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거인의 언덕
잠든 거인의 언덕
Collis Dormientis Gigantis는 라틴어다.
영어로 'The Sleeping Giant's Hill'
잠든 거인의 언덕이라는 표현을 라틴어로 외친 것이다.
"요긴 뭐 하는 덴데?"
"오랜 전설이 잠든 곳."
언노운이 내 기억을 더듬어 자료를 띄워 주었다.
과거 이모탈 시티 도서관에서 봤던 역사책이었다.
애리조나주에 있는 배린저 크레이터. 5만 년 전에 떨어진 유성으로 운석공 지름이 약 1.2km에 달한다.
그 크레이터와 완벽히 똑같은, 물론 100% 완벽하진 않지만 내 기억 수준을 고려해서 그때 봤던 책 속의 이미지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 크기가 다르다. 이 잠든 거인의 언덕이라는 곳의 운석공 지름은 약 53km 정도로 측정되었다.
"따라와."
렉토스카르가 먼저 운석공 안으로 날아갔다.
운석공 가운데 착지한 그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털 털어냈다.
"이제 시작해 볼까? 기대가 큰 만큼 만족도를 올려줘야겠어. 시시하게 끝나면···."
"잠깐 맘에 들지 않는다면 말해도 된다며?"
렉토스카르의 입술이 삐죽했다.
"이곳만 한 데가 없다니까. 간섭받지 않고 우리 둘이 싸우는 데는 딱 이상적이란 말이지."
"아니 내 말은 카르니지랑 아비스가 우릴 방해 하지 않겠냐고."
"보시는 바와 같이"
렉토스카르는 주변을 보라는 듯이 양팔을 펼쳐 보이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돌았다.
"뭐지?"
원형의 운석공을 둘러싸고 카오스 크러셔스가 빼곡히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운석공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제들 왜 저래?"
"여기는 전설이 묻힌 곳인데 이 고리가 만들어진 건 한 거인이 이곳에 추락했다고 하더군. 맞아. 이곳이 거인이 추락한 장소야. 두려움의 권능이 가득한 곳이라 저 친구들은 이곳에 발을 디디지 못해. 나 정도나 돼야 겨우 두려움을 극복하고 올 수 있는 정도니까."
"뭐? 두려움? 난 그딴 거 느껴지지도 않는데?"
"그래서 난 더욱 기뻐. 내 적수가 될만한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곳에 들어올 자격을 가진 놈일 줄이야. 야. 나 막 떨리고 있어. 광기가 내 몸을 지배하면 이성을 끈을 놓고 저들과 같은 꼴이 되겠지. 미칠 지경이야. 더는 버틸 수 없어. 나와 싸우자."
-팟
사라졌다 싶은 순간 눈앞에 나타났다.
-쉬이이익
간발의 차이로 주먹이 얼굴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렉토스카르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역시 짜릿해. 흥분감 최고조다. 이제 이곳 환경을 확실히 이해했을 테니까. 너도 모든 것을 싸움에 집중할 수 있을 거야."
렉토스카르는 내가 싸움에 완벽히 집중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뿐이다. 녀석은 내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자신과 싸울수 있도록 지금까지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나를 따라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싸워 볼 만한 상대인지도 확인할 겸 말이다.
"잠시 호흡 가다듬을 시간 줄래?'
"물론이지, 대신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해 줘야 해."
렉토스카르는 카오스 크러셔스다. 폭력에 미친 악마다. 그는 최상의 조건으로 나와 싸우기 위해 자신의 본능을 억누를 만큼 기회를 노린 것이다.
'저놈들 왜 이곳에 들어오지 않는 거지? 렉토스카르가 말한 두려움의 권능이 뭔지 왜 나는 느끼지 못한 거야? 네가 손 본 거니?'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잠든 거인의 언덕이라 불리는 곳은 그 옛날 모종의 이유로 추락한 고대신의 한 종류로 파악됩니다. 그 고대신의 권능이 운석공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악마는 이곳에 들어 올 수 없습니다. 당신이 아무런 위화감 없이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때문입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고대신의 파편으로 창조된 생명체입니다. 그 고대신의 힘을 두르고 있는 당신이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 떨어진 거인이라는 자가 고대신이었다는 말이다. 운석공 크기를 보니 충돌한 순간 가루가 되었겠지만 그 권능이 이 안에 가득 담겨 있는 것이고 심지어 7고리에서 폭력과 살육만을 추구하는 본능만 가진 카르니지 크롤러스 조차 두려움을 느끼고 접근하지 못하는 곳. 그곳이 바로 잠든 거인의 언덕이었다.
'여기서 핵을 쓰면 얼마나 견딜 수 있지? 폭심지가 1km 수준이니까. 하늘 위로 솟구치면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합니다】
운석공의 크기는 대략 50km. 이것이 곧 렉토스카르와 나와의 전투 케이지 크기다. 주변으로 이제 셀 수 없을 정도의 악마가 가득 찼다.
'레이 이 싸움은 나 자신의 싸움이다. 내가 위험에 처한다 해도 넌 관여하지 마라.'
'좋아요. 하지만 당신이 의식을 잃고 난 다음에 위협이 가해지면 어쩔수 없이 개입할 겁니다.'
렉토스카르를 올려 봤다.
렉토스카르는 흥분해 마지않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 할거지? 응? 시작해도 돼?"
"아, 한 가지 더, 내 힘을 사용해 돼? 저들에게 사용했던 별의 힘 말이야. 이건 좀 반칙 같은 거라서···."
렉토스카르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야? 날 얕잡아 보는 거야? 네가 가진 모든 기술과 능력을 총동원해 나를 상대해. 넌 지면 소멸이야. 죽기 전에 최대한 발악을 하는 거야. 그래야 모처럼 만에 찾아온 기쁨을 만끽할 수 있어."
"그렇겠지? 그럼 수고!"
-콰~쾅~
아주 작은 강도의 수폭이지만 이미 렉토스카르 발밑에 숨겨 넣어 두었다.
이게 정말 멋진 것이 권능도 신성력도 아니라는 것에 있다. 대기권 밖에서 지상의 작은 권능을 알아채는 천사도 지상에서 달에 있는 천사의 신성력을 알아채는 악마도 과학의 원소들은 어떻게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으로 작게 새끼손톱보다 더 작은 공간을 폭발시켰다. 그래도 꼴에 수소폭발을 일으킨다.
위력은 약해도 폭심지 한가운데 있으므로 순간 발생하는 열선과 빛은 악마를 소멸시키기에 충분하다.
인류가 과거 맨허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만든 산물 중에 다바이스(Davy Crockett)라는 것이 있다. 이는 미국에서 만든 가장 작은 핵폭탄으로 대포를 사용하여 발사하는 핵폭탄이다.
이 핵폭탄의 위력은 대략 TNT 10톤 정도의 위력이다.
참고로 비교 기준점이 되는 리틀보이가 15킬로톤으로 TNT 15,000톤의 위력인데 내가 방금 터트린 것은 약 TNT 약 100톤에 해당하는 폭발력이다.
물론 더 작게 터트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카오스 크러셔스 정도 되니까 100톤에 맞춘 거다.
일부러 말을 걸며 주위를 분산시킨 척하며 바로 발밑에서 터트렸기 때문에 충격을 제대로 받았을 거다.
내가 먼저 움직이면 녀석이 눈치채기 때문에 폭발하는 그 순간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즉 TNT 100톤 정도의 폭발력은 쉴드와 공간 결계로 충분히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버섯구름은 허공으로 1km 이상 치솟아 올라갔다. 각종 방사선과 열선, 후폭풍 등은 공간 결계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탕
머리 위 공간 위로 렉토스카르가 뛰어내렸다.
"하하, 인사치레는 한 것 같네."
그의 하의는 아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정장 신사 바지가 반바지보다 더 작게 변해 있었으니까. 상의도 시꺼먼 그을음이 묻은 것을 보니 타격은 받긴 받은 모양이다.
"으하하 좋은 인사다. 이번에는 내 차례지?"
그는 그 자리에서 정권 찌르기로 공간을 내리쳤는데 단번에 박살이 났다.
그는 히죽 웃으며 내 코앞으로 뛰어내리며 말했다.
"그거 보라고 상성이 좋지 않대도. 네 방어 기술은···."
-콰~쾅!
이번에는 TNT 500톤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번에 폭발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양손에 작은 구슬 크기로 압축된 공간을 미리 쥐고 있었다.
렉토스카르가 내 앞으로 막 뛰어내리는 순간 폭발시켰다.
"와. 분신! 속았네."
렉토스카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공중에서 뛰어내렸다. 그의 왼팔은 심하게 그을려 있었고 몸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가진 능력 다 동원하라며? 속은 네가 잘못이지."
"물론 악마들끼리의 싸움에 정당성 따위를 찾을 필요가 없지."
-솨악
'빠르다'
'필요가 없'에서 움직였는데 '지'가 들리는 순간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즉 자신이 말한 소리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는 소리다. 말을 다 하고 움직였는데 소리가 이동하는 것보다 자신이 더 빨리 움직였다.
여긴 대기가 옅어서 소리가 천천히 도달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상상할 수 없는 빠르기다.
-퍽
제대로 안면에 주먹이 걸렸다. 머리통이 몸에서 9바퀴나 돌았다. 경추는 믹서기에 간 것처럼 갈렸고 근육과 피부, 신경은 찢어져 뜯겨 나갔다.
몸통에서 9바퀴나 돌던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뭘 보냐?"
-뻑
나는 힘껏, 솔직히 사정 봐줄 이유는 일도 없으니 최대의 힘으로 거기다 그래비티 포스까지 가미해 후려졌다.
아무리 악마라도 공격하는 대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녀석은 내가 분신 기술을 쓴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워낙 절묘한 타이밍에 일어나기 때문에 감지를 못하는 것뿐이다.
녀석의 주먹에 내 안면에 닿는 그 찰나의 순간 분신을 만들고 본체는 녀석의 뒤로 이동시킨 것이다.
물론 내 머리로 집중한다고 해서 이걸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아이고! 이러나저러나 언노운이 계산해주고 실행시켜 주는 거다. 한심하다고 해도 어쩔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는 놈의 스피드를 계산에서 분신을 만들겠냐고!
내 대가리 처리 속도는 그냥 평범한 인간인데!
볼품없이 날아간 영감은 툴툴거리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뭐 털어 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그는 그냥 마냥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일 뿐이다.
내가 연계 공격하지 않자 씩 웃는다.
"너무 재밌다. 너무 재밌어. 슬슬 몸이 풀렸지? 본격적으로 하자고."
녀석은 순간 양손을 내밀더니 열 손가락을 좍 펼쳤다.
【고에너지 출력이 검출되었습니다. 손가락 끝을 조심하십시오】
손가락 끝에서 튀어나온 열선 열 가닥이 사방으로 뻗쳐나갔다. 마치 레이저 빔 같은 모습이다.
즉시 리엑티브 펄스 쉴드와 공간 결계를 쳤다. 그리고 다시 공간을 여러 개 압축해 나갔다. 마의 30초. 미리 압축해 둔 여유 공간은 다 사용했고 다시 압축해야 한다.
열 개의 열선이 허공을 스치며 지나갔다.
손가락을 움직여 나를 쫓아 오는 것 같지만, 다행히 내 스피드를 따라오지도 못했다.
"별거 아니구···."
별거 아니라고 말하려 했는데 녀석이 옆으로 나란히 하듯이 손을 쭉 뻗치더니 그 자리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핫!"
다리에 힘을 주고 힘껏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그러자 녀석도 만세 부르듯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것도 가공할 속도로 제자리에서 빙빙 돌면서 말이다.
열 손가락에서 뿜어지는 열선의 파괴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크레이터 밖에 있던 카르니지 크롤러스가 토막이 나서 운석공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거 내가 수소 폭탄을 터트려 소멸시킨 수보다 더 많은 수를 한꺼번에 썰어 버렸다.
이게 3초 정도에 일어난 일이다. 앞으로 수소 폭탄을 터트리려면 25초나 더 있어야!
이래서 이 기술의 단점이 치명적이라는 거다.
"어랏"
리엑티브 펄스 쉴드가 타오르며 잘려 나갔다. 공간 결계도 모서리가 싹둑 잘렸다.
아니 공간까지 잘라 내는 기술이라니 이래서 상성이 안 좋은 놈과 싸우면 골치 아프다는 거다.
나는 연속으로 공간 결계 안에 또 다른 공간을 겹겹으로 쳤다.
-치이이익
다섯 겹의 공간을 녹이고 여섯 번째 공간에서 열선이 막혔는데 공간이 쇳물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곧 여섯 번째 공간도 뚫릴 기세였다.
그래비티 포스로 찍어 눌렀다. 웬만한 중력으로는 어림없기에 최대 출력으로 중력을 천배 정도 높였다.
이곳 중력이 지구의 4분의 1수준이지만 갑자기 천배의 힘이 내리누르는 격이니 제아무리 카오스 크러셔스라도 충격을 받을···.
천배의 중력으로 내리눌렀는데도 회전속도는 0.12정도 줄어들었다.
이어링에 차원 에너지가 그냥 주르륵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당장 멈췄다.
효과는 아예 없다.
여섯 번째 결계가 터지고 일곱째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신성력을 쓰면 안 돼?'
【천사가 신성모독을 가장 싫어하듯이 악마는 신성력을 가장 혐오합니다. 그들의 대지에서 신성력이 사용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엄청난 파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차라리 그냥 소멸하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뭐? 이 순간에 농담이 나오냐? 22초 남았네. 시발 거'
데쓰로그 백마리 소환하는 순간 개같이 갈려 나갔다.
이 열선 보통이 아니다. 죄다 잘라 버린다. 권능을 낭비해서 헬하운드를 소환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거다.
-짱
녀석이 더 강도를 높였다. 결계를 치는 속도보다 부서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핏
허벅지 위로 열선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는데 허벅지 부분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포른의 세포는 즉시 치유를 시작했지만, 정통으로 맞으면 죽처럼 녹아 버릴 거다.
포른 세포가 견딜 수 있는 온도는 기껏해야 1,280도 정도다.
-파팡
마지막 결계가 깨지는 순간 나 또한 놈을 향해 열선을 뿜었다.
내 두 눈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쿼크-글루온 플라즈마였다.
쿼크-글루온 플라즈마는 초신성 폭발 후 남은 중성자별 내부에 존재하는 초고압 상태의 에너지를 말한다.
- 작가의말
회사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요즘 정신이 조금 없네요.
조만간 환경이 바뀌면 그때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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