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 장 침투
창민이 패드의 화면을 유심히 살핀다. 그의 눈동자가 정말 빠르게 움직인다. 컴퓨터로 치면 슈퍼컴퓨터 수준이다. 그의 능력과 더불어 처리 능력이 되는 지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작게 표시된 여러 개의 화면을 빠르게 살피며 넘기던 창민의 손가락이 지나간 화면을 다시 되살핀다.
“어! 여기…….”
토톡! 패드의 화면을 두들긴다. 작은 화면이 크게 확대된다. 어떤 여인의 뒷모습이 잡혀 있다. 그녀도 어디론가 이동하는지 문을 나서는 장면이다. 창민이 문을 나서는 곳의 보안카메라를 검색한다. 그녀의 앞모습이 보인다. 화질이 최상은 아닌지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는 전체적인 외형이라는 것이 있다.
“민서 누나가 맞습니다.”
“찾았군.”
“네. 위치가……. B2-4로 나옵니다.”
“지하 2층인가?”
“네. 그런데 이동 중입니다.”
창민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화면에서 벗어나면 다시 잡아내는 작업이다.
“지하로 더 내려가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창민이 갑자기 놀란다. 민서가 보안카메라를 쳐다봤기 때문이다. 마치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 같은 표정도 보였다. 흐릿하지만 분명 그렇게 느껴졌다. 중요한 것은 분명 웃고 있다는 점이다.
진월 또한 분명 보았다.
“알고 있는 것 같나?”
“그런 것 같습니다.”
“민서만?”
“그건 모르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비상이 걸리거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이상하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작전은 계속 되어야 한다. 더구나 민서의 위치까지 파악한 상태다. 석판의 위치까지만 파악하면 모든 것은 완벽하다.
“석판의 위치는?”
“이미 찾았습니다. 이것도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지?”
“최하층인데……. 민서 누나가 향하고 있는 곳이 바로 그곳 같습니다.”
“…….”
일거양득인 상황이다. 그런데 뭔가 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작전과 동료를 구해야 할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다.
“우선 진입하도록 한다. 창민과 목영호 조는 나중에 움직인다.”
“네.”
우선 보안 시설의 해킹을 위해 창민이 시간을 벌어줘야 했다. 자동화 되어 있는 기지인지 정문으로 보이는 곳에 보안 병력은 없다. 창민이 해킹을 통해 문까지 열어준다. 물론 저들이 지켜보는 화면에는 닫혀 있는 문만 보인다.
지잉~ 문이 열리자 마명이 창민 쪽을 향해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진월, 강희, 최탑, 마명 조까지 해서 총 일곱의 인원이 우선 기지로 들어선다.
기지로 들어서자 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지잉~ 퓨우~ 문이 닫히자 정적이 찾아온다. 기지의 규모에 비해 생각보다 보안 병력이 너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진월이 주변을 살핀다. 랜드워리어를 장착하고 있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진월의 능력이 더 도움이 된다. 어떤 호흡도 잡음도 들리지 않는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보안카메라로 봤을 때 지나다니던 사람들조차 보이지 않는다. 뭔가 이상했다.
진월이 발을 뗀다. 그에 따라 대원들도 같이 움직인다. 조심스럽다. 진월의 걸음이 빨라진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자 급하게 각 실을 확인하며 전진한다. 비어있는 실험실뿐이다. 급하게 한 층을 더 내려간다. 지하 이층 입구에 들어선 진월이 갑자기 멈춰 선다.
꼭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진월이 다급하게 창민을 호출한다.
“우리 시야에 보이는 것과 화면을 비교해라.”
[네.]
창민은 그제야 랜드워리어의 화면을 가져온다. 보안카메라 영상만 보고 있었기에 비교까지는 하지 않고 있었다. 모니터가 여러 개 있는 것이 아니라 비교 분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창민은 모니터를 보자마자 어이가 없다.
[함정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없다. 역으로 우리가 속고 있다는 것인가?”
[이상합니다. 분명 주고받는 데이터에 문제는 없는데……?]
창민은 이야기를 하다가 멈춘다. 뭔가 의심스러운 점이 하나 있긴 했다.
진월은 그 사이에도 층을 이동하고 있다. 지하 3층으로 내려섰다. 이곳도 비어있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은 사람의 온기가 조금 느껴졌다. 공기 중에 남아 있는 체취가 진월의 뛰어난 감각에 잡힌다.
‘빠른 대처군.’
위의 두 개 층은 일부러 비워둔 것 같았다. 시간을 벌기 위한 공간인 것이다. 보안카메라의 화면이 랜드워리어의 고글로 전송된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공간과 일치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분명 보안카메라에는 사람 몇의 모습이 보인다. 실제는 전혀 없지만 말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민서 누나의 능력인 것 같습니다.]
“…….”
[데이터에 모순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민서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 암시에 걸렸다는 의미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순간이다. 민서의 능력이 엄청나게 진보했다는 의미다. 창민은 또 다른 의문을 느꼈는지 묻는다.
[만약 민서 누나가 그랬다면 우리에게 왜 그랬을까요?]
“글쎄…….”
진월에게도 의문이다.
“석판의 위치는 두 층 더 아래인가?”
[그렇습니다. 발신기 위치상 아직 위치변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동한다. 그쪽은 두고 합류하도록 한다.”
[네.]
창민은 손에 들고 있던 패드를 바닥에 내려둔 후 주변의 풀을 가져다 덮는다. 그대로 데이터는 송수신이 되게끔 둔다. 창민과 목영호의 조 또한 기지 내로 들어간다.
* * *
“하필 부장님이 안 계실 때 찾아왔군.”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강화복을 입은 체격이 좋은 남자를 향해 그의 절반이나 됨직한 통통한 남자가 질문을 던진다. 체격이 좋은 남자가 주변을 훑어본다. 똑같은 강화복을 입은 자가 셋이 더 있다. 그리고 통통한 백동과 비대한 제창협이 있다. 이렇게 여섯만 있어도 어느 누구도 두렵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진월을 확실히 제압해 줄 수 있는 자의 부재가 가장 크다. 고민을 하던 거한, 용자룡이 말한다.
“우선 시간을 끈다. 연구 자료를 가지고 빠져 나갈 시간 정도는 벌어줘야 한다.”
“죽여도 됩니까?”
“이제까지는 사정 상 자제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 여지를 두지 말아야겠지.”
“좋군요.”
비대한 제창협이 씨익 웃으며 좋아한다. 아무리 봐도 몸이 근질근질한 것 같다.
진월팀은 창민과 합류한 후 이동을 시작한다. 한층 더 내려온 창민이 멈춰 선다. 아무래도 감각은 진월보다 창민이 앞선다. 창민이 벽과 바닥에 손을 대 본다. 벽을 만지고 바닥을 밟은 자들의 모습이 창민의 시야에 펼쳐진다. 창민 또한 능력의 진보가 있어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 같이 공간 내의 과거 모습을 보는데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이 얼마 전에 빠져 나갔습니다. 그 중에는 낯이 익은 자들도 있습니다. 저번에 본부에 침투해 들어왔던 조그맣고 통통했던 남자하고 비대한 체격을 지닌 남자도…….”
“왜 그래?” 강희가 창민이 이상한지 부른다.
“자, 잠깐…….” 창민 또한 뭔가 이상한지 손을 들고 자제를 요청한다.
진월 또한 전방을 주시하며 눈빛을 빛낸다. 그의 뛰어난 감각도 뭔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창민이 갑자기 두통이 있는지 관자놀이를 손으로 지그시 누른다. 그러다가 갑자기 앞을 본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티, 팀장님?”
창민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진월을 부른다. 진월이 이미 10미터는 걸어 나가서 팀원들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팀원들은 이미 진월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의아하다. 창민 또한 더 이상 서 있어봐야 의미 없으니 발걸음을 옮긴다.
턱! 누군가 창민의 어깨를 잡는다.
“위험한 놈들이군.”
“……?”
창민이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본다. 맨 처음에는 시커멓게 보이더니 사람의 형체가 점점 더 뚜렷해진다. 주인공은 바로 진월이다.
“어, 어떻게……?”
창민이 의아해하며 진월을 쳐다본다. 진월은 분명 10미터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의 어깨를 잡고 있는 것도 진월이다. 창민이 주변이 너무 조용하자 옆을 훑어본다. 동료들 또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특이한 것은 모두 마비된 것 같이 움직이다가 말았다. 진월의 얇고 검은 실 같은 영사가 팀원들의 목 뒤를 뚫고 파고들어 있다. 진월에 의해 마혈이 제압되어 있는 상태다. 환각에 사로잡힌 채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진월 또한 본부에 침입한 적이 있는 자들의 자료를 본 적이 있기에 누군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짐작만 할 뿐이다.
“누구냐?”
“…….”
돌아오는 답은 없다.
스르르~ 통로의 건너편 어둠 속에서 뭔가 움직인다. 시커멓고 기다란 물체다. 바닥을 빠른 속도로 기어온다.
진월은 팀원들을 제압하고 있던 영사를 거둬들인다.
“창민! 주사!”
“네.”
창민이 우수수 쓰러지는 대원들의 목에 급하게 주사를 놓는다. 바로 진월의 혈액을 여과해 만든 주사다. 진월의 혈액 속에 있는 치료를 돕는 효소만 추출해 만들었다. 진월은 타고난 유적인 능력에 의해 치유된다. 물론 영력의 발현에 의해서도 회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검사 결과 혈액 내에 세포의 복원을 돕는 핵산을 빠르게 생산해주는 핵산 효소가 진월의 피에는 따로 존재했다. 진월이 자연적인 치유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이유다. 상해를 입는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을 하니 독성에도 자연히 저항력을 지니게 된다.
지금 공기 중에는 제창협이 뿜어대는 환각 물질이 퍼져 있다. 예리한 감각을 지닌 창민이 가장 먼저 느꼈다. 그 다음은 진월이었다. 그들의 뛰어난 후각에 묘한 향기와 함께 이질적인 물질이 느껴졌다. 창민이 가장 예민해서 제일 먼저 걸려들었다. 그것을 진월이 빨리 파악했다. 알게 된 순간 이미 대처했다. 창민의 목에는 이미 주사가 놓여졌다. 효과가 있어서 창민이 환각에서 빨리 벗어난 것이다.
투두두두~ 진월의 돌격소총이 불을 뿜는다. K-2C는 탄창에 든 30발을 모두 소비한 후에야 멈춘다.
찰칵! 탁! 탄창을 순식간에 갈아 끼우더니 다시 불을 뿜는다.
뱀처럼 기어오던 기다란 검은 물체는 총알이 맞을 때마다 불똥을 튀긴다.
퍽퍽! 총알이 박히기도 한다. 붉은 피 같은 물체가 튀긴다. 기다란 뱀처럼 생긴 물체는 괴로운지 몸부림을 친다. 진월이 지금 발사하고 있는 탄환은 바로 특수 철갑탄이다. 철갑탄을 때때로 튕길 정도라면 상당히 강한 에너지 체라는 의미다.
진월 주변에 쓰러져 있던 팀원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린다. 진월은 보지 않아도 기척으로 모든 것을 느끼고 있다. 진월의 손이 탄띠로 향한다. 한손으로 소총을 사격하며 탄창을 꺼내들고 있다. 진월 정도의 괴력이 아니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방법이다. 조준 또한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다. 괴물이라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준비해!”
진월이 무조건 말한다. 누구를 향한 명령일까?
기다랗고 검은 뱀 같은 물체는 밀려나긴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분명 힘을 공급하는 원천이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모두에게 주사를 준 창민이 진월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의 뛰어난 시력이 전방의 어두운 공간을 주시한다. 검은 통로가 확대되듯 주욱 당겨진다. 어둡지만 뭔가 자연의 법칙을 위배한 것 같은 지점이 보인다.
“왜곡된 곳이 보입니다.”
“우측인가?” 진월도 느끼고 있었나 보다.
“네. 어둠 속에 숨은 채 숨죽인 자들이 있습니다. 뭔가 막이 쳐진 것처럼 그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꼭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짐작이 맞았군.”
진월이 대답과 동시에 탄창을 갈아 끼운다. 그 잠깐 사이에 검고 기다란 뱀 같은 물체는 다시 전진한다. 머리 부위로 짐작되는 곳이 갑자기 쩍 갈라진다. 마치 알을 뱉어내듯 회색 물체를 입에 물더니 확 내뱉는다.
진월 또한 보고 있었다. 진월이 소리친다.
“강희!”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