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 장 시험을 한번 해볼까?
“젠장! 저것들이 언제 특수철갑탄을 만들었지?”
“우리가 쓰는 것을 봤을 테니까.”
“주박술로 묶어 두려 했는데 힘들 것 같다.”
“전자기 탄이다. 이거나 한방 먹이고 빠지자. 진월, 저 인간이 있는 한 시간 버는 것도 한계다. 용 과장하고 합류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지.”
주박술을 펼치고 있던 백동이 제창협이 건넨 전자기 탄을 받아든다. 그 전자기 탄이 바로 기다랗고 검은 뱀처럼 보이는 것의 아가리에서 쏘아져 나간 것이다. 전자기 탄의 모양은 수류탄처럼 생겼고 회색이다. 쏘아져 나간 전자기 탄은 마치 야구장의 투구 머신이 던진 것처럼 빠르게 허공을 가른다. 과거 진월이 한번 당한 적이 있는 탄이다. 엄청난 전자기와 화염을 뿜어대던 무기다.
진월의 막으라는 명령에 강희가 이미 움직였다. 희끗한 물체가 전자기 탄을 향해 움직이자 숨어 있던 백동과 제창협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뭐지?”
“……?”
파파파팍~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소리만 울린다. 분명 뭔가를 쳐내는 소리다.
“젠장!”
제창협이 황급히 앞으로 나선다. 그들이 날려 보낸 전자기 탄이 모조리 되돌아오고 있었다.
빠지지직~ 제창협의 몸에서 푸른 뇌전이 번쩍거리며 형성된다.
콰과과광~ 빠지지직~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 통로를 가득 채운다.
“커헉!”
“윽!”
백동과 제창협의 신음 소리다.
좁은 통로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화염에 뒤덮이자 통로에 있던 모든 산소가 순식간에 다 타버렸다. 진월 쪽은 무사할까? 통로가 시커멓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약간의 광택이 있는 어둠이 한쪽 벽면을 완전히 막고 있다. 진월의 영사가 방패처럼 펼쳐져 통로 전체를 완전히 막고 있는 모습이다. 뻗어오는 전격과 화염의 불길 또한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진월의 능력도 상당히 진보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으으윽!”
제창협이 몸을 일으킨다.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가 일어나는 중이다. 그래도 그의 신체 주변에 형성되었던 전격이 충격을 상당히 감소시킨 모양이다. 충격은 두 번째 문제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대로라면 졸도를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때마침 비어버린 공기를 보충하기 위해 다른 층에서 공기가 유입된다. 시원하고 신선한 바람이 역으로 불어온다. 조금 살만해 진다. 하지만 백동이 펼쳤던 주박술과 제창협이 뿜어대던 전격이 한순간 모두 사라졌다. 더구나 숨어서 공격했던 모습까지 드러나 있다. 낭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동이 다시 뭔가를 허공에 쓴다. 고통 속에서도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힘을 발휘한다. 밝은 빛을 발하며 빌 공(空)자가 허공에 써진다. 사방 2미터의 공간을 순식간에 공이란 글자가 모두 가득 채운다. 백동의 능력 중 하나인 공간결계다. 결계를 이용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그가 사람들의 시선을 속이고 몸을 숨길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능력 때문이다. 순식간에 백동과 제창협의 모습이 진월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진월은 이미 영사를 거둔 상태다. 다시 사라진 백동과 제창협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든다. 그도 능력자지만 이 일을 할수록 능력자들에게 적응이 되지 않는 그다. 오히려 마명과 목영호 조의 대원들이 더 담담해 보인다.
창민 또한 백동과 제창협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한다.
“이미 빠져나간 것 같은데요.”
“내려가지.”
진월은 명령을 하고 본인이 가장 먼저 앞서 움직인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가장 피해가 적을 사람이 본인이기 때문이다. 가장 저층까지 내려왔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기계가 돌아가는 기계음만 간혹 들린다. 진월의 시선이 창민을 향한다. 뭔가 보이거나 들리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창민도 고개를 젓는다. 마치 뭔가에 막힌 듯 사람들의 심장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진월 또한 그것을 느끼고 있다.
“뭔가 있군.”
“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뭔가 있다는 반증이었다.
진월이 손을 들어 뒤쪽 대원들을 앞으로 나오도록 지시한다. 총을 탁탁 치는 동작이 뭔가 신호를 보낸다. 진월의 K-2C에 끼워진 탄창에는 붉은 색 표시가 되어 있다. 바로 특수 철갑탄이 장입된 탄창이다. 좁은 통로에 네 명의 대원이 나란히 선다.
탕~ 진월의 소총이 불을 뿜는다. 단발이다. 신호다.
탄환이 허공을 가르더니 뭔가에 부딪친다. 밝고 붉은 빛이 난다. 대원들의 고글에도 양자가 에너지와 반응하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투드드드~ 나머지 대원들이 진월이 쏜 곳을 향해 일제히 사격을 개시한다. 불꽃 잔치가 벌어진다. 그때 뒤에서 남은 대원들이 뭔가를 던진다. 양자 수류탄이다.
툭 투툭~
콰아~ 콰아~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친 양자 수류탄이 밝은 빛을 폭사한다.
“윽! 젠장, 더 이상은 못 막겠는데…….”
백동이 더 이상 결계를 유지하기 힘든지 신음을 흘리며 말한다.
“우리가 맡도록 하지. 뒤로 무른다.”
용자룡이 백동을 격려하며 앞으로 나선다. 그들이 버티고 선 곳은 맨 저층의 홀로 통하는 입구 근처였다. 한 명으로 열을 막을 수 있는 지형의 이점을 이용해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우둑! 용자룡이 목을 비틀자 뼈가 자리를 찾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시험을 한번 해볼까?”
철컥! 용자룡의 손에 구형 유탄 발사기가 들려 있다.
투웅! 주저하지 않고 진월을 향해 발사한다.
“어떻게 나올까?”
투드드드~ 진월의 총이 불을 뿜는다.
티티팅~ 유탄을 총알로 맞춘다. 거의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다.
콰앙~ 통로가 폭발로 인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찬다. 연기의 건너편에서 용자룡의 묵직한 음성이 들려온다.
“역시 인간의 능력은 이미 벗어나 있군.”
타타탕~ 권총의 격발음이다. 용자룡은 상대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향해 쐈다. 그게 신호였을까? 용자룡 휘하의 대원들도 일제히 사격을 개시한다. 좁은 통로에 서 있는 진월 측은 피할 곳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다. 처음 한발의 유탄은 시험용이기도 하지만 상대의 눈을 가리기 위한 한 수였다.
적들도 지금 철갑탄을 쏘아대고 있다. 맞는다면 방탄복도 뚫리는 특수탄이다.
티티팅~ 용자룡이 처음에 쏜 세발의 탄환이 경쾌한 쇳소리를 동반하며 튕긴다. 진월이 소총을 들어 막아냈다. 물론 영사를 동원해 막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뚫렸기에 총탄이 소총에 맞은 것이다. 단단한 금강석이 박힌 총탄이라 그런지 영사를 뚫고 들어와서도 진월의 소총에 흠집을 남겼다.
최탑이 곁으로 나온다.
촤르르륵~ 그의 신체 곳곳에 보관 중이던 은빛 비도가 허공에 펼쳐진다. 이번에는 사각 방패형상이다. 촘촘히 붙어 너비와 높이가 사람 하나는 충분히 숨을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 진다. 최탑의 물질감응염동력이 최대로 더해져 이글거리는 아지랑이까지 보인다. 그 위를 진월의 영사가 덮는다. 검은 빛의 영사다. 검은 빛의 영사는 어둠의 속성이다. 금빛의 영사가 빛을 발하고 폭발적인 파괴력을 지닌 것과는 정반대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투과성 파괴력과 상대의 에너지를 중화하고 침투하는 성질이 강하다. 금빛의 영사가 양의 기운이라면 흑빛의 영사는 음의 기운인 것이다.
세발의 총탄이 튕기는 소리 이후 작은 소음만이 들린다. 적들이 쏘아댄 총알의 숫자로 봤을 때는 시끄러운 충돌음이 일어야 맞았다. 뭔가 이상했다.
진월이 형성한 검은 영사의 방패에 특수 철갑탄이 박힌다. 총탄이 검은 영사 방패와 충돌할 때 붉은 빛이 번쩍번쩍 거리는 것이 분명 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붉은 빛은 금세 사그라진다. 검은 영사의 특성 때문에 중화되는 것이다.
투두두두둑~ 일차로 중화된 탄환은 추진력을 잃고 최탑의 비도 방패에 막혀 떨어져 내린다.
훙~ 진월의 신형이 쏟아지는 탄환의 빗발을 뚫고 앞으로 쇄도한다.
최탑도 느리지만 뒤를 따른다.
따다다다당~ 거리가 가까워지자 탄환의 힘이 더 강해져서인지 비도에 부딪치는 숫자가 많아진다. 힘을 잃기는 했지만 보통 사람이 맞으면 피부를 뚫고 들어갈 정도의 힘은 남아 있다.
“괴물이군.” 용자룡이 어이가 없는지 푸념하듯이 말한다. 그의 손에는 다시 유탄 발사기가 들려 있다.
푸슝~
콰아앙~ 폭음과 함께 다시 한 번 유탄이 폭발한다. 진월의 검은 영사 방패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물리적인 파괴력에 진월도 주춤한다. 비도의 방패 또한 제 형상을 잃고 흐트러진다.
찰칵! 푸슝~
콰아앙~ 다시 한 번의 폭음이 이어진다. 용자룡의 태도는 진월이 괴물이건 말건 다가와 보란 듯이 공격을 퍼부어댄다.
타앙! 진월 측에서 총성이 들렸다. 진월이 쏜 것은 아니다.
퍼억! 용자룡의 대원 중 하나의 이마에 붉은 점이 생겨났다.
목영호의 저격이다. 적이 보였다 싶은 순간 방아쇠를 당기는 신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 목영호다.
“우측으로 오십!” 창민의 음성이다.
목영호가 자동으로 반응한다. 대단한 팀웍이다.
타앙! 다시 한 발의 탄환이 허공을 가른다.
픽! 적 대원 중 하나의 관자놀이를 스치고 지나간다. 섬뜩한 순간이다. 거의 정확했지만 적들도 바보는 아니다. 또한 능력을 더욱 신장시킨 돌연변이들이다. 쉽게 당할 인간들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진월을 향하던 집중사가 현저히 줄었다. 더구나 위협을 느낀 적들이 뒤로 더 빠졌다.
숨통이 트인 진월이 용자룡을 향해 쇄도한다. 들고 있던 K-2C는 이미 철갑탄에 의해 고철이 되어 버린 상태. 진월의 손이 권총을 향한다. 용자룡 또한 이미 그것을 보며 슬쩍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갑자기 앞으로 훅 달려든다. 그의 속도 또한 만만치 않다. 워낙 강한 신체를 지닌 데다 강화복까지 착용하고 있어 그 능력이 배가된 상태다.
둘 다 강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 드러내지는 않는다. 용자룡은 손에 들고 있던 유탄발사기를 진월을 향해 푹 찌른다. 이 거리라면 맞지 않으면 더 이상한 일이 된다. 진월의 권총도 용자룡을 향한다.
타앙!
푸슝!
둘은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앙~ 폭발이 일어난다. 둘 다 폭발력에 의해 튕겨나간다. 지근거리에 있던 이들도 간접적인 피해를 입는다. 다만 그들은 신체가 강화된 자들이라 크게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사실 진월은 유탄발사기의 입구에 권총을 박아 넣은 상태로 방아쇠를 당겼다. 둘 다 이런 상황이 될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서운 인간들이다.
콰앙! 퍽!
둘 다 벽에 처박혔다. 둘 다 지지할 곳이 없었으니 폭발력에 날려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후두둑~ 진월이 벽을 헤치고 나온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풍압이 느껴진다.
훙! 용자룡이 먼저 일어났는지 진월을 향해 권을 날리고 있다. 아무리 강화복을 입었다지만 너무 빠른 움직임이다.
“결(結)!”
백동의 주박술도 함께 펼쳐진다. 지면을 뚫고 검은 손들이 쑥쑥 솟아올라온다. 용자룡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백동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에 미리 용자룡을 보호하는 결계를 형성해 준 것이다.
꾸두둑~ 백동의 주박술이 진월의 다리를 얽어맨다.
빠지지직~ 푸른 뇌전이 주박술의 검은 손을 타고 흘러든다. 제창협 또한 한몫 거들고 나온다.
진월의 몸으로 뇌전이 타고 흐른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진월의 표정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용자룡의 태기지르기도 날아든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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