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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佳樺 '이용' 입니다.

타천(他天)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가화佳樺
작품등록일 :
2015.12.27 10:19
최근연재일 :
2016.06.12 18:05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236,368
추천수 :
5,740
글자수 :
1,122,852

작성
15.12.23 18:00
조회
1,231
추천
40
글자
19쪽

제 28 장 범인은 누구?

DUMMY

진월이 병실을 나서자마자 호출이 울린다. 진월은 벽에 달린 인터폰으로 향한다.

“무슨 일이지?”

“원내에 계시면 통제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살인사건입니다.”

“지금 우리가 맡아야 할 건인가?”

“국장님이 인가하신 건입니다.”

“그래? 알았다. 가도록 하지.”

진월은 사실 현 상황에서 사건을 맡기 싫었다. 사건에 집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걸음을 옮기다가 화장실로 들어간다. 마명에게 피를 주느라 손에 피가 말라 붙어 있었다. 물을 틀어 피를 닦는다. 손바닥의 상처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놀라운 회복력이다. 주먹을 꽉 쥐어본다. 힘이 넘친다. 눈을 들어 거울을 본다. 구릿빛 피부의 잘생긴 사내 하나가 서 있다. 의젓하고 늠름해 보이지만 겉으로만 그렇다. 그의 마음속에는 많은 상처가 존재한다. 이번 일로 인해 상처가 더 생겨났다.

진월의 눈빛에 금빛 서기가 어린다. 그 금빛 서기 안에는 검은 빛도 섞여 있다.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그의 힘!

그 힘의 원천은 어디서 온 것일까?

원한적도 없고 원하지도 않은, 타고 난 이 힘 때문에 모든 일이 일어난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서 숨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지금이 그렇다. 힘은 그의 마음을 반영한다. 갑작스런 몽상에서 시작된 무념무상은 영력의 발현을 돋운다. 그가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영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다. 검고 어두운 영기와 금빛의 밝은 영기가 뒤엉킨다.

얼굴 전체를 검은 색 영기가 철가면처럼 뒤덮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금빛의 영기가 가면 형상이 되어 뒤덮는다.

멍하니 있던 진월의 눈에 초점이 돌아온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깜짝 놀란다. 손을 들어 영기의 가면을 찢듯이 걷어버린다. 흩어져 버린 영기는 진월의 손짓을 따라 화장실 벽면을 강타한다.

콰앙~

소멸되지 않은 영기의 덩어리가 벽에 큼지막한 자국을 남겼다.

벽이 움푹 파인 채 배관까지 건드렸다. 물줄기가 소화전 물줄기처럼 터져 나온다.

삐삐~

비상벨이 울린다. 건물 내의 이상이 발생할 경우 울리는 경보음이다.

진월은 사고를 내 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 나간다.

멀리서 외치는 담당 직원들의 고함 소리가 청력 좋은 진월의 귀에 들려온다.

“어떤 개 후레자식이 이 모양을 만들어 놓은 거야? 야! CCTV 돌려. 찾아내. 죽여 버리겠어.”

“…….”

청력 좋은 것이 안 좋을 때도 많았다.

통제실로 들어선 진월을 본 매수 실장이 다가온다. 진월이 먼저 입을 연다. 드문 일이다.

“시설과장이 누구였지?”

“네? 시설과장이요? 그건 왜 물으십니까?”

“날 죽인다고 해서.”

“흠. 드디어 미쳤군요.”

“미칠만한 짓을 했지.”

“누가요? 아~ 팀장님이? 무슨 일을 하셨는데요?”

진월이 매수의 귀에 속닥거린다. 매수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두말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더니 자판을 두들기며 뭔가를 한다.

매수는 진월을 보며 말한다.

“어찌됐든 이걸로 한 번의 면죄부는?”

“고려해보지.”

“그런 법이…….”

“매수 실장!”

시설과장이 갑자기 들이닥치며 매수를 부른다.

딸꾹! 딸꾹!

죄짓고는 못사나 보다. 깜짝 놀란 매수가 딸꾹질을 한다. 시설과장이 의아한지 보다가 방문 목적을 밝힌다.

“CCTV 확인 좀 해야겠네. 좀 급해. 도망가기 전에 잡아야 돼서.”

“딸꾹! 무슨 일인데, 딸꾹, 그러시나요?”

“어떤 놈이 화장실 배관을 아작을 내놨어. 잡아야 돼.”

“어딥니까?”

시설과장이 화장실의 위치를 말하고 매수는 CCTV 자료를 찾는다.

“어? 자료가 날아갔는데요.”

“뭐어? 어찌된 일이지? 그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잖아. 모니터링 인력이 얼마나 많은데…….”

시설과장의 눈이 통제실에 앉아 있는 통제 요원들을 휘익 돌아본다. 많기는 많다. 대신 어느 누구도 시설과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자기 할 일을 찾아 모니터와 박치기 대회를 벌이게 생겼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설마 범인이 통제실에 있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멀쩡하던 CCTV가 촬영이 안 될 수가 있나?”

“저번에 그놈들 때문에 고장 난 것이 한두 개 인줄 아십니까? 더구나 지금 살인사건 때문에 이 팀장님 와계시잖아요. 바쁘니까 자료 복원할 수 있으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범인은?”

“잡아야지요. 크흠!”

매수가 잡아야 한다고 크게 말한 후 헛기침까지 곁들인다. 눈은 진월을 향해 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 는 의미다. 마무리를 부탁하는 눈빛이기도 하다. 한 눈치 하는 진월이 못 알아들을 리 만무하다.

“살인범부터 잡고 나서 내가 직접 잡아드리지요.”

“하~, 하하. 뭐, 이 팀장님이 직접 나서주신다면 저야 좋지요.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시설과장은 흡족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매수 실장은 그런 시설과장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진월에게 묻는다.

“자수하시게요?”

“너 같으면?”

“안하지요.”

“알면 됐다.”

“역시!”

매수는 자신의 추측이 맞은 것이 기쁘다. 바로 국장과 팀장은 사기의 대가들이라는 그의 생각이다.


* * *


화면에는 사건 현장의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탁자에는 주요 사진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보고서에는 두 사건의 공통점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첫째, 독신 남성이다.

둘째, 외상은 없다.

셋째, 자신의 방에서 알몸으로 죽어있다.

넷째, 베게가 두 개다.

등등의 기록이 남겨져 있었다.

한참 기록을 들여다보던 진월이 매수를 본다.

“부검 결과는?”

“아시잖아요?”

“뭘 알아?”

“과학수사연구소는 시간이 걸립니다.”

“누가 그걸 물었나? 우리 쪽의 판단 말이야.”

“아~ 네. 익사로 추정된답니다.”

“방 안에서 익사했다고?”

“뭐, 저번에도 그랬잖습니까.”

“저번에는 사인이 다양했었지. 이번에는 두 건 모두 연속이다.”

“다르긴 다르네요. 그러나 보편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은 너나 범하는 것이고.”

“맞습니다.”

창민이 진월의 의견에 동의한다. 사건 파일을 들여다보던 창민이 파일을 툭 내려놓으며 푸념한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

모두 다 같은 생각이다.

지금 벌어진 사건이 살인 사건이라 중요하지만 그들에게는 동료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 모든 것을 걸고 매진해도 부족할 판에 다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것 자체가 탐탁지 않았다.

“민서는 아직 안전하다. 그러니 이 사건에 집중해라.”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공무 중이다. 난 네 팀장이고.”

“그래, 그만해라. 창민아.”

강희가 창민을 만류한다. 가장 속이 타는 사람 중 하나가 팀장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월이 창민을 본다.

“이미 시간이 지나버려서 시공추상력으로 현장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벌써 이틀이나 지나버린걸요.”

“답이 없군. 두 개의 사건 현장도 근처라는 것 외에는…….”

“팀장님, 그래도 한번 근처에 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래요. 이럴 때는 안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창민과 강희의 제안에 진월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국장 또한 이걸 노린 걸지도 모른다.

이동 중 창민은 패드를 들여다보며 뭔가를 계속 찾고 있다. 지도를 띄워놓고 줄였다 늘였다 반복해 본다. 그러다 사건 일자에 주목한다. 원래 분석은 민서의 몫이지만 없으니 창민이 대신한다.

“사건의 간격이 이틀이네요.”

“그래서?”

강희가 반문한다.

“오늘이 다시 이틀째 되는 날이잖아요. 이것 맞으면 대박인데.”

“넌 사건이 다시 일어나길 바라니?”

“뭐, 별 수 없잖아요. 증거가 없는데, 지문도 없고 흔적도 없고. 그렇다고 주변 CCTV에 죽어버린 사람들이 같이 다닌 흔적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잡을 방법이 없어요.”

“그래도 그렇지.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미결 사건으로 남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러다 언젠가 다시 범인이 활동하면요?”

“…….”

창민의 반문에 할 말이 없어진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증거가 없어 범인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범인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죽는다. 활동하지 말기를 바란다면 미제 사건으로 남는다.

어떤 것이 좋은 것일까? 잡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의 상황과 비슷하다.

사건 현장에 거의 도착했다. 두 번째로 죽은 남자의 집 근처다.

한참 패드를 바라보고 있던 창민이 갑자기 한기를 느낀다.

“어?”

“왜 그래?”

“밖에.”

“밖에 뭐?”

“못 봤어?”

“뭘 못 봐? 끊지 말고 전부다 한꺼번에 말 못해.”

“이상하다.”

“이 자식이, 진짜!”

강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어올린다.

“자, 잠깐!”

“잠깐, 뭐어~?”

“사람 죽일 일 있어?”

“누굴 죽여?”

“나 말이야.”

“널 왜 죽여?”

“그게 주먹이야, 해머지?”

퍽!

“크윽!”

창민은 결국 해머에 한 대 맞는다.

“좋게 말로 할 때 얌전히 굴었으면 좋잖아.”

“난들 말하기 싫어서 안 하는 줄 알아? 말해도 맞을 것 같으니까 그런 거라고.”

“뭔데?”

“꼭 유령 같았어.”

“염병을 한다.”

퍽!

“커헉!”

창민의 이번 신음소리는 더 크다. 더 세게 맞았다.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많이 아프니까 신경질까지 난다.

“와악~ 진짜! 계속 때릴 거야? 콱 들이 받아버릴라.”

“들이 받으면?”

“받으면?”

“…….”

“나만 부서지겠지.”

“그러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알았다고. 줴!에!엔!장!”

“허, 갑자기 중국어는 하고 지랄이셔~!”

“너무 맞아서 그런다고.”

창민은 말로만이라도 지기 싫다. 진월은 둘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고 웃는다.

“창민! 뭔가 본 게 있으면 한번 시도해봐라.”

“아. 그러네요.”

창민은 두 말 하지 않고 능력을 집중한다. 이미 차는 창민이 느낀 시점에 멈춰 있었다. 창민의 이마가 일그러지며 뭔가를 느낀다. 고개를 갸웃거리기까지 한다.

후우~

창민이 긴 숨을 내쉰다. 강희가 궁금한지 묻는다.

“뭐가 보여?”

“응.”

“뭔데?”

“희한하네.”

“애 또 말 끄네. 한 대 더 맞을까?”

“이해가 안 되니까 하는 말 아니야.”

“그러니 말을 해 보라고.”

“물이야.”

“물이라고? 내가 물로 보인다는 말이야?”

“지금 장난해?”

“니가 하잖아.”

“정말 물이 보인다고. 형체가 자꾸 변하는 물.”

“…….”

창민의 단호한 어투에 강희가 입을 닫는다. 진월은 뭔가를 고민한다.

“물이라면 연관성이 있다. 모두 폐에 물이 가득 차 있었으니…….”

“거 봐.”

“그럼, 지금 근처에 있니?”

“지금은 당연히 없지. 있으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어.”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쩔 건데?”

“말을 해준다는 거지. 잡으라고.”

“어떻게 잡아. 물을?”

“그것도 그러네. 팀장,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요?”

창민의 물음에 진월이 둘을 번갈아 본다. 둘은 진월의 답만 기다리고 있다. 뜸을 한 참 들이던 진월의 입이 열린다.

“잡아야지.”

“…….”

“…….”

둘은 어처구니가 없다. 실망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창민이 투덜거린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맷돌도 없다.”

“…….”

“…….”

진월의 답변에 둘의 분위기는 싸늘해진다. 펭귄이 빙판 위에 스케이트를 타고 돌아다닌다. 진월이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그래도 민서의 일로 어두웠던 분위기가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두 번째 희생자의 집에서 추가적인 물증은 없는지 확인한다. 딱히 증거로 보일만한 것은 없다. 다만…….

“습하군.”

“그런 것 같네요.”

이상하게 습기가 많게 느껴진다.

창민은 쓸만한 것이 없자 계속 패드만 두드리며 뭔가를 하고 있다.

“팀장님!”

“왜?”

“피해자들의 집이 직선거리로 불과 100여 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요.”

“그렇지.”

“그렇다면 다음 피해자도 근처에서 발생하지 않을까요?”

“…….”

진월과 강희가 침묵한다. 발생하지 말아야 할 사건이지만 결국 가능성은 높다. 딱히 현재 취할 방법이 없으니 대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주변에서 대기하도록 하지. 창민이 너는 오면서 느꼈던 것처럼 이상한 것이 느껴지면 바로 이야기해라.”

“네.”

잠복이 시작된다. 일을 하면서 가장 지루한 시간이다. 밑도 끝도 없이 기다리는 것은 정말 할 일이 못된다. 패드를 통해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이 음악조차 없으면 정말 적막강산일 듯하다.

창민이 불현 듯 생각이 난 듯 묻는다.

“민서 누나는 괜찮겠지요.”

“…….”

빈 공간에서 독백을 하는 것 같다. 그 누구도 답을 주지 않는다. 창민은 다시 패드로 눈길을 돌린다. 또 다시 의미 없는 시간이 흐른다. 정말 의미 없는 시간일까?

민감한 창민의 귀가 꿈틀거린다. 마치 진화가 덜 된 인간의 모습이다.

사르륵~

남자의 음성도 들린다. 원하는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창민의 능력이 발휘된다.

사실 처음 능력을 각성했을 때는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모든 소리가 그의 뇌리를 두들겼다. 아마 국장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을지도 몰랐다.

어찌되었든 지금 남자의 속삭임이 창민의 청각을 자극한다. 사랑의 속삭임이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다. 처음 만나는 여자를 대하는 음성이다. 더구나 소리의 울림으로 봤을 때 집 안이다. 집 안에서 처음 만나는 여자와 대화를 하는데 간절함이 절절하다. 더 이상한 것은 여자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는다.

창민이 꿍얼거린다.

“이 남자가 미쳤나? 아니면 연기 연습이라도 하나?”

“왜 뭔가 들려?”

강희가 묻는다.

“느낌이 이상해서 집중을 했더니 혼자만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어.”

“어디지?”

진월의 물음에 창민이 차창 밖을 본다.

“저기 보이는 저 건물인 것 같은데요.”

“오피스텔이군.”

진월이 바로 그 건물로 향한다. 건물 앞에 차를 주차한 후 대기한다.

창민은 계속 집중하고 있다.

“참, 이상하네요.”

“또 뭐가?”

강희가 또 추궁한다.

“너무 조용해요. 그냥 연기지망생인가 봐요.”

“심장은 뛰고 있니?”

“네. 멀쩡하게 오히려 잠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심박수가 점점 얌전해지는 것이…….”

“무슨 잠의 신이니? 여기 도착한지 얼마나 됐다고 금방까지 팔팔하게 연기 연습하던 사람이 벌써 잠에 빠져들어.”

벌컥!

진월이 차문을 열고 나선다. 그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진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간다. 창민이 말해주지 않아도 이미 몇 층인지 알고 있다. 그의 오감도 상당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계단을 뛰어오른다. 마치 물 찬 제비 같은 움직임이다.

창민이 말한 남자의 심장 박동이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잠에 빠져든 사람의 박동과는 확실히 달랐다.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 같았다.

진월이 문 앞에 섰다. 주저하지 않고 문을 발로 찬다.

콰앙~

벽 전체가 울린다. 쇠로 만들어진 문이 오그라들었다. 문고리를 잡고 확 잡아챈다.

진월의 시선이 심장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한다. 아직까지는 죽지 않았다.

진월이 어둠 속을 마치 밝은 곳을 보듯 꿰뚫어 본다.

“…….”

잠시잠깐 멈칫한다. 이제껏 보지 못한 존재다.

남자와 입맞춤을 하고 있는 이상한 형체가 보인다. 분명 여인의 몸매다. 그런데 푸른빛을 발하고 있다. 여인의 입으로는 흰빛의 영체가 끊임없이 흘러들고 있었다. 진월이 문을 부수자 여인의 고개도 진월을 향한다. 흰빛의 영체는 끊어지지 않고 여인의 입을 향해 들어간다. 그런 여인의 눈에 슬픈 기색이 보인다.

잠시 멈칫했던 진월의 몸에서 금빛과 담흑빛의 영력의 불길이 일어난다.

상대는 정상적인 인간의 육체를 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영력을 통한 구속이나 제거다. 영력의 불길이 영사의 형태로 변한다.

진월의 신형이 여인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간다.

여인은 진월의 영사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두 눈이 확 커진다. 흰빛의 영체를 빨아들이던 것도 멈춘다.

[그림자와 빛의 정…….]

“……?”

달려들던 진월의 뇌리에 여인의 음성이 와 박힌다. 여인은 직접적인 말이 아닌 텔레파시 형태로 의사를 전하고 있었다. 창민이 여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이유다.

텔레파시에는 약간의 현혹 능력이 있는지 진월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월은 곧 신색을 회복한다.

진월이 금빛과 담흑빛이 어우러진 영사를 채찍처럼 만들어 날린다. 의문의 형체를 지닌 여인을 구속하기 위해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슥!

여인의 형체가 사라진다. 진월의 영사 채찍은 허공을 훑고 만다.

흠칫!

진월의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눈으로 쫓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한기까지 엄습한다.

슥!

다시 한 번 여인이 사라졌을 때의 음향이 들린다. 진월의 시선이 급하게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한다. 여인이 진월의 바로 옆에 나타났다. 한기가 느껴진 이유였다.

진월의 영사가 바로 여인을 향해 뻗어 나아간다.

여인의 손이 먼저 진월의 몸 근처에 닿는다.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 그녀의 몸놀림은 중력을 무시하고 있다.

치직~

[흑!]

“음!”

서로간의 힘이 충돌했다. 그것도 영기의 충돌이다. 여인은 손을 움찔했고 진월은 한기와 섬뜩함을 느낀다.

[이런 세상에 어떻게 당신 같은 인간이…….]

“넌 뭐지?”

진월이 묻는다. 그러나 묻는 것은 유인책이다. 그의 영사가 그 틈을 노리고 여인을 향해 뻗어간다. 몸은 가만히 있지만 자연스럽게 영사가 형성되며 여인을 향해 그물처럼 퍼져가고 있었다.

그때 강희의 음성이 들린다.

“무슨 구경났어. 다들 들어가!”

사람들이 문을 부수는 소리에 놀라 나와 있자 강희가 소리를 친 것이다. 의문의 여인도 진월에게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슥!

다시금 미세한 소음이 인다.

여인은 다시 진월의 영사에서 간발의 차로 벗어난다. 정말 미꾸라지 같은 움직임이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여인은 진월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슥 사라진다. 마치 처녀 귀신이 허공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움직임이다.

“창민!”

“헉헉! 네네.”

“저쪽으로 가면 뭐가 있지?”

“찾아보고요.”

“강희!”

“네.”

“저 남자 상태 체크해봐라.”

강희는 얼른 누워있는 남자를 향한다. 호흡곤란 증상이 보이고 피부가 창백하다. 심박도 현저히 느려져 있다. 이대로 두면 얼마 못가 사망할 것처럼 보였다. 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간다.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아트로핀까지 꺼내들어 남자의 허벅지에 찌른다.

그 사이 창민은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한다. 패드로 의문의 여자가 향한 방향에 무엇이 있는지 살핀다. 전화로는 119에 응급환자가 있음을 알린다.

패드를 움직이던 창민의 손이 멈춘다.

‘습하다. 물과 관련…….’

패드에 펼쳐진 지도에 용왕산 근린공원이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연못이 있었다.

용왕정!

‘여기다.’

“연못이 있어요. 저 여자 연못으로 향하는 것 같아요.”

“임시 조치하고 따라와라.”

진월은 창문을 향해 몸을 날린다.

“어어~”

“꺄악!”

거의 뜯겨지다시피 한 문을 통해 지켜보던 입주민들이 진월이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자 놀라서 소리친다. 4층이니 떨어질 경우 잘못하면 죽는다. 당연한 반응이다.

강희가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주사 처치까지 한 후 휙 돌아본다.

“꺼지라고!”

역시 성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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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제 86 장 의문의 일족. 16.02.19 657 16 12쪽
86 제 85 장 타천(他天)으로……. +2 16.02.18 636 20 12쪽
85 제 84 장 뜻밖의 거래. 16.02.17 619 18 11쪽
84 제 83 장 몽중로(夢中路)! +1 16.02.16 711 19 12쪽
83 제 82 장 오늘 같은 날은 다시는 없다. 16.02.15 684 19 12쪽
82 제 81 장 잠력 폭발! +1 16.02.14 645 19 11쪽
81 제 80 장 피에 남은 흔적 16.02.13 650 20 13쪽
80 제 79 장 왜냐? 16.02.12 610 18 11쪽
79 제 78 장 발휘된 잠력. +1 16.02.11 914 20 11쪽
78 제 77 장 시험을 한번 해볼까? 16.02.10 805 19 12쪽
77 제 76 장 침투 16.02.09 675 17 12쪽
76 제 75 장 섬으로……. 16.02.08 588 20 13쪽
75 제 74 장 해부하시지요. 16.02.07 665 19 14쪽
74 제 73 장 괴물을 뛰어넘는 괴물. 16.02.06 766 22 12쪽
73 제 72 장 전부 다 부셔주지. 16.02.05 761 19 12쪽
72 제 71 장 나찰 오환의 목적. 16.02.04 701 25 13쪽
71 제 70 장 인질이 된 부국장. 16.02.03 776 21 13쪽
70 제 69 장 나, 너희 국장이야. 16.02.02 696 22 12쪽
69 제 68 장 민서의 위치? 16.02.01 755 23 13쪽
68 제 67 장 신들도 홍보가 필요하다. 16.01.31 772 25 13쪽
67 제 66 장 도움이 조금 필요하다. 16.01.30 699 25 12쪽
66 제 65 장 마약보다 좋은 보약 16.01.29 671 23 13쪽
65 제 64 장 조인(鳥人) +2 16.01.28 640 20 12쪽
64 제 63 장 함 정 16.01.27 638 21 11쪽
63 제 62 장 사내한테 중요한 것. 16.01.26 731 23 13쪽
62 제 61 장 배고프다고 하잖아. 16.01.25 621 30 12쪽
61 제 60 장 수장(水葬)을 시켜주지. 16.01.24 670 27 12쪽
60 제 59 장 태워 주려고 나왔지. 16.01.23 760 26 13쪽
59 제 58 장 은혜 갚아라. 16.01.22 811 25 12쪽
58 제 57 장 죽음의 고비. 16.01.21 801 24 12쪽
57 제 56 장 흑룡 흑천 16.01.20 876 28 13쪽
56 제 55 장 어둠 속에 빛나는 눈동자 16.01.19 897 29 11쪽
55 제 54 장 물건 배달 왔습니다. 16.01.18 908 26 12쪽
54 제 53 장 내가 미안하다. 16.01.17 1,001 26 12쪽
53 제 52 장 힘 좋은 쉐인. 16.01.16 1,054 26 11쪽
52 제 51 장 나만 없으면……. 16.01.15 1,101 28 12쪽
51 제 50 장 뜻밖의 등장인물. 16.01.14 964 27 12쪽
50 제 49 장 귀천의 능력 16.01.13 932 26 12쪽
49 제 48 장 팔태신술! 16.01.12 958 28 12쪽
48 제 47 장 네가 알고 있는 노래. 16.01.11 1,048 28 12쪽
47 제 46 장 용자룡, 그는? 16.01.10 1,078 27 12쪽
46 제 45 장 전철 부장의 능력! 16.01.09 959 29 12쪽
45 제 44 장 기다리는 자가 있다. 16.01.08 953 27 12쪽
44 제 43 장 막강한 화력! 16.01.07 1,032 32 11쪽
43 제 42 장 쭈뼛거림! 16.01.06 909 33 13쪽
42 제 41 장 천운이구만 기래. 16.01.05 1,014 30 11쪽
41 제 40 장 동물, 인간, 진월! 16.01.04 1,235 29 12쪽
40 제 39 장 윙슈트! 16.01.03 912 31 12쪽
39 제 38 장 약쟁이 16.01.02 991 31 12쪽
38 제 37 장 대가리 쳐들고 그냥 쏴! 16.01.01 928 31 12쪽
37 제 36 장 훈련이냐? 실전이냐? 15.12.31 1,007 34 12쪽
36 제 35 장 차라리 잘라주세요. 15.12.30 1,189 36 12쪽
35 제 34 장 탈출 시도 15.12.29 1,106 32 12쪽
34 제 33 장 정보의 출처 +2 15.12.28 1,192 34 12쪽
33 제 32 장 속는 셈 치지. 15.12.27 1,162 34 11쪽
32 제 31 장 협상 결렬 15.12.26 1,053 37 11쪽
31 제 30 장 거 래 +1 15.12.25 1,415 38 12쪽
30 제 29 장 닉시 +1 15.12.24 1,346 35 12쪽
» 제 28 장 범인은 누구? +1 15.12.23 1,232 40 19쪽
28 제 27 장 신이 되고 싶은 자. +2 15.12.22 1,331 40 12쪽
27 제 26 장 회유, 그들이 원하는 것은……. +3 15.12.21 1,398 41 12쪽
26 제 25 장 뇌전과 붉은 속박. 15.12.20 1,282 44 20쪽
25 제 24 장 쉐인의 진실한 목적은? +2 15.12.19 1,462 48 14쪽
24 제 23 장 불을 다루는 여인. 15.12.18 1,415 47 12쪽
23 제 22 장 함정을 판 괴물들! +4 15.12.17 1,627 52 13쪽
22 제 21 장 젠장맞을 늙은이! 15.12.16 1,822 57 16쪽
21 제 20 장 침입자들! +4 15.12.15 1,806 56 12쪽
20 제 19 장 설렘을 선물하는 진월. 15.12.14 1,949 55 13쪽
19 제 18 장 거봐! 네 인생이 그런 거야. +2 15.12.13 2,125 67 16쪽
18 제 17 장 살아서 걸어갔다는 말이다. 15.12.13 1,945 65 12쪽
17 제 16 장 재주가 많군. +3 15.12.12 2,344 68 13쪽
16 제 15 장 둘은 끝나고 개별면담이다. 15.12.11 2,518 66 11쪽
15 제 14 장 신조차 죽일 수 있는 힘을……. +2 15.12.10 2,604 74 11쪽
14 제 13 장 쉐인은 스펠캐스터! +1 15.12.10 2,483 74 13쪽
13 제 12 장 광 분! +1 15.12.09 2,625 96 12쪽
12 제 11 장 푸른빛의 뇌전. +7 15.12.08 2,661 87 11쪽
11 제 10 장 구름을 타는 자. 15.12.07 3,164 88 15쪽
10 제 9 장 모두 튼튼한 놈. +3 15.12.06 3,780 116 13쪽
9 제 8 장 죽었다 살아난 자. +2 15.12.05 3,955 106 12쪽
8 제 7 장 진월의 능력! +1 15.12.04 3,989 116 12쪽
7 제 6 장 조 우 15.12.03 3,783 102 11쪽
6 제 5 장 형태변형자? +2 15.12.02 4,539 116 14쪽
5 제 4 장 연쇄 살인 +1 15.12.02 6,071 127 17쪽
4 제 3 장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상황! +7 15.12.01 7,316 17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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