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 뛰어들다 – 38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세상 속으로 뛰어들다 – 38
“네..네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걸 놓지 못할까?”
“후후후, 우리 나리께서 너무 높은 곳에 계신 관계로 알 수가 없네요. 대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가요?”
“그..그게....”
일초가 웃으면서 말하자 고동무는 움찔하며 말을 못한다.
“그러니까 니가 누군지 모른단 말이지? 그런 거라면 내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 이렇게 말이야.”
쫙! 쫙! 쫙!
일초는 그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고동무의 뺨을 때린다.
“아아악!”
세 대를 때렸는데, 첫 번째 맞는 순간 기절하고, 두 번째는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세 번째에는 눈알이 반쯤 튀어나온다.
“그래도 생각이 안 나니?”
“크으으윽! 아..아닙니다. 전 이곳의 의원입니다.”
“의원? 그럼 요게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겠네.”
“예에? 아..아이고, 나리! 전 아직 후손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발! 아..안 됩니다.”
고동무는 일초의 의도를 알고는 공중에서 애원하며 몸부림친다.
“그러게 몽둥이 사용을 조심했어야지.”
“아..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콜록! 저..정말입니다. 조...조상님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콜록! 콜록!”
고동무는 목이 막히는 데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소리친다. 하지만 일초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 상태에서 오른쪽 무릎을 들어 올려 거시기를 정확하게 강타한다.
“끄아아아악!”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고동무의 입에서 하늘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일초는 들고 있던 고동무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아아악! 내..내 거시기.... 아아악! 내 거시기가 터졌다. 으아아악!”
“후후후! 계속해서 잔대가리를 굴리시겠다고? 제대로 안 터진 모양이네.”
일초가 다시 발을 들어 올리자 고동무는 황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우우웁!”
“우리 형님은 나보다 몇 배 더 성격이 급하시다. 모든 질문에는 기회가 한 번 뿐이란 걸 명심하기 바란다. 형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일초는 한 발 물러나며 무진을 부른다.
“수고했다. 방금 들었겠지만, 대답할 기회는 한 번뿐이다. 대답을 하고 안 하고는 니 마음이다. 하지만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 때마다 사지 중 하나가 네 몸에서 분리될 것이다.”
팔 다리 중 하나를 뽑아버리겠다는 말이다.
“으으으으으!”
고동무는 무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신을 사시나무 떨 듯이 흔들어 댄다. 바지에서는 벌써 누른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다.
“어이가 없네. 좁쌀만 한 간땡이로 어떻게 그런 짓을 한 거야?”
일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 질문은 간단하다. 약초를 대량으로 구매한 곳이 어디냐? 누구한테 의뢰를 받았느냐? 하나, 둘, 셋!”
무진은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밀어붙인다.
“그..그게..., 크아아악!”
고동무가 머뭇거리자 무진은 그의 오른 발목을 잡고 그대로 당겨버린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방안이 온통 피범벅이 된다. 고동무는 아직도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무진은 그럴 판단을 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
파팟!
“같은 질문이다. 누구한테 의뢰를 받았느냐? 이번에는 왼쪽 팔이다. 하나, 둘...”
무진은 혈도를 막아 출혈을 막은 다음 재 질문을 한다.
‘크으윽! 대체 이놈들은 누굴까? 우리가 적멸장에 약초를 납품한다는 건 모르는 것 같은데.... 무서운 놈들이다. 이러다간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
“마..말씀드리겠습니다. 아..아니 안내하겠습니다. 제발!”
고동무는 발목이 뽑히고서야 겨우 상황 판단을 한다. 그로선 약초를 잘못 팔았다고 목숨까지 버릴 생각은 없다.
“안내까진 필요 없고, 위치만 말해라.”
“적멸장이라고 가깝습니다. 북쪽으로 약 십 리만 가면 됩니다. 시장을 벗어나 대로를 따라 가면 오른쪽에 커다란 장원이 나옵니다.”
고동무는 상세하게 설명한다.
“내일 중으로 약초방과 의원을 정리해서 여길 떠나라. 단, 재산의 반은 빈민구제에 사용해라.
“예에? 예! 알겠습니다.”
‘후후후, 안 그래도 뜰 생각이었다. 빈민구제도 적당히 시늉만 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야.’
고동무는 다시 잔머리를 굴린다. 하지만 그의 뜻을 관철시키기엔 무진의 벽이 너무 높다.
“네놈의 행동은 개방이 전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 꼼수를 부리다 걸리면 알거지가 된다는 걸 잊지 마라.”
“개..개방이? 아이고, 난 망했네.”
일초의 입에서 개방이란 말이 나오자 고동무는 바로 포기한다. 거시기는 터지고, 발목 하나는 뽑혀나가고, 이제 재산까지 반 토막이 나게 생겼으니 그로선 이제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엉엉엉엉!”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그를 뒤로 하고 무진 일행은 태산의원을 빠져나온다.
적멸장(寂滅莊).
이곳은 적마교의 비밀분타이다.
“여긴 저도 와본 기억이 있어요.”
멀리 장원이 보이자 호란이 아는 척을 한다. 적마교의 2인자였던 그의 부친을 따라서 가끔 여행을 하곤 했다. 그 때 와본 곳이다.
“소미구나. 수고했다.”
정문이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자 소미가 달려와 호란의 품에 안긴다. 냄새를 따라서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근데 계속해서 울어댄다.
“야아옹! 야옹! 야아옹!”
마치 호란에게 뭔가를 얘기하는 것처럼.
“여긴 뭐하는 곳입니까?”
“강시를 만드는 곳이라고 들었소.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모양이오. 느낌이 안 좋소.”
무진의 설명에 호란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린다.
“강시를 만드는 것보다 더 나쁜 일도 있나요?”
이번에는 태민이 나선다.
“소미의 말에 의하면 사람을 실험하는 모양이다.”
“사람을 요?”
“소미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오?”
태민은 사람을 실험한다는 말에 놀란 반면, 일초는 무진이 소미와 대화한 것처럼 말하자 당황한다.
“소미는 영물이다. 너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뜻이 통할 수 있다.”
“동물과의 대화라... 그거 재밌겠네. 형님이 좀 도와주시오.”
“소미와 친해지면 금방 할 수 있을 거다. 니들도 마찬가지고.”
“예!”
“이제 소미가 우리와 한 형제가 되는 건가요?”
“야아옹!”
태운의 말에 소미는 그의 품으로 달려가서 얼굴을 핥아준다.
“하하하! 너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구나.”
태민이 머리를 쓰다듬자 소미는 그의 얼굴도 핥아준다.
“이런 곳은 완전히 소멸시켜야 한다.”
“염려 마시오. 내가 책임지고 불태워버릴 테니.”
일초의 목소리에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정면으로 치고 들어간다. 그리고 강시들을 조심해라.”
“알겠습니다.”
태민의 대답을 끝으로 일행은 정문으로 향한다. 근데 호란은 무진의 등에 업혀 있다. 아직은 완쾌된 걸 드러낼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누구냐? 크악!”
“이 새끼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으악!”
정문의 위사들은 태운이 혼자서 해치운다. 시간 관계상 암기를 사용한다.
“조용한데요?”
태운의 말처럼 장원 안에는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활!”
무진의 말에 태민이 어깨에 메고 있던 활을 건넨다. 통나무집에서 만든 활 중에서 쓸 만한 것들을 일행이 나눠가지고 있다. 무진은 호란 때문에 활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강시의 급소가 어딘지를 잘 봐둬라.”
무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첫 번째 건물에서 열 명이 뛰어나온다.
“먼저 눈이다!”
무진은 제일 앞의 강시를 향해 활을 쏜다. 강한 파공성과 함께 화살이 날아간다.
쉐에에에엑! 따앙!
화살은 강시를 눈을 맞고 그대로 튕겨 나온다. 강시는 뒤로 밀려날 뿐 멀쩡하다.
“정수리다!”
무진은 연이어 뒤에서 달려오는 다른 강시를 향해 활을 쏜다.
따앙!
이번에는 강시가 정수리를 맞고 쓰러진다. 하지만 금방 다시 일어서서 달려온다.
“목이다!”
세 번째도 마찬가지다. 목을 맞은 강시는 잠시 주춤거릴 뿐 계속 달려온다. 그 사이 양측의 간격은 반 이상 줄어든다.
“가슴이다!”
무진은 강시의 심장을 향해 활을 쏜다.
쉐에에에엑!
화살은 강시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간다. 근데 강시의 바로 앞에서 갑자기 위로 솟구치더니 화살이 코로 파고든다.
“꺼어어억!”
강시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바닥을 뒹군다. 동시에 강시들이 걸음을 멈춘다.
“봤지? 지금부터 강시 사냥에 나선다.”
“대형! 이번 일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맞습니다. 약점을 안 이상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 좋은 경험이 될 게다.”
“감사합니다.”
무진이 동의하자 태민 사형제는 강시들을 향해 걸어간다. 그들은 생사무를 펼칠 생각인지 검을 뽑지 않는다.
“사형, 누가 많이 쓰러뜨리는지 내기요.”
“좋다. 지는 사람이 저녁을 쏘는 거다.”
“나중에 딴소리 하면 안 되오.”
“후후후, 바라는 바다. 가자!”
“이야아아압!”
두 사람은 경쟁하듯이 강시들 속으로 파고든다.
“께에에엑!”
먼저 태민이 선두에 있던 강시의 코를 주먹으로 쳐서 쓰러뜨린다. 하지만 강시들도 만만찮다. 화살에 맞고 쓰러진 강시 때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금방 전열을 정비해서 조직적으로 대응한다.
“우웃!”
태운은 주먹으로 코를 노리다 강시의 팔에 막혀서 뒤로 튕겨 나온다.
“쯧쯧, 강시라고 다 멍청한 줄 아니? 그렇게 공격하면 천년만년 지나도 한 놈도 못 쓰러뜨린다.”
뒤에서 구경하는 일초가 태운을 놀린다.
‘내가 너무 성급했다. 놈들은 코를 집중 방어하고 있다. 일단 정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야압!”
“커억!”
태운은 주먹으로 강시의 코를 치는 척하다가 목젖을 강타하고, 다시 목젖을 치는 척하다가 발로 무릎을 가격한다. 이렇게 되자 강시는 혼란에 빠져 코를 막던 손이 밑으로 내려온다. 그 때 팔꿈치로 코를 강타해서 쓰러뜨린다.
“크아아악!”
“한 명이요!”
태운은 태민을 보고 소리치며 다음 강시를 향해 몸을 날린다. 근데 태민의 주변에는 세 명을 쓰러져 있다. 그는 말은 않고 손가락으로 셋을 표시한다.
“이..이런! 간다!”
태운은 곧장 강시들을 공격한다. 이번에는 생사무를 펼친다. 특히 관절을 역방향으로 꺾으면서 공격하자 강시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커어억!”
“꺄아악!”
순식간에 두 명의 강시가 코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하지만 그 사이 태민도 두 명의 코를 쳐서 모두 다섯을 제압한다.
“5:3이다!”
“흥!”
태운은 콧방귀를 끼면서 도주하는 강시를 쫓아간다. 이렇게 해서 잠시 후, 열 명의 강시가 태민 사형제에 의해서 모두 쓰러진다. 결과는 6: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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