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장 대가리 쳐들고 그냥 쏴!
목영호가 조준경으로 남자 하나를 노리고 있다. 거리는 50미터가 조금 넘는다. 이 정도 거리면 그의 실력으로는 눈감고도 맞춘다. 하지만 주변의 나무로 인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마명과 그들의 조원 중 여섯은 막사 근처로 접근하는 중이다.
저격 담당으로 둘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마명의 음성이 목영호의 블루투스로 흘러든다.
[영호!]
“왜?”
[추가된 인원 없냐?]
“없다. 4명 그대로다. 그런데 항상 둘이 같이 움직인다.”
[그냥 거지들은 아니라는 뜻이군.]
“제대로 배운 놈들이다.”
[쯥! 둘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근처에 둘이 더 있다는 것이지?]
“그렇지.”
[네 실력이면 둘 다 동시 사격 가능하지 않을까?]
“나무 때문에 시야가 자꾸 가린다.”
[할 수 있냐? 없냐?]
“문제는 철형이 놈이지.”
[철형이 쪽은 내가 시선을 분산시키도록 하지.]
“오케이.”
목영호가 지근거리에 있는 철형이란 스나이퍼를 본다. 철형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마명이 우측에 있는 두 남자 쪽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소리도 없이 움직이려니 이동 속도가 많이 느리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흘러갔다.
밖에서 장작도 패고 뭔가를 정비하던 이들이 마무리를 한다.
마명의 마음이 급해진다.
목영호의 시선도 마명 한번 봤다 남자들 한번 봤다 한다. 마명 또한 거의 근접했다.
앉아서 칡뿌리 같은 뿌리를 손질하던 남자가 일어선다.
탁탁~
바지에 묻은 가루들을 털어낸다.
푸슉 푸슉~
소음기를 장착한 목영호의 총이 불을 뿜는다.
동시에 마명의 신형도 우측의 한명을 향해 몸을 날린다.
철형이란 조원의 총도 불을 뿜는다.
푸슉!
동시 다발적인 공격이다. 성공만 한다면 어떤 피해나 소음 없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소음기의 소리가 난 직후 일어나 가루를 털던 남자가 갑자기 몸을 굽히면서 말한다.
“어! 왕건이 하나 안 빠개졌는데…….”
“그래?”
의문을 표하는 순간 뭔가 터진다.
팍!
투둑~
붉은 액체가 어깨 부위에 조금 붙었다. 엎드리는 바람에 많은 양이 뒤로 날아가 벽에 그림을 그렸다.
“어?”
엎드린 남자가 어깨에 묻은 액체를 보고 의문을 표한다. ‘그래?’ 라고 의문을 표했던 남자의 눈빛은 번쩍 빛나며 옆을 본다. 시커먼 마명의 그림자가 장작을 패고 있는 사람을 덮치고 있는 것을 슬쩍 보게 된다.
그때 어깨에 붉은 액체가 묻은 남자가 태연하게 말한다.
“젠장! 튀었는데…….”
“별 수 있냐? 쉬고 있어라.”
“크크, 힘 팔린다.”
아주 소량이지만 마취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푸슉!
목영호의 총에서 다시 한 발의 총알이 발사된다. 이번 목표는 의문을 표하며 피했던 남자다.
목영호는 동시에 마명에게 경고한다.
[조심해라. 거지들이 아니다.]
“…….”
마명도 이미 느끼고 있다. 그가 공격하려고 했던 장작 패던 남자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갔기 때문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앞으로 뛰어나가 마명의 페이스를 흔들어 버렸다.
마명의 손에 들린 단검이 괜한 허공을 휘젓는다. 생포란 말의 의미는 죽이지 말라는 것이지 부상을 입히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해서 단검으로 공격해 움직임에 제한만 주려 했는데 그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목영호 또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 다시 노리고 쏜 남자가 앞구르기를 하더니 피해버렸다. 남자는 옆으로 가더니 뭔가를 집어 든다. 무전기처럼 보이는 물건이다.
목영호는 뒷골이 쭈뼛해짐을 느낀다.
‘느낌이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무전기를 든 남자의 눈이 정확히 목영호가 있는 곳을 보고 있다.
목영호의 시선은 빠르게 막사 안을 살핀다.
검은 그림자 몇 개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뭐하는 작자들이지?’
의문을 느낄 만했다. 목영호가 막사 안을 조준경을 통해 황급히 본다.
“으헉!”
목영호는 깜짝 놀라 급하게 머리를 숙인다.
파앙!
막사의 유리창이 통째로 터져나간다. 화력이 엄청난 총이 발사되고 난 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쾅~
다시 한발의 총성이 연속해서 들린다. 일반 저격 총이 아니다. 대물 저격 총이다.
팍! 철퍽!
“억!”
목영호의 근처에 있던 철형 스나이퍼의 상반신이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목영호의 입이 놀라서 벌어진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무슨 일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상대가 사용하는 총탄은 그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전술훈련탄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철형 스나이퍼는 돌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목영호는 자신의 뒤쪽도 본다. 어른 상반신만한 푸른 액체가 땅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맞았으면 그도 철형 스나이퍼와 같은 처지가 됐을 것이다.
“젠장!”
목영호가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킨다. 주변은 살피지도 않고 무조건 죽어라 뛴다.
쾅쾅쾅쾅~
팍팍팍팍~
목영호의 뒤로 총탄이 터지며 액체가 계속 튄다. 그의 눈에 아직까지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들의 조원들이 보인다.
“씨발! 지금 기고 있는 새끼들 누구야?”
“…….”
“대가리 쳐들고 그냥 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목영호의 조원 하나가 고개를 쳐든다.
쾅! 팍!
“꺽!”
얼굴 전체에 푸른 물감을 뒤집어 쓴 후 바로 기절한다.
막사 앞에서는 금속음과 불똥이 튄다.
까가강~
단검과 도끼가 교차하며 들리는 음향이다.
단검의 빠른 공격을 둔한 무기인 도끼로 막고 있다. 마명의 실력은 기를 사용할 줄 아는 단계다. 보통 사람은 단검이지만 일격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그런데 상대는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있었다. 간간히 큰 공격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래도 마명의 실력이 있는지라 상대의 몸에 작은 상처가 하나씩 생겨난다.
“후우~”
마명이 호흡을 가다듬는다. 일격에 모든 힘을 쏟을 생각이다.
도끼를 쥔 남자 또한 숨을 고른다. 자루를 잡고 있는 오른손에 힘줄이 돋는다.
마명이 몸을 날린다.
“이얍!”
철컥!
갑자기 기관총의 노리쇠를 잡아당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마명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헉!”
머신(개틀링) 건이다.
마명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옆으로 몸을 날린다. 재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미친 새끼들! 익스펜더블 찍냐?”
두두두두두~
낮고 굵은 발사음이 끊임없이 들린다.
머신 건의 총구는 마명의 움직임을 따라 횡으로 죽 그어진다.
퍼퍼퍼퍽~
“윽!”
“억!”
나무와 수풀에 숨어 있던 조원들 중 몇이 피격 당한다.
마명은 그래도 다람쥐처럼 잘 피한다. 훌쩍 훌쩍 날아다니는 모습이 제법이다.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개틀링 건이 불을 뿜는 것을 멈추자 남은 것은 넷뿐이다. 넷은 전술훈련탄을 맞고 그대로 굳어 있다.
상대는 둘 만 굳어 있는 상황이다.
전방에는 도끼를 든 자, 개틀링 건을 든 자, 대물 저격용 총인 XM109를 든 자, 세 명이 서 있다. 둘은 마취되어 잠들어 있다. 숫자상으로는 아직 이쪽이 유리하다. 하지만 목영호는 한쪽 다리가 마비되어 있었다. 전술훈련탄의 특성이 허공에서 터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파편이 튀긴다. 다리 한쪽만 마비되면 다행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전신에 영향을 미치니 그것이 문제다. 작은 부상이 치료를 하지 못했을 때 전신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정말 잘 만들어진 탄이다.
양쪽 다 총기를 난사하다가 개틀링 건의 발사가 멈추자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춘다. 양쪽 진영 모두 파랗고 빨간 물로 색칠을 해놓은 것 같다. 정적이 흐른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 소리만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마명이 상대의 인원수를 신속하게 체크한다.
“숫자가 부족하다. 분명 8~10명이라고 했는데.”
이상함은 목영호도 느끼고 있다.
“뭔가 많이 이상하지?”
“저치들 뭐지?”
“훈련탄이지만 분명 총알을 피했다. 보통 놈들이 아니다.”
“너하고 일대 일 맞짱 뜬 놈은 도끼로 싸웠어. 임기응변이 보통이 아니란 뜻이다.”
그때 막사 안에서 누군가 걸어 나온다. 있는지도 몰랐는데 나타나니 더 당황스럽다. 그런데 모습을 드러낸 자는 군복을 입고 있다. 좀 특이한 군복이지만 분명 아군의 군복과 비슷했다. 문제는 부대마크가 없어 소속을 알 수 없다. 그 남자의 손에는 소형 확성기가 들려 있다.
“아아! 확성기 테스트!”
“…….”
괴짜임에 분명하다. 막사 주변에 있던 남자들까지 머리를 도리도리 친다.
마명 또한 똑같은 생각이다.
“미친 놈 아니야?”
“으~ 힘들다. 쓰러질 것 같다.”
목영호는 약기운이 도는 것처럼 보인다.
그때 확성기를 든 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거기 갑자기 나타난 놈들! 우리의 휴식을 방해한 대가를 치러야겠다.”
“……?”
“대표 한 놈만 앞으로 나와 봐라.”
“젠장, 어째야 하는 거야?”
마명이 고민한다. 이미 조용히 생포한다는 것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상황 또한 저들이 적인지도 구분할 수 없다. 명령이니 따라야 하지만 그냥 따르기에는 뭔가 미적지근한 것이 있다. 더구나 실력들이 보통이 아니다. 기습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누워있는 둘이나 잡을 수 있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어이어이! 안 나와! 나오게 해줄까?”
“잠깐!”
마명이 갑자기 소리친다.
“진즉 그럴 것이지.”
마명이 옆쪽의 목영호를 향해 말한다.
“팔목 보이냐?”
“보인다.”
“뭐냐?”
“검은 날개 같은데…….”
그때 확성기를 통해 또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시간 끌고 있나? 너희에겐 방법이 없다.”
딱!
확성기를 든 남자가 손가락을 튕긴다.
목영호와 마명이 숨어 있던 후방에서 갑자기 소음기 소리가 들린다.
푸슝~
팍!
“억!”
조원 중 하나가 정확히 헤드샷을 맞았다. 날아오는 속도가 있으니 헬멧에 맞아도 충격이 전해진다. 더구나 훈련탄에서 흘러나온 액체는 피부를 통해 스며든다. 확성기를 든 남자가 다시 말한다.
“하나 더 보내줄까? 좋은 말로 할 때 나와라.”
“참!”
마명이 입맛을 다시며 손을 들고 나간다. 그 뒤를 이어 목영호와 한명 남은 조원도 따라 나온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뒤쪽에서 3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확성기를 든 자와 같은 군복을 걸치고 있었다. 물론 부대마크는 없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마명 일행을 보자 코웃음을 친다.
“허! 참나! 소속?”
“…….”
“안 들려? 귓구멍을 총알로 뚫어주는 수가 있어.”
“…….”
“입을 열지 않겠다? 그러고 보니 총도 아직 그대로 들고 있네. 죽여줄까?”
지휘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개틀링 건을 들고 있던 자가 한쪽으로 건을 돌린다.
두르르르~
파파파팍~
나무 한그루의 몸통이 걸레가 된다.
“개조한 거란 말이지. 탄이 두 줄로 들어간단 말이지. 한 줄은 훈련탄, 한 줄은 보시는 바와 같이 실탄. 이래도 총을 계속 들고 있을 건가?”
마명과 목영호가 두말 하지 않고 무장을 해제한다.
“으쭈쭈. 착하네.”
“…….”
정말 이상한 정신 상태를 지닌 지휘관으로 보였다.
“자! 다시 한 번 소속?”
“감찰부 소속 특수기동팀.”
“감찰? 감찰에 그런 곳도 있었어? 야, 다들 들어봤냐?”
“…….”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들 표정이 이상하다. 왠지 자신들의 지휘관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것 같다. 지휘관이 바보는 아닌지라 같이 노려보고 있다.
“왜?”
“왜 대위 못 달고 2년째 물 먹었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이 새끼가…….”
“저 총 들고 있습니다.”
“허~ 협박이냐? 지금 상급자한테 총 들고 위협했다 이거지?”
“왜 이러세요. 먼저 가혹행위를 하려고 하셨잖습니까?”
“~요? 지금 군대에서 말끝을 ‘요’로 끝냈다 이거지?”
그때 곁에 있던 대물 저격 총을 든 자가 부른다.
“대장!”
“왜? 너도 불만 있어?”
“진월 대장님!”
“……?”
“그러니 건망증 진료 한번 받아보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다 알고 있는데 대장만 몰라.”
“어떻게 믿고 작전을 나가냐고?”
다들 지휘관을 원망하는 말을 한마디씩 내뱉는다.
모르는 마명 일행이 보기에도 문제 있어 보인다. 그런데 진월을 알고 있다. 마명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다. 검은 날개 문신은 바로.
“흑신우(黑迅羽)…….”
그랬다. 과거 진월의 소속부대였던 흑신우였던 것이다.
-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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