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장 기다리는 자가 있다.
경비 팀 중 남은 것은 2팀뿐이다. 언제 왔는지 전철 부장이 그들의 앞에 서 있다.
“엄폐물을 만들어 방어에 치중한다.”
“네.”
“층간 문에 부비트랩은 설치했나?”
“네. 이중으로 설치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나오나 볼까?”
C구역으로 넘어오는 층간 문에 폭탄을 설치해 두었나 보다. 그냥 문을 열 경우 핀이 뽑히며 폭발을 하게 되어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파악하고 방법을 마련한다면 두 번째가 준비되어 있었다. 문을 열게 될 경우 문에 달린 도어 클로저가 벌어진다. 밖에서 열 경우 도어 클로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다시 하나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진월이 움직이다가 멈춘다. 그의 감각은 위험을 알리고 있다. 물론 층간 문에 설치된 폭탄 때문이 아니다. 그의 이런 묘한 감각은 바로 전철 부장 때문에 느끼는 것이다.
층간 문 앞에 도착한 진월이 잠시 멈춘다.
‘갑자기 조용해졌군.’
진월이 느끼는 대로다. 이제까지 그들을 저지하려던 경비 팀이 갑자기 사라졌다. 뭔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괴멸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파악된 시설의 규모로 봤을 때 더 많은 인원이 상주해야 하는 것이 맞다.
진월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자 마명이 나선다. 개틀링 건을 난사하고 났더니 흥분감이 아직 덜 가신 표정이다.
“제가 앞장설까요?”
“죽고 싶으면…….”
진월이 핀잔을 준다. 목영호가 마명의 뒷목을 잡아끈다.
“죄송합니다. 아직 전술 훈련탄의 약기운이 덜 깬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전술도 잊어버린 것을 보니까요.”
“…….”
마명은 목영호의 핀잔에 그제야 제 정신을 차린다. 흥분이 좀 가라앉은 것 같자 진월이 명령한다.
“약쟁이! 소원이라면 열어봐라.”
“죄송합니다.”
“명령이다.”
“싫습니다. 죽기…….”
진월의 시선이 마명을 뚫어져라 보다가 다시 말한다.
“후방을 맡아라.”
“열겠습니다.”
“뒤로 가!”
“열겠다는데 왜요?”
“죽는 꼴도 보기 싫으니 뒤로 가라.”
“…….”
정말 보기 싫은가 보다. 마명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지 입을 다문다. 진월이 강희와 최탑을 보며 말한다.
“뒤에 꼬리가 붙었다. 보통 놈들은 아닌 것 같다.”
최탑이 팔목의 패널을 조작한다. 아까 두고 온 드론카메라가 아직 작동하고 있다. 최탑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그놈들입니다.”
“…….”
상황이 묘해진다. 경비 팀들을 제거하며 왔지만 정작 무서운 상대들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다.
“넷이군.”
“네. 맨 앞에 선 놈이 바로 민서를 잡아갔던 그놈입니다.”
“맞는 것 같군.”
진월 또한 동의한다. 바로 용자룡의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철형”
“네.”
“구조물 파괴탄 1발, 이어서 화살탄이다.”
“네.”
“탑! 도와줘라.”
철형이 대전차포인 칼 구스타프를 들어 올리고 탑이 탄을 장입해 준다.
준비가 끝나자 진월이 명령을 내린다.
“문을 날린다. 이후 뚫고 전진한다.”
“네.”
“마명, 강희, 최탑은 후방을 맡는다.”
셋이 고개를 끄덕인다.
“영호는 나머지 대원과 함께 민서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팀장님은?”
“나를 기다리는 자가 있다. 그 자는 내가 묶는다. 너희는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라.”
“네.”
진월이 고개를 끄덕이자 철형이 기다렸다는 듯 대전차포인 칼 구스타프의 방아쇠를 당긴다.
푸확~
콰앙!
콰과광~
층간 문에 구스타프의 구조물 파괴탄이 부딪치며 폭발을 한다. 그러자 문 자체가 폭발하듯 떨어져 나가며 문에 장착되어 있던 부비트랩도 같이 폭발한다. 연쇄 폭발이 일어나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건물파괴용 다용도 탄!”
갑자기 탄 종류를 바꾸라는 명령이다.
“커브 도는 모서리를 날린다.”
푸확~
구스타프가 다시 한 번 불을 뿜는다. 매캐한 화약 연기가 대원들 주변으로 퍼진다.
콰아앙~
“으악~”
“크헉!”
통로의 모서리가 통째로 날아간다. 마치 굴을 굴착할 때 구멍을 파서 다이너마이트를 집어넣은 다음 굴착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돌과 바위 파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근처에 있던 경비 병력들 일부가 피해를 입은 것 같았다. 진월이 이미 적들의 위치를 파악했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명령이었다.
“화살탄!”
탑이 빠르게 화살탄을 장입해 준다. 벌써 소비한 탄만 네발 째다. 물론 두발씩 넣어가지고 다닐 수 있는 탄통이 있고 다섯이 그 탄통을 하나씩 들고 왔다. 도합 열 발의 고폭탄이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화력에는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진월이 팔에 채워진 팔찌에서 드론카메라를 또 빼들어 던진다.
툭! 도르르르~
삑 소리가 나며 고글에 전방의 모습이 들어온다. 코너 옆쪽에 포진하고 있던 병력 다섯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 둘은 충격에 날아갔고 셋은 앞을 가리던 엄폐물이 날아가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잠깐!”
진월이 갑자기 제지한다.
“인마살상용 고폭탄으로 바꾼다.”
전방의 모습은 각 대원의 고글에도 보인다. 진월이 왜 갑자기 탄의 종류를 바꾸라고 한 것일까? 이유는 다름 아닌 약간 뒤쪽에 서 있는 거대한 체격의 남자 때문인 것 같았다. 강희가 전철 부장을 바로 알아본다.
“지하 시설에 있던 그 남자에요.”
“…….”
진월이 답을 하지 않는다. 강희는 진월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한 말의 의미를 바로 파악한다. 이미 보기도 전에 진월은 느꼈다는 의미다. 진월은 동물의 감각을 초월하는 직감을 지니고 있었다.
“쏴!”
푸확~
슈우우웅~
인마 살상용 고폭탄이 통로를 울리며 날아간다.
최탑이 집중한다. 총알이나 비도와는 또 다르다. 물체가 그만큼 크니 힘도 그만큼 많이 든다. 속도는 좀 느릴지언정 추진력은 로켓의 힘을 빌리기에 더 강하다. 조종하는데 힘이 더 많이 드는 이유다.
“음!”
최탑이 인마 살상용 고폭탄의 진로를 바꾸고 나서 나직한 비음을 토한다. 가장 힘든 작업을 끝냈지만 아직 할 일이 있다. 그가 노리는 것은 경비 병력이 아니다. 바로 약간 뒤편에 서 있는 전철 부장이다.
철컥!
그 사이 칼 구스타프의 탄을 다른 조원이 다시 장입했다. 철형이 바로 연이어 다시 쏜다.
진월이 집중하고 있는 탑을 갑자기 부른다.
“탑!”
“헉!”
탑이 신음을 토한다. 아직 앞서 쏜 고폭탄에 대한 조종도 끝나지 않았는데 다시 부르니 놀랄 수밖에 없다. 아니 이미 일은 저질러 놨다. 쏴버렸으니까. 뒤에 쏜 것을 조종하지 않는다면 벽에다 그대로 들이받게 생겼다.
“으윽!”
최탑이 다시 뒤에 쏜 화살촉탄에 집중한다. 속으로는 열나게 진월을 씹는다.
‘능력 사용을 되도록 자제하라고 하더니만. 말을 말던가?’
“힘들어 상처가 터지면 내가 살아있는 한 영양보충은 시켜주지.”
“…….”
속에 들어앉은 것 같다. 귀신이다. 최탑은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찔끔한다.
두 번째 탄도 간신히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미 앞서 쏜 탄이 폭발을 했어야 할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모두 침묵하고 있다. 그들의 고글에 비친 화면을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이익!”
최탑이 이를 악물고 손을 위로 들어 올린다. 화살탄을 공중으로 띄우고 있다. 그나마 적 경비 병력이 포진한 곳이 홀이었기에 약간의 공간이 더 있는 상황이다. 화살탄의 신관이 작동한다.
파악!
탄두가 확 열리며 수백발의 화살촉이 허공에서 지상으로 쏟아져 내린다.
최탑 또한 임기응변으로 행한 수법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피해를 주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전철 부장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전철 부장은 전에도 진월과 대결 시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신체 능력은 진월을 능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에 더해 그는 영력을 사용하는 능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지금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철 부장의 손에는 회색빛의 영력이 형성되어 있다. 처음 발사한 인마 살상용 고폭탄이 바로 그 영력에 잡혀 아직까지 불을 뿜고 있다. 고폭탄은 앞으로 나가려 하고 전철 부장은 붙잡아 놓으려 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물렀다를 반복한다. 문제는 전철 부장이 한 팔로 그걸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색빛 영력이 더 커진다. 둥그런 형태의 장을 형성한다. 바로 중력장이다. 영력을 이용해 중력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중력장의 형성이 가능한 것이 전철 부장의 능력이다.
중력장 안의 고폭탄이 방향을 바꾼다. 바로 날아오는 화살촉탄을 향해서다.
중력장의 힘을 거두자 아직까지 연소하고 있던 고폭탄이 힘차게 날아간다.
콰아앙~
폭발의 여파로 아래로 내리꽂히던 화살촉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파파파팍~
“윽!”
“크악!”
고폭탄의 폭발이 많은 화살촉들을 다 처리하지는 못했는지 경비 병력 몇이 다시 피해를 입는다. 전철 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현재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기지는 외부의 공격에 대해 강한 방호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시설 내부의 방어에는 기본적인 화기만 동원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처럼 최신의 중화기로 능력자가 침투할 경우를 상정하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를 지휘하는 진월은 전투에 관한한 도가 튼 자다.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경향이 없잖아 있었다.
“모두 자리를 지켜라.”
전철이 앞으로 걸어 나온다.
진월이 고글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본다.
“마명, 후방을 잘 막아야 한다.”
“네.”
“개틀링 건의 전술 훈련탄을 잘 활용해라.”
“……네.”
진월의 말에 마명은 해머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나쁜 머리를 원망한다. 적은 강화복을 걸치고 있다. 실탄으로 피해를 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개틀링 건 정도의 파워라면 강화복에 통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전술 훈련탄의 경우 드러난 피부만 있다면 백퍼센트다. 더구나 강화복 또한 방수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진월이 앞으로 걸어 나간다.
“영호!”
“네.”
“일렬로 나를 따른다. 코너를 돌면서 바로 공중 폭발탄을 연사한다.”
“그러면 적들에게 바로 노출되십니다.”
“한번 맞아보지. 권총 정도는 막을 수 있으니 소총탄에도 적응 한 번 해보는 거다.”
진월이 목을 한번 돌린다.
우두둑!
그의 몸이 변화한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몸에 두른 방탄복과 옷들의 버클이 터질 듯이 팽팽해진다. 그의 몸 주위로 영사가 춤을 추듯 펄럭이며 나부낀다. 처음부터 단단히 마음을 먹고 발휘하니 뒤를 따르는 이들의 고글에도 선명하게 보인다. 목영호와 대원들의 눈에는 도저히 사람의 능력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적들의 대장은 진월보다 강하다 했다. 도대체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진월이 코너를 돈다. 진월의 손에는 이 상황에서도 K-2C가 들려 있다.
푸슝! 푸슝!
도는 순간 두 발의 총탄이 총구를 떠난다.
퍽! 퍽!
경비 병력 둘의 철모를 정통으로 뚫는다. 빗겨나가지 않는 각도를 정확히 조준해 쏜 것이다. 유효사거리 내에서 정통으로 맞으면 뚫리는 철모의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코너를 돌며 적 둘의 숫자를 줄였다. 진월의 총구는 바로 전철을 향한다.
타타타탕~
적들도 놀고 있지 않는다. 진월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가한다. 그와 때를 같이 해 목영호가 진월의 뒤에 바짝 붙어 공중 폭발탄을 쏜다.
퍼퍼퍼퍽~
티티잉~
총알이 진월의 몸에 박힌다. 일부는 벽과 바닥에 맞아 튕긴다.
퍼퍽!
“크윽!”
“윽!”
뒤따르던 진월 팀에도 최초의 부상자들이 생긴다. 하나는 팔에 맞았고 하나는 허벅지를 스쳤다. 정확하게 날아온 탄들이 아닌 벽과 바닥에 부딪쳐 튕긴 탄들이다. 하지만 부상자가 생긴 것만으로도 작전에 큰 차질이 생긴다.
전진하던 진월이 계속 쏟아진 총알 세례에 잠깐 멈췄다. 아니면 총알이 그의 영력의 장(場)을 뚫고 그에게 피해를 준 것일까?
-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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