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 장 왜냐?
빠지직! 빠직!
뇌전탄은 한 발이 아니다. 여러 발이 생성되며 순차적으로 진월을 향해 날아든다.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백동의 탄자결 주술 또한 순식간에 바뀐다. 가까이 다가선 진월을 구속하기 위한 주박술로 바뀐다. 백동은 지금 그의 한계 능력 이상을 발휘하고 있다. 얼굴이 하얗게 뜬 것이 톡 건드리면 쓰러질지도 모른다. 위험을 무릅쓰고 능력을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집착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렇듯 충성하게 만드는 이연후 회장의 능력이 대단한 것인지도 모른다.
진월이 날아드는 뇌전탄을 쳐낸다. 고압의 뇌전탄이지만 진월에게는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는 다. 영사로 만들어진 갑옷으로 인해 그의 신체에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꽃처럼 타오르는 영사의 갑옷에 뇌전이 한 겹 덧입혀 지는 것 같은 형태다.
제창협도 그것을 직감했을까? 그의 얼굴에도 낙담하는 표정은 없다. 오히려 이를 악무는 것이 뭔가 다른 것을 노리는 것 같다. 이미 둘 사이의 거리는 가깝다. 제창협이 갑자기 손을 뻗는다.
지지지직~ 제창협의 손에서 푸른 전격이 진월을 향해 쏘아져 나간다. 그러자 신기한 현상이 발생한다. 진월의 영사에 맺혀 있던 뇌전이 제창협의 손을 향해 모조리 끌려간다. 마치 자석이 서로를 당기는 것 같은 모습이다. 전기는 양과 음의 성질을 지니고 있고 제창협이 발한 뇌전이니 서로를 당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진월은 갑작스런 제창협의 공격에 의도치 않게 끌려간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백동의 주박술이 진월을 구속한다.
피리리릭~ 뱀과 같은 검은 줄기가 진월의 전신을 다시금 구속한다.
“윽!” 백동의 신음이다.
오히려 구속을 한 자가 고통스러워한다. 진월의 기운이 침투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백동 또한 이를 악문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고 있다. 그나마 탄자결의 힘이 남아 있어 전과 같은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백동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은 제창협도 알고 있다. 제창협이 육탄으로 돌격한다. 비대한 체격에 힘이라면 자신이 있는 그다. 강화복까지 입고 있으니 괴력에 괴력을 더했다. 손날에는 날카로운 번개까지 달고 있다. 푸른 번개의 칼날이 불빛을 받아 번뜩인다.
푸, 푸욱~ 손날에 맺힌 날카로운 번개의 칼날이 진월의 영사 갑옷을 파고든다.
진월 또한 막지 않을 수 없는 공격이다. 진월의 손이 백동의 팔목을 움켜쥔다.
뿌득!
“헉!”
제창협의 눈동자가 커진다. 팔목에 느껴진 악력은 그의 상상을 불허한다.
지지직~ 진월의 갑옷을 파고든 푸른 번개의 칼날이 뇌전을 흩뿌린다. 진월의 얼굴에도 고통이 드러난다. 1000볼트가 넘는 전력이 진월의 몸을 타고 흐른다. 가정용 220볼트에도 사람은 감전사한다. 그렇다면 그 다섯 배가 넘는 전력이라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피부가 타 들어가지만 그만큼 뛰어난 회복력이 다시 이백 퍼센트 발휘된다. 타들어가던 피부가 순간적으로 회복되기를 반복한다. 진월이 이를 악문다. 찔린 상처와 전력에 의한 충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의 눈빛은 살아있다. 그의 손에 더 강한 힘이 들어간다. 악순환의 고리는 필히 끊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두둑~ 제창협의 팔목이 비틀린다. 진월의 우악스런 악력과 힘에 의해 그의 팔이 비틀린 채 들린다.
“크아악~!”
제창협의 커다란 입이 벌어진 채 의도치 않은 괴성이 터져 나온다. 두꺼운 팔목이 비틀린 형상이 특이하다. 뼈가 어긋나지 않는 한 이룰 수 없는 형태다. 진월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진월의 발이 들린다. 그대로 뻗어나간다.
퍼억! 제창협의 복부에 진월의 발이 그대로 박힌다.
“…….”
제창협의 입에서 더 이상의 괴음은 터져 나오지 않는다. 제창협의 몸이 진월의 발차기에 의해 허공에 떠 있다. 비대한 몸집을 차 올려 버린 것이다. 물론 팔은 아직까지 진월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괴성을 토하기 싫어서 내뱉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뱉을 수 없기 때문에 지르지 못한 것이다.
쿠웅! 제창협의 몸이 지면에 떨어진다. 두 팔이 잡힌 상태니 발로 떨어져 내렸으나 힘이 없어 무릎으로 주저앉았다. 저 정도 충격이면 무릎도 멀쩡하지는 못하지 싶다. 진월의 신형이 제창협의 뒤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마치 날개 달린 자들의 움직임처럼 빠르다. 진월의 팔이 순식간에 제창협의 목을 감싸 안는다.
진월의 고개가 들린다. 전면에는 벽에 처박힌 용자룡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시멘트벽에 처박혔지만 별다른 피해 없이 일어나는 것이 용자룡 또한 괴물에 가깝다. 진월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영사의 힘까지 더 해진 괴력이다. 영사의 날을 날카롭게 세웠다면 목을 자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진월이 잔인한 살인마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둑!
정적이 감돈다.
두꺼운 제창협의 목이 옆으로 휙 돌아가 있다. 가장 가까이 있던 백동의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아, 안 돼!” 백동이 소리친다.
가장 가까운 친구의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으니 그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털썩! 제창협의 거구가 바닥에 넘어진다. 백동 또한 털썩 주저앉는다.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전의를 상실했다.
진월이 백동을 처리하려 한다. 전의를 상실했다하더라도 아직 이 상황이 타개된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떤 도움을 줄지 알 수 없는 자다. 진월의 영사로 만들어진 팔이 백동의 목을 향한다. 현 상태에서는 움켜쥐기만 해도 백동의 숨통을 끊을 수 있다.
우웅~ 갑자기 머리를 울리는 진동이 느껴진다. 시야에는 복시 현상까지 생긴다. 머리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면서 생기는 현상과 비슷했다.
“더 이상 하시면 슬퍼진답니다.”
“…….”
움직이던 모든 이들의 행동이 멈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으득! 진월이 어금니를 꽉 깨문다. 그의 모든 신경이 다시 살아난다. 진월은 움직이지 않은 채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누구로 인한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진월이 주변을 살핀다. 움직이는 것은 그의 눈동자뿐이다. 보여야 할 민서가 보이지 않는다. 진월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쉭!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몰아친다.
용자룡의 수도가 진월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조금만 늦었다면 뒷목을 그대로 맞을 뻔 했다. 진월이 바로 반격하려 한다.
슥! 용자룡의 모습이 훅 사라져 버린다. 반격을 하려해도 대상이 없다. 진월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의 모든 감각이 동원된다. 심지어 영력을 통한 육감까지 모조리 동원한다. 등판이 찌릿하다. 그의 육감이 경고하고 있다.
휙! 진월의 옆으로 슬쩍 피한다. 아니나 다를까 용자룡이 언제 단검을 빼들었는지 찔러온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하는 것처럼 용자룡은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이건 용자룡의 능력이 분명 아니다. 민서의 최면과 현혹에 의한 현상이다. 원래는 눈을 봐야만 걸리던 것이 이제는 언령의 힘만으로도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지금은 언령으로 전부 다 묶어 놓은 후 아예 진월 한명만을 대상으로 텔레파시까지 동원해 직접적인 현혹을 걸고 있다.
진월의 능력이 아니라면 당해도 진즉 당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진월이 한발 앞으로 나간다. 신속한 움직임이다. 용자룡을 향해 영사의 팔이 쭉 뻗어나간다. 하지만 용자룡의 모습이 순식간에 변한다. 마치 불새처럼 모습이 변하더니 날갯짓 한 번에 훅 물러난다. 불새가 진월을 향해 다시 날아온다. 엄청난 빠르기다. 진월조차 쫓아갈 수 없는 속도다. 진월의 주변을 한 바퀴 돌자 불의 벽이 진월의 주변에 생겨난다. 불의 벽은 점점 좁혀지더니 진월을 불태운다.
화아악~ 따닥따닥~ 진월이 마른 장작처럼 화려하게 타오른다.
불길이 주는 고통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영사의 갑옷을 입고 있지만 고통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이건 정상적인 고통이 아니라 판단한다. 갑옷으로 인해 줄어야 할 고통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은 그의 정신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다.
진월은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 채 주변을 빠르게 살핀다. 동료들의 모습과 적들의 모습은 그대로다. 유독 용자룡의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진월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환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타오르는 불길만큼 진월의 영사도 일렁이며 발출된다. 그의 영력이 최대로 펼쳐지고 있다. 붉은 불길과 함께 흑빛과 금빛의 영사도 같이 타오른다. 진월의 눈 주변으로 금빛의 영사가 뿜어져 나온다. 그 끝은 검은 빛의 영사가 장식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영사를 뿜어낸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다.
주변의 모습이 조금씩 일그러진다. 어떤 곳은 부분적으로 허물어져 내린다. 영사의 불꽃이 눈 전체를 물들인다. 금빛의 영사가 더욱 더 강하게 발현된다. 강력한 양의 기운이 환영을 허물어뜨리고 있었다. 물론 민서에게 지배되고 있는 정신을 각성시키고 있을 뿐이다.
“저항하지 마세요.” 민서의 옥음이 들려온다.
“…….”
허물어지던 주변 모습들이 다시 원상태로 복귀된다.
진월의 미간이 구겨진다. 끊임없는 의문이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민서가 왜? 라는 의문이다. 단순히 협조를 하는 것이라면 적당히 해도 된다. 그런데 이건 거의 전력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도 이런 상태라면 동료의 목숨을 담보로 적들을 돕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문은 해소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바로 싸울 수 있다.
“왜냐?” 진월의 굵은 저음이 낮게 깔린다.
음성에도 힘이 깃들었을까? 민서가 펼치고 있는 환영이 흔들린다.
“답을 듣고 싶다.”
진월의 의지가 민서의 환영을 부순다. 민서 또한 진월의 음성에 뭔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당신과 나는 다른 길을 걷는 사람…….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요?”
“진심인가?”
“제가 거짓을 말할 사람으로 보이시나요?”
“…….”
민서의 모습이 진월의 앞에 나타난다. 이 또한 본 모습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보안카메라의 영상으로 봤을 때 민서의 복장은 편안한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지금은 몸에 딱 달라붙는 붉은 원피스 차림이다. 몸매의 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선정적이고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그녀가 다가온다. 살랑거리는 걸음마다 풍만한 가슴이 출렁이고 골반이 흔들린다. 더구나 그녀만의 체향이 진월의 후각을 자극한다. 보통 남자라면 보는 것만으로 침을 꿀꺽 삼킬 지경이다. 거기에 현혹까지 걸려있다면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는 없다.
진월도 말을 잃는다. 그녀의 모습에 잠깐 정신이 팔린 것처럼 보인다.
민서는 그 사이에도 점점 더 다가선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내밀어진다. 마치 나의 손을 잡아달라는 행동처럼 보인다. 그런 그녀의 손에 갑자기 반짝이는 물체가 생겨난다.
푸욱~ 진월의 심장 어림에 은빛의 물체가 박힌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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