.
사도가 뿜어내는 기운에 이곳 영혼이 오염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이 크게 벌어지는 것 같아 잠시 짜증이 났지만, 이것도 이미 예측했다. 십이사도 모두의 눈이 나를 향해 있는 이상···.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이 펜타곤을 중심으로···.
아 펜타곤이라고 설명한 것은 이것의 모양이 미 국방성 펜타곤 건물을 닮아서 그리 표현한 것이지만 이곳의 정확한 이름도 나도 모른다.
펜타곤 근처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들이 갑자기 확 와 닿았다. 아마 포탈이나 게이트 같은 능력을 사용할수 있는 사도가 이동해 온 듯했다.
나 때문에 십이사도 전부 싹 다 모이고 있다. 그것도 연옥이 만들어진 이후 세 번째 사건이다.
첫 번째는 연옥이 만들어질 때 두 번째는 릴리스가 봉인을 당했을 때 그리고 지금이 세 번째 모이는 거다.
"녀석이 마지막 봉인의 비밀을 찾았다고?"
하딘은 들어오면서 다짜고짜 물어 온다.
"다 오시면 이야기하죠. 여기 좀 좁을 것 같군요. 열두 분이 다 모이시면 말입니다."
곧이어 4, 5, 6구역 사도인 데모니카, 이르미아, 페라피엘이 들어왔다.
사도들은 각자 개성이 한가득이고 덩치가 기이한 특히 레스티아는 몸이 도마뱀이라 혼자만으로 이곳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친자매이며 같은 혈육이며 어머니 릴리스의 자궁에서 직접 태어난 릴리스의 친자식들이다.
마지막으로 1구역 주인 아자렐이 들어왔다.
"결국 모두 모인 셈인가? 공간이 협소하니 다들 양보 좀 하지."
제라피나는 스스로 체구를 줄였다. 2m 가까운 체구를 살짝 줄였다. 그건 다른 사도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제라피나가 사도 중에서 제일 크다. 실제 본 모습은 키가 몇백 미터나 된다고 나와 있었으니까.
그에 따라 다른 사도도 일제히 자기 모습을 줄였다. 그제야 숨통이 틘 것 같아 널널한 공간이 되었다.
단지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음에야
처음 보는 사도도 있고. 모두 내가 자신들의 구역을 쑤시고 다녀도 태클 한 번 걸지 않았던 것은 다 이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녀들은 나를 통해 일말의 기대를 했고 그 결과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는 순간 난 깊은 호흡을 한 번 내 쉬며 말했다.
"여러분이 여기 모이신 이유는 알지만 제 대답은 하나뿐입니다. 일단 저에게 끝까지 맡겨 주시라는 겁니다."
-탁
내 어깨를 친 것은 그레고리아였다. 그녀는 단지 손가락으로 어깨를 툭 치는 행동이었지만 어깨로부터 온몸으로 퍼지는 신경 마비 증상과 함께 석화의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해 주는 척해. 여기서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어.'
왼쪽 어깨부터 서서히 석화 되어 아래로 내려갔다.
"말해, 온몸이 굳기 전에."
"차라리 굳어서 좀 쉬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제 대답을 듣기 원하시면 그만두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연옥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만?"
"그레고리아. 장난은 그만해"
이솔데의 말에 그레고리아는 그녀를 힐긋 째려보더니 다시 내 어깨를 쳤다.
다행히 석화는 금세 풀렸다.
"인간의 말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나?"
물론 우리들의 대화는 모두 라틴어로 이루어지고 있다. 게헤나도 그렇고 연옥도 라틴어가 표준어로 되어 있다.
천사는 고유의 천사어를 구사한다. 사실 대화란 우둔한 생명체의 저급한 행위일 뿐. 고차원 생명체는 대부분 의사를 지적 사념으로 대체 한다.
발음할 성대 따위의 기관은 원시적 유물이다.
굳이 성대를 통해 발음하는 것은 상대에게 위암감을 주거나 감정을 잘 전달하려는 방편으로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그걸 찾는다고 인간계를 뒤져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상관없어. 열쇠의 존재를 말하라."
"넌 영원히 연옥을 벗어 날 수 없다."
"단체로 협박하는 분위기 신데···. 여러분 중에 누가 에덴에 들어가 가실 수 있는 분?"
"설마 열쇠가 에덴에 있다는 것이냐?"
"네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고 어떻게 믿지?"
"그야 속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저도 후일 루시퍼를 엿 먹이려면 그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을 건드려야 하거든요. 루시퍼는 릴리스 부활을 가장 꺼리죠. 아, 죄송, 어머니요. 어머니의 부활을 가장 꺼리니까 빅엿을 먹이려면 어머니를 부활시키면 되는 것이니까요."
"네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여러분! 자, 자, 진정하시고 지금까지 참고 견디어 오지 않았습니까? 이제 작은 단서 하나를 발견했을 뿐입니다."
"에덴에 있다고? 그곳은 루시퍼가 점령하고 있을 텐데? 네 말에 신빙성이 없어."
"그래, 에덴의 모든 것은 루시퍼의 소유가 되었다. 그곳에 열쇠가 있다면 루시퍼가 모를 리가 없지."
"전 열쇠가 그곳에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열쇠를 완성하려면 에덴에 들러야 한다고 말한 거지요."
"음, 우리의 신념과 믿음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 꼬마야."
"이건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전 루시퍼의 졸개가 아닙니다. 여러분과 함께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지요. 아니라면 이곳에 올 이유도 없고 여러분 앞에서 해명할 이유도 없다는 겁니다."
"그럼 왜 마지막 열쇠의 비밀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지 않는 거지?" "공평성을 위해섭니다. 제게 비밀을 듣는다면 열두 분은 각자 소신대로 움직이실 겁니다. 그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잘못해서 왓쳐의 눈에 띄게 되면? 그 사실이 생텀 의회에 보고 되면 진짜 곤란한 일이 발생할 테니까요. 아시다시피 에덴은 루시퍼의 손에 떨어졌는데 생텀 의회에서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에덴에서 신성력이 다시 뿜어져 나오면 여러분은 영원히 그곳을 밟을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전에 해결을 봐야겠구나."
"지금 날개들이 전면전을 불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루시퍼도 긴장하고 있을 테지요. 지구의 가이아가 손에 들어왔는데 싹 다 날아갈 판이지요."
"의회의 손에 들어가면 영원히 어머님을 부활시키지 못한다. 그 전에 해결 해야 해."
"여러분은 못 들어가지만 저는 가능하거든요. 오히려 루시퍼가 있을 때보다 훨씬 쉬운 일이죠. 에덴은 중지된 실험실입니다. 의회에서는 되찾는 즉시 폐쇄 조치할 겁니다."
자기들끼리 숙덕거린다. 밖에서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대기 중이다. 사도 열 두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연옥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십이사도는 각자도생해 왔고 서로 왕래는 한 번도 없었다. 이들 모두가 모여 회의하는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 할 일이었다.
"우리의 결론은 너의 말을 끝까지 믿어 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다만 우리 십이사도는 열쇠의 비밀을 알아 해. 만약 네게 변수가 생긴다면 우린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 않는 이유는 잘못하면 연옥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건 제가 아니면 안 되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아신다고 해도 어떻게 할수 없는 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존재는 아쉽게도 여러분 중에는 없습니다. 제가 이곳을 찾아온 것은 루시퍼를 몰아넣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섭니다. 나중에 어머니를 부활시키려면 여러분은 열쇠에 휘둘리면 안 됩니다. 고로 저는 여러분들에게 마지막 열쇠의 비밀을 말씀드리지 않을 겁니다."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분명한 것은 루시퍼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저가 더 잘 압니다. 지금 들떠서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게 될 겁니다. 이건 비밀을 알고 있는 저 자신이 더 잘 아는 사실입니다. 믿고 저에게 맡겨 주시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언젠가는 아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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