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장 훈련이냐? 실전이냐?
“하아~ 하아~”
민서의 거친 호흡이 에어 룸을 가득 채운다.
대장의 고개는 민서의 팔꿈치 공격에 옆으로 완전히 돌아가 있다. 입에서는 피까지 튀어나올 정도의 강타다. 눈동자도 흐리멍덩한 것이 완벽하게 현혹에 걸린 것 같다.
민서가 온 힘을 다해 다리를 뻗어 올린다. 늘씬한 그녀의 다리가 쫙 펼쳐지며 대장의 목을 휘감는다. 탄력 넘치는 한 수다.
우둑~
대장의 목이 비틀리며 신음한다. 민서는 다리를 풀자마자 옆구리에 마무리 일격을 가한다.
우당탕~
대장의 신체가 에어 룸의 한쪽 구석에 처박힌다. 그 순간 민서는 대원을 향해 움직인다. 두 손으로 바닥을 짚더니 한 바퀴 휘돈다. 허공에 떠 있던 두 발이 그대로 문 앞에 있던 대원의 머리에 작렬한다.
퍼억~
우둑~
목뼈가 부러진 것 같은 소리가 난다. 대원의 목도 앞으로 훅 꺾였다.
민서의 두 발은 바닥에 소리도 없이 착지한다. 끝이 아니다. 한 바퀴 휘돈 속도 그대로 앞으로 엎드리더니 다리 하나가 쭉 뻗어 올라간다. 같은 사람의 몸이지만 길고 잘 빠졌다. 타격을 가하는 다리조차 섹시해 보인다.
퍽!
민서의 발바닥이 쓰러지려던 대원의 안면을 작살낸다. 대원의 머리가 앞으로 꺾였다가 다시 뒤로 꺾인다. 경추가 멀쩡하다면 정말 괴물이라고 해야 할 만큼의 충격이다.
민서가 둘의 상태를 슬쩍 확인한다. 다시 열린 문을 향해 빠르게 움직인다.
“헉! 헉! 헉!”
이젠 숨소리가 정말 짧아졌다. 그만큼 체력 소진이 심한 상태다.
그녀의 귀로 들려오는 소리는 없다. 문밖에는 아무도 없다는 의미다.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대원이 다섯이었으니 셋이 남았다. 셋의 모습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끼익~
“…….”
쇠문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 소리에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긴장감이 극에 달해 있다. 가쁜 숨을 다독이기 위해 천천히 쉰다. 호흡곤란이 올 지경이다. 민서는 코너에 도착해 잠시 멈춘다. 거울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 그저 청각에 의지할 뿐이다. 움직이는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슬쩍 고개를 내밀어 본다. 아무도 없다.
민서는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내달린다. 숨이 떡 끝까지 차오른다.
“헉~ 헉~”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난다. 다시 꺾이는 코너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앞에 나오는 코너는 두 길이 합쳐지는 곳이다. 누군가 있더라도 무조건 뚫고 가야 한다. 민서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낸다. 혹시라도 만날지 모를 적을 대비해 준비한다.
휙!
주저하지 않고 코너를 힘차게 돈다. 돌자마자 두 명의 대원이 보인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 상태다. 아마도 민서의 걸음소리를 들은 것 같다.
민서 또한 혹시 몰라 준비한 능력을 발현한다.
“날 보내줘!”
“…….”
두 대원이 민서의 음성을 듣자 굳어버린다. 막 잡으려던 동작 그대로 굳었다. 민서가 둘 사이를 스쳐지나간다. 그런데…….
‘둘이다. 한 명은?’
민서의 뇌리를 스치는 의문이다. 그녀의 고개가 꺾이는 통로를 본다. 민서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진다.
나머지 한 대원은 몸을 숨기고 있었다. 머리에는 특수 제작된 헬멧까지 착용하고 있다.
푸슉~
“헉!”
지지직~
테이저 건이다.
“으으윽!”
민서가 전격에 쓰러져 몸을 부르르 떤다. 강도를 최대로 해놓지는 않았는지 바로 기절하지는 않았다.
“쌍간나 에미나이!”
“…….”
민서가 쓰러져 있는 와중에도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목소리다.
검은 그림자가 몸을 휙 날려 오더니 민서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 넣는다.
퍽!
“억!”
짧은 타격음과 함께 민서가 바로 정신을 잃는다. 호흡도 한순간에 가버렸다.
“다시 한 번 가하라우.”
지직~
테이저 건에서 다시 한 번 전류가 방출된다. 민서의 몸이 다시 들썩 거린다. 호흡도 다시 살아난다. 민서의 복부에 주먹을 먹였던 사내가 다시 한 번 때리려다가 주먹을 풀어버린다. 사내는 자신의 목을 잡고 크게 한 번 움직인다.
우두둑!
뼈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리다.
“무서운 에미나이구만.”
말을 한 자는 대장이다. 회복하기 힘든 부상이거나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멀쩡하게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민서가 도망가는 바로 뒤를 따라왔다. 대원들이 대장을 보며 한마디씩 한다.
“고생하셨습니다.”
“미리 경고해주지 않으셨으면 우리도 당할 뻔 했습니다.”
“영철이 부상이 좀 심하다. 날레 가서 살펴주라우.”
“예.”
대원 중 둘이 쓰러져 있는 동료를 살피기 위해 간다. 헬멧까지 착용했던 대원이 대장에게 묻는다.
“저 여자 미끼라 했디 않습네까?”
“그랬지.”
“구하러 오는 놈들도 보통 놈들이 아닐 수 있는데 말입네다.”
“증원 요청해야 하지 않갔네. 내레 할테니 걱정 놓으라우.”
“예.”
툭!
대장이 발로 민서의 다리를 툭 찬다.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동작이다.
“이 에미나이 생긴 것과는 완전 달라야. 독하게 덤비니끼니 오히려 더 맛이 있어 보이지 않갔어.”
“예쁘긴 합네다.”
그들이 쓰러진 민서를 두고 음심을 품을 때에야 경비 병력이 도착했다.
대장이 그들을 향해 소리친다.
“다시 한 번 이 에미나이 탈출하면 너희들 목을 따 버리갔어. 알간?”
“예.”
경비 병력은 대장의 불호령에 잔뜩 주눅이 들어 민서의 팔과 다리를 구속한 후 옮긴다.
* * *
목영호와 마명의 팀은 지금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 팀을 꾸린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진월의 명령에 의해 해당 좌표를 찾아 침투중이다. 목적은 적 부대원 전원 생포다. 죽이는 것은 안 되고 오로지 생포만 하라고 한다.
투덜이 마명이 길도 없는 산길을 가다가 투덜댄다. 목영호의 손이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뭔 훈련을 시켜도 꼭 이런 것만 시켜요. 영양가 하나도 없게스리.”
“먹어는 봤냐?”
목영호가 반문한다.
“먹어봐야 아냐?”
“응.”
“염병!”
“넌 그러면 안 되지 않냐?”
“뭘?”
“니 입으로 영약을 하사하신 분이라며?”
“아니지. 생각해보니 아니야.”
“왜?”
“자꾸 생각나.”
“왜?”
“몸에 좋잖아.”
“왜?”
“그러게. 그게 왜 몸에 좋지? 내가 이상해진 건가 싶어.”
“왜?”
“자꾸 생각난다니까?”
“그러니까 왜?”
“이상하게 맛있어. 그리고 꼭 뽕 맞는 것 같아.”
“허! 마약도 해봤냐?”
“왜 그래? 너도 같이 했으면서?”
“내, 내가 언제?”
조원들의 시선이 마약쟁이 두 조장을 향한다. 의심이 가득 담긴 시선이다. 그리고 그 시선에는 둘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란 생각이 담겨 있다.
“야~! 그러면 안 되지. 너하고 나하고 데메롤, 아티반, 아트로핀 등등 군에 있는 약물은 모두 맞고 먹어봤잖아. 테스트 한다면서.”
“그, 그건 어디까지나 마루타였지… 않아?”
“지랄한다.”
“…….”
“약 끊어야 한다고 폐쇄……. 헙!”
목영호가 듣다 못 해 마명의 입을 틀어막는다. 이미 조원들은 먼 산 보고 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들이다.
목영호가 마명에게 최후 경고까지 곁들인다.
“더 이상 하면 너하고 나하고 관을 짜야 한다.”
“으으읍읍!”
“알았냐?”
끄덕끄덕
마명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진다. 한숨 돌린 마명이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한다.
“그만큼 중독성이 있단 이야기지. 참나 그러고 보니 내가 뱀파이어가 돼가나?”
“혹시 팀장님한테 약장사의 피가?”
“여봐라, 여봐라. 관까지 짜야 한다고 했던 놈이 장난질이야. 그 장난질의 끝이 병원이었잖아!”
“…….”
결국 마명의 입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나왔다. 목영호는 고개를 푹 숙인다. 조원 중 선임 하나가 조용히 입을 연다.
“그럼, 목조장님만?”
“그랬지.”
“그럼, 마조장님은?”
“난 안 갔어. 강하잖아?”
마명은 팔에 알통까지 만들어 가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목영호가 고개를 휙 쳐든다.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 조원들을 향해 말한다.
“쟤 작전 나갈 때마다 약 맞고 나온단다. 약쟁이 새끼!”
“…….”
“목 조장님 저희도 조장님 조로…….”
“저런 사람한테 어떻게 목숨을 맡깁니까?”
결국 스스로 관을 짠 사람은 마명이다.
한참 소란이 인 후 분위기가 진정되자 마명이 다시 입을 연다.
“그나저나 상처는 빨리 낫더라.”
“그러게 진짜 신기하기는 해.”
목영호의 시선이 다쳤던 마명의 팔을 본다. 아무 문제없이 움직인다. 보통은 재활치료만 몇 개월이 걸렸을 텐데 말이다.
다시 움직이기 위해 주변을 살핀다. 마명이 알면서도 정말 궁금한 듯 목영호에게 묻는다.
“그런데 말이다. 이거 진짜……. 훈련이냐? 실전이냐?”
“실전!”
“확실해?”
“그렇다니까. 실전이라고 하셨다. 정확하게 전화로 분명하게.”
“아니 그러면 말이 안 되잖아. 우리 철책 근처에 적 부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돼?”
“명령이잖아.”
“명령도 말이 되어야 명령인 것이지.”
“불순분자네.”
“내가?”
“명령에 의심을 한단 말이지?”
“…….”
마명이 입을 다문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것이 군인인데 말이다. 그러나 한번 들기 시작한 의심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마명이 다시 고개를 휙 쳐든다.
“전원 생포하라며?”
“응!”
“생포할 자신 있냐?”
“해 봐야지. 뭐 어쩔 수 있냐? 한 열 명 있을 거라니까 가능하긴 하겠지. 넌 뭐가 문젠데. 하기 싫어. 하지 말고 갈까?”
마명이 고민을 한다. 정말 하기 싫은가 보다. 부상을 당했던 후유증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목영호를 보며 말한다.
“아니.”
“그럴 거면서…….”
“그냥 너 혼자 다 해라. 전부다 네 공으로 하고. 난 간다.”
“저 새끼부터 생포해라.”
목영호의 명령에 그의 조원 뿐 아니라 마명의 조원까지 달려들어 마명을 구속한다. 이건 숫제 조장이 아니라 말썽꾸러기다.
우여곡절 끝에 해당 좌표를 찾아간 목영호와 마명은 깜짝 놀란다. 군대 막사 같은 건물이 있긴 있다. 수풀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 건물이다. 허름해 보이는 건물 주변에 남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평상복 차림이다. 뭘 하는 인간들이 이런 깊은 산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인다.
마명이 목영호를 보며 묻는다.
“무장은?”
“없다.”
조준경으로 남자들의 모습을 살피던 목영호가 답한다. 마명이 의문을 표한다.
“뭐 하자는 거지?”
“생포해 달라는 거지.”
“장난하자는 거지?”
“비무장이라는 거지.”
“거지들인가?”
“…….”
마명의 마지막 말에는 답을 해줄 수 없다. 모두 죽일 듯이 마명을 째려본다.
목영호가 한숨을 푹 쉰 후 말한다.
“에휴~ 괜히 살려준 거지. 피 철철 흘리고 죽게 내버려 뒀어야 하는데.”
“그런 거지…… 요.”
마명의 조원이 답까지 달아준다. 그들은 마명을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목표물이 나타나자 조장들의 눈빛 뿐 아니라 조원들의 눈빛도 확 바뀐다. 목영호가 장비를 점검을 지시한다.
“클리어!”
모두 같은 말을 순차적으로 반복한다. 목영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탄은 전술훈련탄(Tactical training round)이다.”
찰칵 찰칵
모두 탄을 다시 재확인한다. 탄창에 꽂혀 있는 탄두의 색깔이 특이하게 붉은 색이다. 말 그대로 전술훈련탄은 훈련 시 사용하는 탄이다. 그렇다고 위력이 없지는 않다. 탄두에 신관이 심어져 있어 목표 물체 10센티 이하로 접근하면 터진다. 페인트 같은 물질이 대상에 묻게 된다. 문제는 이 물질이다. 투과성이 뛰어나 섬유 뿐 아니라 피부에도 바로 스며든다. 적중당한 대상은 3초 이내에 마비되어 쓰러지는 강한 마비성 약물이다.
모두 이상이 없다는 신호를 보낸다. 의문의 남자들에 대한 생포 작전이 시작된다.
목영호와 마명의 조는 엘리트 팀답게 막사 주변으로 조용히 접근한다.
- 작가의말
한 해 마감 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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