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00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00
‘야! 너 언제 저런 걸 배웠냐?’
‘넌 꼭 배워야 하니?’
‘그럼?’
‘쯧쯧, 넌 응용이란 것도 모르냐? 하긴 하나를 배우면 열 가지를 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놈에게 무슨 설명을 하냐?’
아마 일초가 쓰러진 여인을 조종해서 두 사람을 제압한 모양이다.
“그래서 넌 하나를 배우면 열 가지를 안다는 거냐?”
일초와 조충은 천정에서 내려오면서도 말싸움을 한다.
“야! 그림 좋다. 우리 병부시랑께선 좋겠시다. 이렇게 젊은 부인과 거시기도 하고 말이야. 이건 또 뭐야? 한꺼번에 둘씩이나?”
태운이다. 그는 태민과 함께 나타나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며느리와 바닥의 여인을 번갈아 보며 비웃는다.
“누..누구냐?”
“니가 보기엔 우리가 누굴 것 같니? 아니 너무 식상한 질문이라 조금 바꿀 게. 넌 우리가 널 살려줄 것 같니, 아님 죽일 것 같니?”
“뭐..뭐라고? 내가 누군지 알고.... 크아아악!”
장필이 눈에 힘을 주며 말하자 태운은 곧바로 그의 오른팔을 당겨서 뽑아버린다. 팔꿈치에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피가 사방으로 튄다.
파팟!
“그렇게 높으신 분께서 며느리랑 붙어먹으시고, 정말 좋으시겠습니다.”
덜덜덜덜덜.....!
며느리는 정신을 차렸다가 그 모습을 보더니 다시 기절을 해버린다.
“그..그건....”
“변명할 생각은 마라. 남은 것도 뽑히기 싫으면.”
“허억!”
태운의 말에 장필은 공포에 질려 고통조차 잊어버린다.
“지금부터 한 가지씩 묻겠다. 대답은 니 마음대로 해라. 나도 내 마음대로 할 테니까.”
“으으으으....!”
장필은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피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린다.
“우선 간단한 질문부터 하겠다. 장필은 어디에 있냐?”
“예. 예에? 그게 무슨.... 크아아악!”
이번에는 왼쪽 팔꿈치가 떨어져 나간다.
“그 참 배울 만큼 배운 것들이 사람 말을 못 알아듣네. 다음은 다리다. 그럼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볼까? 니 애비는 어디에 있느냐?”
“예에? 그건.... 마..말씀드리겠습니다.”
장필은 태운이 오른발을 잡자 기겁하며 소리친다.
“미안하다. 난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서 말이다.”
태운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가짜 장필은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울부짖는다.
“사...살려주세요. 제..제발! 나...난 정말 시키는 대로.. 했을 뿌..뿐입니다. 으아아악!”
“잠시만! 잠시만 요! 아버님은 창룡원에 계세요. 창룡원!”
다시 정신을 차린 며느리가 남편을 살리기 위해 장필의 소재를 말한다.
“창룡원이라면 전임 태사 천공이 있는 곳이잖아?”
“그렇습니다.”
“ 그럼 장필이 천공이란 말이냐?”
“.... 으아악! 그..그렇습니다.”
태운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서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럼 천공은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군.”
그러니까 장필은 병부시랑이자 전임 태사의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고, 지금은 전임 태사 노릇을 하느라 아들을 가짜로 내세운 것이다.
“크크크! 이 새끼가 지금 누굴 바보 쪼다로 아나? 장필이가 천공이고, 니가 장필의 아들이란 말이지?”
“그..그렇습니다. 으아아아악! 아..아닙니다.”
태운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간다.
“사...살려주세요. 저흰 정말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다시 며느리가 나선다.
“한번만 더 장난치면 그땐 너부터 죽는다. 알았지?”
“예. 예! 모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남편은 장필의 아들이 아니라 먼 친척 입니다. 얼마 전 전까지만 해도 우린 전혀 내왕이 없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저희에게 이런 역할을 맡겼습니다.”
아마 가짜 장필이 무진의 손에 죽고 나서 이들을 내세운 모양이다.
“그럼 너도 며느리가 아니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장필은 아들부부도 데려갔습니다.”
며느리는 얼굴에 씌워진 가면을 벗어서 확인을 해준다.
“언제 돌아 오냐?”
“낼 오후에 돌아온다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살고 싶니?”
“무..물론입니다.”
“좋다. 그럼 니들이 살 방도를 가르쳐 주마.”
“저..정말입니까?”
“내가 니들이랑 농담 따먹기를 할 사람으로 보이냐?”
“아..아닙니다.”
“내일 장필이 돌아올 때까지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이 집의 재산을 가지고 멀리 떠날 수 있게 도와주마.”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병부시랑은 백만 황군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자입니다. 우리가 그의 눈을 피해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그럼 장필은 우리 손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니?”
“예에? 병부시랑을 죽인다고요?”
“안 되는 이유라도 있으면 말해봐라?”
“그런 건 없습니다만.....”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우린 니들이 없어도 얼마든지 놈을 죽일 수 있으니까.”
태운은 계속 주도권을 쥐고 얘기한다.
“하겠습니다. 근데 우린 장필의 재산에 대해서 아는 게 없습니다.”
“흐흐흐, 하긴 두 팔을 잃고 마누라랑 둘이서 살려면 돈이 필요하겠지. 저기 세 번째 화분하고, 그 뒤에 있는 액자를 치워봐라.”
“둘 다를 말입니까?”
“싫으면 하나만 치우든지.”
“아..아닙니다.”
마누라는 황급히 달려가 화분과 벽에 걸린 액자를 치운다. 혈도는 이미 풀린 상태이다.
끼끼끼낑낑낑.....!
그러자 액자가 걸린 벽면이 열리면서 커다란 금고가 나타난다.
“열어봐라.”
“예!”
마누라는 즉시 손잡이를 잡고 금고 문을 연다. 순간 그녀의 입과 눈이 몇 배로 커진다.
“어머머머! 이게 다 돈이에요? 아니, 금도 있네요. 여보! 이제 우리 부자예요. 부자!”
“그 중에서 전표와 금만 챙겨라. 괜히 욕심을 부리다간 골로 가는 수가 있으니까.”
“명심할 게요.”
“좋다. 우리도 한 번 믿어보마. 그건 그 정도로 하고. 여기에 우리가 하룻밤 묵을 곳은 있겠지?”
“무..물론입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태운의 주도로 교통정리는 끝난다. 며느리는 장필이 몸이 안 좋아서 며칠 쉰다고 말하고, 자신이 직접 간호한다.
“운아!”
“예. 형님!”
숙소를 가면서 일초가 태운을 부른다.
“어느 게 니 본 모습이냐?”
“무슨 말씀입니까?”
“너 아까 얼마나 살벌했는지 아니?”
“아, 그거요? 그건 다 형님한테 배운 건데?”
“나 한테?”
“어깨너머로 형님이 하시는 걸 보고 배웠죠.”
“내가 그렇게 살벌하게 했니?”
“쯧쯧, 그 동안 네놈 손에 죽거나 병신 된 놈들 숫자가 얼만지 알기나 하냐?”
“너 지금 나더러 살인마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한심한 놈, 중원인들 중에 일초살수를 ‘좋은 친구. 정의의 사도,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라고 말 할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 것 같니? 우리 가족 말고.”
“좋겠다. 넌 그런 친구를 둬서.”
“좋아죽겠다. 근데 운아!”
“예. 형님. 넌 그놈들이 가짜란 걸 어떻게 알았니?”
“그거야 뭐. ... 사형이 말해요.”
태운은 설명을 태민에게 떠넘긴다.
“뭐야? 민이도 알고 있었어?”
“저도 형님이랑 같은 신세입니다. 조금 전에야 눈치를 챘습니다.”
“무슨 눈치?”
“생각을 해보세요. 놈이 장필의 아들이라면 최소한 자연무예를 펼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돼야 정상입니다. 근데 놈은 반항도 한 번 못해보고 제압당했습니다. 그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야! 정말 무섭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코흘리개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자고 일어나니까 우리보다 더 고수가 돼 있네. 일초야!”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우리도 이젠 입산(入山)하자. 민이와 운이에게 모든 걸 넘겨주고 떠나자.”
“지랄하네. 쟤들이 침대에서 뒹구는 걸 보고, 미령이 생각이 나서 그런 걸 모를 줄 알고?”
“야! 그걸 어떻게 알았냐? 그렇지. 너도 혜련이 생각이 났구나.”
“흐흐흐, 그래서 말인데, 우리 오늘 거기 갈까?”
“거기가 어딘데?”
“어디긴? 거시기 하는 데지.”
“거시기가 뭔데?”
“정말 모르는 거야? 너 그거 미령이란 한 번도 안 해봤어?”
“이 새끼가 미쳤나? 내가 너처럼 아무데서나 막 뒹구는 줄 아냐? 믿을지 모르지만 나 숫총각이야. 숫총각!”
“으헤헤헤헤! 수..숫총각이래. 니가 숫총각이면 난 보살이다. 보살!”
“그래. 니 편할 대로 생각해라. 근데 지금 우린 어딜 가는 거지?”
“어디긴? 숙소로 가지. 이..이런! 피해라!”
일초는 어둠 속으로 걸어가다가 뭔가를 느꼈는지 몸을 날려서 옆 건물로 뛰어오른다. 다른 형제들도 준비를 했는지 동시에 움직인다.
파파파파팟....!
수백 발의 화살이 방금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 꽂힌다.
“들킨 걸까요?”
“그건 아니다. 저길 봐라. 화살이 우리만 노린 게 아니다.”
일초가 가리키는 곳엔 여러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그들은 모두 병부의 병사들이다.
“중원대장군부의 복장입니다.”
“후후후, 중원을 지배하기도 전에 내분이 일어났군.”
태운의 말대로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자들은 모두 중원대장군부를 표시하는 중(中)자가 가슴이 적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원대장군부가 군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병부를 공격한 것이다.
병부도 만만찮다. 외부 세력의 침입에 대한 병부의 대응방안이 마련돼 있어서 신속하게 대처한다. 일단 사방에서 전서구가 하늘을 날아오르고, 건물마다 문이 열리며 수백 명의 병사들이 뛰어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문을 나서는 순간 고슴도치가 된다.
“야, 대단하다. 중원대장군부가 아니라 신궁부(神弓府)네. 신궁부!”
조충의 말대로 중원대장군부의 궁사들은 어둠속에 움직이는 병부의 병사들을 정확하게 맞춘다.
“어떡하지? 그냥 두면 병부가 중원대장군부에 의해 장악될 텐데.”
일초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작전이 무산될까봐 걱정한다. 단적으로 가짜 장필이 잡히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의 계획이 무산되는 건 물론이고, 자신들이 죽지 않았다는 게 드러날 수 있다. 그걸 우려하는 것이다.
“형님,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후후후! 장필이도 호락호락한 자는 아니지.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건가?”
멀리서 일단의 사람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달려오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병부의 정문을 통과하고 있다. 약 백여 명의 관복을 입은 자들로 그들이 들어오자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병부에 저렇게 뛰어난 자들이 있을 줄은 몰랐네.”
“관복을 입었다고 병부의 사람이라고 말할 순 없지.”
“일초 형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 자들은 구파일방은 물론이고, 사대세가의 무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습니다. 태양장의 무공도 사용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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