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 장 단장 주비엘!
거대한 쿤도의 몸이 폭발력에 뒤로 훅 밀려난다. 그리고 쿤도의 뒤로도 폭발이 일어난다.
쿤도의 주변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콰과과광~
최초 네 번의 폭발이 순차적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다시 폭발이 시작된다.
콰앙~
일직선의 폭발이다.
불을 뿜는 폭발은 다가서는 하프의 지근거리까지 주욱 이어졌다. 폭발물은 한 발당 이십 미터의 범위를 초토화 시키는 양자 수류탄이다. 연속된 폭발의 여파로 최소 30미터 이상의 방해물이 없는 넓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진월은 뚫린 공간을 보며 움직인다. 만들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그때 최전방을 막고 있던 트롤 쿤도는 사방에서 발생한 폭발에 얼이 빠져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튼튼하고 질긴 육체를 지니고 있어 폭발 속에서도 신체는 찢어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다. 더 대단한 것은 갑옷과 몸을 파고든 양자 수류탄의 파편과 구슬들이 그 짧은 시간에 조금씩 밀려나오고 있었다. 트롤 특유의 치유력에 의해 신체가 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크로엘과 마고는 대지의 장벽을 이용해 간신히 폭발의 피해를 막아냈다.
대지의 장벽 또한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것이 조금만 늦었다면 그 둘 또한 피해를 꽤 입었을 성 싶었다.
휙!
진월이 그들의 사이를 빠져나간다. 정말 바람처럼 빨랐다.
툭툭!
진월이 지나간 사이로 검은 물체들이 떨어졌다. 동그랗고 시커먼 것이 양자 수류탄이다. 유탄 크기만 한 것이 파괴력은 정말 대단했다. 블랙이 가지고 있던 것까지 탈탈 털어서 마지막 두 개 남은 수류탄이다.
빨간 불빛이 두 번 깜박인다. 하지만 크로엘과 마고는 장벽을 제거하고 있는 순간이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쿤도만이 실눈을 뜨고 떨어진 물체에 초점을 맞춘다. 크로엘이 왜 진월에게 분노를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상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정말 약삭빠르기 때문이었다.
쿤도가 잘 움직여지지도 않는 몸을 튼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쿤도가 굳이 양자 수류탄을 막아 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본 이상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건틀렛을 낀 손으로 양자 수류탄 두 개를 모두 잡으려 했다.
양자 수류탄의 붉게 깜박거리던 불빛이 깜박거리지 않고 지속된다.
일초, 이초…….
쾅 콰아아앙~
폭발의 불길이 쿤도를 덮쳤다. 쿤도의 손에 끼워진 건틀렛까지 산산이 부서졌다.
쿤도의 거대한 몸뚱이조차 폭발의 여파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버린다.
날아가던 그의 몸뚱이는 다른 물체들도 치고 지나간다.
퍼퍽~
쿤도의 몸에 맞은 물체들 중에는 크로엘과 마고도 포함된다.
우당탕탕~ 퍼버버벅~
그들 모두 대지 위를 구르고 흙바닥에 처박혔다. 모두들 충격에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
폭발의 여파가 가라앉고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는 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진월이 통나무 방벽을 형성한 주변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투입된 사백 가까운 병력 중 제대로 서 있는 자는 백이 되질 않았다.
싸움 자체가 중세와 현대의 싸움이었다. 화력에 있어서는 진월 쪽이 훨씬 앞섰던 것이다.
더구나 선봉에 선 자들은 대부분 마력이 약한 자들이었다. 보통 인간에 비해서는 강할지 모르지만 진월과 강화된 현대 무기 앞에서는 평인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쿤도가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는지 몸을 뒤집는다.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가장 먼저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회복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크아아아~”
쿤도가 괴성을 지른다.
진월이 그 소리에 슬쩍 뒤를 본다. 쿤도는 완전히 회복된 모습은 아니었다.
회복되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이 진월에게는 중요했다.
진월이 빛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간다.
쾅!
진월이 지면을 박찬다.
진월의 몸 주변으로 강력한 담흑빛과 금빛의 영사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진월의 육감이 위험을 경고 하고 있었다. 더욱 더 강한 자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전방에는 언제부턴지 하프가 방패를 치켜든 채 대도를 들고 서 있다. 하프의 뒤쪽으로는 주비엘이 천천히 다가서고 있다. 진월이 그를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린다. 주비엘을 본 순간 느낌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마침 주비엘의 손이 들린다.
“준비!”
그의 말 한마디에 뒤에 도열해 있던 백 정도의 다크 엘프들이 움직인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똑같이 움직였다. 다크 엘프들의 왼쪽 다리가 앞으로 나오고 활을 들어올린다. 이미 화살은 시위에 재어져 있었다. 시위를 당기는 동작까지 전부 다 똑같았다. 전부 다 쌍둥이로 보일 정도였다.
처척!
꾸두두둑~
다크 엘프들이 집중을 하자 화살촉에 검은 기운이 일렁였다. 암흑정령술의 마력이 집중되는 현상이었다.
주비엘이 진월을 향해 말한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주비엘의 손이 내려간다. 신호였다.
다크 엘프들의 당겨졌던 시위가 일시에 놓여진다.
슈슈슈슉~ 쐐애애액~
백여 발의 검은 화살이 진월을 향해 날아간다.
마치 검은 벌떼가 한 점을 향해 집중해서 날아가는 것 같았다.
더구나 진월이 체감하는 속도는 두 배였다. 진월이 쇄도하는 속도에 화살이 날아오는 속도까지 더해지니 말이다.
진월이 빠르게 주변을 살핀다.
콰득!
진월의 발이 바닥을 파헤쳐버릴 듯 지그시 밟는다.
그의 몸이 순간 위로 솟구친다. 발밑으로 아슬아슬하게 화살비가 지나쳐 간다.
콰과과곽!
검은 화살들은 진월을 지나쳐 뒤쪽의 거목들에 박혔다. 아니 거목들을 뚫고 지나갔다.
마력이 화살에 실려 있어 그만큼 관통력이 대단했던 것이다.
다크 엘프들의 화살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진월의 움직임은 그만큼 바빠지고 있었다.
한 번의 총공세 이후 둘씩 셋씩 자유롭게 진월을 향해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화살을 신속하게 피하며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는 하프가 버티고 있었다.
타개책을 찾아야만 할 순간이었다.
스으응~
진월의 몸 주변에 형성되어 있던 영사가 그의 팔로 몰린다. 진월의 팔에 검은 방패가 형성된다. 방패의 위로는 금빛의 영사가 한 겹 더 덧씌워지고 있었다.
검은 화살비가 이때라는 듯 쏟아진다.
콰과과곽~
진월의 방패에 검은 화살 수십 개가 박힌다. 거목도 관통하는 화살이었지만 방패는 뚫지 못했다. 진월이 몸을 세차게 휘돌린다.
그가 쇄도하던 속도 그대로의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 목표는 바로 눈앞에 서 있는 하프다.
하프 또한 당황하지 않고 진월의 쇄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콰아앙!
둘의 방패가 서로 격돌했다.
방패의 사이에서 충격파가 퍼져 나간다.
하프가 디디고 선 바닥 또한 충격이 전달되며 들썩거린다.
쿠와아아아~
충격에 의해 발생한 풍파가 사방으로 퍼진다. 둘의 충돌로 발생한 충격파는 엄청났다. 심지어 진월을 노리고 날아들던 검은 화살들이 풍파에 밀려 방향이 꺾일 정도였다.
충돌의 결과는 진월의 우세였다.
하프의 몸이 약간 뒤로 꺾이며 진월을 아래로 내려다본다.
들고 있던 방패 또한 밀리며 복부가 드러났다. 틈이 생긴 것이다.
진월의 주먹에서 순식간에 검은 영사가 휘리릭 밀려 나온다. 영사는 거대한 검은 칼날을 만들어낸다. 길이까지 쑤욱 늘어난다. 진월이 주먹을 뻗는 속도에 길이까지 늘어나니 그 속도는 두 배에 가깝다. 그런데!
까앙!
들리지 말아야 할 소리가 났다.
하프의 상태로는 방어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난 것이다.
진월이 형성한 검은 영사의 칼날은 은빛의 곡도 위에 세워져 있었다.
곡도의 주인은 바로 주비엘이었다.
진월의 영사의 칼날을 막아낸 것뿐만 아니라 그 순간 슬쩍 쳐올리기까지 했던 것이다.
주비엘이 진월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특이한 능력이야. 뭐지? 마력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나도 아니고. 강 너머 신족이란 자들이 쓰는 것과 비슷하기는 한데,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뭐 어쨌든 지금이라도 순순히 포기하면 중용해줄 수도 있다.”
진월이 갑자기 귀를 손으로 만지며 중얼거린다.
“뭐라고 하는 거지?” 한국어다.
“……?” 당연히 주비엘도 알아듣지 못한다.
대화를 할 이유가 없으니 배터리 닳는다고 통역기를 꺼버린 결과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주비엘이 하프에게 말한다.
“내가 맡지. 저들을 챙겨라.”
하프가 크로엘과 마고를 본다. 그들은 트롤 쿤도만큼의 회복력은 없었다.
쿤도는 그 사이 몸을 일으켜 앉아 있었다. 아직까지는 멍해 보인다. 머리에서도 피가 흐르는 것으로 봐서 타격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머리를 세차게 흔드는 것으로 봐서는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진월의 마음은 급해지고 있었다.
진월의 강경돌파가 주비엘에 의해 막혔다. 뒤로는 다크 엘프들이 활을 든 채 버티고 서있었다. 뚫고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버티고 선 주비엘이 진월에게 묻는다.
“여자는? 아! 못 알아듣지.”
주비엘이 머리 위쪽을 바라본다.
“저긴가?”
“…….”
진월은 주비엘의 시선과 동작에서 그의 말을 이해한다.
진월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대단한 자라는 것은 느꼈지만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제까지 만난 자들 중 가장 강한 자일 수도 있었다.
주비엘이 허공을 보다가 다시 진월을 슬쩍 곁눈질로 본다.
뭔가를 느낀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진월의 손이 이미 움직였다.
타앙!
어느새 빼들었는지 진월의 손에 들린 권총이 불을 뿜는다.
탄환은 이미 총구를 떠나 주비엘의 심장 부근까지 날아갔다.
티잉!
탄환은 주비엘의 검면을 맞고 옆으로 튕긴다.
주비엘은 찰나의 순간에 대응을 했다. 대단한 운동능력이었다.
화악~
주비엘의 몸에서 검붉은 불길이 일어난다. 곡도에 맺힌 마력의 칼날 또한 더 크고 강렬해진다. 검붉은 불길은 그의 피부색과 어울려 마치 지저의 불의 정령이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진월 또한 한 번에 성공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신속하게 연사를 이어간다.
타타앙~
진월의 권총은 계속해서 불을 뿜는다.
주비엘 또한 너무 가까운 거리인지라 약간의 거리를 두며 물러선다.
주비엘의 시선은 총알을 쫓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허공을 가르며 다가서는 총알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대단한 능력이다.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탄두의 끝에서 번쩍하는 빛이 방출되는 모습도 본다.
방출되는 빛은 바로 양자 에너지였다.
주비엘의 신형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붉은 불길이 군데군데 와해된다.
총알에서 뿜어지는 양자 에너지가 마력의 불길을 소멸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까가강~
주비엘이 양자 에너지를 모두 소모한 총알들을 어렵지 않게 쳐낸다.
그 순간 진월의 다른 손이 이미 주비엘을 향해 있다.
주비엘이 방어를 하는 그 짧은 틈을 이용해 공격을 다시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촤르르륵~
얇은 쇠사슬 십여 개가 허공에 만들어진다. 쇠사슬의 끝에는 검은 칼날들이 생성되어 있었다.
주비엘 또한 흠칫 놀라며 곡도를 있는 힘껏 휘두른다.
카가가가가강~
주비엘의 곡도가 진월의 영사로 만들어진 검은 칼날들을 미친 듯이 쳐낸다.
검은 칼날과 검붉은 마력이 실린 곡도가 부딪치며 붉은 불똥이 튀었다. 방어를 해내는 주비엘의 몸짓 또한 얼마나 빠른지 보이지도 않는다.
둘의 공방은 쉬이 끝나지 않고 있었다.
촤르륵~
쇠사슬이 달린 진월의 검은 칼날이 회수되고 나아가기를 반복한다.
진월의 칼날 속도 또한 점점 더 상승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검은 칼날에 달려있던 쇠사슬이 모두 사라졌다. 칼날만이 허공에 떠 있었다.
검은 칼날에는 금빛의 영력까지 실려 있었다. 방금 전에 펼쳤던 방패와 같은 모습이었다. 금빛의 영력으로 더 강한 파괴력까지 더해진 모습이다.
진월이 형성한 영력의 칼날이 검붉은 불길을 향해 쏘아져 나간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진월의 손에 거대한 칼날이 다시 형성되었다.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검을 들고 있는 모습 같았다.
진월이 날려 보낸 폭우의 칼날들의 뒤를 이어 거대한 칼날이 대기를 가른다.
거대한 칼날에서 뿜어지는 엄청난 영력에 주변의 대기까지 타오르고 있었다.
쿠우우우~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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