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34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34
“형님이 따라 오라고 하시네요.”
만호가 곤일에게 전음을 보낸 모양이다. 일행이 골목으로 들어가자 만호가 사라진 곳에서 작은 쪽문이 나타난다.
“여긴 어디냐?”
“동창의 안가(安家)입니다.”
“그 말로만 듣던 안가로군.”
쪽문을 열자 바로 계단을 통해서 지하로 들어가게 돼 있다. 근데 지하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위로 올라간다.
“지하에서 바로 2층으로 올라가네. 재밌는 곳이군.”
소불의 말대로 지하에서 1층을 거치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2층은 존애원의 건너편에 위치한 객잔이다. 일행은 그 중에서도 존애원이 가장 잘 보이는 객실로 들어간다.
멈칫!
대소쌍불은 안으로 들어서려다 멈춘다.
“형님!”
곤일이 두 사람을 제치고 방으로 들어간다.
“일이구나. 잘 지냈어?”
“예. 형님!”
곤일과 인사한 사람은 태운이다. 그 옆에는 태민과 조충, 그리고 초일의 모습도 보인다. 그들이 서로 인사를 하는 사이 대소쌍불은 객실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바깥에 서 있다.
“뭐해? 안 들어오고?”
“아, 예.”
그들은 무불통지의 재촉에 할 수 없이 안으로 들어온다. 두 사람은 아직도 태운을 비롯한 일초 형제들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쌍불 형님들도 오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태운이 가장 먼저 인사한다. 사실 쌍불은 지난 번 태운에게 패한 후 그를 주인으로 모시기로 했다. 물론 없던 일이 됐지만 그것 때문에 이후 형제의 연을 맺고도 여전히 불편해 한다. 그래서 태운이 먼저 형님이라고 부른 것이다.
“자, 자! 시간이 없습니다. 북로군과 남로군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좋은 일이지만, 그 전에 가짜 황제의 비밀세력을 정리해야 합니다.”
“비밀세력은 존애원 밖에 없는 거냐?”
“한 군데 더 의심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만, 아직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친위대가 한, 두 개 정도는 더 있겠지.”
일초와 무불통지의 대화 내용이다.
“존애원이 중요한 것은 놈들의 자금줄이기 때문이다. 놈들의 군자금 중 반 이상이 그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흠! 그럼 이곳만 처리해도 놈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겠군요.”
“문제는 전면전이 어렵다는 거다.”
“그럼 우리끼리 한단 말이오?”
“일초, 니가 설명해야겠다.”
“예. 우리의 목표는 존애원의 무력화입니다. 무력화시키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도부를 제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자금을 회수하는 겁니다.”
“군자금?”
태허가 되묻는다.
“예. 개방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존애원은 가짜 황제의 자금줄인 동시에 자금 창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중요한 걸 어떻게 알았어?”
“개방에서 수 년 동안 지켜본 바에 의하면 단 한 번도 빈자당에서 번 돈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으음!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면전도 아니고, 지도부만 제거하는 건데 자금을 어떻게 빼돌리지?”
대불이 처음으로 입을 연다.
“혹시 천진이란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천진이라고?”
“예.”
“처음 듣는 이름인데... 자..잠시만! 혹시 그 천하제일도둑이라는 그 천진을 말하는 거냐?
“그렇습니다. 그 분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가능하지. 그 자가 이번 일에 참여한단 말이냐?”
“예. 지금 방안에 계십니다.”
그제야 참석자들은 방안을 면밀하게 살핀다. 하지만 아무도 찾질 못한다. 심지어 천진에 대해 말한 일초조차도 두리번거릴 뿐이다. 대신 목소리는 들려온다.
“개방의 정보에 의하면 돈은 금괴와 현금으로 보관돼 있다고 합니다. 금괴는 대부분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고, 현금은 치료비를 모은 것입니다. 문제는 이동 방법입니다. 비밀금고의 위치나 해체 방법은 이미 확보했습니다.”
천진이다. 형제들은 그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다 결국 포기하고 목소리에 집중한다.
“금고에서 이곳까지 옮기는 게 문제군.”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
대불이 나선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래. 네가 처음부터 우릴 염두에 두고 한 말이잖니?”
“하하하! 역시 형님은 화통해서 좋습니다.”
천하제일도둑 천진은 대불과 얘기하면서 웃는다. 진심이 담겨 있는 웃음이다.
“뭔 소리냐? 그건 또 뭐니?”
태허의 물음에 대불은 대답 대신 봇짐에서 두 개의 커다란 팔찌를 꺼낸다.
차창!
대불이 그걸 양쪽 팔에 끼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허엇! 그게 뭐야?”
“소불 형님! 무슨 일입니까?”
순간 형제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소불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투명팔찌다.”
“투명팔찌요?”
“그래. 이걸 봐라.”
소불이 대불에게 손을 내밀어 잡자 그도 사라진다.
“이야! 정말 대단하다.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곤일도 자리에서 일어나 소불이 앉은 자리에 손을 댄다. 그러자 그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투명팔찌를 양손에 차면 그걸 잡는 물체도 같이 모습이 사라진다는 게 확인되었다.
“형님. 우리 세 사람은 금고를 맡을 테니까, 나머지는 성녀를 비롯한 지도부를 처리하시오.”
대불이 태허에게 한 말이다. 여기서 세 사람은 쌍불과 천진을 말한다.
“대불 형! 놈들을 절대 쉽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이백 년이 넘도록 준비했고, 아직 핵심세력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 자연무예를 펼칠 수 있는 고수인데도 어렵다는 말이냐?”
“어렵다는 말이 아니라 상대를 알 수 없단 뜻입니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대형의 말씀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초는 무진의 이름을 거론하며 대불을 압박한다.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아..알았네. 명심하겠네.”
“길 안내는 만호를 위시한 동창이 할 겁니다. 절대 사소한 싸움은 피해야 합니다. 성녀를 위시한 핵심인물들만 처리하고 빠져나와야 합니다.”
일초의 설명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이다. 존애원 안에는 입원 환자들만 해도 거의 천 명에 가깝다. 큰 수입원이기 때문에 존애원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문제는 싸움이 원하지 않게 전면전으로 번지게 되면 그들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허를 비롯한 형제들은 한 가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불을 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놈들이 환자들을 인질로 삼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긴 그렇게 되면 우리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잘못하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건물에 불을 질러서 환자들을 바깥으로 내보기로 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스스로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들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많은 희생자가 생길 수 있다. 게다가 환자들이 인질로 잡힌다면 공격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민에 빠진 것이다.
“으음!”
조충의 설명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태허를 비롯한 형제들은 공격 직전의 새벽시간에 마지막 점검 회의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모든 시선이 진수에게 집중된다.
“불을 내되 환자들의 입원실이 아닌 놈들의 숙소에 내는 겁니다. 그럼 놈들은 환자들을 돌볼 겨를이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시간을 벌 수 있고, 그 사이 환자들을 이동시키자는 거군.”
“그렇습니다.”
“좋은 생각이다. 그리고 환자 문제는 묵사회가 책임져야겠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맡겠습니다.”
조충이 답을 하자 모두 표정이 밝아진다. 이렇게 해서 골칫덩어리인 걸림돌이 제거되고 된다. 이제 남은 건 공격뿐이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시작하라!”
무불통지 태허가 바로 일어나 공격 명령을 내린다.
“예!”
형제들은 일제히 대답하고 밖으로 나간다.
“명심해라.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살아남는 거다. 단결만이 우리의 목숨을 보장해준다는 걸 잊지 마라. 모두 건투를 빈다.”
몸을 날리는 형제들의 귓가에 태허의 전음이 들려온다.
공격은 순탄하게 진행된다. 워낙에 급습인데다 화재 발생으로 인해 존애원의 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반 시진이 지나자 핵심고수 대부분이 제압당하고, 환자들도 무사히 모두 외부로 이동한다.
“형님!”
“어떻게 됐느냐?”
방금 존애원의 고수들을 처리하고 돌아온 일초가 무불통지에게 상황 보고를 한다.
“예. 존애원의 4천여 고수들 중에서 3천 명 정도가 단전이 파괴되거나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들은 무인으로서의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나머지는?”
“반 정도는 죽었고, 나머지는 무공을 모르는 자들이었습니다.”
“수고했다. 이 정도면 완벽한 승리다. 성녀는?”
“방금 쌍불 형님이 제압했단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우리 형제들은?”
“다행히 피해가 전무합니다.”
“으음!”
좋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무불통지의 표정이 어둡다.
“왜 그러십니까?”
“너무 쉽게 끝나서 그런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설마 함정은 아니겠죠?”
“함정이라고 하기엔 저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
“하긴 아무리 저들의 힘이 세다지만 이 정도 세력을 쉽게 버린 순 없겠죠.”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형제들이 성녀를 끌고 온다.
“아아악!”
성녀는 방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가슴을 부여잡고 날아가 벽에 부딪힌 것이다. 일초의 작품이다. 그는 존애원이 빈자당을 이용해서 군자금을 조달한다는 얘길 듣고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이다. 그의 분노가 발길질에 그대로 전달된다.
“깨워라!”
성녀는 충격으로 일어나질 못한다. 누구도 그 정도로 맞으면 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다.
“끄아아악!”
막 들어온 만호가 나서려다 진수에게 기회를 빼앗긴다. 진수는 성녀의 머리카락 중 거의 1/3을 뽑아버린다. 피가 흐르는 건 물론이고, 그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 성녀는 전신이 피로 물든 채 바닥을 뒹굴며 몸부림친다.
“만호야!”
“예, 형님!”
“사지를 모두 뽑아버려라!”
분노하긴 태허도 마찬가지다. 얼굴은 화로 인해서 벌겋게 닳아 올라 있다.
“알겠습니다.”
만호는 즉시 성녀의 손을 잡는다.
“자..잠시만 요!”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호의 다리를 잡고 애원한다. 하지만 만호는 즉시 오른발로 성녀의 단전을 파괴해버린다.
“끄아아악! 콜록! 콜록!”
그녀는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한다. 제법 내력이 강했던지 피의 양이 꽤 많다.
“미안하지만 우리한텐 꼼수가 안 통한다. 일단 오른팔부터 뽑고 시작하자.”
만호는 두 손으로 성녀의 오른팔을 붙잡는다. 뽑아버리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그녀는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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