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 장 발휘된 잠력.
큥! 용자룡의 권에서 풍압이 느껴진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의 권에 기와 바람이 섞여 있다는 것은 느낌으로도 알 수 있다. 권이되 맞으면 살이 잘리는 태기지르기다.
진월도 막고 싶지만 현재는 막을 수 없다. 너무 급작스럽게 당한데다 세 명의 협공이다. 진월의 몸이 강화된다.
꾸두둑~ 근육이 팽창하며 옷이 조인다. 전신에서는 영사가 마치 불꽃처럼 피어오른다.
콰아앙! 용자룡의 권이 진월의 몸에 적중한다. 마치 뭔가 폭발하는 것 같은 음향이다. 용자룡의 권이 진월의 몸에 부딪쳤다가 떨어져 나온다. 그러나 그건 그의 의지로 권을 들어 올린 것이 아니다. 마치 튕겨져 나온 것 같은 모습이다.
용자룡의 미간이 구겨진다. 진월의 능력은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임이 분명하다.
퍽! 용자룡의 두 손이 순식간에 진월의 양 귀를 때린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 공격 하나만으로도 드러누웠다. 고막이 파열될 수도 있으며 전정 기관에 충분히 문제를 줄 수 있는 공격이다. 인간이 서있을 수 없도록 만드는 공격이다.
진월은 버텨낸다. 아마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용자룡 또한 그 공격이 본 공격이 아니었나 보다. 그대로 진월의 얼굴을 잡더니 머리로 들이받는다.
쾅쾅쾅! 연속해서 세 번을 있는 힘껏 들이받는다. 아무리 진월이 영사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지만 용자룡 또한 능력자다. 그의 기가 실린 공격은 영사의 방벽을 꿰뚫는다. 진월의 코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제4식인 태기박치기의 위력이다. 모양새 없다고 진월이 욕을 했지만 실전에서 이만큼 강한 공격도 드물다. 더구나 기를 실어 들이받는 박치기라면 얼굴이 함몰되어 즉사를 시킬 수 있는 공격이다.
연속된 공격이 이어진다.
퍼억! 용자룡의 발이 진월의 명치에 그대로 박혀든다. 한 수 한 수가 사람의 숨을 확실히 끊어놓을 수 있는 수다.
“…….”
진월의 몸은 굽혔을지언정 신음소리는 없다. 정말 지독한 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휘리리릭~ 용자룡이 크게 돌리는 팔과 손에서 큰 바람이 일어난다. 태기손바람에 더해진 기살이다. 위험한 기술이다. 신체의 내부를 파괴하는 기술이기에 더욱 그렇다. 용자룡의 실력에 진월이라도 제대로 맞게 되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큭!” 누구의 신음일까? 진월의 신음소리는 아니다.
용자룡 또한 공격을 하려는 순간 들었다. 그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 동체 실력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바로 백동의 주박술이 펼쳐진 곳이다. 주박술에 의해 형성된 검은 손들은 뭔가를 하나씩 매달고 있었다. 바로 시커먼 검날이 검은 손바닥에 박혀 있다. 진월의 검은 영사가 칼날로 변해 손바닥을 꿰뚫은 것이다. 그 공격으로 주박술이 풀렸다. 주박술을 해제한 것에서 멈춘 것이 아니다. 검은 영사의 특성이 투과성과 침투성이다. 상대의 힘을 중화하는 특성도 있다. 백동이 진월의 힘에 눌리지 않았다면 피해를 보지 않았겠지만 눌린 상황이다. 주박술이 밀렸으니 시전자가 그 피해를 떠안게 된다.
진월의 몸을 덮고 있던 뇌전도 마찬가지다. 진월이 형성한 영사의 팔을 타고 뇌전이 이동한다. 상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한다. 진월은 뇌전이 흘러들 길을 만들어줬다.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뇌전이 검은 영사를 타고 계속 팔과 권의 끝으로 이동한다.
용자룡의 공격은 더 늦기 전에 행해진다.
콰앙! 강한 진각이 바닥을 울린다. 용자룡의 권이 마치 용이 물을 가르고 헤엄치듯 진월의 명치를 향해 파고든다. 권의 끝에서 기살이 떠난다. 국장의 실력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위력이다. 희뿌연 권경의 형상이 실체로 보일 정도니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다.
진월이 권에도 검은 영사와 함께 제창협의 뇌전이 맺힌다. 형태는 용자룡의 것보다 더 명확하다. 두 권경이 허공에서 부딪친다.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홀로 들어서던 진월의 팀원도 충격의 여파에 대비하려 한다. 그런데 밝은 빛과 함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두 기운이 중화되더니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
콰과과광~ 전혀 뜻밖의 소리가 홀 전체를 들썩이게 만든다.
용자룡과 진월의 박투다. 둘은 이미 결과를 예상했는지 충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바로 달려들어 둘 다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다.
진월의 권에는 검은 빛의 영사가 건틀렛처럼 형성되어 있다. 용자룡의 권에는 희뿌연 기운이 맺혀 있다. 둘의 공방은 한방 한방이 상대의 숨통을 뜯어낼 정도로 살벌하다. 지켜보던 이들이 도저히 끼어들 여지가 주어지지 않을 정도다. 둘 다 선 자리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치고 받는다. 둘이 부딪칠 때마다 굉음과 풍압에 지켜보던 이들이 들썩일 정도다.
양쪽 모두 진월과 용자룡의 대결이 치열해 서로 경계만 하며 지켜보고 있다.
콰광! 진월의 두 주먹이 용자룡의 가드에 박힌다. 용자룡의 자세는 한발을 든 채 두 팔은 가드를 하고 있어 킥복싱의 방어 자세를 연상 시킨다. 그 상태에서도 진월의 권을 버텨내는 것을 보면 용자룡도 대단한 자다. 시멘트를 꿰뚫는 파괴력을 견뎌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콰앙! 용자룡의 들렸던 발이 바닥을 내리친다. 진각이다.
강한 진각에 바닥이 쩍 갈라진다. 진월의 발도 바닥에 퍼지는 충격에 슬쩍 들린다. 용자룡의 전신이 갑자기 확대된다. 그 순간의 틈을 어깨로 파고든다.
팔태신술의 1식인 어깨몸부림이다. 하지만 그 초식만 따로 쓰지는 않는다. 이미 진각을 밟을 때 6식인 태기팔춤이 시작된 상태다. 진각에 의해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전 5식이 모두 펼쳐진다. 그 응용은 구현하는 자의 마음이니 어떤 공격이 들어갈지는 알 수 없다.
퍼억! 진월은 가드를 했지만 충격에 몸이 뜬 채 뒤로 밀린다. 그 순간 모든 기운을 아래로 쏟아 부어 무게를 늘린다.
드득! 진월의 발이 바닥을 파헤친다. 충격에 밀리다 멈춰 선다.
둘의 공방 이후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용자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파고든다. 이번에는 태기손바람에 이은 기살이다. 다가서기도 전부터 풍압이 안면을 때린다. 웅웅~ 거리는 괴음은 충분한 위력이 실렸음을 상징한다.
쿠득! 진월의 오른 발 밑에서 미약한 소음이 발생한다. 그의 근육에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이 실리며 바닥에 힘이 가해지며 나는 소리다. 진월의 몸이 솟구친다.
파앙! 대기가 터져 나간다. 진월의 몸 주변에서 공기의 벽이 생성되며 나는 소리다. 그만큼 빠르게 움직인다는 의미다.
용자룡의 기살이 갑자기 목표를 잃었다. 오히려 진월의 움직임에 날아들던 기살이 딸려 움직이려 할 정도다. 용자룡의 시선도 급하게 움직인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움직임이다. 빠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감하니 그 느낌이 또 다르다. 용자룡은 느낌으로 진월의 움직임을 잡는다.
‘왼쪽이다.’
아직까지 힘이 실려 있는 그의 왼손이 무의식적으로 올라간다. 오랜 수련을 통해 발달한 감각이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나쳤다. 왜?’
진월의 몸은 이미 그의 몸을 지나쳐 있었다.
용자룡의 시선에 흑빛과 금빛의 영사가 층층이 형성된 기다란 줄이 보인다. 진월이 움직이며 발산한 것이 이제야 눈에 보인 것이다. 진월의 능력 또한 한층 진일보한 상태다. 용자룡의 시선도 진월의 움직임을 따라 돌려한다. 그가 고개를 돌리는 속도보다 진월의 움직임이 빨랐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진월이라고 해서 매 순간 이런 속도를 낼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경우는 그의 잠력을 이백 퍼센트 끌어낸 경우라 하겠다.
진월의 발이 올라간다.
퍼억! 진월이 용자룡의 뒤에서 발로 그의 오금을 강하게 가격한다.
“크윽!” 용자룡의 신음소리다.
무릎이 탈골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의 충격이다. 무릎을 꿇기 싫어도 꿇게 된다. 주저앉은 용자룡의 머리 위로 뭔가 휙 날아간다.
진월의 영사에 잡힌 권경 형태의 기살이다.
직~ 지직~ 채찍처럼 길게 늘어진 진월의 영사가 용자룡의 기살을 형체 그대로 잡아 날려 보낸다. 목표는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백동이다. 제창협이 옆에서 그 모습을 보다가 앞으로 나선다. 모든 힘을 쏟아내듯 괴성까지 지른다.
“우아아악~”
빠지지지직~ 제창협의 몸에서 엄청난 뇌전이 뿜어져 나온다. 과연 사람의 몸에서 저런 뇌전을 뿜어내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몸을 타고 흐르던 푸른 뇌전이 제창협의 손을 중심으로 뭉친다. 제창협은 과거 국장의 기살을 직접 받아본 적이 있어 그 위력을 알고 있다. 대비에 만전을 기한다. 권경 형태의 기살이 진월의 영사를 떠나 제창협의 정면을 향해 날아온다.
콰지직~ 기살과 제창협의 뇌전이 격돌한다. 기살은 뇌전의 안에서 휘돌고 있다. 휘도는 기살은 하얀 빛을 흩뿌린다. 그 빛이 뇌전을 타고 파고든다. 기살의 무서운 점이다. 제창협이 움찔거린다. 몸 안으로 파고든 이질적인 기운 때문이다.
“끄으으으~”
제창협이 힘겨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뒤에는 입에서 피를 게워내고 있는 백동이 있다. 백동 또한 죽을 힘을 다해 뭔가를 쓰고 있다. 제창협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술일 것이다. 허공에 써지는 문자로 봐서는 탄(彈)자다. 상대의 기운을 튕겨내기 위한 주술이다. 백동이 힘겨운 시선으로 진월을 본다. 정말 무지막지한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그들의 부장인 전철 이외에 저런 육체적 능력을 지닌 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움직이려 한다.
퍼억! 진월의 발이 주저앉은 용자룡의 등판을 가격한다. 용자룡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날려간다. 홀의 벽면을 향해서다.
쿠우웅! 용자룡이 벽면에 처박힌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벽이 허물어진다.
그렇다면 진월은……?
용자룡을 차버린 반동으로 그대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럴 때는 마치 몸무게가 없는 깃털같이 가벼운 움직임이다. 목표는 제창협과 백동이다. 백동의 탄자결이 힘을 발휘한다. 뱀 같은 형태의 검은 기운이 제창협의 전신을 휘감더니 팔을 타고 흘러내려간다. 아직까지 기운이 남아서 휘돌고 있는 기살의 기운을 차단해 간다. 둘이 힘을 합치니 용자룡의 기살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했다.
남아 있던 용자룡의 부하 둘이 제창협을 돕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진월의 남은 팀원들에 의해 막힌다. 강희가 움직이고 최탑의 비도가 허공을 가른다. 나머지 대원들의 견제사 또한 놀고 있지 않았다.
제창협과 백동의 시선이 진월을 향한다.
진월의 전신으로 그들의 강화복과 같은 형상의 갑옷이 영사로 만들어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금빛과 흑빛의 영사가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타오른다는 점이다. 한쪽은 검은 날개이고 한쪽은 금빛 날개를 지닌 것처럼 보일 정도다. 마치 선과 악이 한 사람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순식간에 눈앞까지 다가왔다.
백동의 탄자결 주술이 방어를 위해 우산처럼 확 펼쳐진다. 그 안에서는 제창협의 뇌전탄이 밝은 빛을 뿌리며 진월을 향해 날아간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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