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 장 용자룡, 그는?
드르르르~
전철 부장의 기다란 권총이 불을 뿜는다. 20여 발의 탄환이 한순간에 모두 쏟아져 나간다. 탄의 끝이 반짝이는 것으로 봐서 철갑탄이다. 피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진월이라도 벌집이 된다.
* * *
진월과 전철 부장의 싸움으로 인해 층 전체가 쿵쿵 울리자 마명이 중얼거린다.
“살림 열심히 하시는데요.”
“시끄러!”
“그 살림, 우리 살림 아니길 바래라.”
퍽!
결국 마명은 최탑에게 한 대 맞는다.
“집중해. 거의 다 왔다.”
최탑이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런 그의 손에는 마명으로부터 건네받은 개틀링 건이 들려 있다.
“둘 다 저번에 상대해 봤으니 알거다. 저 자들 재생능력이 있다.”
“알고 있어.”
“우선 원거리다.”
최탑이 선임이라서 지휘를 맡는다.
“지금!”
“웃쌰!”
마명과 강희가 최탑의 명령에 K-11의 20mm를 난사한다.
콰앙~ 콰앙~
굉음과 함께 고속 유탄이 적들의 머리 위에 쏟아진다.
퍼퍼퍼퍽~
그들의 강화복에 유탄이 작렬한다. 뛰어오던 이들이 갑작스런 공격에 주춤한다. 그러나 맨 앞에 서 있던 용자룡은 달랐다. 그 짧은 순간에 유탄의 피격 범위를 벗어난다. 마명과 강희가 다른 자들을 내버려 둔 채 용자룡을 타깃으로 삼아 쏜다.
츄캉~ 츄캉~
20mm가 발사되는 둔중한 음향이 통로를 가득 채운다.
콰앙~ 콰앙~
고속 유탄이 허공에서 폭발하며 용자룡 하나를 노리고 쏟아진다. 용자룡이 달리는 도중에 손으로 유탄을 잡아버리겠다는 듯 뻗는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유탄은 폭발하며 흩어져 날아온다. 손바닥으로 모두 잡을 수 있는 양과 범위가 아니다.
파파앙~
용자룡의 장(掌)이 대기를 후려친다. 손바닥에서 발생한 기가 장풍처럼 대기를 밀어낸다.
티티티팅~
작은 유탄들이 진행 방향을 바꾸며 벽에 부딪치며 튕겨 나간다.
“뭔 저런?”
“저 자식, 기를 다루는데…….”
마명은 놀라고 강희는 용자룡의 기술을 대번에 알아본다. 지켜보던 최탑이 미간을 구긴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다.
“젠장! 옆으로!”
최탑이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앞으로 나선다. 용자룡은 속도를 죽이지 않은 채 계속 앞으로 달려 나온다. 뒤를 따르던 용자룡의 팀원들도 경기관총을 빼들고 이쪽을 노린다. 선제공격을 가했지만 별다른 이득이 없는 상황이다. 그저 상대를 조금 늦춘 정도다.
철컥!
개틀링 건의 안정 장치가 풀린다. 최탑이 용자룡을 향해 개틀링 건의 방아쇠를 당긴다.
두르르르~
개틀링 건은 M134 미니 건을 바탕으로 더 소형으로 제작해 사람이 들고 다니기에는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탄약을 엄청나게 들고 다녀야 한다. 두 사람이 등에 매는 탄통을 하나씩 더 가지고 온 것만 해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분당 최대 4천발까지 발사하는 무서운 놈이다. 탄 또한 7.62mm를 사용하기에 5.56mm탄보다 파괴력이 강하다.
그런 녀석이 불을 뿜고 있다. 무지막지한 총탄이 용자룡 이하 팀원들을 향해 쏟아진다.
파파파파팍~
그런데 소리가 이상하다. 무수한 탄들이 목표물 앞에 도달하자 터진다.
“응?”
“어?”
용자룡의 뒤를 따르던 팀원들이 얼굴에 물기가 튀자 약간 당황한다. 하지만 그들도 군사 훈련을 제대로 받은 자들이다. 얼굴에 튄 것이 뭔지 모를 리 없다. 이십 여초 사이에 쏘아진 탄만 해도 천여발이다. 천여발의 전술 훈련탄이 쏟아낸 마취 액만 해도 작은 주전자 하나 분량은 될 것이다. 한발로 사람이 깊은 잠에 빠지는 탄이다. 마명과 같은 약쟁이만 제외하고.
“지금이다. 가라!”
최탑이 강희와 마명을 향해 소리친다.
전술 훈련탄의 마취 액이 강회복을 뚫지는 못했을망정 얼굴에 튄 것은 제 효과를 발휘할 터였다.
털썩!
아니나 다를까 뒤쪽에 서 있던 팀원 하나가 주저앉는다. 하지만 둘은 아직 버티고 있다. 용자룡 또한 얼굴을 가드한 채 그대로 서 있다.
“잠깐!”
최탑이 뭔가 이상한지 다시 세운다. 막 움직이려 할 찰나였기에 다행이다.
철컥!
개틀링 건의 모드를 바꾼다.
“아껴봐야 소용없을 것 같다.”
두르르르~
퍼퍼퍼퍽~
개틀링 건이 다시 불을 뿜는다. 이번에는 쉬지 않고 계속 쏘아 붙인다. 적 팀원의 강화복에 총탄이 무수히 박힌다. 총탄이 박힘에 따라 그 충격에 점점 뒤로 밀린다. 최탑은 마치 한을 풀듯이 개틀링 건을 난사한다. 어떻게 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화력이다. 이 정도 거리라면 철판도 뚫린다. 아무리 두터운 강화복을 입었다 해도 충격을 받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보내 버려!”
최탑의 말에 강희와 마명도 K-11를 들어 모든 탄을 쏟아 붓는다.
“수류탄!”
휙~ 휙~
또르르르~
콰앙~ 콰앙~
수류탄이 폭발한다. 아무리 강화복을 걸친 강화 인간들이라도 폭발력에 그대로 서 있을 수는 없다. 벽에 부딪치고 구른다.
두르르르~
퍼퍼퍼퍽~
개틀링 건이 한 사람을 향해 발사되고 그 충격에 적 팀원들이 벽으로 밀려난다. 벽에 박힐 정도로 계속 갈긴다. 구멍이라도 내 버릴 심산인지 한 곳을 목표로 개틀링 건을 난사한다. 가장 집중적으로 맞은 이가 용자룡이다. 그의 복부에는 얼마나 많은 탄이 박혀 있는지 온통 총알의 엉덩이만 보일 정도다.
통로가 걸레가 된다. 벽에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시멘트 외벽이 뜯겨져 나온 곳도 있다. 뿌연 먼지까지 일어나 정말 전쟁이 일어난 곳 같다.
드르르르르~
개틀링 건의 회전이 멎는다. 등에 지고 있는 모든 탄을 소비했다. 개틀링 건의 총신 끝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다. 마명이 얼른 준비를 하고 있다가 탄창을 교환한다. 최탑은 교환이 끝나자 다시 탄창 박스를 등에 맨다. 마치 인생 최대의 적을 만난 것처럼 그는 다시 개틀링 건을 난사한다. 반대 편 벽에 부딪친 적 팀원들은 미동도 없다. 이미 얼굴이 벌집이 된 자들도 있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용자룡 뿐이다.
드르르르~
두 번째 탄창 박스가 바닥이 났고 개틀링 건의 회전이 멎는다. 개틀링 건의 총열이 붉게 달아올라 조금 쉬어야 할 정도다.
모두의 시선이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용자룡에게 향한다. 체격은 진월과 비슷하다. 상당히 강인한 인상을 가진 자다. 강화복으로 보호되지 않는 얼굴을 두 팔로 가린 채 아직까지 가만히 서 있다. 그대로 의식을 잃은 것인지 미동조차 없다. 심지어 호흡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연기와 먼지로 최탑 편에서는 명확하게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탁!
강희가 최탑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의 감정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단검이 폐를 깊숙이 찔렀었다. 죽음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었다. 더구나 바로 눈앞에서 민서를 빼앗겼다. 원수 같은 자임에는 분명했다. 강희가 최탑을 보며 말한다.
“마무리하자.”
“그래야지.”
최탑이 선두에 선다. 개틀링 건은 이미 내려뒀다. 용자룡에게 조금씩 다가갈수록 호흡이 빨라진다. 그도 모르게 흥분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콰득~ 뿌득~
바닥의 시멘트 조각이 군화에 밟히며 깨진다.
투두두둑~
그들이 걷는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앞에서 들린다. 뭔가 작은 물체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다.
용자룡과는 십여 미터가 남은 거리다. 최탑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을 들어 전진을 저지한다. 팔목에서 드론카메라를 빼더니 앞으로 던진다. 연기와 먼지 때문에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르르륵~
지익!
그들의 고글로 화면이 들어온다. 잠깐 비친 화면에는 셋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들의 얼굴 또한 명확하게 보인다. 그들이 쓰고 있던 고글은 개틀링 건의 탄에 의해 구멍이 뻥뻥 뚫려있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피투성이다. 저 정도면 확실히 죽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콰직!
나오던 화면이 사라졌다.
훙!
강희가 몸을 날린다. 마명 또한 단검을 빼들고 앞으로 나아간다. 용자룡이 살아 있었다. 아무리 강화복을 입고 있다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분명 세 명 밖에 보이질 않았고 드론 카메라는 발에 밟혀 부서졌다.
휙! 후웅~
강희의 발이 용자룡의 안면을 노리고 날아든다. 그녀의 네 번째 능력 발현이다. 진월이 아껴두라고 한 말을 듣기를 잘했다. 웬만해서는 동체시력으로 그녀를 따라잡기 힘들다.
퍼억!
맞았다. 강한 힘이 실렸는지 용자룡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얼굴과 발 사이에는 그의 팔이 끼어있다. 더구나 강희의 발목이 용자룡의 손에 잡혀 있다.
꽈악!
“흑!”
용자룡의 손아귀 힘이 얼마나 강한지 발목이 잡힌 강희가 신음을 내뱉을 정도다.
쉭!
날카로운 파공음이다. 마명의 단검이 그 틈을 노리고 파고든다. 단검술의 귀재란 말을 들을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이다.
콰앙!
용자룡의 강한 진각이 바닥을 때린다. 바닥이 들썩인다. 단검을 날리던 마명의 몸까지 슬쩍 떠오르며 단검이 목표에서 약간 벗어난다.
탁!
용자룡의 다른 손이 마명의 단검의 날을 잡아버린다. 강화 장갑까지 끼고 있다지만 무식한 방법이다. 단검의 날을 잡아 몸 쪽으로 당긴다. 마명의 몸도 따라 움직인다. 용자룡의 팔꿈치가 마명의 얼굴을 향한다. 그대로 끌려가면 팔꿈치에 일격을 당할 순간이다. 마명의 고개가 옆으로 휙 꺾이며 피한다. 그 사이 그의 다른 손이 왼쪽에 채워진 단검을 뽑아든다. 당김을 받는 힘으로 품으로 파고든 순간 행한 임기응변이다.
뽑힌 단검이 허공을 순식간에 여러 번 찌른다.
푸푸푹!
단검의 날이 강화복을 뚫고 들어간다.
마명 또한 기를 다룰 줄 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써먹을 만 한 정도다. 국장이 공들여 키우고 있고 진월이 더 단련을 시켜 놨다. 하지만 마명의 얼굴이 썩 좋지는 않다.
‘뭐냐? 몸이 돌덩이냐?’
강화복을 뚫었지만 피륙에 박히는 감이 낯설다. 칼날이 잘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한쪽 발목이 잡힌 강희가 다른 발을 들어 용자룡에게 날린다. 용자룡이 두 손 다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니 제대로 된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순간이다.
퍼억!
“크윽!”
“헉!”
오히려 공격을 가하던 마명과 강희가 신음을 흘린다. 용자룡은 마명이 찌르건 말건 그대로 당겨서 강희에게 던져 버린 것이다.
쿠웅~
두 사람이 한 뭉치가 되어 벽에 부딪쳤다. 용자룡이 주춤한다. 그도 사람이다. 개틀링 건의 총알을 그렇게 맞고 단검에 세 번을 찔렸다. 피로가 누적되지 않았다면 기계다. 하지만 트롤의 유전자를 이식받았는지 그들의 회복력은 무시무시하다. 흐르던 피가 금세 멎는다.
용자룡이 바로 돌아서더니 아직까지 신색을 회복하지 못한 마명과 강희를 향해 권을 지른다.
우웅~
그의 주먹이 운다. 기운이 실리고 있음이다. 주먹의 주변 대기가 떨리는 것으로 봐서 보통의 힘이 아니다. 강희의 눈이 번뜩인다.
‘기살(氣殺)이다. 이 자가 어떻게?’
국장의 가장 강한 기술 중 하나다.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번에 둘을 보내버리겠다는 듯 그의 주먹이 공간을 가른다.
강희가 여섯 번째 능력을 발현한다. 거기에 더해 한 번 더 능력을 발현하며 일곱 번째 능력을 더한다. 정말 어려운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녀의 생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엔돌핀이 분비되며 신체가 받는 부하와 스트레스에 대해 방어기제로 작용한다. 심장의 박동이 더욱 더 빨라진다. 더욱 더 많은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이다.
강희가 주먹에 기를 싣는다. 그녀는 아직 기살을 쓸 줄 모른다. 아직까지 그 단계는 배우지 못했고 깨닫지도 못했다. 하지만 기살의 위력은 충분히 알고 있다. 가벼운 국장의 손짓 한 번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튕겨나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강희가 나아가는 주먹을 비틀자 주변의 대기가 아우성친다. 주변의 대기는 회오리처럼 휘돈다. 만만치 않은 기운이 강희의 주먹에 어린다.
부앙~
거기에 더해 그녀가 한 번의 능력을 더 더했다. 주먹의 형체가 일그러져 보여 용자룡의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용자룡의 시선이 강희의 눈과 부딪친다. 보통내기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권을 거둘 생각도 없다.
둘의 주먹이 격돌한다.
콰아앙~
둘의 주먹이 부딪친 충격에 통로가 울린다.
-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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