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 장 나찰 오환의 목적.
위험 속에서 구해짐을 받은 기쁨의 미소인가? 그렇지 않다면 비웃음인가?
진월의 팔에 형성된 영사의 검이 나찰 오환의 몸통에서 빠져나온다. 오환의 모습이 마치 흩뿌려지는 재처럼 흩어진다. 남은 것은 결국 큰 깃털 하나뿐이다. 본모습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진월이 휙 돌아서더니 몸을 날린다. 강희를 향해서다. 그의 손에 만들어진 영사의 검이 죽 뻗어 날아간다. 얇은 영사의 가닥이 검 끝에 매달려 있다. 영사의 검을 조절하기 위한 영사 가닥으로 보인다. 분명 실력의 진보가 있음을 뜻한다. 한 번씩 큰 싸움을 겪을 때마다 진월은 진화하고 있었다.
강희의 본능도 경고를 받고 있다. 갑자기 쭈뼛거림을 느낀다. 그녀의 시선에 진월이 영사의 검을 던지는 것이 들어온다. 동시에 그녀의 아래쪽 시선에 뭔가 다른 형체와 색깔이 어른거린다. 검은 빛의 물체가 쑥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팡! 공기가 압축되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강희가 신속하게 뒤로 물러나면서 생기는 소리다. 음속을 돌파하며 대기의 장벽이 생성되며 난다.
촤악~ 희끗한 움직임을 따라 붉은 선이 그려진다. 강희는 이미 물러나 서 있다. 핏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것이 더 늦을 정도다.
캉! 검은 깃털검과 진월의 영사검이 격돌했다. 아마도 진월의 이 공격이 없었다면 강희가 입은 피해는 더 컸을지도 모른다. 진월의 영사검이 튕겨져 나와 허공에 뜬다. 그러나 진월의 손이 다시 아래를 향하자 튕겨나가던 움직임이 우뚝 멈춘다. 영사의 가닥에 의해 통제가 되는 모습이다. 진월의 손짓에 따라 다시 부국장을 향해 날아든다.
검은 깃털검의 크기가 더욱 커진다. 부국장의 모습도 변한다. 팔까지 검은 깃털에 덮인 조인의 모습으로 변한다. 결국 그녀는 부국장이 아닌 나찰 오환이 변한 모습이었다. 보안 인증까지 속이고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변신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진월의 영사검이 확 커지며 아래로 내리꽂힌다.
콰아앙~ 진월의 영사검과 나찰 오환의 깃털검이 부딪치며 굉음을 낸다.
둥근 원형의 충격파가 주변을 휩쓴다. 능력이 있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뒤로 날려갈 정도의 충격파다. 세워진 차들까지 들썩이며 경적음이 시끄럽게 일어난다.
쿠둑! 나찰 오환의 발이 충격에 지면을 파고들었다. 부국장의 얼굴이지만 약간의 충격이 있는지 아미가 구겨진다. 검은 깃털검을 들고 있지 않은 반대 손이 들린다. 그 팔도 조인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딱! 진월이 있는 곳을 향해 손가락을 튕긴다. 어떤 변화도 없다.
“이런!”
쉐인이 깜짝 놀라 감탄사를 터트린다. 동시에 그의 몸도 사라진다. 진월의 곁에 쑥 나타나며 영창을 한다.
“이사(isa)!”
쩌저적! 갑자기 얼음이 얼어붙는다. 대상은 진월의 바로 뒤에 나타난 나찰조 오환의 모습이다. 떠 있던 깃털이 소멸되지 않고 있었다. 그 깃털이 다시 오환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그 사이 얼음을 뚫고 앞으로 날아오는 것이 있다. 쉐인의 주문의 힘을 뚫을 정도로 강한 공격이다.
검은 깃털검이다. 서 있던 오환의 모습은 사라지고 순식간에 검으로 변화했다. 검은 광택을 뿜어대는 검은 거침없이 날아 진월의 등판을 향한다. 진월 또한 직감적으로 느끼고 회피한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가깝다. 휙 돌아 부국장에게 공격받는 강희를 구했으니 바로 뒤나 마찬가지다. 진월의 중심축이 깃털검으로부터 옆으로 비켜난다. 그 사이 쉐인은 한 번의 주문을 더 건다. 쉐인 또한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아마 시공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약간은 있기에 그 짧은 틈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가즈(dagaz)의 힘으로 변화를…….”
쉐인의 영창에 따라 진월과 검은 깃털검의 사이에 파란 에너지 막이 생긴다.
치지직~ 검은 깃털검과 에너지 막 사이에 마찰음이 생겨난다. 속도 또한 약간 줄어든다. 가장 큰 변화는 깃털검의 크기가 확 작아진다. 팔뚝만 했던 검이 최탑의 비도 크기로 줄어든 것이다.
슉! 푹!
“음!”
진월의 입에서 약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의 손은 옆구리를 짚고 있다. 전방에 서 있는 나찰 오환의 손에는 작은 깃털이 들려있다. 아직까지 뜨거운 피가 묻어있는 깃털이다. 오환이 깃털에 뭍은 피를 핥는다.
“으음! 영력이 가득한 피군. 넌 먹기가 아까운 놈이다. 내 밑으로 들어오면 이 세상을 가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미친놈!”
“제 취향을 저격하는 자인데요.”
진월에게는 미친놈이고 쉐인에게는 목적에 딱 맞는 자다. 다만 밑으로 들어온다면 말이다.
진월의 상처는 깃털에 의한 관통상이다. 다행히 비도만큼 작아졌기에 상처를 회복하는데도 더 짧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큰 피해다.
그 모습을 보던 국장이 혀를 차며 쉐인을 부른다.
“쓸모 많은 놈!”
“저요?”
“알면 됐네. 자네 마법사 아니야? 회복 같은 것 한번 걸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놈 소리 들어가면서 그러기는 싫습니다.”
“안 해도 됩니다.”
진월의 손에서 금빛 영사가 불길이 일 듯 일어난다. 상처 부위에 가져다 대자 마치 인두로 지진 것 같이 연기가 피어오른다.
치지직~ 상처가 순식간에 눌어붙는다.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는다.
“진짜 독해요?”
“몸이 잘 만들어져서 그렇다고 해두지.”
“무슨? 물려받은 피의 혜택을 받는 것이지. 역시 유전이 중요하긴 해요.”
나찰 오환은 갑자기 짜증이 확 치민다. 그들의 먹이나 마찬가지인 미숙한 생명체들과 다투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상처를 입었음에도 그다지 피해를 본 것 같지도 않고 여유까지 있어 보인다. 충분히 열 받을 만한 상황이다.
까아아아~ 나찰 오환이 갑자기 괴성을 지른다. 강화 유리창이 모조리 깨져 나간다. 주변으로 계속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지르자 창이란 창은 모조리 부서져 나간다. 심지어 건물 지하가 진동을 할 정도의 위력이다.
“거둬들여 부하로 써먹으려 했더니 모조리 오늘 생을 마감하도록 해주마.”
“꿈도 크셔!”
쉐인이 비아냥거린다. 역시 뺀질거림은 쉐인이 짱이다.
나찰 오환은 그런 쉐인을 죽일 듯 노려본다. 본모습으로 완전히 돌아와 있다.
“너는 이쪽 세계의 놈이 아니군.”
“하하, 그렇지요. 사정이 좀 있어서 그렇게 됐답니다.”
“네 목적은? 목적 여부에 따라 살려줄 수도 있다.”
“이것 참……. 질문하신 분 포함해서 두 분을 제 부하로 쓰려는데 말입니다.”
“……?”
“아하하, 살기는 글렀나요?”
“마지막에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뭐, 뜻하신 대로…….”
나찰 오환이 대화는 끝났다는 듯 날개를 활짝 편다. 그의 몸 주변으로 검은 불길까지 같이 일어나 마치 마신이라도 강림한 것 같은 분위기다. 오환이 쓰러져 있는 오철을 못마땅하게 보더니 소리친다.
“그만 일어나라!”
“이것 좀 풀어줘. 뭐로 만들어졌는지 풀리지가 않는다.”
오철 또한 피해를 본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게 강타를 맞았음에도 멀쩡한 모습이다. 다만 묶인 것이 풀리지 않아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줄이었다. 강철 와이어다. 그 안으로는 양자 에너지가 흐르는 강화섬유가 들어있다. 특수 철갑탄에서 착안해서 만들어진 줄이다. 오철이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다.
오환이 검은 깃털검에 불길이 일더니 한쪽 팔과 몸통을 감고 있는 와이어를 잘라낸다.
티잉! 제법 버티던 줄도 오환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잘린다. 다음은 목에 감긴 더 굵은 와이어다. 오환이 서슴없이 와이어에 깃털검을 가져다 댄다. 그 모습에 국장이 중얼거린다.
“안 될 텐데…….”
“흥!”
오환이 주저 없이 잘라낸다.
티티티팅~ 와이어의 가닥이 순차적으로 잘려나간다. 그러다가 작은 불꽃이 튀긴다. 오환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때는 늦었다.
콰아앙~ 목에 감긴 와이어 줄이 폭발을 한다. 오환도 깜짝 놀라 뒤로 무른다. 오철은 준비할 사이도 없이 목을 공격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털썩! 오철이 힘없이 쓰러진다.
“쯧쯧!”
국장이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찬다. 다 잡아 놓은 놈 죽여 버렸으니 아쉽기는 하겠다. 그러나…….
“연구실장 시말서 받아라.”
“네?”
“시말서 받으란 말이다.”
“잘 안 들립니다.”
매수가 곁에 있다가 국장에게 불편을 호소한다. 국장이 매수를 보니 귀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방금 전에 오환이 지른 괴성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이다.
“젠장! 원래대로라면 저놈 목이 잘려야 정상 아니냐?”
국장의 손이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한다. 그제야 알아들은 듯 매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폭탄의 양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오철의 몸이 튼튼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목이 잘리지는 않았다. 다만 깊숙이 패인 채 얼굴까지 통째로 익어 있는 모습일 뿐이다.
쉐인이 그 모습을 보더니 아까워 어쩔 줄을 모른다.
“아~! 죽이도록 내버려두면 어떻게 해요?”
“목이 안 잘렸으니…….”
“오! 그렇군요. 잘하면…….”
진월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놈부터 잡도록 하지.”
“가능하다면 말이지요.”
쉐인이 이번에는 가능성을 점친다. 오철보다 오환의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찰 오환의 몸 주변에 일어난 검은 불길이 화악 피어오르더니 하나씩 떨어져 나온다. 마치 도깨비불 같은 모습이다. 둥실 떠서 주변으로 움직인다. 자세히 보니 그 안에 검은 깃털이 하나씩 담겨 있다. 검은 불길은 깃털에서 일어나는 불이다. 총 다섯 개의 불이다. 국장, 쉐인, 최탑, 강희의 앞에 하나씩 나타난다. 나머지 하나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딱! 오환이 손가락을 튕긴다. 그에 따라 검은 불들이 오환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모두 오른 손에는 검은 불길이 일어나 있는 깃털검을 들고 있다. 변하자마자 각자의 목표물을 향해 달려든다. 국장이 그 모습을 보며 투덜거린다.
“이거 너무 무시를 당하는데…….”
“가만히 계시니까 그러잖아요.”
언제 준비했는지 헤드폰까지 쓰고 있던 창민이 국장을 닦달한다. 좀 움직여보라는 뜻이다. 가만히 있던 오환의 분신까지 둘이 달려들고 있었다. 국장이 피식 웃는다.
“원래 주인공은 나중에 나서는 법이다. 쏴라!”
타타탕~ 두드드드~
창민과 주변에 정신을 차리고 있던 보완 요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방아쇠를 당긴다. 모두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들어 둔 특수철갑탄이다.
티티팅~ 처음 몇 발은 튕긴다. 하지만 계속된 발사에 막을 수 있는 요력이 한계에 달한다. 나찰 오환의 분신들의 깃털검과 몸통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국장이 한발 앞으로 나선다. 마치 신호라도 되는 양 사격이 멈춘다.
“우리를 너무 쉽게 봤어.”
국장의 손이 자연스럽게 뒤에서 앞으로 천천히 뻗는다.
우웅~ 공기의 떨림이 느껴진다. 한발을 슬쩍 내딛자 어느새 분신들의 앞이다. 들려진 두 당수가 분신들의 복부에 닿았다 떨어진다. 갑자기 급살을 맞은 듯 분신들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총알에 의해 뻥뻥 뚫린 구멍 사이로 밝은 백색 빛이 뿜어져 나온다.
퍽! 퍽! 풍선 터지듯 두 분신이 터져나간다. 기살이란 기술 안에 들어 있는 기폭(氣爆)이다. 국장은 현대 과학의 힘을 빌려 구멍을 낸 후 제대로 실력 발휘 한번 했다. 그리고 한마디 던진다.
“까불고 있어.”
“…….”
나찰 오환은 어이가 없다. 분신 둘 없앴다고 너무 득의만만한 모습이다.
“늙은이 너부터 없애주지.”
꺄아아아~ 음파 공격이 국장만을 노리고 날아든다.
“피해라!”
국장은 그 와중에도 주변에 있는 창민과 요원들에게 경고를 한다. 나찰 오환은 음파 공격과 동시에 날갯짓을 한다.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국장을 향해 쇄도한다. 물론 한 번의 날갯짓이 일으키는 광풍이 음파 공격의 뒤를 따른다. 국장도 몸을 크게 휘돌린다. 그가 피한다면 뒤에 따를 피해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국장의 손짓 발짓 한 번에 대기가 반응한다. 그가 행하고 있는 것은 팔태신술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식인 태기바람과 태기팔춤이다.
웅웅! 바람이 운다. 국장의 몸 주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무형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쾅! 국장의 진각이 시멘트 바닥에 구멍을 뚫는다. 뻗어 나가는 국장의 손에서도 광풍이 몰아쳐 나간다. 바로 태기팔춤에 의한 태기손바람이다.
나찰 오환의 음파와 광풍이 국장의 태기손바람과 충돌한다.
콰과과광~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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