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 장 인질이 된 부국장.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보안 요원들의 소총이 불이 뿜고 있다.
두드드드~
티티티잉~
두 조인의 몸에 맞은 탄환이 튕겨 나간다. 마치 그들의 깃털이 강철로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날갯짓 한 번에 광풍이 일어난다.
퍼엉~ 들썩! 작전 차량이 광풍에 맞아 들썩인다. 철판도 움푹 파인다.
보안 요원들이 모두 차 뒤에 숨어 난사하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벌써 바닥에는 상처를 입고 쓰러진 인원이 꽤 된다.
진월의 시선이 주차장을 훑는다. 입구로 나가는 바리케이드는 이미 내려와 있다. 부서진 흔적이 없다. 그렇다면 뚫고 들어온 것은 아니란 결론이다. 검색에도 들키지 않고 들어왔는데 왜 굳이 지하 1층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란 의문이 들었다. 진월이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을 때 도착한 국장이 호들갑을 떤다.
“오오~ 작전 차량 다 부서진다. 저것 비싼 건데…….”
“…….”
사람이 다친 것은 안 보이고 물건이 부서지는 것이 더 마음 아픈가 보다. 진월이 국장을 잡아먹을 듯 쳐다보다 쉐인을 본다. 쉐인이 씨익 웃는다. 진월의 생각을 눈치 채기라도 한 것일까?
“제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뭔가 해놓았나?”
“참 이럴 때 보면 둔하셔. 강화형 파이터라 그러시나? 하긴 위협적인 힘이 아니라 모를 수도 있겠지요.”
쉐인의 말에 진월의 시선이 뒤를 향한다. 그들이 통과해 온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를 본다. 안력을 돋운다. 뭔가 공간이 약간 뒤틀리는 것 같은 모습이 들어온다. 힘의 역장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창민이 뒤늦게야 그 지역을 통과해 온다. 창민도 모르는 사이에 사슴뿔 모양의 마크가 그의 이마에 찍힌다.
“알기즈(algiz)의 보호랍니다. 제 허락 없이 들어오면 걸리게 되어 있지요.”
모두들 쉐인을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이다. 뛰어난 능력은 알고 있었지만 치밀함 또한 그에 못지않은 자였다.
“고맙군.”
“별 말씀을!”
그들의 시선에 자동차 안에서 꼼짝도 못한 채 벌벌 떨고 있는 부국장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보니 인질로 잡혀 온 것 같았다. 보안을 통과한 것 또한 부국장을 통해서 쉽게 들어온 것이 확실했다.
진월이 그 모습을 보다가 한마디 한다.
“새대가리는 아니군.”
“그러게요. 머리 좀 쓸 줄 아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새장으로 들어왔어.”
진월이 입구 쪽 보안팀에게 지시를 내린다. 잠시 후 작전 차량 한 대가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는다. 최대한 도망가는 시간을 지체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쉐인이 그 모습을 보며 손가락을 딱 튕긴다.
“저놈들 자동차 값 대신입니다.”
“잡아진다면…….”
우둑! 뿌두둑! 진월의 근육이 강화되며 약간은 부풀어 오른다. 비대한 체형이 아닌지라 약간씩 부풀자 더 보기 좋은 모습이 된다.
파앙!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간다. 마치 빛살과도 같은 움직임이다.
“휘유~ 옆에서 직접 보니 더 대단하네요.”
쉐인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는 스펠캐스터이니 강화형의 신체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국장과 쉐인은 우선 뒤에서 상황을 살핀다. 최탑과 강희는 앞으로 나서며 진월의 뒤를 받칠 준비를 한다.
국장이 보안 요원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모두 특수철갑탄으로 전환한다.”
찰칵! 찰칵! 보안 요원들이 탄집에 들어 있는 탄창을 하나씩 빼서 바꾼다. 탄환의 끝이 빨간색으로 확실히 구분이 된다.
“사격은 내가 명령을 내릴 때까지 대기한다.”
“네!”
준비는 끝났다.
진월은 이미 그 사이 나찰조와 몇 차례 부딪쳤다. 그들 또한 빠름 몸놀림을 지니고 있어 진월의 공격을 큰 무리 없이 피하고 있다.
지켜보던 쉐인이 국장을 향해 말한다.
“너무 빠른데요. 비 좀 뿌려줄까요? 날개 좀 무거워지게요.”
“음. 나쁜 방법은 아니군. 해보게나. 그런데 지하에서 가능한가?”
“뭐 안 될 것도 없지요.”
쉐인이 검지를 슬쩍 추켜세운다.
“라구저(laguz)의 비!”
물과 관련된 룬어다. 갑자기 지하주차장의 천장에 전기가 바지직 거리며 흐른다.
팍! 촥!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터진다. 불이 났을 때나 작동해야 할 스프링클러가 갑자기 물을 좍좍 쏟아낸다.
“허~! 이게 빈가?”
“뭐 같은 효과를 내지 않습니까?”
“진월이 딱 싫어할 유형의 인간이구먼.”
아니나 다를까 진월의 눈빛이 매섭게 쉐인을 훑고 지나간다.
실내에서 수중전을 벌이게 생겼다. 그래도 효과는 있는지 나찰조의 날개가 물에 젖어 약간은 더 무거워 보인다. 나찰조 중 검은 빛을 지닌 오환이 부국장의 차 쪽으로 물러난다. 전방에는 회색 빛의 오철이 선다. 오철이 자신의 깃털 두 개를 뽑아든다. 깃털을 한번 휘두르자 팔 길이만큼 길어진다.
띠리리링~ 깃털의 털 하나하나가 마치 쇠가 일어서는 것처럼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 모두 끝단으로 정렬하듯 달라붙는다. 모양이 마치 세형 청동검과 같이 변한다.
땅! 두 개의 검이 부딪치자 경쾌한 금속음이 난다. 그런데 검과 검 사이에서 생겨난 음파가 파형을 발하며 점점 강해진다.
따아아앙~ 웅웅웅웅~
진월이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옆으로 회피한다. 음파가 뒤편의 차량을 강타한다.
우지직! 차가 종잇장 구겨지듯 찌그러진다.
진월은 바로 나찰조 오철을 향해 쇄도한다. 그의 팔위에 영사의 팔이 거대하게 형성된다.
휘잉! 나찰조 오철의 깃털검 하나가 진월의 주먹을 향해 바람을 일으킨다. 깃털검이 일으킨 광풍과 진월의 영사의 팔이 충돌한다.
콰앙! 충돌 면에서 세로로 충격파와 기파가 퍼져 나간다.
콰과과곽! 지하 주차장의 바닥과 벽면이 날카로운 충격파에 의해 파인다. 둘 다 한 치의 물러남도 없다. 그 순간 강희가 움직인다. 최탑도 손을 날린다. 반짝이는 은빛 비도가 허공에 빛을 뿌린다.
나찰조 오철의 동그란 눈이 날카롭게 번뜩인다. 오른손에 들린 깃털검이 한쪽 방향을 향한다. 그 순간 강희가 깃털검의 옆면을 손바닥으로 치고 있다. 그걸 알아차렸을까? 오철의 손목이 위로 들린다. 깃털검을 쥐고 있다가 팔목의 스냅으로 던져버린 것이다. 깃털검은 순식간에 강희의 미간을 향해 날아든다. 모든 일은 눈 한번 깜박일 시간이 벌어진다.
진월의 시선은 슬쩍 부국장이 있는 곳을 살핀다. 아무리 미워도 죽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찰조 오환이 옆에 딱 버티고 서 있다. 오철의 결과에 따라 미끼로 쓸 요량으로 파악된다. 어찌 보면 그들은 지금 진월 팀의 실력을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희가 깃털검을 힘껏 밀어낸다.
슥! 깃털검이 아슬아슬하게 귀를 스치며 뒤로 날아간다. 뒤쪽은 다행히 시멘트벽이다.
푸욱! 깃털의 꽁지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박혀버린다.
스윽! 나찰조 오철의 오른 날개가 강희가 있는 방향으로 들린다. 깃털이 순식간에 길게 자라난다. 팔의 길이도 더 길어진 것처럼 보인다. 방어를 위한 수단이다.
티디디딩~ 최탑이 날려 보낸 비도가 오철의 늘어난 날개에 부딪치며 떨어져 내린다. 동시에 강희의 강타도 날개를 향해 들어간다.
쾅쾅쾅쾅~ 강희의 주먹이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망치로 쇠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오철은 그래도 흔들리기만 할 뿐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시야가 가려져 있다.
사사삭! 묘한 소리가 난다. 청각을 자극하는 소리다. 오철 또한 의아한지 슬쩍 날개를 내린다.
휘리릭! 촤악! 은빛의 물체들이 오철의 목 주변과 날개 주변을 휘감는다. 최탑이 날려 보낸 비도에 얇은 은빛의 쇠줄이 달려 있는 것들이 있었다. 쇠줄이 오철의 한쪽 날개와 목을 휘감았다.
“윽!”
예상치 못한 일에 오철이 당황한다. 은빛 비도들이 서로 매듭을 엮으며 휘돈다. 최탑의 손이 빙글 휘돌며 비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철의 한쪽 팔과 날개는 완전히 구속되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뒤를 이어 공격할 것 같던 강희가 주춤 물러난다. 진월을 막고 있던 검이 전방에 있던 강희를 노리며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오철은 옆으로 몸을 틀며 회피동작을 취한다. 진월이 바로 이어 공격을 가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턱!
“응?”
나찰 오철의 입에서 의문사가 튀어나온다. 깃털검을 쥔 그의 팔이 강희가 있는 방향을 향하다 말았기 때문이다. 분명 자유로웠던 팔이 갑자기 구속을 받았다. 그의 시선이 힘이 가해진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줄을 사용하는 것은 나도 하지.”
진월의 음성이다.
금빛의 영사가 가닥가닥 꼬여 줄이 되었다. 그 줄이 오철의 팔목을 구속하고 있었다.
강희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뒷발은 디딤 발로 버티고, 나서는 발이 진각을 밟으며 힘을 가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희끗한 그림자만 보인다. 하지만 국장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추임새까지 넣는다.
“아주 좋구나!”
그만큼 강희의 모습은 기본기가 탄탄해 보였다.
쾅! 진각이 울린다. 그리고 강희의 권이 강하게 회전을 하며 주변 대기까지 휘돌게 만든다.
퍼억! 나찰 오철의 복부에 정확하게 강희의 권이 박힌다. 강희의 권이 박힌 부위는 마치 회오리가 치듯 깃털이 휘돌아 있다.
“…….”
오철의 부리 주둥이가 벌어진 채 다물어질 줄을 모른다.
진월의 왼손이 그런 오철의 성대를 가격한다.
퍽!
“커헉!”
목을 잡고 싶지만 양손 다 구속당한 상황이라 잡을 수도 없다.
진월의 발이 오철의 오금을 가격한다. 넘어지기 싫어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나찰 오철이 신족에 버금가는 존재라 해도 현재 진월의 물리적 파괴력은 그런 그들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나찰 오철을 무릎 꿇린 진월이 신호를 하자 최탑이 뭔가를 날려 보낸다. 동그란 전자식 올가미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오철의 목에 올가미가 걸린다.
지이이잉~ 목에 걸리자마자 자동으로 좍 줄어든다.
“헉!”
“네 목숨은 저 사람 손에 달렸다.”
진월의 손가락이 가리킨 사람은 바로 국장이다. 국장의 손에 리모컨 비슷한 물체가 들려 있다.
“네놈들이 신에 가깝다 해도 육체를 지닌 이상 목이 잘리면 죽겠지. 신이라 자처하는 자가 그러더군. 육신을 가진 자는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없다고 말이다. 껍데기가 없어지면 이곳에서 힘을 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이다.”
“…….”
정확히 알고 있어 달리 변명할 말도 없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잡혀 버렸다.
진월이 나찰 오철을 그대로 두고 부국장을 인질로 삼고 있는 오환을 돌아본다. 그러나 오환의 태도는 그다지 조바심이 나 보이지 않는다. 진월이 뒤를 슬쩍 본다. 국장도 고개를 끄덕인다. 국장이 창민을 보며 뭐라고 말을 한다. 짧은 한마디다.
“쏴라!”
창민이 두말하지 않고 뭔가를 들어올린다. 견착틀이 장착된 권총이다. 권총의 크기가 제법 크기에 일부러 견착틀을 만든 것 같았다. 더구나 권총에 조준경까지 달아놓았다. 창민이 조준경을 들여다본다. 십자 눈금에 나찰 오환의 심장 부위를 맞춘다. 그의 뛰어난 시력이 더욱 더 확대된다. 마치 심장의 혈관이라도 맞춰버릴 것처럼 확대한다.
타앙~ 한발의 총성이 지하주차장을 가득 채운다. 닫힌 공간이기에 소리가 더 크게 울린다.
나찰 오환의 눈빛이 반짝인다. 얼마 전 한옥에서 보았던 특수 탄환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본다.
어떻게 만든 무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힘을 뚫고 들어왔던 탄환이 분명했다. 그때 진월도 같이 움직인다. 마치 총성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대기를 확 가르며 오환을 향해 쇄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환의 손이 부국장의 목덜미를 잡아간다. 끝까지 인질로 쓰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콰직!
영사로 만들어진 진월의 거대한 팔이 자동차의 보닛에 박힌다.
진월은 전진하고 영사의 팔은 뒤로 당겨진다. 속도는 두 배가 된다. 부국장을 잡아채려던 나찰 오환의 손은 허공을 잡고 만다. 낭패라고 느낀 순간 빈틈이 생긴다. 진월은 그 빈틈을 집요하게 치고 들어간다.
금빛 영사의 팔이 양쪽에 두 개가 형성된다. 틈을 파고들며 날카로운 검의 형태로 변환된다. 오환의 심장과 복부를 향해 파고든다.
푸북~ 영사의 검이 오환의 신체를 깊숙이 파고든다.
‘너무 쉽다.’
진월은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영사로 전해지는 느낌이 이건 아니라는 경고다. 진월의 시선이 갑자기 뒤쪽을 휙 돌아본다. 강희가 급하게 부국장을 차에서 끌어내고 있다. 부국장의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진월의 시선에 잡힌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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