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18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18
“상인들 말로는 황금상단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
“황금상단?”
“그래. 부단주가 언니래. 황금상단의 부단주가 여자였어?”
“사실일세. 황금상단 역사상 최초의 여자 부단주이자 후계자이기도 하다네.”
“그럼 결국 저 아이도 황금상단의 사람인 셈이군.”
“그렇지. 그러니까 우린 지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아귀에 쥔 거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황금동아줄 이기도 하고.”
“하하하! 그렇지.”
시장 관리인들은 한 여자애를 보면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주미화.
대양왕부의 금지옥엽. 실종된 걸로 알려진 그녀가 지금 북경의 시장바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그가 상대하는 사람은 손님이 아니라 상인들이다. 그들에게 장사가 아닌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하는 중이다.
“그러다 만약 흉년이 들면 어떻게 되는 거야?”
상인 중 한 명이 질문을 한다.
“사실 흉년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풍년이 돼도 가격이 폭락해서 농민이나 상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그러니까 그럴 땐 어떻게 하냔 말이야.”
“이걸 장사가 아닌 도박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도박의 신이라고 해도 항상 돈을 따진 못합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열 번의 도박을 한다고 했을 때 다섯 이상만 이기면 돈을 버는 거죠. 그것도 큰 판은 이기고, 손해는 작은 판에서 본다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거죠.”
“그렇지. 근데 도박과 이게 무슨 상관이야?”
“제가 처음 이 방법을 설명할 때 여러분들이 이익을 남기는 건 중간과정을 생략해서 불필요한 소개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기억하시죠?”
“그랬지.”
“제가 말씀드린 유통방식은 흉년이든 풍년이든 그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익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최대한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방법입니다.”
“하긴 흉년이라고 해서 물건이 전혀 없는 게 아니고, 풍년이라고 해서 물건을 버릴 건 아니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군. 그럼 그런 생산자와 상인의 직접적인 계약은 누가 주선하는 거야?”
“가장 좋은 건 관부에서 중개를 하는 겁니다만, 그걸 기대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여러분이 생산 현지로 가서 일일이 할 수도 없고. 해서 일단 북경시장에 납품하는 물건만큼은 황금상단에서 주선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화..황금상단에서?”
“예.”
“황금상단이라면 우리야 무조건 환영이지. 근데 아가씨의 말을 어떻게 믿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한 걸 보면 거짓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아가씨만 믿고 어떻게 사업을 하겠어?”
“호호호!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한 분을 모셨습니다. 분타주님!”
미화는 뒤쪽에 서 있는 중년인을 부른다.
“예, 아가씨!”
그는 앞으로 나서며 상인들에게 인사를 한다.
“누구지?”
“글쎄? 낮이 익은데.”
“황금상단이라고 했으니 그쪽 사람이겠지.”
“황금상단? 자..잠깐! 그래. 맞아.”
“뭐가?”
“황금상단의 북경 분타주야. 분타주!”
“뭐라고?”
“저..정말이야?”
갑자기 상인들이 술렁거린다.
“맞습니다. 전 황금상단의 북경분타주입니다. 십 년이나 분타주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이제야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그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 우선 방금 말씀하신 분은 저희 황금상단의 부단주님의 동생분이 확실합니다. 사실 이 분은 저희 황금상단의 이름을 팔지 않아도 충분히 여러분에게 신뢰를 줄 수 있지만, 사정상 오늘은 제가 보증을 서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생산자와 상인여러분간의 거래는 저희 황금상단에서 주선하겠습니다.”
“와아!”
분타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상인들의 환호성이 울러 퍼진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그럼 그렇지. 황금상단에서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런 일을 하진 않겠지?”
“그래서 몇 할을 달라는 거요?”
상인들은 황금상단이 새로운 거래방식을 통해서 돈벌이를 할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하하하!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 황금상단은 여러분들의 이익을 가로채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만큼 사업이 번창하고 있습니다.”
“그럼 조건이 뭐요?”
“사람을 찾고자 합니다.”
“사람?”
“예. 아주 급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한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런 거야 우리가 최고지. 북경 시내에서 거지를 제외하곤 우리 상인보다 더 정보가 빠른 조직은 없어. 역시 어린 아가씨가 똑똑하군.”
“찾으려는 사람이 누구요?”
“이름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하고, 여기 얼굴을 모사한 그림이 있습니다.”
분타주는 들고 있던 종이를 상인들에게 나눠준다. 종이에는 황세손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짧은 시간에 수백 장의 그림을 그린 것만 봐도 황금상단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림은 절대 외부로 노출되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찾는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시는 분에겐 황금 오백 냥을 상금으로 드리겠습니다.”
“화..황금 오백 냥이라고?”
“그냥 오백 냥이 아니라 황금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돈은 여기에 있습니다.”
분타주는 직접 품속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금화를 보여준다.
“우와!”
“지..진짜다!”
상인들은 금화를 보곤 입이 쩍 벌어진다. 그들은 벌써 황금 오백 냥이 자신들의 것인 양 침을 흘린다. 이렇게 되면 그림은 외부에 노출하라고 해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황금에 눈이 먼 상인들은 하나, 둘씩 시장을 빠져나간다.
“참으로 맹랑한 계집일세.”
상인들이 모두 사라지자 일단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바로 변장을 한 일초 형제들이다.
“누구요?”
황금상단 분타주가 앞으로 나서며 미화의 앞을 막는다.
“그냥 두세요. 제 오라버니들이에요.”
미화는 한 눈에 일초 일행을 알아본다.
“허 참! 우릴 어떻게 알아봤니?”
“동생이 오라버니들을 못 알아보면 어떡해요?”
“그렇게 오라버니들을 잘 아는 놈이 이런 사고를 치냐?”
“안 그러면 오라버니들이 절 안 찾으니까 그렇죠.”
“아이구, 이걸 그냥! 이게 황세손을 얼마나 위험에 빠뜨리는지 모르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확, 그냥! 운아!”
“예, 충이 형님!”
“빨리 저 놈 머리통에 꿀밤을 한 대 줘라. 그리고 저 새끼는 거시기를 한 대 걷어차고.”
“예!”
태운이 몸을 돌리자 분타주는 황급히 거시기를 두 손을 막으며 소리친다.
“자.. 잠시만요! 전 왜 맞아야 합니까?”
그제야 분타주도 일초 일행을 알아본다.
“이 새끼야, 이런 일이 있으면 개방이나 묵사회부터 연락해야지. 그래서 우리한테 소식이 전해지도록 해야 할 거 아니니? 분타주란 놈이 그 정도 대가리도 안 돌아가?”
“죄..죄송합니다. 공주님이 너무 급하다고 하셔서 그만 ..죄송합니다.
“중원에서 난다 긴다 할 정도로 똑똑한 놈이 상황판단을 그 따구로 해서 어떻게 장사를 해먹겠냐?”
“죄송합니다.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분타주는 책임 회피할 상황이 아니란 판단에 순순히 죄를 인정한다.
“지랄하네. 그리고 미화 너!”
“예. 충이 오라버니!”
“황후폐하와 황세손 옆엔 지금 아무도 없다.”
“왜요?”
“왜긴? 동생이 실종됐다는 데 그럼 오라비들이 나 몰라라 해야겠니?”
“그..그건 아니지만.... 죄송해요. 저도 벌 받을 게요.”
“우린 돌아갈 테니까 넌 당장 왕부, 아니지 황금상단에서 기다리는 게 좋겠다. 그리고 분타주 너 만약에 미화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각오해라. 거시기를 확 뽑아버릴 테니까. 알았지?”
“예! 제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지랄해라. 지랄을! 간다!”
조충은 그 자리에서 몸을 돌린다.
“우리 미화, 오라버니들이 데리러 갈 때까지 조신하게 잘 있어야 한다. 알았지?”
“예. 대신 황세손을 꼭 지켜주셔야 해요. 안 그러면 전 오라버니들을 미워할 거예요.”
“아이고, 무서 워라. 겁이 나서라도 아무 탈 없이 네 앞에 데려다 주마.”
“호호호! 역시 오라버니들이 최고야. 그리고 고마워요.”
“뭐가?”
“절 찾으러 와줘서요. 흑!”
미화는 결국 눈물을 보인다.
“쯧쯧쯧, 이놈아! 오라비가 동생을 찾는 게 인사 받을 일이냐?”
“분타주님, 우리 미화 잘 부탁해요.”
“예, 걱정 마십시오.”
태민의 인사를 끝으로 일초 일행은 모두 사라진다.
“휴우! 십년감수했네.”
“호호호! 제가 말씀드렸죠? 이렇게 하면 오라버니들이 반드시 찾아온다고.”
“그래도 전 정말로 거시기를 발로 차는 줄 알고.... ”
분타주는 뭘 상상하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식은땀을 흘린다.
“고마워요. 그리고 죄송해요.”
“명수야!”
문을 열고 한 사람이 들어온다. 그 뒤로 늑대 두 마리가 따르고 있다.
“야, 정말 대단하다. 여길 어떻게 찾았어?”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명수다.
“흥! 어른이란 인간들이 동생, 아니지. 어린 조카를 버려두고 도망을 쳐? 그래놓고 잘 찾아왔어? 확, 그냥 성질대로 해버린다.”
명수는 단단히 화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전 황실비밀 무기고에서 헤어진 이후 그는 며칠 동안 북경 시내를 헤매고 다녔다. 만약 대장이 아니었으면 찾지도 못했을 거다.
“진짜 미안하다. 우리가 널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찾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잘못한 것 같다. 사과하마.”
일초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흥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앞으론 우린 그냥 사숙과 조카 사이요.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면 볼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게 좋을 거요.”
아기란 무진 부부 사이에 태어날 아이를 말한다.
“그..그게 무슨 소리냐?”
“아기는 내 소관이오. 사부와 사모와도 얘기가 다 끝났으니까 더 이상 따지지 마시오.”
명수는 좀처럼 화를 풀지 않는다. 오히려 이 기회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사숙들을 골탕 먹일 궁리를 하고 있다.
“알았다. 오늘 저녁은 맛난 음식을 먹으려 했더니 안 되겠다. 형님들, 우리끼리 갑시다.”
태운은 명수를 음식으로 달래려 한다. 하지만 그게 더 큰 화를 부른다.
“정말 사숙들이 맞긴 한 거야? 내가 사부를 만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인간들이 먹는 음식을 못 먹은 거 몰라? 특히 운이 사숙!”
명수는 태운을 형이 아닌 사숙이라 부르며 더욱 압박한다. 실은 여기에 오기 전에 무진이 그렇게 호칭에 관한 교통정리를 해줬다.
“으응? 왜?”
“사숙은 월계에서부터 알고 있었잖아? 내가 생식만 하는 거.”
“그..그랬나? 너무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나네.”
“그 정도로 조카한테 관심이 없단 말이지? 알았어. 나도 앞으론 사숙들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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