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 장 전부 다 부셔주지.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린다. 주변에 있던 차들이 밀려나거나 뒤집어진다.
매수 실장이 바닥을 치며 통곡한다. 근근이 버티던 본인 차도 다른 차와 부딪치며 부서졌다. 이 상황에서 자동차가 부서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국장이 봤으면 시말서 감이다. 그 국장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매수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휙 들어 국장이 있던 곳을 본다. 자욱한 먼지가 일어나 있다. 서서히 국장의 모습이 드러난다.
상의가 날카롭게 잘려 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군데다. 그 틈에는 잘려진 상처도 보인다. 붉은 피가 배어나온다. 그럼에도 국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잘려진 옷 틈으로 보이는 상체는 근육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
펄럭 펄럭~ 찢어진 상의가 펄럭인다. 국장의 몸에서 무형의 기운이 발산된다.
나찰 오환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매수 실장의 시선이 나찰 오환에게 머문다. 매수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진다. 그리고는 바로 국장을 새삼스럽다는 듯 다시 쳐다본다.
나찰 오환의 왼쪽 가슴이 움푹 파여 있다. 주변의 깃털들은 마치 회오리가 파먹은 듯 파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휘돌아 있다. 국장은 신체에 여러 번의 검상을 허용했지만 큰 한방을 먹인 것이다. 국장의 기운이 점점 상승한다. 마지막 결정적인 한방을 먹여버리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나찰 오환은 마치 치명상을 입은 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눈도 감겨 있다.
번쩍!
오환의 눈이 갑자기 뜨인다. 번쩍이는 백색 광망이 오환의 눈에서 발산된다. 정면으로 보고 있으면 눈을 멀게 할 정도의 강한 빛이다.
“인간 따위가…….”
화르르륵~ 나찰 오환의 몸에서 검은 불길이 매섭게 피어오른다.
두 날개가 펄럭인다.
훙훙~ 강한 바람이 국장을 향한다.
국장은 두 발을 바닥에 박은 채 몸을 고정하고 있다. 더불어 흡(吸)자결까지 동원해 지면에 발을 붙여 몸을 고정하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국장의 몸 주변으로 기막(氣膜)이 펼쳐졌는지 검은 불길이 부딪치며 충돌한다. 국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중얼거린다.
“심장이 부서졌을 텐데도 움직이는구먼.”
“미개한 인간의 몸과 우리의 몸이 같을 것이라 생각했나?”
“뭐 다르면 별 수 있나?”
“별 수 없으면?”
“전부 다 부셔주지.”
“크크크크! 꿈이 큰 것은 죄가 아니지. 그 하찮은 기력 모두 부셔주지.”
스스스승~ 나찰 오환의 앞으로 검은 깃털검이 여러 개 만들어진다. 검은 불길 또한 이글이글 타오르는 검이다.
“잘 막아봐라.”
슈슈슉~ 검은 깃털검이 허공을 가른다. 검은 빛줄기가 아니라면 눈으로 따라잡기도 힘든 속도다.
콰과과광~ 굉음이 휘몰아친다. 깃털검과 국장의 손이 부딪쳤을 뿐인데 엄청난 기운이 소용돌이친다. 국장의 아미가 구겨진다. 충격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국장을 향해 이번에는 대형 깃털검이 날아든다. 사람의 몸통만한 크기다. 이글거리는 검은 불길 또한 차원을 달리한다.
피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막아야 할 상황이다.
“야~ 이놈들아! 늙은이 힘든데 안 돕고 뭐하는 거야?”
말은 하면서도 국장의 몸은 바쁘게 움직인다. 이번에는 양손을 다 동원해 몸을 옆으로 틀면서 깃털검의 옆면을 가격한다.
콰아앙~ 깃털검이 터져 나간다. 그러나 그 불길이 국장의 몸에도 달라붙는다.
“흑!”
국장의 입에서 약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기살에 의한 기폭으로 깃털검을 터트렸지만 검은 불길의 특성을 모두 억누르지는 못했나 보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찰 오환이 쇄도한다. 검은 빛살이 움직이는 것 같다. 국장 또한 바로 자세를 잡으며 대항한다. 하지만 검은 불길의 침투 때문인지 기행이 원활하지 못하다. 국장의 얼굴이 약간 찡그려진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태기손바람을 지른다.
훙! 훙! 훙! 세 개의 기풍이 나찰 오환이 쇄도하는 방향을 막는다. 오환의 날개가 칼처럼 날카롭게 세워진다.
스스슥! 기풍이 모조리 오환의 날갯짓에 잘려 나간다.
콰과광~ 기폭이 섞여 있었는지 굉음을 동반하며 터져 나간다.
휘리릭~ 나찰 오환의 신형이 세차게 휘돈다. 폭발의 여파를 흘려보내기 위한 방법이다. 돌던 오환의 몸에서 시커먼 칼날이 쑥 밀려나온다. 거대한 날개가 마치 검처럼 휘돈다. 단칼에 국장을 잘라버릴 요량이다.
폭발의 여파에 국장 또한 아직 태세를 정비하지 못한 순간이다.
“쑤리사즈(thurisaz)!”
쉐인의 음성이 바로 곁에서 들린다. 국장이 실눈을 뜨고 슬쩍 본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있다.
“쓸 만 한 놈, 왔답니다.”
카앙! 쉐인의 주변에 형성된 거인의 형상이 검고 거대한 칼날을 막는다.
“욱! 대단하군요.”
쉐인이 깜짝 놀란 듯 감탄사를 내뱉는다. 룬어를 하나만 내뱉은 것이 아니다. 오면서 보호의 룬어도 이미 던졌다. 이미 몇 중의 룬어로 강화된 후 거인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데 거인의 손에 들린 방패가 갈라졌다. 나찰 오환의 파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카앙~ 나찰 오환의 반대쪽 날개가 다시 한 번 방패를 가격한다.
쩍! 완벽하게 갈라진다.
“테이와즈(teiwaz)!”
쉐인의 영창이 이어진다. 그의 손이 들린다. 거인의 손도 따라 움직인다.
증! 거인의 손에 군신 티르의 창이 들린다. 붉게 타오르는 화염의 창이다.
화과곽~ 생성되자마자 대기를 가르며 날아간다. 나찰 오환의 가슴을 뚫어버릴 듯 맹렬한 기세다. 거인의 크기만큼이나 창도 크다. 그러나 오환은 전혀 피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콱! 이글거리는 화염의 창을 맨손으로 잡는다.
쿠두두~ 쉐인은 힘껏 누르고 오환은 버틴다. 백중세다. 쉐인이 팔목을 휙 꺾는다. 그에 따라 화염의 창이 세차게 휘돈다.
패래랙~ 화염의 창이 휘돌며 오환의 손 안에서 마찰을 일으킨다.
오환의 미간이 구겨진다. 그에게도 화염의 열기가 뜨겁게 전달되고 있다. 결코 쉽게 볼 상대들이 아닌 것이다. 인간들이 이 정도의 능력을 보이는 것에도 놀라고 있다. 그의 시선이 주변을 빠르게 훑는다. 강희와 최탑만이 아직 분신과 싸우고 있다. 진월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다. 생각을 하는 순간 뒷골이 오싹해진다.
위험을 감지한 순간 힘을 더한다. 창을 잡은 그의 손에서 검은 불길이 화악 일어난다. 일어난 불길이 창을 거슬러 오른다. 상대의 마나를 태우며 더 강한 불길을 일으키는 특이한 불이다.
“워워~ 위험한 양반이네.”
쉐인이 거인의 손에 들린 창을 공중에 띄운다. 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쉐인을 스쳐지나간다. 진월이다.
“잡아들여도 쓸모가 있으려나 몰라?”
쉐인이 진월을 향해 던지는 말이다. 진월은 지금 전신에 영사를 휘감고 있다. 마치 근육의 모양새를 강조한 강화복을 입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이다. 더구나 검은 불길과는 상극인 금빛 영사로 모조리 전신을 도배했다.
후웅~ 진월의 권이 오환을 향해 쇄도한다. 그 모습을 본 오환이 손에 들린 창을 진월을 향해 던진다.
퍼억! 진월이 창을 내친다. 거대한 창은 지하의 벽면을 향해 날아간다.
콰아앙~ 창이 처박힌 지하주차장의 벽면이 무너져 내린다.
나찰 오환이 무서운 속도로 뒤로 물러난다. 그의 직감이 우선은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피하던 오환의 날개가 날카로운 날을 세운 채 진월을 향해 쇄도한다.
콰쾅~ 영사로 보호되고 있는 진월의 권이 날아드는 검은 날개를 쳐낸다. 방어 이후 진월의 내딛는 발이 강하게 바닥을 밟는다.
쾅! 굉음이 일어난다. 그의 몸이 앞으로 쑥 뻗어나간다. 뒤로 물러나는 오환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거기에 쉐인의 주문력이 작용한다.
“라이도(raidho)의 힘으로 슬로우!”
“윽!”
신속하게 무르던 나찰 오환의 몸이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린 듯 느려진다.
“전 정말 쓸모가 많답니다.”
쉐인은 생색 때문에 모든 것을 깎아먹는다.
쉐인의 주문 덕에 진월과 오환의 거리가 확 줄어들었다. 진월의 권이 엄청난 힘이 실린 채 오환을 향해 날아든다. 오환은 위험을 감지하고 날개를 접으며 움츠린다.
콰앙! 진월의 영사로 둘러싸인 권이 날개에 적중한다. 강력한 파괴력에 나찰 오환조차 몸이 한쪽으로 휙 쏠린다. 한방으로 끝이 아니다.
쾅! 반대편 권이 다시 반대 날개에 꽂힌다.
“이익!”
날개 속에 있던 오환의 눈에 오기가 서린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모습이다.
파악! 충격 속에서도 날개를 앞으로 펼친다.
피리리릭! 검은 깃털이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허공을 베어간다. 깃털 끝에 달린 검은 불길은 더 강한 힘이 실렸는지 마치 레이저로 만들어진 검처럼 진월을 향해 날아간다. 그대로 향한다면 진월의 양팔이 정확히 잘릴 위치다.
진월 또한 그 모습을 정확히 보고 있다. 그의 몸이 움찔한다. 그 짧은 순간 약간 움직인 것 같은데 변화를 알아보기는 힘들다. 둘 사이에 순식간에 공방이 오고 간다. 모습은 정확히 보이지 않지만 소리는 들린다.
콰곽! 뭔가 잘렸지만 잡혔다.
푸욱! 누군가는 찔렸다.
“컥!”
나찰 오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진월은 표정만 구길 뿐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워낙 고통에 익숙해 입을 벌리지 않는지라 진월의 부상 정도는 알 수 없다.
뚜두두둑~ 진월의 오른쪽 겨드랑이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상당히 깊은 상처인지 떨어지는 피의 양이 상당하다.
나찰 오환의 날개가 진월의 겨드랑이 사이에 박혀 있다. 영사로 만들어진 갑옷을 뚫고 진월의 피륙에 상처를 냈다. 오환의 날카로운 손톱 또한 진월의 오른쪽 가슴에 박혀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보인다. 오환의 날카로운 손톱에는 검은 불길까지 일어나 있다. 파괴력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진월의 영사 갑옷을 뚫고 신체 또한 관통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진월의 가슴 근육에만 파묻혀 전진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우두둑~ 오환의 왼쪽 어깨가 부서지는 소리다.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던 날개까지 같이 부러졌다. 진월의 오른팔이 오환의 날개와 오른팔을 엮어 잡은 후 어깨뼈를 악력으로 박살냈다. 영사의 힘까지 더해져 충분히 가능했다.
“크윽!”
오환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이 신음은 고통에 찬 신음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을 차리는 음성에 가깝다. 이유는 오환의 흉부가 말해준다. 진월의 왼팔을 덮고 있던 영사가 검처럼 변해 오환의 오른 가슴을 관통해 있다.
나찰 오환은 충격에 입을 벌린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한 번의 충격이 이어지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던 것이다.
“어, 어떻게 네놈이……?”
“이대도강(李代桃僵)이라고 들어봤나? 전술의 승리지.”
“…….”
“길들여 쓰기엔 너무 독이 올라 있어.”
쑤욱~ 영사의 검이 오환의 몸에서 빠져나온다.
쉐인이 곁에서 동의한다. 길들여 써야 할 사람이 바로 자신이니 더 그렇다.
“그렇지요.”
“그럼 동의한 것으로 하지.”
진월이 오환에게서 슬쩍 물러난다. 마치 볼일이 끝났다는 듯 돌아선다. 나찰 오환은 순간 당황한다. 등을 보였으니 그에겐 기회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왜 주나 싶어 찰나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오환의 눈빛이 빛난다. 비록 상처를 입긴 했지만 이 정도로 죽지는 않는다. 더구나 그들 또한 요괴를 넘어선 신족이다. 회복 또한 빠르다.
멀쩡한 오른팔과 날개가 진월의 등을 향해 움직인다. 소리도 없다. 서 있던 곳에서 사라진 순간 진월의 등과 마주하려 한다.
나찰 오환의 눈에 웃음기가 어린다. 그런 그의 눈동자에 밝은 빛이 번쩍이는 것이 보인다. 그의 불길은 검은 색이니 절대 밝은 색은 아니다. 가로로 베어지는 금빛의 줄기는 그의 사각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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