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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佳樺 '이용' 입니다.

타천(他天)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가화佳樺
작품등록일 :
2015.12.27 10:19
최근연재일 :
2016.06.12 18:05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236,285
추천수 :
5,740
글자수 :
1,122,852

작성
15.12.20 18:00
조회
1,281
추천
44
글자
20쪽

제 25 장 뇌전과 붉은 속박.

DUMMY

최탑, 강희, 민서, 창민은 사력을 다해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의 승합차를 갑자기 들이받은 차로 인해 처음 그들은 혼비백산했다.

그 와중에 민서는 이마에 열상까지 입은 상태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적들과 대치하고 있는 강희나 최탑 또한 어디 한군데 부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측면에서 받힌 차가 한 바퀴 굴렀기 때문이다. 충격에 창민은 실신을 했다. 민서가 깨어난 창민을 옆에서 살피고 있다.

강희와 최탑은 그런 둘을 보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들의 주변을 포위한 인원은 총 6명이다. 역시나 강화복을 걸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민서에 대한 대비인지 모두 검은 고글을 착용하고 있다.

한 성깔 하는 강희가 그들을 향해 소리친다.

“뭐하는 작자들이야?”

“알면서 뭘 묻냐?”

최탑이 핀잔을 준다.

“오빠는 도대체 누구 편이야?”

“남편!”

남의 편의 남편이 아니다. 다른 의미의 남편이다. 강희는 의미를 알기에 아미를 구긴다.

“이 상황에서…….”

“미안!”

장난은 짧고 사과는 빠르다.

민서는 창민이 괜찮은 것을 확인한 후 주지를 준다.

“팀장하고 연락이 안 돼.”

“저것들…….”

“방해전파다. 이미 준비된 무대야.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 민서, 지원조는?”

“북쪽방향 직선거리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거예요.”

“멀구나.”

“저놈들 목적이 뭘까?”

“은행 강도들과 복장이 같다.”

“맞아요.”

창민이 부스스 몸을 일으키며 동의한다. 머리가 아픈지 인상을 구긴다.

“결국은 단순한 은행 강도가 아니라는 추측이 맞는 거네요. 저자들 목표는 바로 우리예요.”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방해전파, 같은 복장, 지하 벙커, 추돌 사고. 우연은 하나도 없어요.”

“내 생각과 같구나.”

최탑은 확인이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강희를 본다.

강희 또한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눈짓을 준다.

“벗어나고 보자고~!”

강희의 몸이 훅 사라진다. 동체시력이 따라 가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다. 실력이 진일보한 것 같았다. 그러나 방해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같은 방향을 본다.

그 모습을 본 최탑의 표정이 움찔 놀란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든다.

둘씩 짝을 지어 있던 방해자들 중 하나가 옆으로 휙 돈다. 나머지 한명도 옆으로 빠진다. 마치 강희의 공격 루트를 읽고 있는 움직임이다. 그들의 움직임 또한 보통 인간의 움직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퍼억!

둔탁한 소음이 울린다. 맞아서 울린 음향이 아니다.

날아드는 강희의 주먹을 팔을 들어 막았다. 그것도 한 팔로 옆으로 흘려냈다.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모든 것을 지켜본 최탑은 불길함이 느껴졌다.

‘뭔가 심상치 않다.’

역시나 강희의 뒤로 움직인 자가 강희를 구속한다.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나온 두 손은 강희의 목 뒷덜미에 단단히 고정된다.

최탑의 입술이 구겨진다. 예상한 전개가 아니었다.

‘두~울, 세~엣!’

최탑이 속으로 센 숫자가 셋에서 끝났다.

강희의 능력이 지속되는 시간이 끝난 것이다.

강희를 구속하던 방해자는 강희의 신체가 갑자기 헐렁해지는 것을 느낀다. 강화되었던 신체가 여성의 신체로 돌아가 훨씬 부드러워진 것이다.

쑤욱!

강희가 양 팔을 위로 쑥 올리더니 몸통 째 쑥 빠져나간다. 쉽게 잡혀 줄 강희가 아니다. 그동안 연습 삼아 겪은 실전만 해도 장난이 아니다. 상대는 진월이었으니까.

강희는 자신을 구속하던 방해자를 향해 휙 돌아선다.

연이어 두 개의 타격음이 울린다.

퍼퍽!

앞에 있던 자에게는 장(掌)이, 뒤에 있는 자에게는 각(脚)이 꽂혔다.

다리에 맞은 자는 뒤로 주룩 밀려난다. 장에 맞은 자는 그대로 서있다. 하지만 타격은 손바닥에 맞은 자가 더 컸다. 입이 씰룩 거리더니 쿨럭 거린다. 입에서 피가 게워져 나온다. 그대로 주저앉기까지 한다. 발경에 의해 내부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방해자들은 강희에게 동료들이 당하고 있음에도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들은 밀리고 있는 동료는 그대로 둔 채 천천히 걸어서 움직인다.

네 방향에서 최탑과 민서가 있는 곳을 압박해 들어간다.

최탑은 순간 암담했다.

지금 상대의 능력들을 봤을 때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자신밖에 없었다. 문제는 넷이나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해 봐야 답은 없었다. 강희가 둘을 처리하고 빨리 도와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최탑은 암기는 놔둔 채 총을 꺼내든다. 이미 상황은 최악이다. 총기 사용 허가는 이미 상황이 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타타탕!

서슴없이 전방을 향해 총을 발사한다. 노리는 곳은 강화복이 아닌 고글이다. 고글까지 방탄일리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총알에 노출된 방해자는 팔을 들어 눈을 가린다. 최탑은 예상했다는 듯 검지를 들었다 놓는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총알은 방해자의 팔을 타고 꺾인다.

신기(神技)다.

퍼퍼퍽!

팔을 들어 막은 방해자의 고개가 뒤로 크게 세 번이나 흔들린다. 날아가지 않고 머리가 흔들린 채 버틴 것만으로도 칭찬해줄만 하다. 들린 팔이 내려온다. 드러난 고글에는 분명 구멍이 뚫렸다. 붉은 피도 꾸역꾸역 흘러나온다. 허물어지듯 쓰러진다.

신호라도 되는 것일까?

남은 세 명의 방해자가 최탑을 향해 갑작스럽게 쇄도한다.

최탑의 두 손이 점퍼의 양쪽을 잡아서 펼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진월을 구속했던 채찍 같은 물체 세 개가 최탑을 향해 날아든다.

최탑의 양팔과 목을 휘감는다.

“컥!”

최탑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최탑의 몸에서 은빛 물체들이 쏟아져 나간다. 발출되어 나가는 모양새가 공작이 꼬리를 펼친 모습과 비슷했다. 쏟아져 나간 물체들은 바로 몸에 지니고 다니던 은빛 암기다.

퍼퍼퍼퍽~ 방해자들의 전신에 은빛 암기가 틀어박힌다.

방해자들은 뜻하지 않은 갑작스런 공격에 방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몸 전체는 방어가 되지만 얼굴 부위는 드러난 곳이 많았다.

상호 공격을 주고받았다.

최탑은 우선 숨통을 막고 있는 것부터 제거해야 했다.

많은 은빛 암기들 중 단 네 개에만 온 정신을 집중한다. 빠르지 않아도 좋았다. 두 개가 빈틈을 노리며 목을 구속하고 있는 방해자의 고글을 향해 날아간다.

퍼퍽!

두 개의 암기가 방해자의 손바닥에 박힌다. 강화복을 깊게는 뚫지 못한다.

슈슉!

연이어 다른 두 개가 날아든다. 그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두 개의 암기는 콧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뇌를 노린 공격이다.

방해자가 움찔한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최탑은 목에 가해지던 힘이 풀리자 그나마 숨쉬기가 용이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남은 방해자 둘이 전신에 박힌 암기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채찍 같은 것을 줄이며 다가왔다.

민서와 창민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다.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방해자들을 향해서 무차별 난사를 행한다. 그러나 그들의 몸만 흔들릴 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민서는 점점 가까워지는 그들을 보며 탄창을 교환한다. 강희의 모습도 살핀다.

잠깐 사이 강희도 벌써 그녀의 능력을 5회 이상 발휘했다. 문제는 방해자들이 쓰러져도 계속 일어난다는 것이다.

민서는 의문을 느낀다.

‘어떻게 된 자들이 피를 흘리면서도 금방 회복하는 거지?’

처음 강희의 발경에 맞은 자도 다시 일어나 싸우고 있었다.

민서가 최탑이 쏜 총탄에 맞아 쓰러진 자를 바라본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꿈틀거리고 있었다. 분명 고글에 총알이 맞았고 피까지 흐르고 있었다.

민서의 시선이 바빠진다. 현장을 분석한다. 도움이 없다면 벗어나기 힘든 상황으로 보였다.

그때!

퍼억~! 방해자의 주먹이 최탑의 복부를 강타했다.

“커헉!”

최탑이 신음한다. 엄청난 힘으로 인해 게거품까지 게워낼 정도다.

창! 당한 것이 분했을까? 방해자 둘 중 하나가 단검까지 빼든다.

푹!

최탑의 동공이 크게 확대된다. 복부에 깊이 박힌 단검은 날이 모두 모습을 감췄다.

최탑의 입이 오기에 찬 듯 크게 벌어진다. 고통과 고집이 섞인 표정이다.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의 손끝에 닿은 물건은 모두 감응염동력의 대상이 된다. 대신 그가 조종할 수 있는 무게에 제한이 있었다.

예를 들어 사람처럼 무거운 물건은 힘이 부족해 조종하지 못한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최대 무게는 10킬로그램 정도다. 요는 그 힘을 어떻게 적절히 쓰느냐에 달렸다.

팔목을 구속하던 채찍의 끝이 풀리며 들린다.

휘릭!

갑자기 휙 풀리더니 최탑의 손끝이 향하는 방향으로 날아간다.

채찍으로 상대를 일격에 죽이기는 힘들다.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효율성이 높아야 한다. 풀린 채찍은 순식간에 그들의 시야를 봉쇄한다. 머리 둘레를 휙휙 감아 고글 위를 덮어버렸다. 최탑은 현재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정말이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펴졌던 손이 꽉 쥐어진다. 쥐어진 주먹은 부들부들 떨린다. 그가 얼마나 사력을 다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촤탑이 강희를 본다. 이기고는 있지만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본인이 정말 잘 싸웠다. 걱정되는 것은 민서와 창민이었다.

“우아악~”

괴성을 지르는 최탑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폐까지 관통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힘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방해자들의 몸에 박혀 있던 은빛 암기들이 후두둑 뽑혀 나온다.

최탑을 향해 은침들이 몰려온다. 그 순간 탑의 쥐어졌던 주먹이 확 펴지며 방해자들을 향한다.

날아들던 은빛 암기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 방해자들의 안면에 모조리 틀어박힌다.

털썩!

방해자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아니다.

탑이 무릎을 꿇는 소리였다. 앞이 어른거렸다. 잘 보이지 않았다.

귓가로 창민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일어나라고 한다. 울먹이는 것 같았다.

민서의 음성도 들린다.

“피해야 해. 쓰러졌던 자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가물가물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의문은 느껴진다. 민서의 또 다른 외침이 들린다.

“안 돼! 지원이 더 있어.”

방해자들의 음성도 들린다.

“조장들 꼴이 말이 아니시군요.”

“고속유탄의 폭우 속에서 이 정도면 양호한 거지.”

목영호와 마명의 조를 방해하던 거한들이 바로 이들의 조장이었다. 단 둘만이 행동했던 이유도 바로 자신감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들은 쓰러진 조원들을 챙긴다.

얼굴에 은빛 암기를 맞았던 자들은 빠르게 회복됐다.

고글에 총을 맞았던 자는 거한 중 하나가 가서 직접 총알을 빼준다.

콧구멍으로 암기가 들어갔던 자는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내부에서 뇌를 파괴했기에 회복력에 의해 자가 수복이 되면서 암기가 빠져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듯 했다.

대충 상태를 살핀 거한들이 일어선다.

“마무리 하도록 하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채찍이 날아간다. 목표는 민서와 창민이다.

“하나보다는 둘이 낫겠지.”

“설마 염화가 실수야 하겠어. 블랙이 인정한 녀석인데.”

“그 녀석 성격이 급하다. 그리고 이놈들 팀장, 보통 실력이 아니라고 했잖아.”

그들은 여유가 있었다.

민서와 창민이 그들의 공격을 한두 번은 피한다지만 그 이상은 힘들었다. 결국은 잡히고 만다. 채찍이 그들의 목을 옥죈다.

“허억!”

민서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신음이 흘러나온다. 숨골이 강하게 죄였는지 순간 어둠이 엄습한다. 이미 창민은 의식을 다시 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민서의 눈빛이 어두워진다. 우울함이 엄습한다. 과거가 떠오르고 엄마의 죽음도 겹쳐진다.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빛을 발한다.

하지만 방해자들은 고글을 쓰고 있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민서의 눈빛 색깔이 갑자기 붉은 빛으로 변한다.

활활 불타오르는 듯한 형상이 눈 주변에 나타난다.

“응?”

거한들이 쓰고 있는 고글에 뭔가 특이한 에너지가 감지된다. 그들의 고글은 특별히 제작된 것이다. 특수한 능력을 지닌 자들을 상대할 수 있도록 양자에너지를 탐색할 수 있었다. 양자의 수치가 갑작스럽게 증가하자 고글의 탐지기가 경고를 보내고 있다.

거한 중 하나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근원지를 본다.

“뭐지?”

이상함을 느낀 순간 인기척을 느낀다.

창민을 구속하고 있던 거한이 뒤를 휙 돌아본다. 본능적인 살기를 느낀 후 취한 행동이다.

쉭~

단검이 그의 강화복을 스치며 지나친다.

기절해버린 창민을 던져버린 거한은 그를 공격한 부하의 팔을 잡아챈다.

뿌드득~

“…….”

팔이 꺾이며 관절이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신음소리 한번 없었다.

“이런 미친…….”

어이없음을 느낀 거한의 주먹이 부하의 관자놀이를 순식간에 가격한다. 같은 강화복을 입고 있지만 실력의 차이가 확연했다. 더구나 부하는 그의 의식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민서를 구속하고 있던 거한이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졌다.

민서의 능력을 알기에 고글까지 착용했음에도 모두 무효화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크~, 이년이었군.”

갑자기 공격을 한 부하는 바로 고글이 깨진 자였다. 최탑의 공격에 의해 총알이 박혔었고 아직 회복이 덜 된 자였다. 고글이 제 기능을 못하자 민서의 능력에 반응했던 것이다.

민서의 눈에서 퍼져 나오는 붉은 불길은 점점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뭔가 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삐삐~

고글이 또 다른 경고음을 보낸다. 다른 목표물이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거한들의 표정이 굳어진다.

“생각 이상이군.”

“인질은 잡았다. 장소를 옮긴다. 저 자식 들어라.”

창민을 가리킨다. 민서를 잡고 있던 자가 최종 명령을 내린다. 동시에 민서의 후두부를 가격해 기절시킨다. 그리 강하게 가격한 것 같지 않지만 정타다. 적절히 써야할 힘만 써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보면 엄청난 고수다.

목영호, 마명 조와 교전할 때 쓰러지지 않았던 바로 그자다.

그들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림자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그들은 몸을 뺀다.

쿠웅~

아스팔트가 움푹 파인다. 주변으로 거미줄 같은 금이 쩍쩍 간다. 엄청난 충격파가 퍼진다.

떨어진 물건은 운석이 아닌 바로 진월이었다.

따닥따닥~

진월 주변의 공기가 압력과 기운에 의해 주변 공기와 벽을 만들고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 마치 장마전선이 형성되며 번개가 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보통 인간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방해자들의 고글에는 진월의 전신에 일렁이는 기운이 잘 보인다. 영사의 가닥들이 물결치듯 전신에서 뻗어 나오고 있었다.

분명 능력의 진보가 있었다.

이제까지의 모습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진월이 주변의 모습을 훑어본다.

강희의 모습이 먼저 보인다. 지쳐 보이지만 외상은 그다지 없었다. 상대하던 방해자 둘은 강화복이 여러 군데 찢어졌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다.

최탑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쓰러진 주변으로 피가 흥건했다.

민서와 창민은 거한 둘에게 구속되어 있었다. 둘 다 의식은 없어 보였다.

진월이 민서를 구속하고 있는 자에게 묻는다.

“원하는 것은?”

“순순히 따라가 주면 좋겠지.”

“싫다면?”

“죽일 수도 있었다.”

“죽이기엔 아까웠겠지. 명령도 죽이라는 것은 아니었을 테고.”

“하하하, 정확히 알고 있군.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놓고 가라. 원하는 것을 들어주도록 하겠다.”

“네 마음대로는 안 되지.”

거한의 음성이 끝나자마자 진월의 몸이 휙 사라진다. 이미 방해자들의 생각은 파악하고 있었다. 좋게 말로 끝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인질을 죽이지 않을 거라면 기회는 있다.

갑작스런 영기의 폭발로 고글을 쓰고 있던 방해자들은 하얀 빛으로 인해 시력을 잃는다.

“제길! 사내놈 버려.”

민서를 구속하고 있던 거한만이 진월의 방향을 읽었다. 그는 큰 기력이 그가 아닌 창민을 구속한 자에게 향하는 것을 느꼈다.

거한이 창민을 내던진다. 사람이 마치 가벼운 물건인 것처럼 쉽게 던진다.

“희!”

진월이 강희를 부른다.

동시에 진월의 신형이 방향을 바꾼다. 진월은 방향을 트는 도중에 팔을 휘둘러 허공을 한번 두드린다. 던져진 창민이 날아오는 방향이다. 창민이 날아오던 속도가 현저히 준다. 대기를 가격해 속도를 늦춘 것 같았다.

강희는 진월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파악했다. 남아있던 단 한 번의 능력을 발휘해 창민이 날아드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무슨 일이 있던지 일격필살을 위해 일할의 능력은 숨겨두라는 진월의 충고대로 그녀는 모든 능력을 소진하지 않았던 것이다.

진월의 행동을 미리 예상했을까?

방해자들은 별로 당황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멀찍이 뒤로 물러나며 몸을 빼고 있었다.

민서를 구속한 거한이 그의 단검집에서 단검을 빼든다. 진월이 그의 십여 미터 뒤에서 다가온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우리 쪽에서 준비한 선물이다.”

거한은 진월의 앞쪽 대지에 단검을 내던진다.

푸욱!

빠지지직~

뇌전이 퍼져나간다. 거한의 단검에서 시작된 푸른 뇌전은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이미 각자가 가지고 있던 단검을 땅에 박아놓은 상태였다. 뇌전이 단검들을 연결하자 모양이 형성된다.

오망성이다.

오망성의 완성을 축하하듯 하늘로 푸른빛이 퍼져나간다. 오망성의 중앙에 붉은 글씨가 써진다.

‘박(縛)’자다.

속박을 뜻한다.

진월이 그 중앙에 서 있었다. 붉은 글씨의 박(縛)자가 뱀이 똬리를 풀 듯 풀리더니 진월을 속박한다. 아니 속박하려 했다.

파박파박~

소리를 내며 진월의 몸에 다가서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거한이 고개를 갸웃한다.

“역시 예상대로군.”

뭔가 하나를 더 꺼낸다. 둥그렇게 생긴 수류탄과 비슷했다. 겉에는 한문으로 방(放)자가 쓰여 있다. 진월을 향해 던진다. 오망성에 다가서자 소음을 동반하며 전격이 더 강하게 일어난다. 주변에 있던 뇌전이 물체를 중심으로 모여들며 진월에게 날아간다.

파지지직~

붉은 속박의 줄기와 뇌전이 합쳐지며 힘이 배가된다. 그들의 목적은 진월의 제거 또는 구속이 분명했다.

진월의 두 손이 들린다. 그를 향해 다가서던 속박의 줄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는다.

한걸음을 내딛는다. 빠지직 거리며 울리는 소리가 결계가 신음하는 것처럼 들린다. 밀려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였다.

진월의 전신 근육이 팽창하는지 옷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뇌전과 붉은 기운은 저항을 하며 파도가 치듯 일렁인다.

잡아두려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의 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는 명백히 승패가 보인다.

잡아두려는 자의 악에 받친 괴로운 신음이 더 많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결계진을 형성하던 땅에 박힌 단검이 진월이 밀어붙이는 힘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며 뽑히려 했다. 거한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진월의 능력이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다. 빠진다.”

진월의 고개가 휙 들린다. 힘의 개방이 급격해진다.

콰드드득!

순식간에 결계가 찢겨져 나간다. 거한이 물러나며 한마디 한다.

“이 여자를 구하고 싶으면 찾아오시게. 그리고 조심하는 것이 좋아. 선물은 하나가 더 있으니…….”

거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결계가 소멸한다.

결계의 소멸과 동시에 거한이 던졌던 동그란 물체의 일부가 붉은 빛을 발한다.

화아악~ 콰아아앙~

밝은 빛과 함께 폭발이 일어난다. 진월의 주변 십여 미터는 화염에 뒤덮인다. 마지막 선물은 결계가 소멸하면 터지는 폭탄이었다.

진월은 폭발에 그대로 휘말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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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제 87 장 꼬나보다의 뜻. 16.02.20 629 17 12쪽
87 제 86 장 의문의 일족. 16.02.19 656 16 12쪽
86 제 85 장 타천(他天)으로……. +2 16.02.18 635 20 12쪽
85 제 84 장 뜻밖의 거래. 16.02.17 618 18 11쪽
84 제 83 장 몽중로(夢中路)! +1 16.02.16 711 19 12쪽
83 제 82 장 오늘 같은 날은 다시는 없다. 16.02.15 683 19 12쪽
82 제 81 장 잠력 폭발! +1 16.02.14 644 19 11쪽
81 제 80 장 피에 남은 흔적 16.02.13 650 20 13쪽
80 제 79 장 왜냐? 16.02.12 609 18 11쪽
79 제 78 장 발휘된 잠력. +1 16.02.11 913 20 11쪽
78 제 77 장 시험을 한번 해볼까? 16.02.10 804 19 12쪽
77 제 76 장 침투 16.02.09 674 17 12쪽
76 제 75 장 섬으로……. 16.02.08 588 20 13쪽
75 제 74 장 해부하시지요. 16.02.07 664 19 14쪽
74 제 73 장 괴물을 뛰어넘는 괴물. 16.02.06 765 22 12쪽
73 제 72 장 전부 다 부셔주지. 16.02.05 760 19 12쪽
72 제 71 장 나찰 오환의 목적. 16.02.04 700 25 13쪽
71 제 70 장 인질이 된 부국장. 16.02.03 775 21 13쪽
70 제 69 장 나, 너희 국장이야. 16.02.02 695 22 12쪽
69 제 68 장 민서의 위치? 16.02.01 754 23 13쪽
68 제 67 장 신들도 홍보가 필요하다. 16.01.31 771 25 13쪽
67 제 66 장 도움이 조금 필요하다. 16.01.30 699 25 12쪽
66 제 65 장 마약보다 좋은 보약 16.01.29 670 23 13쪽
65 제 64 장 조인(鳥人) +2 16.01.28 639 20 12쪽
64 제 63 장 함 정 16.01.27 637 21 11쪽
63 제 62 장 사내한테 중요한 것. 16.01.26 730 23 13쪽
62 제 61 장 배고프다고 하잖아. 16.01.25 621 30 12쪽
61 제 60 장 수장(水葬)을 시켜주지. 16.01.24 669 27 12쪽
60 제 59 장 태워 주려고 나왔지. 16.01.23 759 26 13쪽
59 제 58 장 은혜 갚아라. 16.01.22 810 25 12쪽
58 제 57 장 죽음의 고비. 16.01.21 800 24 12쪽
57 제 56 장 흑룡 흑천 16.01.20 876 28 13쪽
56 제 55 장 어둠 속에 빛나는 눈동자 16.01.19 897 29 11쪽
55 제 54 장 물건 배달 왔습니다. 16.01.18 907 26 12쪽
54 제 53 장 내가 미안하다. 16.01.17 1,000 26 12쪽
53 제 52 장 힘 좋은 쉐인. 16.01.16 1,053 26 11쪽
52 제 51 장 나만 없으면……. 16.01.15 1,100 28 12쪽
51 제 50 장 뜻밖의 등장인물. 16.01.14 964 27 12쪽
50 제 49 장 귀천의 능력 16.01.13 931 26 12쪽
49 제 48 장 팔태신술! 16.01.12 957 28 12쪽
48 제 47 장 네가 알고 있는 노래. 16.01.11 1,047 28 12쪽
47 제 46 장 용자룡, 그는? 16.01.10 1,077 27 12쪽
46 제 45 장 전철 부장의 능력! 16.01.09 958 29 12쪽
45 제 44 장 기다리는 자가 있다. 16.01.08 952 27 12쪽
44 제 43 장 막강한 화력! 16.01.07 1,031 32 11쪽
43 제 42 장 쭈뼛거림! 16.01.06 908 33 13쪽
42 제 41 장 천운이구만 기래. 16.01.05 1,014 30 11쪽
41 제 40 장 동물, 인간, 진월! 16.01.04 1,234 29 12쪽
40 제 39 장 윙슈트! 16.01.03 912 31 12쪽
39 제 38 장 약쟁이 16.01.02 990 31 12쪽
38 제 37 장 대가리 쳐들고 그냥 쏴! 16.01.01 927 31 12쪽
37 제 36 장 훈련이냐? 실전이냐? 15.12.31 1,007 34 12쪽
36 제 35 장 차라리 잘라주세요. 15.12.30 1,188 36 12쪽
35 제 34 장 탈출 시도 15.12.29 1,105 32 12쪽
34 제 33 장 정보의 출처 +2 15.12.28 1,191 34 12쪽
33 제 32 장 속는 셈 치지. 15.12.27 1,161 34 11쪽
32 제 31 장 협상 결렬 15.12.26 1,052 37 11쪽
31 제 30 장 거 래 +1 15.12.25 1,415 38 12쪽
30 제 29 장 닉시 +1 15.12.24 1,345 35 12쪽
29 제 28 장 범인은 누구? +1 15.12.23 1,231 40 19쪽
28 제 27 장 신이 되고 싶은 자. +2 15.12.22 1,330 40 12쪽
27 제 26 장 회유, 그들이 원하는 것은……. +3 15.12.21 1,398 41 12쪽
» 제 25 장 뇌전과 붉은 속박. 15.12.20 1,282 44 20쪽
25 제 24 장 쉐인의 진실한 목적은? +2 15.12.19 1,461 48 14쪽
24 제 23 장 불을 다루는 여인. 15.12.18 1,414 47 12쪽
23 제 22 장 함정을 판 괴물들! +4 15.12.17 1,626 52 13쪽
22 제 21 장 젠장맞을 늙은이! 15.12.16 1,821 57 16쪽
21 제 20 장 침입자들! +4 15.12.15 1,806 56 12쪽
20 제 19 장 설렘을 선물하는 진월. 15.12.14 1,948 55 13쪽
19 제 18 장 거봐! 네 인생이 그런 거야. +2 15.12.13 2,124 67 16쪽
18 제 17 장 살아서 걸어갔다는 말이다. 15.12.13 1,945 65 12쪽
17 제 16 장 재주가 많군. +3 15.12.12 2,344 68 13쪽
16 제 15 장 둘은 끝나고 개별면담이다. 15.12.11 2,518 66 11쪽
15 제 14 장 신조차 죽일 수 있는 힘을……. +2 15.12.10 2,604 74 11쪽
14 제 13 장 쉐인은 스펠캐스터! +1 15.12.10 2,482 74 13쪽
13 제 12 장 광 분! +1 15.12.09 2,624 96 12쪽
12 제 11 장 푸른빛의 뇌전. +7 15.12.08 2,660 87 11쪽
11 제 10 장 구름을 타는 자. 15.12.07 3,163 88 15쪽
10 제 9 장 모두 튼튼한 놈. +3 15.12.06 3,779 116 13쪽
9 제 8 장 죽었다 살아난 자. +2 15.12.05 3,954 106 12쪽
8 제 7 장 진월의 능력! +1 15.12.04 3,988 116 12쪽
7 제 6 장 조 우 15.12.03 3,782 102 11쪽
6 제 5 장 형태변형자? +2 15.12.02 4,538 116 14쪽
5 제 4 장 연쇄 살인 +1 15.12.02 6,070 127 17쪽
4 제 3 장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상황! +7 15.12.01 7,316 17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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