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60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60
“북경에 들어온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병부시랑도 무진 형제들에 대해서 알고 있다. 이것으로 이들이 초일과 연관됐단 게 증명된 셈이다.
“그게 오늘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전력의 절반은 놈을 찾는데 투입해라.”
“알겠습니다.”
총관은 대답과 함께 몸을 날린다.
“이제 그만 나오시지?”
“그가 사라지자 병부시랑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시랑은 몸을 홱! 돌린다.
“헉! 분명히 뒤에 있었는데, 어딜 갔지?”
그때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날 찾나?”
시랑은 다시 홱! 하고 몸을 돌린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크윽!”
뒤에 서 있던 사람의 손이 그의 목을 파고든 것이다.
“어..어떻게 이런 일이.... 끄으윽!”
쿠웅!
목소리의 주인공이 손을 빼자 병부시랑은 그대로 넘어진다. 목에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절명한 것이다.
“자만이 너의 명을 단축시켰다.”
무진이다. 그는 병부시랑 장필이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기운을 내보냈다. 그러자 시랑은 무진을 자기보다 하수라고 생각하고 자만하다가 쉽게 당한 것이다.
“진수가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할 텐데....”
무진은 멀리 무림맹을 보면서 진수를 걱정한다. 그래서 암살 전문가인 일초과 같이 보낸 것이다.
무진의 걱정대로 진수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무림맹의 바로 건너편 주택가의 한 장원.
가장 큰 건물인 대전 앞에선 지금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1:3의 대결.
진수는 세 명의 중년인에 둘러싸여 일방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그 앞에는 한 명의 노인이 이 장면을 여유 있게 지켜보고 있다. 노인은 대련회의 부회주이고, 중년인들은 핵심인물인 대주들이다.
“헉! 헉! 헉! 장난치지 말고 한꺼번에 덤벼라.”
진수는 숨을 헐떡이며 소리친다. 몸은 지쳤지만 눈빛만큼은 살기로 가득하다. 여기 오기 전에 이미 그의 전신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악귀 같은 놈!”
힘들기는 대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진수를 집중 공격해 여러 곳에 상처를 입혔다. 그래서 그 뒤로 합공을 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1:1로 싸우고 있다. 근데도 진수는 쓰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대주들을 괴롭히고 있다. 대주들의 몸에는 진수 못지않게 많은 상처들이 나 있다.
“저 놈이 정말 승상의 아들이 맞긴 하냐?”
“공부밖에 모르고, 고자란 소문도 있던데.”
대주들은 진수의 신분을 알아내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뭐하냐? 빨리 처리해!”
부회주는 부하들이 시간 끄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니미! 지가 직접 나서면 쉽게 처리할 텐데.”
“저 인간을 몰라? 우리 모두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걸?”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대주들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투덜댄다.
“낄낄낄! 그럼 진짜로 눈을 깜짝하지 않는지 확인해볼까? 타핫!”
진수는 지금까지 주로 수비 위주로 싸웠다. 근데 갑자기 몸을 날려 선공을 펼친다.
“어..어, 커억!”
“켁! 어..어떻게....?”
“마..말도 안 돼... 끄억!”
대주들의 목이 차례대로 잘려나간다. 진수는 검으로 생사무를 펼쳐 그들의 목을 날린 것이다.
“뭐..뭐야!”
부회주는 여유롭게 관전하다 대주들이 즉사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친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다시 자리에 주저앉는다.
“커억!”
“영감탱이, 부하들을 실컷 부려먹었으면 저승길이라도 같이 가줘야지. 안 그래?”
“아..안 돼...!”
“물론이지. 네놈들의 세상이 되도록 놔두면 안 되지. 잘 가라!”
일초다. 그는 처음부터 부회주의 의자 뒤에 숨어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를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수가 대주들을 처리할 때까지 기다려준 것이다.
“고맙다.”
진수는 간신히 검으로 몸을 지탱하면서 일초에게 인사한다.
“미친 놈.”
“크크크, 내가 좀 미치긴 했지.”
일초가 진수를 미쳤다고 한 것은 진수가 세 사람을 이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그마한 실수 때문에라도 목숨을 잃을 수가 있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다. 나도 지금까지 독종이다, 잔인하다, 냉정하단 소릴 듣고 살았지만 네놈에겐 그런 말도 부족하다. 너 같은 놈이야 말로 또라이다. 또라이!”
“끄끄끄, 그럼 어때? 이렇게 해서 너랑 충이를 따라 잡을 수만 있다면 이것보다 더 한 일도 할 수 있다.”
“아이고, 그래. 졌다. 졌어. 내일부턴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대신 수면은 한 시진뿐이다.”
“일초야! 진심으로 고맙다. 우욱!”
진수는 일초에게 다가오려다 그만 주저앉는다. 다리가 풀린 것이다.
“진수야!”
“괘..괜찮다.”
“대체 너를 이렇게 만든 이유가 뭐니?”
“대형이 말씀 안 하셨어?”
“운은 뗐는데 자세한 얘기는 안 하더라.”
“나보고 직접 하라는 거지. 내 입으로 말하는 걸 듣고 싶으신 거야.”
“하기 힘든 얘기야?”
“이전에는 그랬지.”
“그럼 지금은?”
“이번 일이 끝나면 말 할 게.”
“갑자기 무서워진다. 머릿속에서 듣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것 같기도 하고.”
“후후후! 특별한 건 아냐. 다만 형님의 복수와 약간 관련이 있긴 해.”
“정말? .... 야, 그래도 싫다. 왠지 불안하다. 안 들으면 안 될까?”
“너 내가 평생 혼자 살았으면 좋겠니?”
“으잉? 혹시 니가 지금까지 결혼 안 한 것과 관련이 있어?”
“후후! 이제 조금 궁금해지냐?”
“너 지금 물귀신 작전 쓰려는 거지?”
“후후후, 니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야! 뭔 얘긴데? 나한테 살짝 얘기하면 안 될까?”
“그래도 될까?”
갑자기 진수가 뒤를 보며 말한다. 그러자 일단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의리 없는 새끼. 니들끼리만 재미 보려고 했지?”
조충과 동생들이다. 먼저 일을 처리하고 진수가 걱정돼서 달려 온 것이다.
“맞다. 일초가 자꾸 우리 둘만 여자 있는 데로 가자는 거야. 내가 죽을 뻔했다.”
“왜?”
“안 들어주면 죽게 내버려 두겠다는 거야. 난 그때 저놈들에게 포위당해서 목이 간당간당했거든.”
“그래서?”
“그래서는 뭐? 죽게 생겼는데 당연히 가자고 했지. 대신 난 같이 가자고 했어. 니들이랑.”
“근데?”
“일초가 자꾸 우리 둘만 가자고 해서....”
“자..잠깐! 그건 말이야. 내가 이 동네 물이 좋은 지 알아본 뒤에 같이 가려고 한 거야. 요즘은 예쁜 아가씨들이 북경에서 개봉 쪽으로 다 몰렸다는 소문이 있어서 말이야. 정말이라니깐!”
조충과 동생들이 천천히 일초를 향해 걸어간다. 모두 주먹을 들고서.
“흐흐흐! 우리도 힘이 팔팔하고, 달릴 거 다 달렸거든. 진수야.”
“으응?”
진수는 얘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당황한다. 장난삼아 시작했는데 일이 커져버린 것이다.
“가기로 했으니까 가자. 대신 저놈만 빼고 우리끼리 가는 거야. 알았지?”
“그..그래. 근데 어디로 가는데?”
“어디긴 어디야? 무림맹이지.”
“무림맹?”
“그래. 아까 보니까 거기도 예쁜 여자들이 많더라.”
“하하하하! 그럼 그렇지. 난 니들이 진짜로 홍등가로 가자는 줄 알았다.”
“형님들이 장난친 거예요.”
“일초가 장난친다는 건 알았지만, 니들까지 동조를 하니까 순간 당황이 되더라.”
“앞으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겁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고맙다. 민아.”
“근데 형님.”
“왜?”
“진짜로 무림맹에 가봐야겠습니다.”
“왜?”
“구경거리가 생겼습니다.”
“구경거리?”
“예. 무림맹과 영웅맹이 정면으로 붙었습니다.”
“그래? 그럼 서로 피해가 클 텐데.”
“그렇진 않을 겁니다.”
“어째서?”
“검이 아니라 입으로 싸우는 거니까요.”
“입으로?”
“예. 무림맹이 공격을 받는데 영웅맹이 뒷짐을 지고 있었으니 열 받은 거죠.”
“영웅맹의 본색이 그대로 드러났군. 그럼 앞으로 두 세력은 어떻게 되는 거야?”
“구파일방은 영웅맹을 사파로 규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대세가는?”
“남궁세가와 사천당가가 구파일방과 같이 무림맹에 가입하기로 했으니까 다른 곳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더 이상 무림맹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예.”
“근데 거긴 왜 가려는 거야?”
“개방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 시진 전에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북경 시내로 들어와 무림맹 근처에 은신해 있답니다.”
“숫자는?”
“오백 명 정도입니다.”
“꽤 많군.”
“많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고수들이라고 합니다.”
“으음! 대형은 알고 계시냐?”
“예. 대형은 한 가지 시험을 해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시험?”
“예. 그들을 전멸시킨 다음 초일 측의 반응을 보시겠다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우린 선택을 해야 한다.”
태민에 이어서 일초가 계속 설명한다.
“선택?”
“그래. 우리가 직접 놈들을 상대할지, 아니면 무림맹을 이용할지.”
“같이 하면 더 쉽겠지.”
“모든 걸 우리가 다 싸워줄 순 없다.”
“으음! 그렇지. 자칫 잘못하면 모든 권력이 우리한테 몰리고, 그렇게 되면 과거 대형이 겪었던 문제가 재현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떻게?”
“아까 우리가 했던 것처럼 핵심인물들만 우리가 처리하고 빠지는 거지.”
“마무리는 무림맹에서 하고?”
“그렇지.”
“좋은 생각이다.”
“가자!”
이렇게 무림맹 문제도 정리가 된다.
항주(杭州).
소주와 함께 중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그만큼 여행객도 많고, 유흥가도 발달해 있다.
이곳은 항주의 가장 유명한 홍등가.
밤새 흥청망청하던 홍등가에 새벽이 찾아오면 지난밤의 열기는 사라지고, 짙은 안개 사이로 파고드는 희미한 햇살만이 온 세상을 가득 메운다.
“아악!”
오늘은 아침을 알리는 소리가 남다르다. 평소엔 방금 알을 낳은 닭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소리를 지르지만, 오늘은 여인의 비명소리가 아침을 알린다. 하지만 아무도 반응을 안 보인다. 이 소리가 들리긴 전까진.
“아아악! 살인이다! 사람이 죽었다!”
우당탕!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이 문을 박차며 복도를 달리더니 계단을 내려간다.
“사..살인이에요. 살인!”
여인은 1층에 내려가더니 주루의 부엌으로 몸을 숨긴다. 그 사이 점원을 위시한 십여 명의 사람들이 2층으로 뛰어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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