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01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01
“전 그래서 더 헷갈립니다. 원래 이들은 같은 패거리가 아닙니까?”
“그랬지.”
“그런데 왜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걸까요?”
“복잡할 것 같지만 실은 아주 단순하단다.”
“같은 편끼리 싸우는 이유가 단순하다고요?”
“그렇지. 이전에는 큰 적인 대형과 우리가 있었기에 하나로 뭉쳤지만, 그 큰 적들이 사라졌으니 자기 밥그릇을 찾는 거야.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게 뭡니까?”
“하나는 우리 작전이 먹히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 우리가 병부와 중원대장군부의 핵심 인물들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저들이 사용하는 무공으로 봐선 오랜 세월 정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태운이 거들고 나선다.
“잘 봤다. 어쩌면 저들은 우리와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모두 현실생활 속에 침투해 있는 자들이다.”
“그 얘긴 그 정도 하고,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때다.”
조충의 말대로 싸움판은 거의 다 정리가 되었다.
“누가 이긴 건가요?”
“양쪽 다 패했다고 봐야지. 지금 우리가 나가면 저들은 모두 저승사자를 만나게 될 테니까.”
“그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뭐라? 또 나타날 놈들이 있단 말이냐?”
조충은 태민의 말을 듣고 시선을 멀리 어둠속으로 옮긴다.
“장필이다!”
어둠 속에서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달려오는 게 보인다. 특히 선두의 노인은 마치 공중에서 걸어오듯이 가볍게 달려온다. 달마선사가 나뭇잎 하나로 황하를 건넜듯이 힘 하나 안 들이고 달려온다. 그 정도로 고수란 뜻이다.
“답설무흔(踏雪無痕: 눈 위를 걸어도 흔적이 남지 않는 경지), 허공답보(虛空踏步: 허공을 땅에서 산책하듯이 자유로이 걸어다니는 경지), 초상비(草上飛: 풀을 밟고 그 풀의 반동으로 날아가는 경지), 등평도수(登萍渡水: 물 위를 마치 평지처럼 뛰어서 건너는 경지)를 보는 듯합니다.”
“이야! 민이 너 언제부터 그렇게 유식했니?”
“하하하! 우리 사형이 원래 한 공부 한답니다. 근데 누굴까요? 저 정도면 보통 인물은 아닐 텐데.”
“둘 중의 하나겠지. 장필이거나 그 아들.”
“아들은 30대 초반인데, 저 정도 경지에 오르는 건 쉽지 않을 테고, 그럼 결국은 장필이겠군요.”
“어떠냐? 니가 한 번 해볼래?”
일초가 태운에게 장필을 상대할 것을 권한다.
“제가요?”
“싫어?”
“그럴 리가 있나요? 형님들에게 죄송해서 그렇죠. 나중에 딴소리 하면 안 됩니다.”
“내가 언제 그랬어?”
“많죠. 그것도 아주 많이 있었습니다.”
“좋다. 이번에는 증인들이 있으니까 두 말하지 않으마.”
“충이 형님! 사형! 들었죠? 저 놈들은 모두 제 몫입니다. 절대 양보 못합니다. 후후후!”
태운은 자신만만하게 지붕을 뛰어내린다. 그 사이 병부의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이백여 명의 고수들이 들어와서는 중원대장군부의 장수들을 모두 제압해버렸다. 그런데도 병부의 장수들은 불과 이십여 명만 부상을 당했을 뿐이다.
“지금 당장 중원대장군부에 서찰을 보내라. 지금부터 전면전이라고.”
“예!”
“개자식! 지가 누구 때문에 중원대장군이 됐는데? 내가 안 움직이면 지 놈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단 걸 모른단 말이지? 그럼 이 참에 가르쳐 줘야지.”
장필의 말은 사실이다. 형식적으론 황제와 중원대장군 등력군이 모든 병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병부시랑인 장필이 직접 군대를 움직이지 않으면 그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병부시랑 장필이 실질적인 군부의 실력자인 셈이다.
“어떻게 가르칠 건데?”
“어떻게 가르치긴? 그냥 모가지를 댕강 자르면 되지.”
“그럼 놈의 재산과 계집을 모두 차지하고, 병권을 한 손에 쥐겠네.”
“병권이 내 손에 떨어진단 말이지? 으하하하하!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
“그럼 이제 황제도 해먹는 거야?”
“황제?”
“그래. 못 할게 뭐 있어? 너 그러다 초일이한테 다 뺏기고 개털이 되는 수가 있다.”
“뭐? 초..초일이라니? 네놈은 누구냐?”
장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서 옆에 서 있는 자의 얼굴을 쳐다본다.
“처음 보는 놈인데?”
파파팟!
“커억!”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장필은 승리에 도취해서 옆 사람이 자기 부하인줄만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땐 이미 혈도가 제압된 뒤다.
“영감탱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건방떠는 거다. 좋은 말 할 때 순순히 대답해라. 안 그러면.... 알지? 후후후!”
“흐흐흐! 네놈이 누군지 모르지만 곧 피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 것이다. 끄아아아악! 내..내 다리! 크으으윽!”
태운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장필의 왼쪽 다리를 무릎에서부터 끊어버린다.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주위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된다.
파팟!
태운은 혈도를 제압해 피를 멈추게 한다.
“한 번만 더 까불면 완전히 앉은뱅이로 만들어줄 테니까 기대해도 좋다.”
“시..시랑어른!”
“쳐라! 당장 아버님을 구해라. 당장!”
그제야 부하들과 아들이 소리치며 공격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태운의 한 마디에 모두 뒤로 한 발 물러난다.
“후후후! 영감탱이가 그 동안 인심을 많이 잃었네. 부하는 시랑자리가 탐나고, 아들놈은 애비를 지옥으로 빨리 보내고 싶어서 안달이 났네. 오냐! 그렇게 원한다면 보내야지. 나도 이제 지쳤다. 안 그래도 저승사자 놈의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거든.”
태운은 주먹을 들어서 병부시랑의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죽이겠다는 뜻이다.
“자...잠시만! 원하는 게 뭐냐?”
장필의 아들 장광은 황급이 나서며 소리친다.
“원하는 거라.... 여러 개가 있지. 다 들어줄 거야?”
“할 수만 있으면 다 들어줄게. 대신 아버님은 놓아줘라.”
“좋아. 우선 니 애비의 목이 필요하고, 두 번째는 네 목이고, 세 번째는 초일의 목이다. 이 정도면 되겠어? 필요하면 더 말해주고. 그리고 마지막 경고다. 한 번만 더 끼어들면 니 애비의 모가지는 시궁창에 굴러다니게 될 것이다. 자신 있으면 시험해 봐도 좋다.”
“으음!”
장광은 차마 부친을 위험해 빠뜨릴 수가 없어서 한 발 뒤로 물러난다.
“실망이다. 나 같으면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냥 보내드리겠다.”
태운은 장필 부자를 가지고 논다.
“니들은 조금만 기다려라. 신나게 놀아줄 테니까. 영감탱이 마지막 질문이다. 니 사부는 어딨느냐?”
“사..사부?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태운이 그냥 찔러본 건데 제대로 걸려든다.
“후후후! 이 새끼가 정말 내 말이 말 같이 않은 모양이네.
“크아아아악!”
이번에는 오른발이다. 그냥 두 손으로 잡아 당겨서 무릎 아래 부분을 완전 뽑혀 버린다.
쫘악!
“아악!”
“개자식이? 지금 누굴 호구로 아나? 연기는 경극단에 가서 하고, 한 번만 더 장난치면 그땐 대가리를 뽑아버린다.”
으으으으으....!
태운의 말에 장필은 완전히 질려서 전신이 강풍에 사시나무가 떨 듯이 크게 흔들린다.
“마지막 질문이다. 대답은 안 해도 된다. 초일은 지금 어딨느냐”
부르르르르....!
장필의 몸은 다시 떨린다.
“알았다. 말하기 싫다면 할 수 없지. 그럼 잘 가라.”
태운의 주먹은 결국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힘차게 밑으로 내려온다. 그 결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상상하고 있다. 장필의 머리가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마..말하겠습니다. 정말입니다. 그 분은.... 아니, 그 자는 지금 화..황실에 있습니다. 황실에. 케에엑!”
장필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머리가 터지며 바닥에 쓰러진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장면이다.
“왜, 원하는 걸 말했잖아?”
“크크크크! 이래서 그 분이 날 보내신 거야. 후계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겨우 목숨이 아까워 그 분을 배신해? 네놈의 그 말 한 마디로 병부는 오늘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선 네놈들부터 시작해볼까?”
태운은 이백 명이 넘는 병부의 장수들을 향해 걸어간다.
빠아악!
그는 생사무를 펼치며 그들 사이를 마구 휘젓고 다닌다.
“허억! 이..이게 뭐야?”
“끄아악! 커억!”
장수들은 제대로 방어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쓰러진다.
“쯧쯧, 형이란 인간 하나 잘못 만나서 동생들이 하나 둘씩 또라이가 돼 가네. 이러다 우리 형제들 중에 정상적인 사람은 나밖에 안 남게 생겼다.”
일초는 태운이 중원제일의 장수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 소릴 듣고 가만있을 조충이 아니다.
“사돈 남 말 하시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우리 형제 중에서 누가 제일 미친놈인지. 그걸 모르는 놈이야 말로 진짜 또라이다. 또라이!”
“형님들, 운이가 조금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까?”
두 사람이 또 토닥거리자 태민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정말 그러네. 저놈이 언제부터 저렇게 빨라졌지?”
“보법만큼은 우리보다 더 빠른 게 확실하다. 관절 유연하게 돌아가는 거 봐라. 니들 요즘 몇 시진이나 자냐?”
조충이 태민은 노려보며 따진다.
“그게... 실은 저희들도 요즘은 그다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대형처럼 한, 두 시진씩 명상만 해도 몸이 개운합니다. 형님들은 안 그렇습니까?”
“니들도 그러냐?”
“우리도 얼마 전부터 그렇다. 그래서 수련을 많이 해서 좋긴 한데. 꿈을 못 꿔서 조금은 섭섭하다.”
“후후후! 요즘은 꿈에서 혜련이 누님을 못 만나시겠네요.”
“넌 서희가 안 보고 싶냐?”
“왜 안 보고 싶겠어요? 그럴 때마다 저렇게 수련을 합니다. 그럼 더 집중할 수 있고, 효과도 그만입니다. 저길 보세요. 운이의 동작 하나 하나가 그걸 증명하고 있잖습니까?”
“확실히 니들은 미쳤다. 난 태어나서 여자 생각에 수련이 잘 안 된다는 말을 들었어도 집중이 더 잘 된다는 인간들은 처음 봤다. 아니다. 한 놈 더 있네. 그 놈은 여자 생각을 하면서 수련을 하면 저절로 새로운 무공이 만들어진다는 거야.”
“그런 것도 있습니까?”
“그러니까 미친놈이지. 그놈이 만든 무공 중에 하나만 얘기할까?”
“예! 목이 탈 정도로 궁금합니다.”
“흐흐흐! 너도 서서히 미쳐가는구나.”
“아깐 미쳤다면서요?”
“낄낄낄! 그랬지.”
“근데 그 사람이 만든 무공은 어떤 겁니까?”
“참! 그건 말이야. ‘여자가 남자 위에서 검을 휘두르고!’라는 검법이다.”
“예에? 으하하하하! 정말 재밌네요. 하나만 더 알 수 없을까요?”
“우리 태민이가 원하는데 뭘 못하겠니? ‘남자는 뒤에서, 여잔 앞에서’란 권법도 있다. 그 중에 압권은 보법이다.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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