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45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45
“호호호! 맹랑한 놈이네. 그럼 어디 네 목이 얼마나 질긴지 확인해볼까?”
“그 전에 할머니 몸부터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 자식이 뭔 소릴 하는 거야? 허억! 엄마야!”
천사미의 눈이 소훈이의 손을 따라 움직이다 기겁한다.
“배..뱀이다!”
어디서 났는지 소훈은 뱀을 한 마리 쥐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는 뱀을 천사미의 치마 속으로 집어넣는 중이다.
“꺄아악!”
그녀는 혼비백산하며 소훈에게서 물러난다.
파팟!
거의 동시에 제일나한이 몸을 날려서 그녀의 혈도를 제압해버린다.
“우욱!”
그녀는 공중에서 몸이 굳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미..미야!”
천사후는 동생에게 달려가려 하지만 태허가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어딜 가려고? 넌 나하고 놀아야지.”
그는 술병으로 천사후의 가슴을 노리고 들어간다.
“우웃!”
“에잉? 가슴이 왜 이리 허전하지?”
술병은 그녀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헐헐헐! 너도 세월의 힘은 빗겨가진 못했구나.”
“태허, 이 개자식아! 네놈은 꼭 내손으로 죽인다!”
천사후는 태허를 향해 다시 몸을 날린다. 이번에는 양손에 검을 들고 있다. 근데 그녀는 그를 공격하는 것처럼 하더니 그대로 몸을 날려서 달아난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할머니, 거긴 뱀굴이 있어요. 뱀굴!”
“어멋!”
소훈의 한 마디에 그녀는 주춤한다. 순간 제일나한 경허가 따라가 제압해버린다. 이렇게 상황이 모두 정리되는 듯하다. 근데 태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물러나라! 모두 오두막으로 숨어라. 어서!”
그의 지시에 따라서 십팔나한들은 즉시 오두막 밑으로 들어간다.
퍽! 퍽! 퍽! 퍽!......
그들이 몸을 숨기자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와 주위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통일문의 무사들은 물론이고, 흑백쌍녀도 전신에 수십 개의 화살이 꽂혀 즉사했다. 십팔나한도 무사하진 못하다.
“우욱! 으음!”
두 명의 옆구리와 종아리에 화살이 꽂혀 있다.
“칠 사형, 구 사형! 피가 나요.”
소훈이 달려가 상처를 살핀다.
“괘..괜찮다.”
“살짝 스쳤을 뿐이다.”
상처는 심하진 않다. 하지만 화살촉에 독이 묻었는지 상처 주위가 시커멓게 변하고 있다.
파파팟!
태허는 상처 주위의 혈도를 막아 독이 퍼지는 걸 막는다.
“큰일이다. 당장 의원을 찾아야 하는데....”
주위가 허허벌판이라 화살이 날아오면 피할 곳이 없다. 그래서 이동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활과 화살을 모아라.”
제일나한은 말을 하고선 주위에 쓰러져 있는 통일문의 무사들이 가지고 있는 활을 가져온다. 부하들은 금방 오백여 개의 화살을 모은다.
“선배, 놈들의 위치를 확인해주시오.”
“알았네.”
제일나한의 부탁을 받은 태허는 즉시 오두막의 지붕으로 올라가 주위를 살핀다.
“화살이 날아온 곳에서 왼쪽으로 약 십장 정도 이동했다.”
“들었지. 준비하고, 쏴라!”
경허의 지시에 따라 부상자 둘을 제외한 십팔나한 모두가 활을 쏜다. 그것도 연속으로.
“성공이다. 최소 열 명 이상 맞았다. 이번에는 뒤로 이동 중이다. 멈췄다. 놈들이 화살을 쏠 모양이다.”
“들어와라!”
제일나한의 명에 따라 모두 오두막 밑으로 몸을 숨긴다. 이어서 다시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와 오두막에 박힌다. 화살이 1/3 정도 덜 날아온다. 줄어든 만큼 희생자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다시 준비하라! 선배!”
“뒤쪽으로 삼 장 정도 물러났다. 놈들이 준비하고 있다. 빨리 쏴라!”
태허는 어느새 지붕으로 올라가 소리친다.
“쏴라!”
수수수쉬쉬쉬쉿쉿...!
이번에도 연속으로 활을 쏜다.
“어떻소?”
“놈들이 거의 반으로 줄었다. 다시 이동한다. 이번에는 앞쪽으로 이동한다. 지금이다. 쏴라!”
태허와 십팔나한의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이렇게 해서 상대편에서 날아오는 화살이 1/5 수준으로 줄어들자 일행은 환자 두 명을 업고 이동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이유로 움직이지 못한다. 일행이 가야할 방향에서 갑자기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일문의 작품이다.
화르르르르...!
불길은 바람을 타고 잘 익은 곡식을 태우며 빠르게 일행을 향해 접근한다.
“선배!”
제일나한이 태허를 찾는다.
“할 수 없다. 전면전이다. 가자!”
태허는 소훈의 손을 잡고 통일문의 무사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린다. 다행히 바람의 세기가 약해지면서 불의 이동 속도가 느려져서 위험은 줄어든다. 근데 적을 바로 앞에 두고 돌발사태가 발생한다. 갑자기 사방에서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 동안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일종의 덫을 놓고 기다린 셈이다.
“선배, 다섯입니다.”
“다섯은 다섯인데... 괴물이다.”
“세심각에서 만든 것과 같은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겠지. 잘 들어라. 팔과 다리가 네 개일 가능성이 높다. 절대 서두르지 마라. 공격을 해도 완벽하게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내가 둘을 맡고, 경허가 하나, 그리고 나머지는 니들이 처리해야 한다.”
“아미타불!”
“우리 목표는 이기는 게 아니라 여길 빠져나가는 거란 걸 잊지 마라. 가자!”
태허가 먼저 움직인다. 그는 술을 한 입 가득 머금더니 괴물들을 향해 뿌린다. 그러자 괴물 둘의 몸에 불이 붙는다.
“크아아악! 꺄아악!”
괴물들은 바닥으로 구르며 불을 끄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 사이 태허가 공격을 하지만, 오히려 튕겨 나온다.
“정말 괴물이군.”
태허는 불에 그슬린 괴물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크아아악!”
그가 잠시 주춤한 사이에 괴물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그들은 협공으로 태허를 숨 쉴 겨를도 없이 몰아붙인다.
“이크! 이 새끼들이 정말... 우욱!”
순식간에 그는 다섯 곳이나 연달아 맞는다.
‘이렇게 오래 견디기 어렵다. 나도 나지만 십팔나한이 위험하다. 할 수 없지. 그걸 사용하는 수밖에.’
태허는 허리에서 검을 뺀다. 연검이다.
차아앙!
연검이 모두 펴지자 맑고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명검만이 낼 수 있는 소리다.
“우우우!”
괴물들도 고개를 돌려 검 날에 반사된 햇빛을 피한다.
“타핫! 백 검이 나타나면 피의 집행이 시작된다!”
태허는 소리를 외치며 괴물들을 향해 몸을 날린다. 검 날에 비친 햇빛 때문에 괴물들이 잠시 눈을 감은 사이 연검이 두 괴물의 팔을 스치고 지나간다.
“크아아악! 케에엑!”
괴물들의 한쪽 팔들이 잘리며 피가 분수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뒤이어 태허의 입에서도 연달아 비명소리가 흘러나온다.
“크악! 컥!”
분명히 한쪽 팔이 잘려 나갔는데도 그 자리에서 또 다른 팔이 나와서 그의 옆구리를 가격한 것이다. 태허는 내상을 입었는지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근데 그도 보통 인물은 아니다. 쓰러지기 직전 괴물들의 한쪽 다리를 잘라버린 것이다. 명검이 아니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괴물들은 다리가 잘리면서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태허도 몸을 가누지 못한다.
“사부!”
소훈이 달려가서 그를 안아서 옆의 평평한 돌 위에 앉힌다.
“괜찮다. 이 정도로 사부가 잘못되진 않는다.”
“하지만 입에서 계속 피가 나고 있어요.”
“이놈아, 사부가 지금까지 150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건재하지 않느냐?”
태허는 제자를 안심시키려 노력한다. 하지만 뜻을 이루진 못한다.
“사..사부!”
소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새로운 괴물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이런!”
태허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비록 부상은 입었지만 십팔나한이 괴물들을 상대로 잘 버티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근데 추가로 괴물들이 개입하면 절대 불리해진다.
‘모두 뒤로 물러나라!’
태허는 즉시 십팔나한에게 전음을 보낸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쉽지가 않다. 그들도 괴물들에게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때 새로운 전음이 들려오지 않았다면 이들은 죽음의 문턱을 넘었을 것이다.
‘조문은 턱밑이오!’
순간 십팔나한들은 일제히 괴물들을 향해 몸을 날린다. 괴물들은 이미 그들의 공격을 수십 차례 받아선지 가볍게 생각한다. 그래서 세 괴물은 목이 날아가 모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뒤로 넘어간다.
“주춤!”
순간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접근하던 다섯 명의 괴물들이 걸음을 멈춘다.
“한 놈도 남기지 마라.”
제일나한의 명에 따라 십팔나한들은 일제히 괴물들을 향해 몸을 날린다. 먼저 다섯 명이 괴물들을 향해 날아간다. 다섯 자루의 검이 목을 노리고 파고들다 갑자기 괴물들의 거시기로 방향을 돌린다.
“허억!”
괴물들은 본능적으로 양손을 거시기에 대고 보호한다. 그때 뒤따라오던 다섯 명의 십팔나한들이 오른손으로 괴물들의 턱밑을 정확하게 가격한다.
“크아악! 으아악!”
두 명은 그나마 비명이라도 지르지만, 나머지 셋은 소리도 못 내고 뒤로 넘어간다. 모두 목이 뒤로 꺾이며 즉사한다. 멀리서 접근하던 괴물들도 사라진다. 겁을 먹고 도주한 것이다.
“휴우! 정말 십년감수했네.”
“사부!”
십팔나한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소훈은 사부에게 달려가 안긴다.
“그래. 우리 소훈이가 놀랬구나. 이 사부도 우리 예쁜 제자를 다시는 못 보는 줄 알고 무서웠단다.”
“사부!”
소훈은 사부의 말에 더 깊숙이 품속으로 파고든다.
“헐헐헐! 이제 우릴 구해준 은인을 만나볼까? 그만 나오시오.”
태허가 주위를 살피며 말하자 뒤쪽에서 세 사람이 걸어 나온다. 바로 일초와 조충, 그리고 진수이다. 이들은 조금 전에야 도착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천추의 한을 남길 뻔했다. 태허는 일초 형제와 잘 아는 사이고, 십팔나한도 조충과 인연이 있다.
“넌 일초가 아니더냐?”
“구라 영감탱이도 안녕하셨소? 우리 소훈이는 그새 많이 컸네.”
“일초 아저씨! 흐흑!”
소훈은 달려가 일초의 품에 안긴다.
“쯧쯧, 울보 사부에 울보 제자로구나. 근데 우리 소훈이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멋지게 생긴 거야?”
“당연히 사부를 닮았지.”
태허가 나선다.
“구라 영감! 아무리 바빠도 가끔씩은 물가에서 얼굴을 확인하시오.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나라면 모르지만.”
“지랄을 하세요. 혜련이가 널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아니?”
“당연히 나의 환상적이 외모 때문이지.”
“소훈아, 지난 번 혜련 이모가 한 말을 너도 들었지?”
“일초 아찌가 불쌍해서 보살펴 주는 거라고 한 거요?”
“흐흐흐, 소훈이가 들었으니 딴 소린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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