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장 함정을 판 괴물들!
큰 수박만한 불덩이가 허공중에 생성된다. 마법으로 치면 파이어 볼이다. 진월은 이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능력을 보게 되지만 볼수록 참 신기하다. 본인이 신기한 능력을 가진 것은 생각하지 않나 보다.
불덩이가 총알을 삼킨다. 불덩이의 온도가 굉장한지 총알이 녹아버린다.
불덩이는 멈추지 않고 진월을 향해 쇄도한다. 하지만 진월의 움직임이 훨씬 빠르다.
콰앙~
쩌적~
불덩이가 맞은 곳의 대리석이 녹아내린다. 보통 불덩이가 아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마그마 정도의 파괴력이다.
진월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능력이 되건 안 되건 부딪쳐 보는 성격이다.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도 저변에는 깔려있다. 진월이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거리를 좁힌다.
진월의 빠른 움직임에 상대가 흠칫한다.
따다닥!
여인이 손가락을 튕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허공에 불덩이가 빠르게 생겨난다. 이번에는 순식간에 세 개다.
진월의 총구 또한 다시 여인을 향한다.
명사수인 진월이 10여 미터의 거리에서 목표물을 놓칠 리 없다.
타~ 타타타탕~
진월의 총구가 마지막 남은 한발의 탄환까지 쏟아 붙겠다는 듯 불을 뿜는다.
처음 한발은 견제였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상대가 둘이다. 아니 넷이다. 시간을 끌면 오히려 자신이 불리해진다는 판단이 들었다. 적들이 반항을 시작한 이상 확실한 제압이 우선이다. 그게 사살이 되더라도.
진월의 시선이 빠르게 쓰러져 있는 둘에게로 향한다. 아직까지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회복력을 생각했을 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었다.
갑자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업에 대한 보고와 민서 외 팀원들의 연락이 전혀 없었다. 도착할 시간이 되어감에도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진월은 찰나에 여러 가지 생각과 판단을 하고 있었다.
최우선 순위는 눈앞의 도둑들부터 처리하고 봐야 했다.
탄환이 다 떨어지자 진월의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탄창 멈치를 누른다. 탄창이 쑥 떨어진다. 이미 진월의 다른 손은 다른 탄창을 잡아 권총으로 올리고 있었다.
철컥!
탄창을 교체하는 시간이 1초나 걸렸을까?
가히 묘기라 칭할 수준이다. 숱한 실전 훈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동작이다. 물론 그의 운동능력이 단단히 한몫 했으리라.
진월이 다시 움직인다.
그가 쏜 탄환은 불덩이가 모두 잡아먹었다.
여인을 향해 날아갔던 일부는 옆에 붙어 있던 남자가 등판으로 막아버렸다.
진월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지만 여인이 날려보낸 불덩이는 그를 노리고 날아든다. 하지만 진월의 움직임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콰과광~
굉음을 동반하며 불덩이가 폭발한다.
진월이 불덩이가 떨어진 곳을 흘끗 쳐다본다.
고개를 절로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진월은 분명 확실하게 피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불덩이가 어깨를 슬쩍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그의 어깨 부위 옷은 녹아버렸고 피부는 벌겋게 부어 있었다.
진월의 눈이 여자의 눈과 마주친다.
여자의 눈빛에는 약간은 놀랐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미소가 어려 있었다.
“역시 대단한 분이시네.”
“역시라……?”
역시라는 말은 진월의 존재를 알고 덤볐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번 불덩이의 경우는 직선이 아닌 목표를 따라 곡선으로 움직였다.
‘뭔가 목적이 있는 자들이다.’
진월은 불현 듯 불길함이 엄습했다.
“목영호?”
“마명?”
타격대를 불렀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지직’ 거리는 약간의 소음만 들릴 뿐이다.
‘전파 방해?’
진월의 모습을 보던 여인이 빙긋 웃는다.
“이제 느끼셨나 보네요. 아마 바쁠 거예요.”
“함정이었군. IUC의 수작인가?”
“…….”
딱! 따닥!
여인은 진월의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불덩이부터 띄운다.
진월은 여인의 모습에서 확신한다.
“묵언은 곧 긍정의 의미겠지.”
“호호~ 증거부터 찾지 그러세요. 우린 IUC가 뭔지도 모르니까요.”
“이 세상에 IUC가 뭔지도 모르는 바보가 있나?”
“음. 그런가요? 바보가 되기는 싫으니 안다고 해두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우리가 IUC하고 연관이 있다고 해도 당신이 어쩔 수 있나요? IUC의 저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아실 텐데요. 한국에 있는 지부 정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란 것을요.”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를 쳐내면 타격 정도는 입겠지.”
“능력이 된다면 얼마든지요.”
여자는 말을 뱉음과 동시에 팔을 휘젓는다. 불덩이는 팔의 방향에 따라 허공을 부유한다. 세 개의 불덩이가 삼각형 모양을 형성하며 진월에게 날아든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진월은 주저하지 않고 삼각 진형의 중심을 향해 권총을 연사한다.
타타타탕~
여인이 흠칫 놀란다.
불덩이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총알은 빠른 속도로 여인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 * *
한편 타격대인 목영호와 마명은 그들 앞에 나타난 자들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두 개조 8명의 인원이 단 두 명의 괴인간들 때문에 묶여있었다.
소위 말하는 덩치가 산만하다는 것은 저런 인간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발포 허가를 얻기 위해 진월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불통(不通)이다.
상황은 답답했다.
갑자기 승합차 한 대가 앞에 나타나더니 둘을 떨어뜨려놓고 사라졌다. 복장 또한 특이했다. 그들은 처음 보는 복식이다. 강화 복장으로 추측은 된다. 목영호와 마명은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는 것은 호의보다는 적의를 가진 자들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마명이 그들을 향해 말한다.
“작전 중이니 비켜나시오.”
“클클, 그 작전에 방해 좀 하려고.”
그렁그렁한 목소리가 덩치로부터 흘러나온다. 예상대로 적의(敵意)다.
마명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푸념하듯 말한다.
“젠장, 이럴 줄 알았어. 꼭 꼬이더라고.”
“어쩌지?”
“연락해 봐.”
“연락이 안 되니 하는 말 아니냐?”
“왜? 팀장이 일 안하고 놀고 있는 거냐?”
“그 양반이 일 안하고 놀 사람이냐?”
“그럼, 이를 어째?”
“어쩌긴?”
타타탕!
점사로 세팅된 목영호의 소총이 불을 뿜는다. 죽지는 않게끔 하체를 향한 발포다.
퍼퍼퍽!
정확히 허벅지에 총알이 틀어박힌다.
총알을 맞은 덩치의 신형이 많이 흔들린다. 하지만 흔들리는 선에서 그친다.
툭! 투툭~
땅 위로 허벅지에 박혀 있어야 할 총알들이 일그러진 채 떨어진다.
목영호를 포함한 모든 조원의 시선에 경악이 담긴다. 그들의 눈은 소총과 거한, 떨어진 총알을 번갈아 쳐다본다.
마명은 믿을 수 없는지 중얼거린다.
“장난이지?”
“…….”
목영호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타타탕!
반대쪽 다리를 노리고 경고도 없이 다시 쏜다.
역시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목영호는 염병할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낀다.
“젠장!”
“제기랄이다.”
“전부 일제사!”
두드드드~
목영호는 명령을 내리자마자 본인부터 모든 탄환을 쏟아 붓는다.
조원들은 멍하니 있다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사격을 개시한다.
아무리 강화복이 강하다지만 비처럼 탄환이 쏟아진다. 멀쩡히 버티고 서있다면 인간이 아닌 기계다. 탄환이 강화복을 뚫지는 못하지만 충격이 가중된다. 두 거한도 한발자국씩 서서히 뒤로 물러난다.
탄창을 교환하던 목영호는 그들의 모습을 보다 눈빛을 빛낸다.
두 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안면은 보호 장비가 없었다. 틈새가 없게끔 두 팔을 정확히 밀착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목영호는 아주 작은 틈도 놓치지 않는다.
타앙!
퍼억!
목영호가 쏜 탄환은 정확하게 한 사람의 이마에 박혔다.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붉은 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거한의 들어 올린 팔은 아래로 내려와 있다. 스르륵 쓰러지는 모습도 보인다.
목영호는 지체하지 않고 다시 총을 들어올린다.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조준경에 보이던 다른 거한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인간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마명 또한 놀라며 의문을 표한다.
“옴마? 저거 사람 맞아?”
목영호가 조준경에서 눈을 떼고 바라본다.
조준경 안에 있던 거한이 총에 맞은 거한을 들고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표범과도 같은 움직임이다.
상대의 움직임은 움직임이고 그런 것조차 극복해내야 하는 것이 타격조의 능력이다.
목영호가 다시 총을 든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해 조준한다. 상대의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목영호의 호흡이 멈춘다.
개머리판은 어깨에 단단히 견착시킨다.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은 시간이 정지된 듯 아주 천천히 오므라든다. 조금의 미동조차 없었다.
거한의 두상이 조준경의 십자에 걸치려 한다.
상대의 스피드를 봤을 때 미리 당겨야 했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거한의 눈동자가 조준경을 통해 목영호의 눈과 마주친다.
타앙!
방아쇠를 당긴 후 목영호가 본 것은 자신의 얼굴 부위에 손을 가져다 대는 거한의 모습이다. 목영호의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온다.
"염병!"
탄환은 거한의 손바닥에 맞은 후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괴물이다. 괴물! 인간이 아니야. 어떻게 죽여야 하지?”
“방금처럼. 헤드샷!”
“아니야. 분명 죽지 않았을 것 같아. 팀장이 지하연구소에서 만났던 놈들과 같은 것 같다. 분명 죽었었는데 나중에 보니 걸어서 나갔다고 했잖아.”
“설마……?”
“항상 사람을 잡는 놈이지. 그 설마, 말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뭐?”
마명의 손이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목영호 또한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가능하겠냐?”
“죽기밖에 더하겠냐?”
“그게 제일 무섭다.”
“그렇군. 크크, 백병전이다.”
마명의 오더에 조원들이 소총을 등에 단단히 고정한다.
모두 단검집에 꽂혀있는 검을 빼든다. 고개를 끄덕인 마명이 움직이며 말한다.
“어찌되었든 한 놈은 아직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내가 선두, 목조장 조가 뒤로 우회한다.”
“저것들이 총이 없기 망정이지…….”
“있었으면 우린…….”
둘 다 말을 끝맺지 못하고 움직인다.
마명은 거한을 향해 최단거리로 뛴다. 그 뒤를 마명의 조원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따른다. 목영호 조는 양쪽으로 두 명씩 나뉘어 접근을 시도한다.
거한이 숨어있는 차에 거의 근접한 마명이 몸을 훌쩍 날린다.
승용차를 뛰어넘는 마명의 시선이 살아있는 거한의 눈과 마주친다.
거한의 눈살이 약간 일그러지는 것이 의외인 모양이다.
“대응이 꽤 빠르군.”
거한의 음성이 떨어져 내리는 마명의 뒤통수를 때린다.
거한은 움직이지 않고 한손으로 뭔가 하고 있었다.
마명은 그 장면을 보면서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뭐하는 거지? 총상 부위를 칼로 후비고 있다.’
의문을 느끼는 순간 거한이 일어나며 말한다.
“됐다. 좀 더 빨리 일어나겠지.”
툭!
마명의 눈에 붉은 피가 가득 뭍은 작은 물체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분명 미간에 박혀 있어야 할 총알이었다.
마명은 속으로 기함(氣陷)을 한다.
놀람이 언어로 표현되고 고향 방언이 터진다.
“징한 새끼들!”
슉!
지체함은 없었다. 마명이 몸을 날린다.
시간을 끌었다가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을 예감했다.
깡! 까강!
둘의 단검이 서로 얽히며 불똥을 튀긴다.
작은 단검으로 급소를 노리고 그것을 막는 신기를 연출한다.
마명의 단검이 곧게 직선으로 거한의 심장을 노리고 쭉 뻗어 나간다.
그대로 둘 거한이 아니다. 마명의 단검과 교차되게끔 옆에서 치고 들어온다.
차단되려는 찰나!
마명은 손에 들린 단검을 휙 돌린다. 역으로 단검을 쥔 자세가 된다. 옆에서 치고 들어오는 힘에 대한 대비다.
깡!
부딪치는 순간 마명의 신형은 이미 거한의 품 속으로 빨려들어가 있다. 이것까지 예상하고 공격을 한 것 같은 모습이다. 단검술의 귀재란 말이 허명은 아닌 듯했다.
둘의 단검이 십자 형태로 교차된 것은 찰나!
마명의 들려진 발이 거한의 왼쪽 무릎 안쪽을 강하게 짓밟는다.
퍽! 강하게 들어갔다.
하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확실히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다.
마명의 계산 밖이다. 그러나 아주 계산 밖은 아니었다. 총알도 막아내는 인간인데 그럴 수도 있으리라 판단했다.
주저하지 않고 단검을 역으로 든 채 심장을 향해 찔러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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