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장 뜻밖의 등장인물.
“젠장!”
목영호가 소리친다. 그리고 그의 총이 들린다. 들린 순간 이미 방아쇠를 당겼다.
“쏴라!”
그가 한발 당긴 후 명령을 내린다. 죽여도 그가 먼저 죽이겠다는 생각이다. 죄책감은 그 혼자 지면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퓨퓨퓨퓨~
소음기가 장착된 소총들이 불을 뿜는다.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들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모두 이 한 번의 당김으로 인해 평생 동안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 분명했다.
콰앙!
누가 대포라도 쐈을까? 갑작스런 굉음에 방아쇠를 당기던 조원들이 조준경에서 모두 눈을 뗀다.
주철이 벽에 처박혀 있다. 그의 앞에는 거한이 주철의 머리를 잡은 채 버티고 서 있다. 진월이다. 진월이 주철의 얼굴을 잡은 채 눈을 바라본다.
“나와라!”
“크크크! 능력자의 출동이신가?”
진월의 몸에서 영사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다. 고스트에는 영력으로 맞서는 것이 맞다. 금빛과 흑빛의 영사가 같이 뻗어간다. 주철의 몸을 휘감는다.
지켜보던 목영호가 두 손을 들어 얼굴을 쓰다듬는다. 적을 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동료의 머리에 총알을 날린 순간 그의 뇌리는 하얗게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진월이 나타나 준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이러니 목숨 바쳐 따르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목영호가 아직 멀쩡한 둘을 향해 손짓한다. 민서를 찾으라는 신호다. 둘이 소리 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이미 귀천은 그것까지 보고 있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그건 두고 봐야겠지.”
“너희는 민서를 구할 수 없다. 내가 있는 한!”
“그럼 널 제거하면 되겠군.”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크크크! 끄아아악~”
귀천은 기괴하게 웃다가 갑자기 괴성을 지른다. 주철의 몸을 뚫고 영사가 안으로 침투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주철의 몸을 금빛과 흑빛의 영사가 완전히 뒤덮는다.
귀천이 괴로운지 주철의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괴성을 지른다. 조금만 더 강도를 높인다면 귀천을 빼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귀천의 검은 얼굴이 주철의 얼굴 위로 드러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월이 마치 퇴마사 같은 분위기다.
귀천이 쓰인 주철의 괴성이 갑자기 뚝 멎는다. 그리고 흰자위가 번뜩이는 두 눈을 번쩍 뜬다.
“크아아아~”
주철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진월의 검은 영사를 타고 진월의 몸으로 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크크크크! 특이한 놈이군. 어둠도 같이 지니고 있느냐?”
“……?”
진월의 검은 영사의 특성을 파악한 후 귀천이 역습을 가한다. 흑빛의 영사가 몸에 가까운 부분부터 색깔이 변한다. 금빛으로 바뀌며 빛을 발한다. 이제는 영사의 특성을 바꾸는데 자유롭다. 귀천이 진월의 몸을 차지하려다가 다시 괴성을 지른다.
“크아아악!”
진월의 금빛 영사가 귀천을 구속한다. 아니 구속하려 했다. 하지만 휘날리는 천처럼 흐물거리더니 휙 사라진다.
“응?”
지켜보던 목영호가 의문을 표한다. 총을 휙 치켜든다. 분명 진월을 포기했다면 그들에게 다시 다가설 위험성이 높았다. 그런데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침묵이 흐른다. 목영호가 진월을 본다. 진월이 시선이 D구역으로 향하는 계단을 본다. 고폭탄에 의해 문이 날아가 버려 시꺼먼 그슬림만 남아 있는 곳이다.
저벅 저벅!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제법 체격이 있는 자의 실루엣이 어둠 속에 드러난다. 그의 들려진 두 손에는 사람이 하나씩 들려 있다. 그것도 목덜미를 잡고 들어 올린 상태다.
“탑형?”
“…….”
의문과 함께 침묵이 뒤따른다. 귀천이란 자는 정말 무서운 자다. 상대를 이용하는 것이 도가 텄다. 현재 상태에서 어떤 자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파악한 것 같았다. 더구나 최탑이라면 능력자다. 능력자의 신체까지 마음대로 차지하고 있었다.
“크크크! 어떻게 할 것이냐?”
“…….”
진월 또한 답이 없다.
귀천이 차지한 최탑은 보통 때의 신체능력보다 훨씬 강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 팔로 사람 하나를 들고 있으니 말이다. 귀천은 잠식한 자의 잠재능력까지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꽈악!
목덜미를 쥐고 있는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윽!”
“크윽!”
강희와 마명이 고통스러운지 신음을 흘린다. 그렇지 않아도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진월이 준 회복주사를 맞고 약간 나아졌는데 다시 악화되게 생겼다.
가만히 보고 있던 진월의 손이 턱을 만진다. 검지는 뭔가를 톡톡 친다.
톡! 토옥~ 톡!
짧고 긴 음들이 이어진다.
목영호가 갑자기 진월을 휙 돌아본다. 그들의 통신은 재개되어 있었다. 아마도 귀천에 의해 통제되던 통신과 전력이 진월이 나타남으로써 회복된 것 같았다.
목영호가 진월을 돌아본 이유는 진월의 신호가 모스부호였기 때문이다.
내용은 바로…….
[탑을 쏴라!]
“…….”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다. 진월의 고개가 미약하게 끄덕여진다. 진월의 몸이 훅 사라진다. 귀천이 쓰인 최탑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다. 귀천 또한 당황한다. 진월의 생각을 읽을 수 없으니 어쩌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크크, 포기하겠다는 것이냐?”
퓨슝! 퓨슝!
목영호가 소총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긴다. 목표는 마명을 들고 있는 팔이다.
귀천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어차피 이용가치가 없다면 둘의 목을 끊어버리겠다는 의지다.
탁! 꽈악!
귀천이 쓰인 최탑의 시선이 휙 돌아간다. 강희를 들고 있는 팔의 팔목을 진월이 강하게 움켜쥐었다. 진월 본인의 악력에 금빛의 영사까지 더해져 손이 밝게 빛이 날 정도다.
진월의 모습을 본 순간…….
퍽! 퍼억!
마명을 들고 있는 왼팔에 두 발의 총탄이 박힌다.
“…….”
비명은 없다. 하지만 들고 있는 팔의 힘은 빠진다. 근육이 파열되어 사람을 들고 있을 정도의 힘은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마명이 스르륵 떨어져 내린다. 그때 진월이 말한다.
“미안하다.”
푹!
언제 들렸는지 진월의 단검이 최탑의 상완부를 찌른다. 단검의 날이 반대편으로 나올 정도다. 힘을 가하는 근육 자체를 절단해 버린다. 귀천이 반응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꽤 괜찮은 팀웍을 선보인 것이다. 진월의 주먹이 웅웅 거리며 울음을 토한다. 오른쪽 권에 힘이 실린다. 밝은 금빛의 영사가 주먹을 감싸고 있다. 기를 다루는 자들이라면 권경이라 할 정도의 모습이다.
퍼억!
“커헉!”
귀천도 이번 타격에는 충격을 받았는지 신음을 내뱉는다. 최탑의 거대한 신형도 진월의 무식한 파워에 뒤로 휙 밀려난다. 진월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달려든다. 그런데 뒤로 밀려나는 최탑의 양손이 진월을 향한다.
“…….”
다가서던 진월의 미간에 세로 줄이 생긴다. 그렇게 당했음에도 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슈슈슈슉~
은빛의 비도 스무 개가 양 팔목에서 옷을 뚫고 솟구쳐 나온다. 최탑이 정말 마지막 순간에 사용하고자 숨겨놓은 마지막 한 수다.
후웅!
진월의 신형이 옆으로 회피한다. 스무 개의 비도를 모두 쳐내고 다가가면 지체할 수밖에 없다. 움직이던 진월의 시선이 최탑의 얼굴을 본다. 검은 그림자가 겉으로 드러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아마도 최탑 또한 무의식 속에서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최탑의 입이 우물거린다. 뭔가를 말하고 있다.
‘조심!’
진월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날아간 비도가 향한 곳은 바로 강희다. 정말 용서가 안 되는 자다.
콰득!
진월의 발이 바닥을 파헤친다. 시멘트 바닥임에도 진월의 발이 파고든다. 그만큼 내딛는 다리의 힘이 엄청나다는 반증이다. 아무리 진월의 몸이 빠르다 해도 노리고 날린 비도의 속도를 다시 추월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진월의 시선이 비도의 진로를 따르며 적중할 부위를 마음 속에 그린다. 가장 위험해 보이는 비도만 쳐낼 생각이다. 그때 검은 그림자 두 개가 강희의 앞을 막는다. 하나는 괜찮은지 보기 위해 다가서던 목영호다. 다른 하나는 옆에서 꾸물거리며 움직이던 마명이다.
“개새끼!”
“으아악! 나! 죽을지도 몰라!”
목영호는 귀천을 향해 욕을 한다. 마명은 본인도 죽을 것 같지만 누나인 강희를 지켜주고 싶다. 때론 미운 짓을 해도 위험한 전장을 같이 넘나든 정이 든 누나다.
몸을 날리던 진월이 휙 돌아선다. 둘의 희생이면 충분했다.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둘은 날아드는 비도 중 위험한 부위의 비도는 쳐낸다.
까강! 깡!
마명은 기운이 없는지 아예 강희의 몸을 안아버린다.
푸푸푹!
“억! 개새끼, 바늘로 찌르더니만 이젠 비도로 찔러!”
역시 깨어나니 말 많은 마명이다. 그의 엉덩이에만 무려 네 개의 비도가 박혔다.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일어난다. 최탑과 같이 누워있을 때 헛소리하다가 주사 바늘로 찔려 피를 뽑혔다. 수혈까지 해야 할 정도의 양이었다.
쑤수수숙~
“헉!”
“으윽!”
목영호와 마명의 몸에 박힌 비도가 다시 쑥 빠져나온다. 최탑의 능력을 백분 활용하는 귀천이다. 뽑힌 비도가 진월의 뒤를 다시 노린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진월이 그런 것을 모를 리는 없다. 진월이 손이 들린다. 그의 손은 쫙 펴져 있다. 그리고 금빛의 영사는 진월의 손 모양을 따라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마치 빛의 검과 같은 형상이다.
비도가 먼저 닿을 것인지 진월의 공격이 먼저 닿을지는 알 수 없다.
진월이 가만히 서서 천천히 손을 내린다. 허공을 베어간다. 국장의 기술인 태기손바람과 같은 동작이다. 배우기 싫다더니 옆에서 지켜는 봤나 보다. 국장은 기를 이용하고 진월은 영사를 이용한다는 것만 다르다. 물론 실력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급하게 사용하는 것이니 원조를 넘어서기는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 천천히 내렸으나 진월의 손은 어느새 아래를 향해 있다. 금빛의 검 또한 이미 아래를 향해 있다. 그때 놀라운 것이 진월의 눈에 보였었다.
따다다당~
최탑의 비도 중 일부가 그의 앞에 떠 있다가 떨어진 것이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했는지 알 수 없다. 분명 없던 비도가 공중에 나타나는 것을 진월은 분명 보았다. 방어를 위해 펼친 한 수였지만 진월의 공격이 너무 빨랐던 것이다. 뒤를 돌아본다. 비도의 숫자는 정확하게 앞에 떨어진 숫자만큼 부족했다.
“클클! 대, 대단하군.”
검은 그림자가 최탑의 몸에서 빠져나온다. 귀천의 검은 몸은 사선으로 잘려 있다. 그러나 형체는 유지하고 있다. 검은 빛과 진월의 금색 빛이 충돌하며 싸우고 있다. 형체를 복원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쉭!
귀천이 다시금 천장을 타고 사라진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때 목영호가 보냈던 조원 둘 중 하나가 복귀한다.
“찾았습니다.”
“왜 그런데 혼자 왔어?”
목영호가 팔에 박힌 단검을 빼들며 묻는다.
“폭발물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문이 두텁습니다.”
“간다.”
진월이 앞장선다. 드디어 민서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서가 갇힌 방 앞에 도착했다. 조원 중 하나가 쓰러져 있다. 그리고 뒤쪽에 거한이 버티고 서 있다. 민서 또한 그 남자 앞에 있다. 손은 뒤쪽으로 구속을 당한 상태다.
“쉽지 않을 것이라 했지 않나?”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글쎄. 우리 편이 되지 않는다면 모조리 사라져줘야만 한다는 원칙이 있어서 말이다.”
“저들의 방식이 원래 강압적이긴 하지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을 향한다. 은발의 미남이다. 바로 쉐인이다. 왜 나타난 것일까? 진월의 표정에는 그런 물음이 담겨 있다.
“도와드리려고요. 물론 구름을 타는 분께서는 반대했지만…….”
“…….”
정말 알 수 없는 자다.
그때 천장에서 검은 물체가 떨어져 내린다. 바로 귀천이다.
“오랜만이군.”
“클클, 주인의 명령이다. 잠시 빼앗도록 하지.”
“…….”
전철 부장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한다. 귀천이 누군가의 몸속으로 스며든다. 바로 민서다.
“오! 마이 갓!”
쉐인이 뭣 됐다는 듯 소리친다.
-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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