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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약탈자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19.01.1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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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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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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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외전]가이세리크

DUMMY

로마군이 철수하고 반달족의 통치를 받게 되었지만 아프리카는 여전히 몇 년 간 더 내전에 시달렸다. 반달족은 싸워 이기는 것은 잘 했지만, 주민을 통치하는 것은 미숙했다. 더욱이 잔인한 학살을 자행하며 돌아다니는 그들에게 주민들이 반기를 드는 것은 당연했다.


반달족 왕 가이세리크는 아틸라보다도 더 잔혹했다. 아틸라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만 죽이고, 쓸모있는 자는 살려두고 이용했다.

하지만, 가이세리크는 살육 자체를 즐겼다. 그는 형 군데리크의 뒤를 이어서 왕이 된 후에 형의 부인과 아들들을 모두 죽였다.


아프리카에 건너올 때도 그냥 건너오지 않았다. 반달족이 아프리카로 배를 타고 이동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수에비족이 그들이 점유하고 있던 땅을 차지하려고 슬그머니 남쪽으로 내려왔다.


“감히 내 땅에 손을 대?”

가이세리크는 벌컥 화를 내며 배에 승선하던 병사들을 도로 내리도록 했다. 자신들이 점령했던 땅에 발을 들여놓은 수에비족을 공격해서 수에비족 군대를 이끌던 장수를 강물에 빠뜨려 죽였다. 버리고 갈 땅이라 해도 자신의 것이 남의 손에 들어가는 걸 눈뜨고 봐줄 마음이 없었다. 남 잘되는 꼴을 볼 수 없었다.


비틀린 심성을 가진 그는 수백 년 간 반달족이 로마인에게 당한 것을 되갚아주려 했다.

아프리카를 약탈할 때도 한번 약탈하고 마는 게 아니라, 제도를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주기적으로 약탈을 했다. 아프리카 속주인에게 금은 보석과 사치품 등 모든 재산은 자신의 것이라고 칙령을 반포하고 재산을 빼돌리는 자는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보물을 가져오라며 나이도 성별도 가리지 않고 아무나 붙잡아서 고문했다.

반달족의 잔혹함을 늑대에 비유한다면, 서고트족은 양일뿐이라고 로마인들이 기록에 남겼을 정도였다.


여기에 광신적인 도나투스파까지 가세하자 유혈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가톨릭은 도나투스파를 공직에 못 오르게 하는 등 차별하고 배척했을 뿐이지만, 도나투스파는 아예 가톨릭의 씨를 말리려고 했다. 가톨릭 주교들을 배에 태워 바다에 띄워버리고 개종을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로부터 난민들이 이탈리아와 로마 속주로 배를 타고 몰려나왔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통치를 하니 곳곳에서 반란과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면 가이세리크는 거짓 약속을 남발했다가, 소요사태가 진정되면 곧바로 약속을 깨고 항복한 적을 죽이고 반대파를 잡아들였다.


아프리카를 분할 통치하기로 로마제국과 맺었던 조약도 마찬가지였다. 아에티우스는 가이세리크와 조약을 맺어서 모리타니아 등 아프리카 땅 일부를 반달족의 영토로 인정하는 대신 조공을 받기로 협의했다. 무리하게 아프리카 영토를 되찾으려고 병력을 쏟아 붓기보다 현상을 유지하고 실리를 취한 것이다.

그렇다해도 몇 개 속주를 통째로 빼앗아간 야만족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로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에티우스의 바람과 다르게 가이세리크는 언제 협정을 맺었냐는 듯이 아프리카의 로마영토를 계속 공격했다. 거짓된 평화 약속과 가혹한 통치로 아프리카를 정복해 나갔다.


439년 마침내 이탈리아와 시칠리아섬에서 멀지 않은 도시 카르타고까지 점령되었다. 배를 타고 며칠만 가면 이탈리아 뿐 아니라 로마에도 갈 수 있었다.


반달족은 배나 항해술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약싹 빠른 가이세리크는 바다와 배의 중요성을 곧 깨달았다. 그는 적극적으로 점령한 아프리카의 배와 선원을 이용해서 반달족을 배에 태워서 바다로 내보냈다. 불과 몇 달 만에 지중해는 온통 반달족 해적 투성이가 되었다. 상품을 실은 선박이 약탈당하고, 여행객은 납치되어 돌아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섬마저 반달족의 공격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아에티우스는 동로마에 연합 작전을 요청했다. 반달족 해적에게 피해를 보는 것은 동로마도 마찬가지이니 같이 반달족을 소탕하자고 제안했다.


동로마 황제는 아르카디우스의 아들인 테오도시우스2세가 다스리고 있었다. 그는 그다지 훌륭하거나 용감한 황제는 아니었지만, 유능한 부하를 쳐내도록 모함하는 간신의 계략에는 걸려들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는 특별히 재능이 뛰어나지는 않아도 균형감각을 갖춘 원로원 의원과 장군들이 함께 했다.

그의 누이 풀케리아 황녀는 어릴 적부터 현명함을 인정받아서 원로원에 의해 공동황제로 임명되어 국가 정책에 참여했다. 황제는 그녀를 경쟁상대로 여기기보다 신뢰하고 조언을 구했다.

원로원 의원들도 서로마의 온 속주가 야만족에게 약탈당하는 것을 보고 야만족으로 인한 위기상황을 인식했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국가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아에티우스가 권력을 독점한 서로마와 달리, 동로마는 딱히 뛰어난 인재는 없었지만, 평범한 황제, 황녀, 원로원, 장군들이 그런대로 서로 보완해가며 지혜를 짜냈다.


동로마는 아에티우스의 요청에 응해서 해군을 시칠리아 섬에 파견했다. 숫자는 적어도 경험이 많은 동서로마의 해군력이 반달족에게 집중되면 반달족을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다.


사태가 좋지 않게 돌아가자 머리가 비상한 가이세리크는 로마의 약점을 공격했다. 그것도 자신의 힘은 전혀 쓰지 않고 외교사절만 보내서 해냈다. 바로 훈족 아틸라에게 동맹을 요청한 것이었다.


훈족은 루길라가 죽고 나서 아틸라가 왕이 되었다. 루길라는 동로마황궁에서 장군의 작위를 받고 매년 금350리브라를 받으며 평화조약을 지켰다.


아틸라는 자신이 왕이 되자 다짜고짜 보상금을 700리브라로 2배 올리도록 했다. 로마 포로는 몸값을 내야 풀어주고, 로마가 잡은 훈족 포로는 무상으로 인도하라는 불평등조약을 제시했다. 동로마는 그 굴욕적인 조약을 받아들이고 훈족과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틸라는 페르시아를 공격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퇴각했다.

가이세리크는 아틸라에게 사절을 보내서 동맹을 맺고, 동시에 동로마와 서로마를 공격하자고 제안했다.

로마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훈족을 로마에게서 돌려세우면 로마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말 것이다.


“어디 로마가 어떻게 나오나 보자. 훈족에게 뒤통수 맞는 기분이 어떨까?”

가이세리크는 낄낄거리며 소름끼치는 웃음을 웃었다.


아틸라는 군대를 돌려서 도나우강 유역의 동로마 도시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배후를 공격당한 동로마는 시칠리아 섬에 있던 군사를 철수시켜서 도나우강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동로마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아틸라를 맞아서 싸우는 한편, 연합을 위해서 페르시아에 사신을 보냈다. 페르시아와의 관계는 긴 시간동안 나쁘지 않았지만, 십여 년 전 우발적으로 종교가 걸린 전쟁을 치러서 서먹한 관계였다.


페르시아의 야즈데게르드1세는 아르카디우스 황제의 부탁으로 테오도시우스2세의 후견인이 된 후로 약속대로 로마제국의 영토를 탐내지 않고 후견인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가 죽고 아들 야즈데게르드2세가 왕이 된 후에도 초반에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중간에 기독교도가 조로아스터교 사원을 훼손하고 로마로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게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종교 사원이 공격받았으니 그럴 수 없었다.


양측은 서로의 국가에 있는 포로와 노예와 국민을 압류하며 전쟁을 시작했다. 페르시아는 군대를 보내서 동로마의 도시를 포위했다. 종교문제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지만 양쪽 다 총력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 훈족이 그들의 북쪽에 버티고 있는데, 서로 소모할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양쪽 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전쟁 시작 1년 만에 없었던 일로 하자고 흐지부지 평화협정을 맺었다.



종교문제로 페르시아와 틀어진 상태였지만, 국가의 위험 앞에는 종교가 문제가 아니었다. 동로마는 페르시아에게 아틸라를 공격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지 않아도 훈족에게 공격당했던 페르시아의 야즈데게르드2세는 설욕을 위해 훈족이 점령한 아르메니아를 공격했다.


이렇게 북쪽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 가이세리크는 느긋하게 아프리카에 기반을 다지며 다시 서로마에게 화친을 하자고 제안했다.


동로마가 훈족과 싸우기 위해 돌아가버리자 서로마는 혼자서 반달족과 도나투스파를 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서로마는 가이세리크와 다시 한 번 평화협정을 맺었다. 가이세리크는 화친의 표시로 자신의 아들 훈네리크를 로마에 볼모로 보내기까지 했다.


그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자신의 아들 훈네리크를 서로마 황녀와 결혼시켜서 결혼동맹을 맺으려는 것이었다. 황녀와 결혼하면 로마의 황제가 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이었다.


훈네리크는 이미 서고트족 테오도릭 왕의 딸과 결혼한 상태였기에 서로마는 처음에는 그 제안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가이세리크에게는 그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테오도릭의 딸이 자신의 아들을 암살하려했다고 누명의 씌워 혼인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옳지 못한 상대와 한 결혼이라면 취소해야 마땅하지.”

그는 자기가 누명을 씌웠으면서도 그녀를 곱게 돌려보내지 않았다. 말에서 떨어져 절름발이 불구자였던 그는 그녀의 귀와 코를 잘라서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아들의 부인이었던 여자가 다른 놈과 결혼하도록 놔둘 생각이 없었다.



테오도릭은 돌아온 딸을 보고 분노와 모욕감에 몸을 떨었다. 잘못 없이 파혼당한 것만 해도 억울한데 딸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돌려보냈으니 참을 수 없었다.

왕가를 자랑스러워하는 서고트족은 왕녀의 불행을 자신의 딸의 일인 것처럼 슬퍼하고 분개했다.

“악마같은 가이세리크의 목을 치러 갑시다!”

서고트족 장군들은 복수를 하고 서고트족의 명예를 지키자고 외쳤지만, 배는커녕 지중해 항구도 없는 서고트족이 바다 건너 아프리카에 있는 반달족을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테오도릭은 자신의 마음 같지 않은 암담한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반달족은 그의 딸을 영영 결혼을 하지 못하게 불구자로 만들었는데, 적은 복수조차 할 수 없는 바다건너에 있었다. 로마제국과 훈족은 협공해서 서고트족이 지중해로 나오지 못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서고트족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가이세리크는 서로마에게 황녀를 자신의 아들과 결혼시키라고 압력을 넣었다. 서로마에는 발렌티니아누스3세의 누나인 호노리아와 딸인 에우독시아가 있었다. 나이로 보면 호노리아와 훈네리크의 결혼이 더 적절했지만 가이세리크는 아직 아기인 현황제의 딸과 결혼시키기를 원했다. 그래야 황위 계승권에서 유리했다.


당연히 로마 황실은 가이세리크의 요구에 펄쩍 뛰었다.

아에티우스는 그들을 설득했다.

“시간은 많습니다. 일단 들어주고 나중에 파혼하면 됩니다.”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약혼문서 하나로 가이세리크가 이탈리아를 침공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면 안할 이유가 없었다. 동로마군이 돌아간 지금 서로마군만으로 가이세리크를 상대할 수 없었다.


“가이세리크가 무어인들과 도나투스파를 이탈리아 해변에 풀어놓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서로마 황궁은 마지못해 훈네리크와 에우독시아의 약혼을 승락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아에티우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이세리크가 어떤 인간인지는 그동안 겪은 일로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약혼문서를 교환했다고 로마에 대한 야욕을 접을 리가 없었다.



아비투스는 자신을 찾는 아에티우스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광장에 도착하니 아에티우스는 서서 그 곳에서 하는 인형극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어디를 가라고요?”

아비투스가 투덜거리듯이 말하자 아에티우스는 고개를 돌려서 그에게 말했다.

“서고트족에게 가서 동맹을 맺자고 해.”

“뭘 위해서요?”

“반달족을 공격하라고 해.”


아비투스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머리를 긁적이며 되물었다.

“방금 반달족과 혼인동맹을 맺었습니다만. 반달족을 공격하라고요?”

“그래. 왜?”

“서고트족은 몇 번이나 로마에 패퇴해서 칼을 갈고 있을 텐데 우리 말을 듣겠습니까?”

결혼동맹을 맺은 반달족에게 사이가 서먹한 서고트족을 공격해달라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었다. 그런데, 로마에 감정이 안 좋은 서고트족에게 황제 사위의 나라인 반달족을 공격해달라고 부탁하라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형의 움직임에 현혹되지 말고 저들의 뒤에 연결된 줄을 봐야 해.”

아에티우스는 줄이 당기는 대로 움직이는 인형을 가리켰다.

“가이세리크가 앞에서는 우리와 동맹을 맺었지만, 뒤에서는 아틸라에게 매인 줄을 당기고 있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해.”

아비투스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아틸라에게요? 훈족은 우리의 오랜 동맹 아닙니까?”


아에티우스가 훈족에게 볼모로 가기 이전에도 이후로 줄곧 훈족은 서로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훈족이 동로마는 공격했지만, 서로마와 훈족 사이에는 전쟁이 없었다. 그런 훈족이 서로마에게 등을 돌릴거라고 믿을 수 없었다.


인형극을 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인형이 다른 인형의 뺨을 철썩 때린 것이다.

“인형들만 봐서는 어떻게 움직일지 알수 없어. 보이지 않는 줄의 움직임을 봐야지. 줄을 제대로 못 보면 멍하니 서 있다가 뺨맞는 수가 있어.”


가이세리크는 여간 수완이 좋은 자가 아니었다. 그라면 얼마든지 아틸라가 혹할 만 한 제안을 할 것이다.


“지난번에 아틸라가 동로마를 공격하도록 만든것도 가이세리크야. 다음은 서로마를 공격하도록 하겠지. 그러면 우리는 서고트족과 연합해야 해.”

“로마에게 여러 번 당한 서고트족이 과연 로마를 위해서 싸우겠다고 할까요? 오히려 로마가 반달족에게 당하기를 바라고 있을 텐데요?”


맞고 넘어진 인형이 벌떡 일어나서 다른 인형을 걷어차서 넘어뜨렸다. 관중들이 또다시 웃으며 박수를 쳤다.


“줄을 당겨야지. 그게 인형사의 역할이지. 로마는 저렇게 인형들끼리 싸우고 넘어지도록 부지런히 줄을 움직여야 해.”


아비투스는 어깨를 움츠리고 팔을 벌렸다.

“로마가 인형사이기는 합니까? 제가 보기에는 인형사는 가이세리크 같은데요. 모두가 그 자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습니다.”


아에티우스는 모두를 쓰러뜨리고 기쁨에 넘쳐서 펄쩍펄쩍 뛰는 인형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모두 서로서로 몸에 줄을 묶은 인형 신세야. 내가 인형이 되지 않고 인형사가 되려면 부지런히 줄을 당기는 방법뿐이야. 가만히 있으면 적이 당기는 줄에 움직이는 인형이 되어서 때리고 얻어맞게 돼. 알겠나?”

아에티우스의 말에 아비투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고트왕 테오도릭을 찾아간 아비투스는 배와 무기와 돈을 지원해줄 테니 아프리카로 가서 반달족을 몰아내 달라고 청했다.


아비투스의 예상과 달리 서고트족의 내부에서는 싸우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자부심이 강한 그들은 자신들의 왕녀가 그들보다 수준 낮게 보았던 반달족에게 당한 모욕을 견딜 수 없었다.

“서고트족을 모욕한 반달족에게 본때를 보여줍시다.”

“우리의 복수를 하도록 배와 무기와 돈까지 준다는데 안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테오도릭도 고민에 빠졌다. 개인적인 원한으로는 가이세리크를 바다에 빠뜨려 죽이고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반달족과 싸우는 것이 로마에 이용당하고 로마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게 아닐지 의문이었다.


“왜 직접 반달족을 공격하지 않고?”

“반달족과 혼인동맹을 맺었는데 로마가 직접 공격할 수는 없죠.”

테오도릭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간 사이에 훈족 부대로 서고트 영토를 기습하는 뒤통수를 치는 건 아니겠지?”

아비투스는 손을 내저었다.

“절대 아닙니다.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물론 그대는 그럴 리가 없지. 하지만, 아에티우스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

“아에티우스 사령관님도 서고트 왕국과 장기적인 협력을 하고 싶어 하십니다. 사실 지난 전쟁은 모두 서고트 쪽에서 로마 영토를 침공해서 일어난 거잖습니까. 로마는 정복이 아니라 평화를 원합니다.”


서고트 신하들은 싸우자고 나섰다. 돈과 무기도 받고 인품이 훌륭한 자신들의 왕과 공주가 당한 모욕을 되갚아주기 위해서 기꺼이 먼 원정에 참전할 작정이었다. 테오도릭은 마침내 아프리카로 출정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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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부록]대체역사 +5 19.05.29 598 14 25쪽
128 [외전]제국의 멸망 19.05.28 344 14 14쪽
127 [외전]카탈라우눔 전투 19.05.27 224 12 16쪽
126 [외전]아틸라 +1 19.05.26 244 12 17쪽
» [외전]가이세리크 +1 19.05.25 214 13 17쪽
124 [외전]테오도릭 19.05.24 245 13 15쪽
123 [외전]보니파키우스 +2 19.05.23 269 16 19쪽
122 [외전]아에티우스 +1 19.05.22 268 10 14쪽
121 [외전]훈 족 +1 19.05.21 410 13 13쪽
120 서고트 왕국 +5 19.05.20 503 26 13쪽
119 아프리카로 +2 19.05.19 361 18 12쪽
118 방랑 19.05.18 301 12 13쪽
117 로마 약탈 +2 19.05.17 336 22 13쪽
116 3차 로마 포위 19.05.16 320 15 12쪽
115 황제 추대 +1 19.05.15 368 17 15쪽
114 오스티아 항구 19.05.14 311 11 12쪽
113 2차 로마 포위 +3 19.05.13 348 15 13쪽
112 권력 암투 19.05.12 336 13 15쪽
111 협상 +1 19.05.11 337 12 14쪽
110 기아 19.05.10 325 13 12쪽
109 1차 로마 포위 +3 19.05.09 338 16 16쪽
108 복수를 위하여 +2 19.05.08 328 16 14쪽
107 충성 +2 19.05.07 325 18 13쪽
106 고뇌 19.05.06 307 12 12쪽
105 숙청 +1 19.05.05 315 12 13쪽
104 올림피우스 19.05.04 298 11 12쪽
103 로마의 명예 +2 19.05.03 323 12 12쪽
102 협약공개 19.05.02 314 12 14쪽
101 제안 +3 19.05.01 340 13 13쪽
100 퇴각 +3 19.04.30 327 10 13쪽
99 비엔느 +2 19.04.29 340 11 13쪽
98 콘스탄티누스의 반란 19.04.28 335 13 13쪽
97 다가오는 위기 19.04.27 315 13 13쪽
96 압박 +2 19.04.26 339 12 12쪽
95 반달족 +1 19.04.25 320 14 12쪽
94 프랑크족 +1 19.04.24 331 14 14쪽
93 마르코미르 19.04.23 328 13 12쪽
92 고디기젤 19.04.22 347 11 12쪽
91 피에솔레 전투 +2 19.04.21 348 12 12쪽
90 라다가이수스 19.04.20 335 12 12쪽
89 노예해방 19.04.19 349 14 12쪽
88 포석 +1 19.04.18 346 13 12쪽
87 재임명 19.04.17 351 13 13쪽
86 동맹 19.04.16 341 15 12쪽
85 개혁 19.04.15 378 16 12쪽
84 휴전 +1 19.04.14 383 21 12쪽
83 은거 19.04.13 386 18 12쪽
82 개선식 +2 19.04.12 443 12 12쪽
81 징병제 개혁 +1 19.04.11 381 15 13쪽
80 베로나 전투 +4 19.04.10 395 16 12쪽
79 싱게리크 19.04.09 364 11 12쪽
78 퇴각협상 +2 19.04.08 384 16 13쪽
77 도주 19.04.07 390 18 13쪽
76 폴렌티아 전투 +1 19.04.06 423 14 12쪽
75 부활절 +1 19.04.05 412 16 14쪽
74 추격 +1 19.04.04 392 20 12쪽
73 호노리우스 +1 19.04.03 432 16 12쪽
72 아스타 성 +1 19.04.02 428 16 14쪽
71 밀라노 +1 19.04.01 420 19 13쪽
70 수에비족 +1 19.03.31 429 21 13쪽
69 알레만니족 19.03.30 402 18 14쪽
68 이탈리아 19.03.29 429 19 13쪽
67 라에티아 +1 19.03.28 440 20 13쪽
66 아퀼레이아 19.03.27 462 16 12쪽
65 연합 +1 19.03.26 457 19 13쪽
64 해임 19.03.25 479 20 13쪽
63 프라비타 +3 19.03.24 497 18 13쪽
62 몰락 19.03.23 439 15 13쪽
61 교회 19.03.22 427 18 13쪽
60 가이나스 19.03.21 441 15 13쪽
59 에우트로피우스의 최후 19.03.20 441 16 12쪽
58 동고트족 19.03.19 475 18 13쪽
57 트리비길트 19.03.18 456 18 12쪽
56 시찰 +1 19.03.17 500 22 13쪽
55 본색 19.03.16 451 16 13쪽
54 픽트 전쟁 +1 19.03.15 484 18 14쪽
53 종교전쟁 19.03.14 450 15 13쪽
52 마스케젤 +1 19.03.13 482 17 12쪽
51 길도의 반란 19.03.12 491 17 14쪽
50 냉전 19.03.11 511 17 15쪽
49 서고트족의 왕 +1 19.03.10 522 18 15쪽
48 출전 19.03.09 485 16 12쪽
47 재판 19.03.08 501 17 14쪽
46 훈련 +1 19.03.07 503 14 13쪽
45 일리리쿰 군사령관 19.03.06 513 20 16쪽
44 에피루스 19.03.05 509 15 13쪽
43 로마의 적 19.03.04 518 18 12쪽
42 코린토스 만 19.03.03 501 15 13쪽
41 탈출 19.03.02 507 17 12쪽
40 19.03.01 510 18 12쪽
39 플로이 19.02.28 524 18 12쪽
38 아르카디아 전투 19.02.27 544 17 12쪽
37 펠로폰네소스 반도 19.02.26 560 20 12쪽
36 아테네 19.02.25 563 23 13쪽
35 아프리카 19.02.24 603 21 12쪽
34 그리스 침공 19.02.23 589 19 12쪽
33 반역죄 19.02.22 608 21 13쪽
32 새로운 동료 19.02.21 614 21 13쪽
31 암살 19.02.20 618 19 14쪽
30 콘스탄티노플 19.02.19 678 22 13쪽
29 회군 19.02.18 685 20 13쪽
28 동로마 황궁 19.02.17 657 20 13쪽
27 패주 19.02.16 659 22 14쪽
26 테르모필라이 19.02.15 680 18 11쪽
25 진군 +1 19.02.14 650 25 12쪽
24 승리 +1 19.02.13 688 23 13쪽
23 약탈 19.02.12 681 24 13쪽
22 돌파 +1 19.02.11 666 22 12쪽
21 결집 19.02.10 732 20 13쪽
20 악연 19.02.09 707 23 13쪽
19 사루스 19.02.08 722 21 11쪽
18 아르카디우스 황제 19.02.07 719 27 12쪽
17 충성 서약 19.02.06 737 25 13쪽
16 루피누스 19.02.05 752 24 13쪽
15 로마군 +3 19.02.04 804 32 13쪽
14 프리기두스 전투 19.02.03 824 28 13쪽
13 희생 19.02.02 784 28 13쪽
12 작전계획 19.02.01 839 26 14쪽
11 출정 19.01.31 865 27 13쪽
10 알라리크 19.01.30 878 22 13쪽
9 서고트족 +2 19.01.29 912 27 12쪽
8 아말리 가문 19.01.28 932 26 12쪽
7 스틸리코 19.01.27 994 24 12쪽
6 테오도시우스 황제 +1 19.01.26 1,126 25 12쪽
5 원로원 +1 19.01.25 1,167 27 12쪽
4 발티 가문 +1 19.01.24 1,502 29 14쪽
3 황제 시해 19.01.23 2,146 41 12쪽
2 대립 +2 19.01.22 3,230 67 16쪽
1 바스타르네이 전투 +3 19.01.21 6,120 7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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