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30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30
“넌 영리하니까 우리보다 더 잘 했을 거다.”
“어! 뭐가 이상한데요?”
소개가 형제들의 기운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감지한다.
“티가 나니?”
“그럼요. 태허 형님! 형님들을 보세요. 달라진 게 없나요?”
“어라? 이놈들 봐라. 니들 이 형님한테 신고도 안 하고 발전하면 어떡하니?”
“하하하! 미안하게 됐소. 민이가 초일이를 상대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어서 우리도 숟가락을 살짝 올렸소.”
“그럼 당연히 우리도 얻어먹어야지?”
“기다려 보시오. 민이가 절대 혼자만 먹을 놈이 아니잖소?”
“그건 그렇지. 이야! 보면 볼수록 놀랍다. 대체 얼마나 발전한 거야?”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건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하여튼 초일이랑 상대하느라 고생했다. 대형과 아가씨도 니들 때문에 걱정이 많으셨다.”
“흐음! 사실 초일을 상대하면서 우리가 많이 부족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랬겠지.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막내야!”
갑자기 태허가 소개를 찾는다. 설명을 하란 뜻이다.
“예. 이곳에 오는 도중에 병력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걸 봤습니다.”
“뭐라고? 중원대장군은 실종됐고, 병부시랑도 유명무실한 상태인데 누가 군부를 움직인단 말이냐?”
소개의 설명에 일초가 펄쩍 뛴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황제가 직접 움직인 모양입니다.”
“황제가?”
“예. 황제가 초일의 사부란 얘긴 들으셨죠?”
“대형에게서 들었다. 근데 어디로 가잔 말이냐?”
“여기서 약 이백 리 정도 떨어진 곳에서 군부의 회의가 열린다고 합니다.”
“일단 놈들의 발목을 잡아야 한다.”
소개에 이어 태허가 상황을 설명한다.
“회의 참석자들을 무력화시키자는 말씀이오?”
“그렇지. 거기에 모인 핵심인물들만 제압해도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황실의 움직임은 어때?”
조충이 소개에게 묻는다.
“그 문제로 묵사회와 개방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 일단 황족들은 모두 황후와 황세손을 중심으로 규합하기로 했다. 문제는 황제가 군부를 움직이면 황족들도 힘을 쓸 수가 없단 거야.
“사병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 정도로 백만 대군을 상대할 수 없지.”
“으음!”
“형님들은 가짜 황제가 누굴 상대로 군부를 움직였다고 생각하세요?”
태운이다. 그는 아까부터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연다.
“그거야 우리 아니면 초일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이미 대형을 비롯한 핵심세력이 죽거나 잠수를 탄 상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건 가짜 황제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렇다면 목표물은 초일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렇지.”
“근데 우리가 굳이 그들을 막을 필요가 있을까요?”
“운이 말이 일리가 있다. 달리 말하면 초일이 우리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단 거다.”
“황제가 그걸 미끼로 함정을 판다면요?”
“재밌는 싸움이 되는 거지.”
“우린 어부지리를 얻고요?”
“그럼 더 좋고.”
“자, 일단 정리를 해보자. 황제가 군부를 움직여 선방을 쳤고, 그에 맞춰서 초일이 맞대응을 하면서 양쪽은 피를 흘리게 된다. 그럼 승패 여부를 떠나서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그거냐?”
“그렇습니다.”
“좋다. 일단 판세를 그렇게 정리하고, 막내야.”
“예, 태허 형님.”
“황제가 군부를 움직였다는 건 북경과 가까운 북로군일 텐데, 군부 전체의 세력 분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예.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중원의 군부는 동서남북, 즉 동로군, 서로군, 남로군, 북로군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그 중 북로군은 가짜 황제, 남로군은 초일의 수중에 들어 있습니다. 그에 비해 동로군과 서로군은 중립을 지키고 있습니다.”
소개가 군부의 세력분포를 쉽게 설명한다.
“잘 들었다. 문제는 초일과 가까운 남로군은 북경으로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다.”
“그럼 가짜 황제가 훨씬 더 유리하군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태민이 말하는 중에 소개가 끼어든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일초가 약간 놀란 목소리로 말한다.
“남로군의 핵심세력이 이미 북경 근처까지 와 있습니다.”
“북경 근처까지?”
“예.”
“숫자는 얼마나 될까?”
“적어도 만 명은 될 겁니다.”
“만 명이나?”
“예. 게다가 그들은 모두 일 당 백의 장수들입니다. 일반 군대 이, 삼십만 명과 맞먹는 무력입니다.”
“야! 이거 장난이 아니네.”
“대형은 어디에 계시니? 이건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같이 오다가 들릴 곳이 있다고 해서 가셨습니다.”
“그 양반 요즘 영 삐딱선을 탄단 말씀이야.”
“우리의 안전 문제로 고심 중이신 것 같습니다.”
“자신은 죽고 우리는 살리겠다고?”
“아니죠. 대형이 항상 말씀하셨잖습니까?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따로 조직을 관리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우리에게 비밀로 하는 게 그거였어?”
“그래. 천년회를 비롯해서 몇 개 조직을 통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조직으로 재편하겠다고 했잖아?”
“초일이나 가짜 황제에게 숨기려는 거겠지.”
“그것보다 우릴 놀려먹으려는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놈들을 제대로 속이려면 우리까지도 속여야 한다는 거지. 그래야 확실하거든.”
“으음!”
“그게 얼마나 큰 변수가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일단 가짜 황제가 판 함정으로 가보자.”
태허의 결정에 따라 형제들은 모두 일어난다. 그때 다시 자리에 앉아야 할 상황이 생긴다.
“거지도사가 여긴 어쩐 일이냐?”
등력군이 정신을 차린 것이다.
“할아버지!”
소화가 가장 먼저 달려간다.
“안 된다!”
태허가 황급히 소리친다.
“왜요?”
“네 할애비는 지금 심지에 불을 붙인 화탄과 같은 신세다. 터지기 일보직전이란 말이다.”
“죄..죄송해요.”
소화는 대답과 함께 뒤로 물러난다.
“허허허! 우리 소화가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이놈이냐?”
등력군은 옆에 서 있는 명수를 보며 웃는다.
“예에? 명수가 왜요?”
“쯧쯧쯧, 네 얼굴에 꽃이 피게 만든 놈이 이놈이냔 말이다.”
태허가 보충 설명을 한다.
“예에? 예에... 죄송해요.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기 전에 장래를 약속했어요.”
“허허허! 자..잘했다. 우리 소..소화가 대어를 낚았구나.”
“얘긴 그만 하고 쉬어.”
태허는 친구가 걱정되는지 대화를 끊는다.
“거..거지야.”
“미친놈, 세상에 이렇게 깨끗한 거지 봤냐?”
“내 ... 외..왼쪽 바..발바닥을 봐.”
등력군의 목소리는 갈수록 약해진다.
“발바닥은 왜? 으잉? 이게 뭐야?”
태허는 발바닥에서 얇은 천을 하나 뜯어낸다. 워낙 얇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것도 물속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피부가 부풀어 올라 드러났을 뿐이다.
“미친놈! 이런 걸 왜 발바닥에 붙이고.... 으음! 중원대장군부의 깃발이군.”
그렇다. 깃발의 중앙엔 수호기(守護旗)란 글이 선명하게 적혀 있다.
“그..그게 없는 한... 화..황제도 군부를 움직일 수 없다.”
“뭔 소리야? 지금 북로군이 집결해 있는데.”
“후후후, 소..소용 없어. 그..그거 없인 자..장수들이.... 마..말을 드..듣지 않거든.”
“그건 사실입니다. 수호기 없인 황제의 명령서도 효력이 없습니다. 군관학교에서도 최우선으로 교육하는 내용입니다.”
소개가 보충 설명을 한다.
“그렇다면 북로군이나 남로군은 어떻게 움직인 거냐?”
“움직일 순 있지만 만약 수호기가 없이 군사력을 사용한다면 그건 역모가 되는 것입니다. 설사 황명으로 움직인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으음! 결국 놈들이 이걸 빼앗기 위해 널 이렇게 만든 거구나. 크흐흐흑!”
태허는 등력군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개자식들!”
“그런 새끼들이야 말로 능지처참을 시켜야 해.”
“뿐인가? 다신 그런 짓을 못하게 사돈에 팔촌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놈은 싸그리 잡아다 처단해야 해.”
평소완 달리 조충과 형제들의 입에서 계속해서 험악한 말이 튀어나온다. 그만큼 흥분했단 뜻이다.
“태..태허야!”
“어, 그래. 말해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들어줄게.”
“허허허! 고...고..맙다. 너..너도 아...알겠지만..... 휴우... 화..황제도 가짜다. 노...놈들을 처..처..단해..다..오. 부탁한다.”
“알았다. 명수와 소화는 할애비를 잘 지키고 있어라.”
“예, 사숙!”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그 말을 끝으로 태허 일행은 모두 방을 나선다.
무불통지 방극지. 일명 태허도장이다.
그는 지금 북경대시장(北京大市場) 입구에 자리를 깔고 점쟁이 노릇을 하고 있다. 그의 옆자리엔 무불통지란 글이 적힌 깃발이 세워져 있다.
“쨍그랑!”
점을 보는 사람은 없고, 그 모습이 불쌍했던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동전을 던진다.
“끌끌끌! 도사나 거지나 빌어먹고 사는 건 다 마찬가지지.”
그는 웃으면서 밥그릇에 쌓이는 동전을 주워 담기에 바쁘다. 그때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가 바로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이오?”
동창의 부장관 황만호이다. 그는 혼자서 태허를 찾아왔다. 그렇다고 알고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두 사람은 초면이다. 황만호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다.
“자네가 보긴 어떤가?”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죠.”
“헐헐헐! 그게 정답이지. 그래 무슨 일로 오셨나?”
“물건을 찾고 있습니다만.”
만호가 말을 하자 태허는 손을 내민다. 돈부터 내라는 뜻이다.
쨍그랑!
순간 금화 한 개가 그의 앞에 떨어진다.
“고작 동전 한 닢으로?”
“한 닢이지만 그냥 동전이 아니라 금화요. 금화.”
“찾는 게 별 볼일 없는 물건인 모양이지?”
“군부의 최고 신물인 수호기요.”
“그런데 한 닢으로 해결하시겠다고? 흥이다. 흥!”
태허는 그 말을 하고는 횅! 하니 돌아앉는다. 축객령이다.
“후후후! 알긴 하는 거요?”
“난 원래 돈 냄새만 맡으면 기억이 새록새록 하거든.”
“얼마면 되겠소?”
“말하면 줄 수는 있고?”
“일단 흥정은 해봐야 하지 않겠소?”
“흥정? 좋지. 그럼 황금 십만 냥만 가져오너라.”
“화..황금 십만 냥?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오?”
“왜, 듣고 보니 숨이 막히니?”
“영감탱이, 사람을 어떻게 보는 거야?”
“어떻게 보긴? 동전 한 닢에도 벌벌 떠는 쫌상으로 보지. 그러고도 네놈이 동창의 부장관이냐?”
“허억! 그건 어떻게 아셨소?”
“내가 누구냐?”
“누구긴 누구요? 점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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