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 장 수장(水葬)을 시켜주지.
[30도 우현 저인망 어선입니다.]
창민의 음성이 함교 내를 울린다.
함장의 시선이 레이더 영상과 내비게이션 영상을 훑는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위성 영상까지 확인한다.
“대단하군.”
확실한 저인망 어선이다. 3킬로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는 물체를 정확히 식별하고 있었다.
[작업 중 갑자기 멈췄습니다. 소리치는 것으로 봐서는 어망에 사람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소리가 들리나?”
[네. 중요한 것은 선장이 해경에 신고한 것을 북측에서 감청한 것 같습니다. 저들의 함정이 움직입니다.]
“…….”
함장은 어이가 없다. 할 말을 잃은 채 주변의 모니터를 모두 살핀다. 북측 함정들 중 일부가 움직이고 있었다. 창민이 더 빨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공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하는 것은 어차피 사람이다. 기계가 아무리 많고 좋은 정보를 줘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사람인 것이다. 무전을 감청하고 있던 하사관 하나가 함장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괜히 옆에 있던 수병의 머리를 쥐어박는다. 늦은 것에 대한 보복이다. 사실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함장이 명령을 내린다.
“주파수 맞춰!”
“네.”
북측과 교신을 하기 위한 주파수다. 156.60과 156.80메가헤르츠다.
“여기는 한라산, 백두산 응답하라.”
[…….]
아무런 반응이 없다. 몇 번을 불러도 답은 없다.
“이 자식들이…….”
저들이 그대로 진행한다면 북방한계선까지 도달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았다.
[멈춥니다. 그런데…….]
창민의 음성이 다시 함교에 전달된다.
[저놈들 어선을 공격하려 합니다.]
“개자식들!”
함장이 욕을 내뱉는다. 애매한 상황이다. 어선의 위치는 분명 북방한계선 안쪽이다. 하지만 오리발 내밀기로는 일등인 자들이니 무슨 변명을 가져다 붙일지 알 수 없다. 더구나 구하려고 하는 사람이 그들의 중요 정보를 빼내서 도주하는 그들 측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사살을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지금 살아있다면 말이지만 물속에서 그물에 걸려 나올 정도면 이미 죽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확인 사살의 가능성도 충분히 높다. 한계선을 넘지는 않은 상황에서의 발포다. 물론 우리 영내에 있는 어선을 파괴했을 경우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책임을 질 자들이 아니다.
이런 경우 무력에는 똑같은 무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함장의 강단이 빛나는 순간이다. 북측 병사들이 함 위를 열심히 뛰어다닌다. 모든 것이 수동이니 손으로 열심히 돌려야 한다. 그때 우리 측은 먼저 함상에 나와 있는 병력에 대한 대피 명령이 떨어진다. 이어 함장의 명령이 떨어진다.
“공격하려는 놈 파악해!”
“함번 671, 트랄급 초계함입니다.”
“미친놈들! 한척 남은 것도 바다 속에 집어넣고 싶은가 보군.”
원래 트랄급 소해함은 구 소련이 운용하던 것이다. 그걸 들여와 개조해서 쓰고 있는 배로 만재 배수량이 600톤 정도 되는 함정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T-34/85 포탑을 뽑아다가 함수에 붙여서 쓴다. 원래 함포가 없던 배를 개조해서 85밀리 함포를 단 것이다.
“거리?”
“1,970입니다.”
“어선과 671함과는?”
“500입니다.”
“함포의 움직임은?”
“37밀리 기관포로 노립니다. 저건 대공전용인데…….”
“쓰기에 따라 다르겠지. 아무래도 구식 함포로는 정확도가 떨어지니까.”
그 순간에도 이지스함은 최고 속도로 달린다. 1분이면 1킬로미터의 거리는 줄일 수 있다.
쾅쾅콰쾅~
북측의 37밀리 기관포가 불을 뿜는다. 전함의 장갑도 충분히 뚫을 수 있는 기관포다. 분당 25발 정도까지는 무리 없이 뽑아낼 수 있는 화력이다.
동시에 우리 측 함장의 명령도 떨어지고 있었다.
“함포 경고사! 타깃은 671함 전방 30미터!”
“경고사! 671함 전방 30미터!”
함장의 명령에 전방의 함수 쪽에 달린 127밀리 함포가 움직인다.
“발포!”
콰앙~ 전방의 함포가 불을 뿜는다.
훈련 시 우리 측 구축함 함포의 명중률은 90퍼센트 이상을 상회한다.
쑤우우웅~
포탄이 대기를 가르며 힘차게 날아간다.
콰아앙~ 쿠아아아~
포탄이 바다에 떨어지며 폭발한다. 폭발력에 의해 물이 폭탄처럼 터져 오른다. 진원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파동이 671함을 타격한다. 671함의 37밀리 기관포가 목표물을 잃고 개발새발 발사된다. 한마디로 의미 없는 사격을 가하는 것이다. 파동의 여파를 벗어나기 위해 671함이 기동을 한다. 아직 어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더 근접을 한다. 이건 쏠 테면 쏴보라는 똥배짱이다. 함장이 약간은 난색을 표한다.
“포기하지 않는군. 전속력으로 어선에 접근한다. 어선에는 경고를 보냈나?”
“네.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건지고 그물을 잘라야 해서 시간이 걸립니다.”
“흠.”
어차피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그 사이 두 함정의 거리도 가까워진다.
“저들의 작전이 변경된 것 같습니다. 어선에 더 접근합니다.”
“한계선은?”
“넘었습니다.”
“경고 방송 넣어. 절차는 지켜줘야지.”
이지스함에서 경고방송이 나간다. 북방한계선을 넘었으니 돌아가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671함이 계속 어선에 접근을 한다. 계속 경고를 무시한다면 발포를 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경고사! 조건은 동일하다.”
“전방 30미터 경고사!”
콰앙~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다. 그러나 671함이 포기하지 않는다.
창민은 뭔가에 집중을 하는지 인상을 구기고 있다. 그러다 고개를 들더니 671함을 본다. 671함의 85밀리 함포가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저놈들 지금 두 가지를 노리고 있어요. 우리 팀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나포해 가는 것과 우리 이지스함에 한방 먹이는 거요.”
“약간의 충돌을 감수하고라도 그걸 노리겠다는 말이지?”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나?”
“저 함교에서 떠드는 놈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
이미 두 전함의 거리는 500미터 내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청력으로 그만큼의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믿기 힘든 말임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 쪽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이지스함을 가지고 고작 트랄급 초계함에 당했으니 말이다.
어선과는 거리는 애초부터 북측의 671함이 더 가까웠다. 이젠 지근거리다. 만약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진월의 육신을 가져간다면……. 그들 나름대로의 연구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이미 IUC에 의해 그 맛은 봤으니 진월은 정말 중요한 연구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의 작전이 바뀐 이유가 그것일지도 몰랐다.
671함의 함포가 이지스함의 방향으로 완전히 돌았다.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더니 어선에 가까워지자 신속하게 목표물을 노린 것이다. 함장이 잠깐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명령을 내린다. 마음 같아서는 미사일을 한방 먹여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일이 많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저런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골키퍼 가동, 목표는 적 85밀리 함포!”
“목표, 적 85밀리 함포! 조준!”
“발포!”
두두드드드~
7개의 기관포열이 화려한 빛을 뿜는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불빛은 모두 탄환이다. 분당 4,200발의 탄환을 쏟아내는 골키퍼는 원래 미사일을 방어하는 근접방어시스템이다. 하지만 탄의 구경이 30밀리다. 근거리에서 직격을 받으며 웬만한 철판도 구멍이 뻥뻥 뚫린다. 더구나 분당 쏟아지는 탄환수가 거의 환상적이다.
따다다다당~
일부는 튕기고 일부는 철판을 뚫고 들어간다. 자동으로 목표물을 노리며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보정이 들어가 수정을 하며 발사한다. 기가 막힌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다. 671함의 85미리 함포탑에서 백색의 불꽃이 튄다. 그리고…….
콰앙~
85밀리 함포가 발사되었다. 포탄이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싶어 하지만…….
포구를 따라 들어온 골키퍼의 탄환과 만난다.
쿠아앙~
포신이 걸레처럼 터져나간다. 함포탑도 터져나간다.
두드드드~
골키퍼가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함포를 부순 후 이제는 선체에 구멍을 내며 함교까지 가려한다.
“사격 중지!”
드르르르~ 골키퍼의 포신이 연기를 뿜으며 멈춘다.
함장이 무전기를 거머쥔다.
“여기는 한라산, 백두산 응답하라.”
[…….]
여전히 답은 없다. 그러나 함장은 주저하지 않고 말을 한다.
“물러나지 않는다면 수장을 시켜주지. 이미 너희는 북방한계선을 넘었다.”
[…….]
“10초의 시간을 준다.”
[조, 조금만 더 주라우. 동무!]
갑자기 터져 나온 북측의 반응에 함교 내에서는 피식 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진다. 차마 밖으로 크게는 웃지 못 할 상황이다.
“이유는?”
[쪽팔리게 시리 알려 하지 말라우.]
이번에는 우리 측 함장이 짓궂었다.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아도 적들의 피해가 정말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671함의 함교가 함포와 너무 가까웠다. 함교의 유리창이 멀쩡할 리가 없었고 폭발의 피해를 고스란히 본 것이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671함이 조용히 물러난다. 불길도 잡지 못한 채 뒤로 후진하며 물러난다. 다행인 것은 추가 폭발이 없어 그나마 침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한바탕 난리가 난 후 북측의 함정들이 소산하는 것이 이지스함의 레이더에 포착된다.
이지스함에 실려 있던 헬기가 이륙한다. 이미 창민이 어선에 있는 남자가 진월이라는 것은 확인했다. 잠시 후 헬기에 실려 이지스함으로 이송된 진월의 모습을 본 창민이 주저앉는다. 살아있는 사람으로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얼굴은 핼쑥하고 창백했다. 호흡 또한 전혀 없었다.
“으아아아~ 안 돼! 안 된다고…….”
창민이 울며불며 매달린다. 하지만 이미 끊겨버린 진월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함장과 부함장이 옆에서 그런 창민을 다독인다. 창민은 정말이지 서럽게 운다. 그들의 중심이 사라져 버렸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아니 그만큼 창민 이하 팀원들이 진월을 마음으로 따르고 있었다.
창민의 주머니에서 계속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그러나 창민이 받을 정신이 아니다. 잠시 후 수병 하나가 전화기를 들고 함상으로 나온다. 함장에게 전달된다.
“나 고명철이다.”
“고, 아~ 충성!”
“잘 지냈나?”
“네. 잘 지냈습니다. 교관님!”
“아직도 그놈의 교관 타령이냐?”
“아, 네. 습관이 되어서…….”
“어떻게 되었나?”
“…….”
질문의 의도는 금방 파악이 되었다. 그리고 왜 김해종 중장이 명령을 내렸는지도 감이 왔다. 함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눈앞의 창민이란 자가 저렇게 울 정도라면 정말 중요한 사람이란 의미다. 국장 또한 눈치를 챘는지 묻는다.
“죽었나?”
“그렇습니다.”
“…….”
함장의 대답에 국장 또한 말이 없다.
함장이 보기에 진월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입고 있는 옷은 거의 걸레 수준이다. 방탄복이 갈기갈기 찢기고 박혀 있는 탄환과 파편의 수가 셀 수 없다. 그 정도니 그가 지나온 길이 얼마나 험난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상태로 다시 바다에 뛰어들어 북방한계선 근처까지 왔다는 것만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멈출 것 같지 않던 침묵이 깨진다.
“울고 있는 놈, 정이 많아서 그런 것이니 좀 잘 챙겨 보내주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죽어버린 그 놈, 많이 추웠을 테니 좀 따뜻하게 해주고.”
“신경 쓰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보세나. 이번 일은 고마웠네, 조 함장.”
“네, 충성!”
“…….”
돌아오는 답은 없다. 다만 끊겨버린 신호음만 들려올 뿐이다. 국장 또한 창민과 같은 마음이다. 그나마 살아온 세월의 경험이 있어 꾹꾹 마음속에 눌러놓고 있을 뿐이다.
잠시 후 창민이 조금 진정되자 차갑게 식어버린 진월의 육신은 의무실 옆의 안치실로 옮겨졌다.
-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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