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 장 막강한 화력!
진월이 합류했다. 그들의 고글에 비친 화면으로 경비 병력이 통로를 향해 몰려오는 것이 보인다. 꽤 많은 병력이다.
창민의 음성이 들려온다.
[현재 계신 곳은 D구역입니다. 민서 누나의 위치는 지금 디스플레이 되는 C구역에 있습니다.]
고글에 민서의 모습과 이동 경로가 표시된다.
“한 층을 올라가야 하는군.”
[그렇습니다.]
“통로는 중앙의 엘리베이터와 북쪽 끝의 계단이고?”
[네.]
“결론은 오는 놈들 다 처리하고 가야 된다는 의미군.”
[민서 누나의 위치를 일부러 그 쪽으로 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
진월이 고글을 통해 예상 거리를 파악한다.
‘엘리베이터까지는 150미터, 북쪽 통로까지는 약 220미터다. 쉽지 않겠군.’
엘리베이터는 이용할 수 없다. 방법은 북쪽 통로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가장 안전하고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진월이 강희와 최탑을 본다.
“둘은 능력의 사용을 자제한다.”
“……?”
강희가 질문을 던지려다 참는다. 진월이 그렇게 말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놈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최우선은 화기의 사용이다.”
탁!
진월이 메고 있던 K-2C를 두드린다. 강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이지만 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진월이 최탑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최탑의 실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고 그가 가장 크게 활약할 수 있는 분야다.
진월의 명령에 의해 통로를 가운데 두고 양측으로 나뉜다. 무조건 전진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IUC측도 이미 해킹을 당한 사실을 파악했다. 시설 내 화상 카메라를 모두 복구했다. 침투한 진월팀의 모습도 봤다. 숫자까지 이미 파악한 상태다.
창민과 NSCT 통제실 대 IUC 통제실의 보이지 않는 전투가 벌어진다. CCTV영상이 몇 분전의 화면을 비췄다가 다시 현 시간대의 화면을 비추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주도권을 잡고 빼앗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전은 정말 중요하다. 상대의 상황을 얼마나 파악하느냐에 따라 전세는 확실히 바뀐다.
전철 부장이 통제실에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시설 내에 있는 모든 화면이 펼쳐져 있다.
“꽤 실력이 좋은 자인가 보군.”
“대단한 자입니다. 설치된 라우터를 파괴하지 않는 한 막아내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곳으로 가려면 저 자들을 넘어가야 하지.”
“그렇군요. 분명 환풍룸 쪽에 설치가 되어 있을 테니 말입니다.”
“용자룡!”
“네.”
“자네 팀을 이끌고 가게나.”
“알겠습니다. 그런데 라우터만 제거합니까?”
“왜 욕심이 나나?”
“뭐, 가능하다면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E구역까지 가서 뒤로 우회하는 방법을 쓰도록 하지. 대신 방심하지 말도록 하게나.”
“이미 실력은 봤습니다.”
용자룡은 바로 민서를 납치할 때 진월에게 전격 폭탄을 날렸던 인물이다. 당연히 진월의 실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자는 아니다. 더구나 북측의 특수 대원들이 모두 당한 장면이 모니터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용자룡과 그의 팀원 셋이 자리를 뜬다.
전철 부장이 명령을 내린다.
“1팀 투입!”
명령에 따라 10여명의 병력이 진월이 대기하고 있는 기다란 통로의 반대편 끝으로 이동한다. 그들 또한 대기하면서 뭔가를 준비한다.
퓩! 퓩!
땅~ 또르르르~
연막탄이다. 진월 팀의 시야를 가리기 위한 방법이다. 경비 1팀, 팀장의 리시버로 전철 부장의 음성이 흘러든다.
[건물의 훼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화력을 집중해라.]
“네.”
1팀장의 시선이 뒤쪽을 향한다. 준비하고 있던 이들이 앞으로 나온다. 둘이 들어야 할 정도의 중화기다. 약간 낡은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위력만은 확실해 보인다. 바로 MK-19 고속유탄발사기다. 한발 한발이 수류탄의 파괴력과 맞먹는다. 40mm 유탄을 분당 최대 370여발까지 발사할 수 있는 무기다.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재래식 무기 중 가장 위력이 강한 축에 속하는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철컥! 철컥!
설치하는 소리가 들린다. 연막탄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지만 소리만으로도 뭔가 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진월의 청력 정도 되어야 파악 가능한 일이다.
“고글의 영상은 우선 무시해라.”
“네.”
“저쪽에서 선물을 준비 중이다. 우리가 먼저 한방 먹인다. 철형!”
“네.”
마명의 조원 중 하나를 부른다.
“칼 구스타프 준비해. 탄은 인마살상용 고폭탄!”
“네.”
만일을 대비해 최탑이 탄을 만진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가 만짐으로써 물질감응염동력 또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고폭탄을 발사대에 장입한다. 칼 구스타프의 발사대는 일반적인 대전차포와는 달리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우수한 제품이다.
원래 스나이퍼가 주특기인 철형이 칼 구스타프의 조준경에 눈을 맞춘다. 사실 맞추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쏘기만 해도 되는 상황이지만 되도록 실수는 피해야 한다.
화악! 푸학~
구스타프에서 인마 살상용 고폭탄이 붉은 불길을 뿜으며 빠져나간다. 고폭탄의 탄두에는 거리를 감지하는 신관이 장입되어 있다. 탄을 중심으로 연막탄이 갈라진다.
진월이 고폭탄이 발사되자마자 바로 명령을 내린다.
“20mm 공중 폭발탄 일제사! 타깃은 통로 중앙이다.”
명령이 떨어지자 진월 주변에 서 있던 목영호, 마명, 최탑, 조원 중 하나가 전방 통로를 향해 K-11을 쏜다. 앞에 달린 두 개의 총구 중 위에 있는 20mm 총구가 불을 뿜는다. 레이저 조준경이 통로의 중앙을 노린다. 탄도를 계산하고 조준점을 유도하는 것이다.
퐁퐁퐁~
때를 같이 해 경비 병력의 MK-19 고속유탄발사기도 불을 뿜는다.
슈우욱~
대기를 가르는 구스타프의 고폭탄 소리가 통로를 요란하게 울린다. 목적지에 거의 도달한 순간이다. 경비 1팀장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진다.
“젠장! 피해!”
콰앙!
피피피픽~
폭발음과 함께 공중에서 유탄이 주변으로 비산한다.
“크악!”
“악~”
유탄에 맞은 병력의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새어 나온다. 그나마 유탄에 맞고 살아 있는 자들의 음성이다. 즉사한 자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펑 퍼엉 펑~
통로의 중간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K-11의 공중 폭발탄이 계속 터지고 있다. 주변으로 유탄이 비산하면서 유탄의 막을 형성한다.
슈우욱~
쾅 콰앙~
경비 병력의 MK-19에서 발사된 고속유탄이 K-11에서 발사된 공중 폭발탄의 유탄과 부딪치며 폭발한다. 진월이 통로 중간을 노리고 쏘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폭발로 인해 연막이 걷힌다.
슈욱~
고속 유탄 한 발이 유탄막을 뚫고 쇄도한다.
진월은 이미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없다. 흐릿한 잔상과 함께 진월의 손이 허공을 가른다. 그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있다. 단검이 붉은 비상 경광등 빛을 받아 핏빛으로 번뜩인다.
서걱!
깡~ 깡!
고속 유탄이 신관 뒷부분부터 두 조각으로 절단된 채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진월이 바로 통로를 가로지르며 움직인다.
“Go!”
“고우, 고고고!”
목영호와 마명이 바로 이어 팀원들에게 명령한다. 진월의 뒤를 이어 경계 자세를 취하며 달린다. 통로의 끝까지 20여 미터다. 끝부분에 다다르자 경비 병력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양쪽 모두에서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 구스타프의 인마 살상용 고폭탄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된 것 같다.
모니터로 상황을 보고 있던 전철 부장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화면이 잠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장면은 처참했다. 경비 1팀의 대부분의 병력이 전투 불능으로 보인다. 그나마 1팀장은 폭발의 여파를 피했는지 돌격 소총을 들어 쏘는 장면이 보인다.
타타타탕~
목표는 갑자기 나타난 진월이다. 검은 그림자가 보이자마자 갈겼다. 하지만 진월은 이미 보이던 곳에 없다. 다만 움직이는 검은 그림자에서 두 개의 빛이 번쩍인다.
푸슉 푸슉!
한 발은 미간, 한 발은 심장에 박힌다.
진월이 서서 왼쪽을 확인하는 동안 대원들 중 코너샷을 들고 있는 자들이 우측 통로를 확인 사살 한다.
총구에서 불이 뿜어지고 신음하던 자들의 고통을 덜어준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전철 부장의 입술이 일그러진다.
“전 팀에게 전달한다.”
“…….”
갑작스런 전철 부장의 명령에 통제요원이 당황한다.
“설치된 카메라를 파괴한다.”
“그렇게 되면 저희 또한 아무 것도 못 보게 됩니다.”
“내부 구조를 우리는 잘 알지만 저들은 잘 모르지 않나?”
“그, 그렇군요.”
“어차피 있어 봐야 현 상황에서 혼란을 야기하기만 할 뿐이다. 지금부터는 아날로그 전투다.”
경비 병력이 카메라를 하나씩 부수자 모니터의 화면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용자룡에게는 바로 후방을 치도록 전달 해.”
“네.”
전철이 명령을 내린 후 바로 통제실 문을 열고 나선다. 그 또한 진월을 저지하기 위해 나가는 것 같았다.
진월의 팀이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어차피 화면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로지 청각에 의지해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탑!”
진월의 부름에 최탑이 앞으로 나온다. 진월이 통로의 끝으로 뭔가를 던진다. 소형 카메라다. 그냥 봐서는 카메라로 보기 어렵다. 검은데 작은 공처럼 생겼다. 소형 정찰 드론의 응용버전 같다.
도르르륵~
굴러가던 검은 공이 통로의 중앙쯤에서 멈춘다. 최탑의 고글로 공이 바라보는 정면의 모습이 들어온다.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인 최탑이 방아쇠를 당긴다.
츄캉~ 츄캉~
20mm탄이라 소리가 약간은 묵직하다. 문제는 벽을 보고 쐈다. 하지만 최탑의 시선은 현재 고글에 디스플레이 되는 적 병력을 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20mm 유탄이 벽 앞에서 휙 꺾인다.
콰앙~ 콰앙~
허공에서 공중 폭발탄이 터진다. 뛰어오던 경비 병력에게는 갑작스런 날벼락이다.
“컥!”
“크헉!”
비명과 함께 경비팀의 병력이 우수수 쓰러진다. 구비하고 온 화력 면에서는 전차 부대 무섭지 않은 화력이니 경비팀이 상대가 되질 않는다. 경비팀이 혼란에 빠진 사이 마명이 통로의 코너에서 고개를 쑥 내민다. 이럴 때 보면 소심하다. 분명 고글을 통해 전방의 모습이 보임에도 조심하는 모습이다.
쓱!
철컥!
안전핀을 돌린다. 마명의 손에 들린 것은 개틀링 건이다.
두드드드드~
개틀링 건의 총신이 빠르게 휘돈다. 총구에서는 붉은 화염이 계속 솟아난다. 경비 2팀이 전멸하는 순간이다. 물론 기본적인 방탄복은 모조리 걸치고 있어 운이 좋아 기절하는 선에서 끝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투불능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진월 팀은 큰 피해 없이 신속하게 이동한다. 다음번에 맞닥뜨린 경비 3팀과 4팀 또한 강력한 화력에 맥을 못 추고 쓰러졌다.
진월이 팔목의 패널을 조작해 위치를 파악한다.
‘거의 다 왔군.’
흠칫!
진월이 서늘한 감각을 느낀다. 빠르게 대원들에게 경고한다.
“밀집 대형으로 따른다.”
대원들이 뭉치며 C구역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