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장 팔태신술!
후웅!
진월의 영사의 팔이 전철 부장을 향해 쇄도한다.
전철 부장의 시선이 그제야 진월을 향한다. 그것 또한 슬쩍 본다. 뭔가 통로 저편이 걱정이 되는 표정이다.
‘딴 생각?’
그러나 절대 싸움 중에 다른 생각을 할 자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진월은 상대의 틈을 최대한 파고든다. 흑색의 영사 팔이 하나 더 생성되며 전철 부장의 흉부와 안면을 동시에 노린다. 막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콰악!
전철 부장이 진월의 영사 팔들을 붙잡는다. 서로 깍지를 끼고 힘 대결에 들어가는 상황이 연출된다. 진월의 몸에 일어난 검은 영사의 불길이 영사 팔에 힘을 제공한다.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팽팽함을 보인다. 그러나 전철 부장의 영력의 갑옷이 약간의 변화를 보인다. 손등을 감싸던 영력이 날카로운 검처럼 변한다.
콰과곽~
칼날처럼 일어난 은빛의 영력이 진월의 영사 팔을 파고든다.
“자네의 이 흑색 영사는 그림자, 어둠, 음을 나타내지. 속성을 이용하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지. 하지만…….”
쩡~
진월의 영사 팔에 금이 간다.
“아직 미흡하군.”
영사 팔에 금이 갔지만 그 순간 진월도 움직인다. 영사 팔은 그대로 둔 채 그의 몸이 전철 부장의 품 안으로 파고든다. 잔뜩 벼르고 있었던 듯 엄청난 빠르기다.
진월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지만 전철 부장은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얼굴에는 미소가 어리는 것 같다. 그의 은빛 영력 갑옷 위로 회색빛의 빛이 어린다. 중력장을 형성하는 것 같다.
그때 진월의 몸에서 영사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불길처럼 피어오르던 검은 영사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전철 부장의 전신을 노리고 날아간다. 과연 전철 부장의 중력장을 뚫을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전철 부장의 두 손은 아직 부서지지 않은 영사 팔에 잡혀 있는 상태다. 복부는 그대로 비어있다. 진월이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인가 보다. 아주 잠깐의 틈. 그 틈만 있으면 되었다.
퍼퍼퍼벅~
검처럼 형성된 진월의 검은 영사가 전철 부장의 영력 갑옷에 박힌다. 중력장까지 꿰뚫고 박혔다. 강도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영력을 앞부분에 집중시킨 덕분이다. 전철 부장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콰앙!
“…….”
전철 부장의 몸이 흔들렸다. 진월의 권이 전철 부장의 옆구리에 박혔다. 그의 권에는 중력장을 꿰뚫은 검은 영사가 장갑처럼 덮여있다. 권이 슬쩍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 손바닥이 펼쳐지며 다시 같은 지점을 노린다.
반짝!
뭔가 반짝이는 물체가 슬쩍 보인다.
퍼억!
“헉!”
전철 부장의 입에서 처음으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콰앙!
진월의 권이 다시 전철 부장의 안면에 박힌다. 한번 틈이 생기자 쉴 틈 없이 몰아친다.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붉은 액체가 튀어나온다. 그도 사람인 것은 확실하다. 진월의 두 손이 전철 부장의 어깨를 움켜쥔다. 강한 악력에 의해 중력장과 영력의 갑옷이 동시에 뚫린다. 물론 검은 영사가 진월의 손에도 형성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퍼억!
박치기가 안면에 작렬한다. 무식한 박투가 이어진다.
콰앙!
진월이 있는 힘껏 전철 부장의 복부를 찼다. 전철 부장이 그대로 날아가 벽에 다시 한 번 박힌다. 그의 옆구리에서는 붉은 선혈이 꾸역꾸역 밀려 나오고 있다. 그렇게 타격을 입었음에도 전철 부장이 고개를 든다.
“크크, 크하하하! 마음에 들어. 그 정도는 되어야지.”
그는 끙끙거리며 벽에서 나온다. 그리고 옆구리로 시선을 돌린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괴물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철갑탄은 언제 숨겼지? 그것도 다섯 발씩이나.”
그랬다. 진월은 그를 향해 발사된 철갑탄을 쥐도 새도 모르게 챙겨놓았다. 특별히 제작된 철갑탄이니 전철 부장의 중력장과 영력의 갑옷을 꿰뚫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진월의 파워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철갑탄이 전철 부장의 상처를 통해서 하나씩 빠져나오려는 모습이 보인다. 진월만 괴물이 아니라 그도 괴물이다. 정말 둘이 결판을 내려면 하나는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만 같다. 전철이 진월을 보며 피식 웃는다.
“우리 결판은 잠시 미뤄야겠군. 그래도 잠시 뒤에 다시 보게 될 것이네. 쉽지는 않을 것이야.”
“…….”
전철 부장이 피를 흘리는 몸으로 진월을 향해 갑자기 쇄도한다. 말과 함께 움직인 것이라 진월도 약간 움찔한다. 갑자기 전철 부장의 모습이 거대한 거인의 모습으로 확대되어 보였다. 순간이지만 그의 모든 힘을 개방한 것처럼 느껴졌다. 엄청난 기운이 진월을 억누른 것이다. 능력의 끝을 가늠하기 힘든 인간이다.
* * *
용자룡의 시야에 사라진 강희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덟 번째 능력 발현이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방금 전에 너무 무리해서 능력을 발현한 대가다. 강희의 뛰어난 동체 시력에 단검을 지르는 마명의 모습이 느리게 보인다. 그녀의 눈앞에 떠 있는 비도의 모습 또한 보인다. 현재 그녀의 속도는 비도가 대기를 가르는 속도 보다 빠르다.
용자룡은 그 짧은 순간 결단(決斷)을 내려야 한다. 셋 중 무엇을 막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용자룡의 오른팔이 하늘로 향하고 왼팔은 땅으로 향한다. 동시에 다리 하나가 들린다. 많이 본 기수식이다.
달려들던 마명과 강희의 눈동자가 화들짝 커진다.
‘뭐냐?’
‘뭐지? 이 자세는…….’
콰앙!
용자룡의 들린 발이 진각을 강하게 밟는다. 마명과 강희의 뇌리에는 똑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팔태신술(八太身(神)術)!’
“젠장!”
“넌 누구야?”
콰앙!
둘의 음성과 동시에 굉음이 통로를 뜯어 눕힌다. 용자룡의 두 팔이 다시 교차하며 바람이 일어난다. 기풍이다. 웅후한 기풍에 의해 다가서던 비도의 속도가 주춤할 정도다. 휘돌던 팔이 다시 바깥쪽으로 향한다.
후웅~
강희가 두 눈을 부릅뜨고 본다.
‘태기팔춤이다.’
강희의 생각대로다. 용자룡이 펼치고 있는 것은 바로 국장의 비전인 팔태신술이다. 이 자가 도대체 어떻게 팔태신술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여섯 번째 초식인 태기팔춤에는 이전 다섯 초식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밖으로 뻗던 용자룡의 손에서 경력이 일어난다. 태기손바람이다. 방향은 그를 향해 날아오는 비도와 마명을 향해서다.
파팡!
“큭!”
마명의 신음이다.
따다다당~
날아들던 비도들도 한데 엉킨다. 뒤를 따르던 강희에게도 경력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아직까지 거리가 있기에 마명이 입은 피해보다는 작다. 강희가 이를 악문다. 지금도 거의 한계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으아아!”
콰앙!
강희가 무리하게 능력을 발현한다. 공기가 강희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폭발한다.
탁!
아직 멀쩡한 강희의 왼손이 최탑의 비도 하나를 낚아챈다. 최탑 또한 그의 비도가 흩어지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최탑의 양손이 벌어지더니 다시 합쳐진다. 뭔가를 다시 모으는 행동이다. 그에 따라 비도 또한 흩날리다가 다시 자리를 찾는다.
용자룡의 시선이 바쁘게 움직인다. 마명은 뒤로 날아갔다. 비도는 아직 태세를 다 갖추지 못했다. 위협적인 요소는 현재는 강희뿐이다. 문제는 강희의 스피드다. 그조차 쉽게 따라가기 힘든 움직임을 보인다. 방금도 굉음과 함께 모습을 놓쳤다.
투~툭!
용자룡의 가슴 쪽에서 소음이 들려온다. 그들의 동작이 워낙 빨라 소리도 잘려서 들린다.
강희의 손에 잡힌 비도가 용자룡의 심장 부위를 파고든다. 강화복은 총탄과 파편에는 강한 면을 보이지만 기가 실린 날카로운 칼날에는 뚫린다. 그때 용자룡의 손도 강희의 비도가 들린 손을 잡아간다. 알아챘지만 약간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강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한계를 넘어서서 행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야아~”
강희가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른다. 악에 받친 음성이다.
용자룡의 권이 갑자기 방향을 튼다. 이미 가슴에 박히는 비도를 막기는 늦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도에 온힘을 실은 채 서 있는 강희의 안면을 향해 용자룡의 권이 쇄도한다. 맞으면 현재 강희의 상태로는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 일촉즉발의 순간이다.
퍼억!
강희의 얼굴이 팩 돌아간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거리였다. 강희의 입에서 피가 튄다. 얼굴이 돌며 몸도 같이 허공을 휘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타격이 적어 보인다. 용자룡의 파워라면 강희의 얼굴이 박살이 났어야 맞을지도 모른다.
“크큭! 다행이네.”
“…….”
마명이 원숭이마냥 용자룡의 팔을 잡고 매달려 있다. 입에서는 피를 꾸역꾸역 게워내고 있다. 내상이 심하다는 반증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달려들어 용자룡의 팔을 잡고 매달렸다. 그 덕분에 강희가 입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용자룡의 미간이 처음으로 꿈틀거린다. 마명을 떼어내기 위해 반대 손이 날아간다. 그때!
슉!
날카로운 비도가 안면을 노리고 날아든다. 최탑의 공격이다. 용자룡은 마명에게 주먹을 날리면서도 고개를 틀어 피한다.
우당탕~
강희가 그제야 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그들이 싸우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피하던 용자룡의 고개가 우뚝 멈춰 선다. 더 이상 옆으로 숙였다가는 스스로 비도에게 얼굴을 내어주는 형국이다. 비도가 언제 배치되었는지 마치 진을 형성한 것처럼 피하는 방향에 대기하고 있다. 최탑의 이마에 땀이 흥건하다. 그 또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다. 비도에 기를 실을 수는 없기에 강화복을 뚫고 피해를 주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진월처럼 엄청난 파워를 지니고 있어 무식하게 뚫고 피해를 줄 수도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가 날릴 수 있는 모든 비도가 모조리 용자룡을 향해서 날아간다.
슈슈슈슉~
퍼퍼퍼퍽~
수십 개의 비도가 강화복에 박힌다. 그러나 뚫고 들어가지는 못한다. 용자룡 또한 많은 힘을 소모한 상태다. 기를 동원해 방어할 수 있는 한계는 이미 넘어섰다.
“마명!”
“알고 있다고, 씨발!”
마명이 괴성을 지르며 단검을 지른다. 용자룡이 마명의 공격을 방어하려 한다. 그러나 모습이 부자연스럽다. 그의 강화복에 박힌 비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찌를 것 같던 마명이 단검을 던져버린다. 그리고 몸을 통째로 날린다.
“우아악!”
퍼억!
용자룡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대로 밀어붙인다.
쿠웅!
반대 벽에 부딪쳤다. 마명의 손이 강화복에 박힌 단검을 쳐서 깊이 박아 넣는다. 용자룡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한다. 고통을 느낄수록 분노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 순간에도 용자룡이 팔을 들어 마명을 가격한다.
퍼억!
“컥!”
그 순간 최탑이 바로 앞에 다가와 있다. 용자룡이 그것을 느끼고 고개를 든다.
“가버려! 괴물 같은 자식아!”
최탑이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친다. 그와 함께 용자룡의 바로 앞에 떠있던 비도 한 무더기가 심장을 노리고 날아든다.
깡!
강희가 박아 넣은 비도의 손잡이를 최탑이 날려 보낸 비도가 때린다.
푸욱!
“윽!”
괴물같이 버티던 용자룡이 심장에 비도가 박히자 드디어 멈춘다. 최탑이 쓰러진 채 꼼짝을 하지 않는 강희를 슬쩍 본 후 소리친다.
“죽여 버리겠어. 개자식!”
최탑이 흥분하자 용자룡의 몸에 박힌 비도가 모조리 다시 뽑힌다. 허공에 뜬 비도가 모두 다시 용자룡을 향한다.
“그건 안 되지. 나한테는 중요한 놈이니까.”
갑자기 거칠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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