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장 차라리 잘라주세요.
“위성의 통제권을 잃었습니다.”
“젠장! 정지궤도 위성은?”
“작전 중입니다. 지휘권을 획득하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염병! 돈 좀 써서 여러 대 만들어 놓지.”
“미국 위성이라도 협조가 안 될까요?”
“그게 쉽냐? 우리 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데…….”
“그렇군요.”
매수 실장이 히스테리 한 반응을 보인다.
뚜뚜~ 뚜뚜~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다. 매수 실장이 화들짝 놀란다.
그 모습을 보던 국장이 한마디 한다.
“그래서 죄짓고는 못산단다.”
“제, 제가 무슨 죄를 졌다고 그러십니까?”
“들이 박는다며?”
“끙~”
조원이 전화를 당겨 받는다.
“팀장님이십니다. 바꿔 달라 하십니다.”
“항상 좋지 않은 예감은 왜 이리도 잘 맞는지 몰라.”
“…….”
국장이 놀린다. 매수 실장은 인상을 구긴 후 전화를 받는다.
“실장 김매수, 전화 받았습니다.”
[위성 통제권 가지고 있나?]
“방금 전에 잃었습니다.”
[…….]
침묵이 이어진다. 매수의 얼굴도 일그러진다. 침묵이 꽤 길다. 그만큼 심적인 압박감도 길어지고 무거워진다.
[정지 궤도 위성은?]
“자, 작전 중이랍니다.”
[실시간 확인은 불가하다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찾은 것은 좀 있나?]
“그, 그게…….”
[없군.]
“…….”
[한 일이 뭐지?]
“여, 열심히 찾아보고 있습니다.”
[위성 통제권 상실했다며?]
“그, 그렇지요.”
[얼마나 되었지?”]
“한 3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전부 손 놓고 놀고 있겠군.]
“절대 아닙니다. 시간대별 영상이미지 모두 다운 받아 다시 찾고 있습니다.”
[…….]
다시 침묵이 유지된다. 매수의 목덜미 뒤로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흐른다.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한편 진월은 블루투스를 틀어막은 뒤 창민과 대화중이다. 이 사실을 매수는 전혀 모른다.
“마킹 했니?”
“네. 비슷할 거예요. 삼각측량법에 의해 산정한 것이니까요.”
“흠. 이 정도가 최선이겠지.”
“네. 현 상황으로는…….”
진월은 초소 밖으로 나와 긴 숨을 내쉰다.
후우~
진월의 숨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딸국~
긴 숨소리 한 번에 매수 실장은 깜짝 놀라 딸꾹질을 한다. 긴장을 해도 너무 하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렵나?]
“그, 그런 것 없습니다.”
[그래? 죄 지은 것이 있는 반응인데 말이야.]
“절대 없습니다.”
[그래?]
“…….”
그래 라는 말 한마디인데도 이상하게 진월이 하면 무게가 실린다. 가만히 있는데도 사람들이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진월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그런 분위기 때문에도 외로운 사람이다. 타고난 리더의 기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리더는 혼자 서야 하기에 더욱 더 외로운 자리다.
차르륵~
종이가 바람에 날리며 펴지는 소리가 난다. 진월이 지도를 활짝 펴서 전방을 바라본다. 북위를 맞추고 지형과 대조한다. 지도 한 장만 가지고 있으면 첩첩 산중에서도 길을 찾아 나올 수 있도록 훈련 받은 사람이다.
그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된다. 마치 그곳을 뚫어버릴 듯한 눈빛이다.
[받아 적어라.]
“네? 네.”
매수 실장은 갑자기 들려온 진월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 혹시 몰라 스피커폰으로 전환까지 한다. 받아 적는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본인만의 잔머리다.
[북위 38도 35분, 동경 127도 49분.]
“네. 그런데 초 단위는?”
[네가 찾아보던가? 달랑 25,000대 1 지도로 나침반 하나 가지고 찾아낸 위치다. 여기서 초를 찾아야 하겠나?]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요.]
강희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악조건 속에서 뭔가 실마리를 찾은 것인데 더 요구하는 매수가 어이가 없다.
[야! 김매수. 네가 와서 찍어 봐. 초 단위 찍어내면 내가 뽀뽀 해줄 테니까 네가 해봐.]
“…….”
매수 실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다. 스피커폰이기에 통제실 요원들도 모두 듣고 있었다. 강희가 광분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능하다. 그들의 실장이 너무 바보 같은 말을 한 것이다.
진월의 목소리가 통제실에 울려 퍼진다.
[제공된 좌표의 근처 영상을 모두 뒤지도록. 분명 철문 같은 것이 열린 흔적이 있을 것이다.]
“…….”
매수 실장의 답이 없다.
[들었나?]
“지금 매수 운다.”
[국장님?]
“나 맞다. 아까부터 계속 있었다. 지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바보스러웠던 것이지. 내가 시킬 테니 걱정하지 말고 복귀해라.”
“저, 안 웁니다.”
매수가 벌떡 일어난다.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나 보다. 잃었던 점수를 다시 따야 한다.
“그곳은 북한 땅입니다. 그곳이 맞다 하더라도 어떻게 침투하실 생각이십니까?”
딱!
“악!”
끝내는 한 대 맞고 만다. 진월도 아닌 국장에게 먼저 맞았다. 정말로 두 눈에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프다.
“너 정말 바보 아니냐? 내가 이런 놈을 통제실장을 시켜 놨단 말이지?”
“왜요? 왜 때리시는 겁니까? 제가 뭘 잘못했다고 때리십니까? 정말 중요한 질문 아닙니까?”
퍽!
이번에는 남자의 중요부위다. 매수가 눈깔을 뒤집고 뒤로 넘어간다. 게거품까지 물게 생겼다.
“꺽~ 꺽~”
“어디서 눈을 부라리고 덤벼들어?”
“…….”
매수가 쓰러져서도 입을 벙긋 거린다. 정말 억울한가 보다. 그 입모양을 보니 ‘왜?’다. 아직까지 그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 이런 모자란 자식을 봤나? 너희 팀장 과거 경력에 뭐가 있던?”
“…….”
“뭐로 훈장 받았든?”
“북파…….”
“큰일이네. 이놈을 어떻게 해야 되지?”
“차라리 잘라주세요. 이대로는 못…….”
“잘라줄까? 맞은 것으로는 부족하냐?”
스스승~
국장의 손에서 바람이 일어난다. 아무 것도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손바람이 일어나며 날카로운 소성을 발한다. 국장의 손은 매수의 가운데 부위를 향해 다가간다.
“잘라달라는 말 한번만 더 하면 그것부터 자르고 잘라 줄 테니 그리 알아라.”
“…….”
매수가 엉덩이를 두드리며 슥 일어난다. 아픈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명 있다. 어쩌면 목숨보다 중요한 것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본인의 컴퓨터 앞에 앉더니 제공된 좌표를 뒤진다. 한바탕 소란이 잠잠해진 후 통제실에는 마우스 소리와 키보드 소리만이 남는다.
* * *
민서가 들어온 에어 룸의 문 근처에 서 있는 남자는 둘이다. 한명은 대장으로 보였던 자다. 아직 세 명은 도착하기 전인 것 같다. 기회는 지금 뿐이다.
타앙~
총탄이 허벅지를 노리고 날아간다.
퍼억!
“음!”
총을 쏜 민서가 더 놀란다.
“방탄복!”
“기렇지. 반사 신경이 좋군. 그리고 동무의 능력도 대단하군.”
타탕~
민서의 권총이 연속해서 두 번 불을 뿜는다. 대장과의 간격은 2미터 정도다. 절대 피할 수 없는 거리다. 입고 있던 특이한 군복이 방탄이다. 그래서 민서가 노린 곳은 바로 머리다. 주저함도 없다. 여기서 주저해봐야 남는 것은 다시 구속일 뿐이다.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벗어나서 활로를 찾아야 했다.
대장이란 자의 눈이 민서의 눈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아니 눈이 아니다. 권총의 총구를 보고 있다. 그것도 아닌가 싶다. 이미 총소리가 나기 전에 대장의 고개는 옆으로 꺾여 있다. 손가락의 움직임과 같은 속도로 몸을 놀리고 있다는 의미다.
총을 쏜 반동으로 민서의 손에 들린 권총의 총구가 들린다. 그 사이 대장의 왼발이 앞으로 나온다. 상대의 반응을 보고 반응하는 것이 아닌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고 움직인다.
그 사이 발사된 총탄이 쇠벽에 부딪친 후 튕긴다.
티팅~
“잘 쏘라우. 잘못 쏘면 동무가 쏜 총알에 동무가 죽는 수가 생겨야.”
타앙~
민서는 이를 꽉 문 후 다가서는 대장을 향해 다시 방아쇠를 당긴다.
꽈악!
그러나 대장은 벌써 민서의 팔을 잡아 올린다.
“안 돼!”
멈칫!
“놔!”
민서의 눈에서 붉은 빛이 일렁인다. 대장도 갑자기 행동을 멈춘다. 그러나 악력은 풀리지 않고 있다. 보통 힘이 아니다. 민서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을 들어 차올린다.
퍼억!
그대로 대장의 중심에 발이 박힌다.
“…….”
신음소리조차 없다. 현혹에 걸렸다 해도 통증은 느끼고 소리는 질러야 맞다. 잡힌 팔목을 구속하던 힘이 약간 줄어든 것 같기는 하다. 민서는 쉬지 않고 다시 한 번 공격한다. 팔이 잡힌 채 그대로 몸을 튼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탄력이 곁들여진 돌려차기다.
퍼억!
발등이 그대로 대장의 안면에 작렬한다. 그러나…….
“우아악~”
대장이 갑작스레 괴성을 지른다.
민서가 휘돌려 찬 돌려차기는 막혔다. 언제 들어 올렸는지 대장의 팔이 얼굴 옆에 붙어 있다. 그때 민서의 몸은 다시 휘돌고 있다. 이번에는 원상태로 다시 돌아오는 동작이다. 공격하는 발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반대편 안면이다. 대장이 민서의 손을 풀지 않으면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툭!
민서의 발은 힘없이 대장의 안면을 슬쩍 건드리고 만다. 회전력을 잃은 결과다. 한 팔과 한 다리가 대장의 양 손에 잡혀 있다. 그 상태 그대로 민서를 들어 올려 버린 것이다. 그 상태로 한 다리로 아무리 세게 차봤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쿠웅~
민서는 그대로 들려 쇠벽에 부딪친다.
“커헉~”
“에미나이가 보통이 아니구만 기래. 들어오라우.”
부하를 부르는 소리다.
스르륵~
벽에 부딪친 민서가 바닥으로 주저앉는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주저앉는 것 같더니 갑자기 움직인다. 민서의 입이 열린다.
“멈춰!”
타앙~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총을 쐈다. 맞지 않는다면 초인이라 칭해줘야 할 상황이다.
민서의 눈과 대장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친다. 대장의 눈빛이 아직 살아있다. 민서는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이런 자들이 있지 싶다. 대장의 고개는 이미 그녀가 말을 내뱉기도 전에 총구를 피해 다시 꺾여 있다.
북측 특전단 중 상위 1%에 드는 자들이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자들로 모든 상황에 대한 훈련이 된 자들이다. 그 중 생포되었을 시 자백을 하지 않도록 고문 및 투약에도 심지가 흔들리지 않게 훈련된 자들이다. 현혹에 대해 일정 부분 면역력이 있는 자들인 것이다. 진월과 비슷한 면이 많은 자들이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피륙으로 이루어져 있다.
티잉~ 퍽!
“윽!”
총알이 들어오던 대원의 손을 관통했다. 대원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켜쥔다. 극심한 통증에 정신도 흔들린다. 민서는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물러나!”
움찔!
대장과 대원이 둘 다 강직된다. 아무리 훈련이 된 자들이라도 민서의 능력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서의 손에 들린 권총이 다시 대장을 노린다. 그러나 민서의 손이 떨린다.
“하아~ 하아~”
숨이 거칠다.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능력을 발휘했다. 더구나 강한 자와 몸싸움을 했다. 체력이 바닥 날만 한 상황이다.
턱!
우둑!
“악!”
민서의 신음소리다. 대장이 권총을 들도 있는 손을 잡아 그대로 움켜쥐었다. 엄청난 악력에 뼈가 어긋난 것 같다. 대장은 현혹에 걸리기는 해도 그 시간이 극히 짧았다.
찰칵~
따다당~
대장의 손짓 한 번에 권총이 분해되어 바닥에 떨어진다.
“아아악~”
민서의 악에 받친 외침이 에어 룸을 울린다. 붉은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민서의 몸이 휘돈다. 팔꿈치가 그대로 대장의 안면에 작렬한다.
퍼억!
“…….”
맞았건만 신음소리도 없다.
민서의 최대 능력이 발현되자 완벽한 현혹에 빠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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