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장 마약보다 좋은 보약
콰콰콰콰~ 엄청난 바람이 마당의 모든 것을 뒤집는다.
슈카카칵~ 바람의 칼날이 걸리는 모든 것을 벤다. 집의 기둥조차 움푹 움푹 팬다.
진월의 경고대로 피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피했다. 최탑은 그의 염동력을 이용해 방어를 하며 강희와 창민을 보호한다. 진월 또한 뒤에 남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능력을 발현한다. 그의 몸에서 다음 단계인 금빛과 흑빛의 영사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다.
영사의 막이 방패처럼 펼쳐진다. 흑빛의 영사라 해도 원래 빛으로 이루어졌기에 반대편이 투과되어 보인다. 한층은 금빛, 한층은 흑빛으로 만들어진 방패 모양의 막은 색의 대비를 이뤄 멋지기까지 하다.
쾅! 쾅! 콰과과광!
바람의 칼날과 영사의 막이 부딪치며 굉음을 낸다.
공격을 하던 오철이 깜짝 놀라며 진월을 본다.
“저 인간……?”
“영능력자다.”
“강 건너 살던 인간들과 같은 자인가?”
“그런 것 같다.”
“어떻게 이 인간계에 살고 있는 것이지?”
“아마도 남아 있던 자들의 후손이겠지.”
“이곳에도 신족이라 불리는 자들이 남아 있었군.”
톡! 오환이 오철의 깃털 하나를 뽑는다.
“뭐하는 거냐?”
“얼마나 되는지는 봐야지.”
“…….”
능력은 오환이 위다. 이럴 때는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항상 답이었다.
오철의 짙은 회색 깃털 위로 검은 불이 피어오른다. 검지만 영롱한 오러까지 비치는 것이 오러의 불이다. 깃털 또한 커진다.
웅웅~ 진동 소리를 내며 커진 깃털은 사람의 상반신만한 크기가 된다. 거기에 검은 불까지 활활 타오르니 보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후웅~ 커다란 깃털로 부채질을 한다. 또 다시 광풍이 인다.
커다란 불길이 진월을 향해 날아간다. 검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이다. 바람의 힘까지 얻어 화르륵 타오르며 다가온다. 흩날리는 불꽃이 주변에 옮아 붙자 갑자기 커다란 불길로 확 일어난다. 엄청난 화마의 기운을 담은 불덩이다.
진월 또한 검은 불길의 파괴력을 실감한다. 그들의 말속에 중간계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이란 의미다. 전에 쉐인이 데리고 간 닉시란 존재도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다른 하늘이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자들은 우리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들도 많다는 뜻이다.
우둑~ 진월의 주먹이 꽉 쥐어진다. 방패처럼 앞을 가리고 있던 영사 또한 진월의 의지에 따라 휘리릭 소리를 내며 뭉친다. 금빛과 흑빛이 층층이 섞인 거대한 영사의 팔이 형성된다. 지켜보던 오환과 오철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랗게 떠진다.
“제법인데?”
“그렇군. 그러나…….”
콰아앙! 두 기운이 충돌하며 굉음을 동반한다. 주변으로 몰아치는 풍압 또한 장난이 아니다. 건물의 벽이 움푹 꺼질 정도의 충격파다.
화르륵~ 기묘한 소음이 일어난다. 오환이 만들어 낸 검은 불길은 죽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진월의 흑빛 영사를 타고 불길이 파고든다. 진월 또한 보고 있다. 검은 불길의 특성이 바로 차가운 성질을 가진 불로 내부로 파고드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안으로 파고들어 내부부터 불태우는 특이한 불이다. 마치 진월의 흑빛 영사와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검은 불길은 진월의 몸 전체로 옮겨 붙는다.
“음!”
진월에게서 비음이 흘러나온다.
지켜보던 오환의 눈이 찡그려진다. 분명 그의 공격이 성공했음에도 뭔가 꺼림칙한 표정이다.
“두 가지 속성을 지닌 영능력자라……?”
“드문 케이스이긴 하네.”
“금빛 영력은…….”
“네 요력과 상극이다.”
오철의 말처럼 검은 불꽃은 금빛 영력과 충돌하며 빠직거린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지만 대치하는 형국이다.
화악~ 진월이 두 주먹을 불끈 쥐자 흑빛 영사 대신 금빛 영사가 확 퍼져 나온다. 흑빛 영사를 타고 파고들었던 불꽃이 모조리 밀려난다. 진월의 몸 군데군데 입었던 화상도 빠르게 아문다.
오철이 진월의 모습을 보며 놀란다.
“어떻게 된 인간이지?”
“혼종이 되니 더 뛰어나 진 것 같다.”
오철과 오환이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 갑자기 불청객이 나타난다.
“이,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한다. 이 집의 원래 주인인 아저씨다. 쾅쾅 거리는 폭음과 혼돈의 와중에 가까이 다가온 집주인을 제지하지 못한 것이다.
오환이 오철에게 눈치를 준다. 그의 손에 들린 커다란 깃털 부채에 다시 검은 불길이 일어난다. 집주인의 눈은 검은 불길이 일어나는 부채를 들고 있는 남자에게 머문다. 겉모습은 그의 아들이다.
“창호야…….”
아비의 입에서 아들을 부르는 소리가 나온다. 아들의 발밑에는 피를 흘리는 아내가 누워있다. 엄마가 쓰러져 있는데 저렇게 딴 짓을 할 아들이 아니다. 뭔가 이상했다. 오환이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씨익 미소를 짓는다.
“좀 늦었군. 기억은 먹을 수 없으니 영혼이라도 먹어볼까?”
불길이 타오르는 깃털 부채가 허공을 가른다. 진월의 고개도 팩 돌아간다. 부채가 향하는 목표가 다름 아닌 집주인 아저씨다. 이제까지의 공격 속도와는 궤를 달리 할 정도로 빠르다.
“탑!”
진월이 탑을 부른다. 최탑 또한 진월의 부름이 뭘 뜻하는지 잘 안다.
촤라라락~ 탑의 품 안에 있던 은빛 비도가 모조리 허공을 가른다.
“강희!”
이번엔 강희다.
강희 또한 부름에 곧장 답한다. 그녀도 준비하고 있었던지 바로 사격을 개시한다.
타타타탕~ 반짝이는 탄환들이 오환과 오철을 향해 난사된다.
날아오는 탄환을 유심히 보던 오환이 오철을 옆으로 민다. 오철이 방어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때 폭발음이 일어난다.
콰아앙~ 화르르륵~
검은 불길이 확 일어난다. 최탑이 날린 비도가 둥그런 원형진을 형성하며 깃털 부채를 막았다. 깃털의 끝부분이 마치 칼처럼 날카롭게 변해 최탑의 원형진 중간을 뚫었다.
웅웅~ 원형진이 힘에 부치는지 금속이 우는 소리를 낸다. 검은 불길은 은빛 비도 하나 하나에 모조리 들러붙어 있다. 최탑의 염동력이 비도의 표면을 덮고 있어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그 사이 강희는 계속 권총을 쏘아댄다. 오환과 오철은 미꾸라지처럼 그 탄환을 피해낸다. 특수 철갑탄이기에 맞거나 막으면 그만큼 틈이 생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진월의 몸이 움직인다. 강희가 쏘고 나면 피할 수 있는 회피 방향이다. 진월이 뿜어대는 금빛 영사로 인해 밝은 빛이 확 덮쳐든다. 오환의 시선도 진월을 향한다.
오환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그가 예상한 진월의 능력보다 훨씬 위라는 판단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진월의 권에서 뻗어 나온 영사가 거대한 영사의 팔을 형성한다. 금빛으로 형성된 영사의 팔은 엄청난 폭발력을 품고 있었다.
쿠와아~ 엄청난 힘의 폭풍이 밀려간다.
몸을 날리던 오환의 몸 일부가 조인의 모습으로 변한다. 오른쪽 팔과 어깨만 새의 형상으로 변한다.
후웅~ 한 번의 휘두름으로 광풍이 일어난다.
진월의 영사의 팔이 광풍에 주춤한다. 날카로운 손톱까지 세찬 광풍에 무뎌질 정도다. 팔을 형성하고 있던 영사의 가닥도 끊겨 나풀거린다. 오환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진월의 주먹과 팔에 더 많은 힘이 집중된다.
증~! 기(氣)가 강기가 되듯 영사(靈絲)가 영강(靈剛)이 된다.
오환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그가 뜻한 대로 되지 않았다. 그의 손톱이 빛을 반짝이며 날카롭게 변한다. 손에서는 검은 불길이 확 일어난다. 오환의 특성을 반영한 검은 불길이다.
진월의 영력으로 형성된 권과 오환의 검은 불길이 실린 손이 부딪친다.
그 순간 강희의 능력도 발현된다. 빠르게 움직이는 오환과 오철을 잡기 위해서다. 그녀의 뛰어난 동체시력이 발현되고 방아쇠도 당겨진다.
타앙~ 탄환이 총구를 떠난다.
“…….”
오철은 바로 곁에서 둘의 격돌을 보며 입을 벌린다.
둘의 힘이 부딪친 지점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폭발적인 힘을 자랑하는 양의 힘인 진월의 금빛 영력과 검은 불길을 내뿜는 오환의 음의 오러가 상쇄되어서다.
스스승~ 미세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 사이로 파고드는 물체가 있다.
푸욱~ 강희가 쏘아 보낸 특수철갑탄이 검은 불길의 기운을 약간 잠식한다. 탄두가 반짝이며 양자에너지를 발산해 중화시켜버린 것이다.
철갑탄의 효과 때문에도 균형이 무너진다.
쿠와아아~ 찬란한 금빛이 확 퍼져 오른다. 오환과 오철은 금빛의 기운에 갇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을 향해 영력의 폭풍이 휘몰아친다.
콰드드득~ 집의 마당과 담벼락이 한꺼번에 휘말려 무너져 내린다. 강희는 그 순간에 능력을 발현해 쓰러져 있는 아줌마를 구해 나온다.
콱! 빠직! 지붕의 기와가 눌리며 부서진다.
진월의 시선이 그곳을 향한다.
오환과 오철이 그 위에 서 있다. 오환이 조인의 형태로 변한 손바닥을 보고 있다.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특수철갑탄에 의해 구멍이 났다. 철갑탄의 공격만 있었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월의 공격 때문에 철갑탄의 공격을 막기가 버거웠다. 오환의 손에서는 아직까지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다.
“젠장!”
“괜찮겠냐?”
“회복이 늦다.”
“저놈의 영력 때문이군.”
“그런 것 같다. 열 받는군.”
“크크, 네가 당할 때도 있구나.”
“웃을 때냐? 우선 피하자. 이곳에 있어봐야 득보다 실이 많다.”
휙휙~ 둘이 같이 하늘로 뛰어오른다.
후웅~ 날갯짓 한 번에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친다. 그만큼 그들의 몸도 빠른 속도로 하늘로 치솟는다. 오환이 열이 식지 않는지 독하게 한마디 내뱉는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네놈의 눈알을 뽑아주겠다.”
“…….”
진월의 올려다보며 입맛을 다신다. 날개가 없으니 잡으러 갈 수도 없고 참 난감한 상황이다.
도망가 버린 자들은 어쩔 수 없다. 매수 실장에게 연락을 넣어 날아가 버린 놈들의 추적을 맡긴다. 주변 상황을 정리한 후 오환과 오철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한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잠깐 의아했다. 그러다가 창민을 본다.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괜찮나?”
“뭐라고요?”
진월이 귀를 가리킨다.
“아! 잘 안 들립니다. 고막이 상했나 봐요. 어지럽기도 하고요.”
“크나큰 전력 손실인데…….”
딸깍! 진월이 옆에 달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창민은 아직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물건이다.
“뭐, 뭡니까?”
주사기처럼 생겼으니 당연히 묻게 된다. 강희가 타이른다.
“보약이다. 가만히 있어. 마약보다 좋은 거다.”
“……?”
이미 한 번 효과를 봤으니 그 효능은 충분히 검증해줄 수 있다. 최탑이 옆에서 한마디 더 거들어 준다.
“마명이는 아주 환장을 한다. 갈아탔잖아. 마약에서 팀장님 약으로다가.”
그러나…….
“뭐라고요?”
청력 좋기로 유명한 창민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결국 진월이 주사를 놓는다. 창민이 거절하고 말 것도 없이 바로 목에다 한방 놔버린다.
“끅!”
신음소리와 함께 눈동자 한 번 뒤집더니 잠시 후 깨어난다. 진월이 그런 창민을 보며 피식 웃는다.
“청력 좋은 것이 해가 될 때도 있구나.”
“그놈들 소리 장난 아니었다고요.”
“그랬지. 너도 국장님한테 기공 좀 배워야 할 것 같다. 보호를 위해서는 필요할 것 같구나.”
“원체 소질이 없어서요.”
“그래도 배워. 그리고 너 저번에 쉐인이란 자 추적했다면서.”
“네. 거의 근처까지 간 것 같은데…….”
“차하고 같이 버려졌다는 말은 들었다.”
“…….”
참 요원치고는 쪽 팔리는 일이다. 하지만 진월이 묻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 자는 왜 갑자기 물으세요.”
“물어 볼 것이 있다.”
“굳이 그 자에게 물을 필요가 있나요?”
“허전해.”
“사귀세요?”
“내 주사의 부작용인가?”
“네?”
“맞고 나면 자꾸 헛소리를 해서 말이다. 부작용에 기록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환청, 환시, 환각 또는 정신착란 등등 말이다.”
“갑자기 허전하시다고 하니까 하는 말 아닙니까?”
“항상 이런 일이 있으면 나타나던 자가 안 나타났어.”
“어? 진짜 그러네요.”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만 딱 그 짝이다.”
진월의 책망이 들렸을까? 쉐인은 갑자기 귀가 가렵다.
“아! 씨~ 누가 내 욕하나?”
“욕한다.”
구름을 타는 자 바알이 대답까지 친절하게 해준다.
“누가요?”
“알 것 없다.”
“진짜 이럴 겁니까?”
“내 맘이다.”
“그러신다 이거죠?”
“네가 어쩔 건데?”
“신이 뭐 당신만 있나요?”
“뭐라고? 이놈이 지금……. 당장 쫓아버려!”
바알의 세 얼굴이 동시에 소리친다.
“흥!”
쉐인이 코웃음을 친다. 바알이 열이 뻗치는 지 세 얼굴이 동시에 붉어진다. 어쩔 줄 몰라 부르르 떨기까지 한다. 그리고 동시에…….
“미안하다. 잘못했다. 용서해 주라.”
“당연히 그러셔야지. 나 아니면 누가 바알님 비위를 맞춥니까? 자! 불어 봐요?”
“진월이다.”
“지금 진월이 제 욕을 했다 이겁니까?”
“그렇지. 아주 쌍욕을 하더라.”
“호오! 그렇게 도와줬더니만 저를 욕한다고요? 뭐라고 했습니까?”
“개똥도 약에 쓰려니 없단다. 결국 네가 개똥인 것이지.”
“개똥?”
쉐인이 뒷목을 잡는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