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20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20
“호호호! 미야에게 남자친구가 있었구나. 그럼 안 되지. 미야보다 조금만 덜 예쁘게 그릴게.”
“고마워요. 모레 봐요.”
“그래. 잘 가! 자, 다음 분은 자리에 앉으세요.”
소화는 모녀를 보내고 곧바로 손님을 받는다.
“어떻게 그려드릴까요? 있는 그대로, 밝고 건강하게, 상상 속의 얼굴, 맞선용 그림 등 다양한 방식이 있어요.”
“맞선용으로 하나 그려줘 봐.”
상대방은 처음부터 거칠게 말한다. 순간 소화의 얼굴이 홱! 돌아가며 상대방을 쳐다본다. 상대는 사십대 중반의 무사로 그 뒤엔 같은 복장의 사내들이 십여 명 서 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에요?”
소화는 잘 아는 자들인지 날이 선 목소리로 말한다. 결코 친한 사람을 대하는 목소리는 아니다.
“무슨 일이라니? 우리야 항상 하던 일을 할 뿐이다.”
“그럼 빨리 하고 가세요.”
이게 무슨 소릴까? 분명히 행패를 부리러 온 것 같은데, 빨리 하고 가라니? 같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마치 짜고 치는 노름판 같은 분위기다.
“미안한데, 오늘은 조금 다르다.”
“무슨 말이에요?”
“어르신께서 네가 북경을 떠나지 않겠다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만들라고 하셨다.”
앉은뱅이로 만들란 뜻이다.
“그게 손녀한테 할 말이에요?”
“우린 그런 건 모른다. 결정은 니가 해라.”
“내 대답은 항상 같아요. 전 다신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구요. 북경을 떠나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깐 마음대로 하세요.”
소화와 중년인이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이자 줄을 서 있던 손님들이 하나, 둘씩 떠난다. 중년인을 따라온 무사들이 쫓아버린 것이다. 한편 이들의 얘기를 멀리서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초 일행이다. 이들은 중원대장군를 조사하기 위해 주위를 탐색 중이다.
“사숙! 저게 무슨 말이죠?”
명수가 중원제일의 정보통인 조충에게 묻는다.
“그냥 지나가면 안 될까? 꼭 알아야겠니?”
“사숙이 그랬잖아요? 사모만큼 예쁘고 착한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그러니까 네 눈엔 저 아이가 아가씨만큼 예쁘다는 거냐?”
“그건 어리니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마음씨는 사모만큼 예쁜 것 같아요.”
“후후후! 우리 명수가 여자 보는 눈은 있네. 이젠 정말 여자를 사귀어도 될 같다.”
“그 말은 사숙이 저 아가씨를 잘 알고 있단 뜻인가요?”
“이놈아! 중원천지에서 내 정보망을 벗어나 있는 여자가 어딨니? 하지만 솔직히 난 반대다.”
“왜요? 사숙 말대로 나도 여자 보는 눈은 있다고요.”
“저 아이에 대해선 내가 보장한다. 중원제일의 신붓감이다.”
“그럼 됐지 뭐가 문제요?”
다시 명수의 성질이 나온다.
“너 또 꼬장 부리면 내 입은 영원히 안 열린다.”
“아..알았소. 안 그럴 테니까 말해보시오. 정말 나 급하단 말이오.”
“후후후! 니가 그렇게 나오니까 정말 말하기 싫은데?”
“아..알았소. 날 버려두고 간 일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테니까 말해주세요. 부탁합니다.”
이제야 명수가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조충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잘 들어라. 저 아인 우리가 제거하려는 등력군의 손녀이다.”
“예에? 저..정말입니까?”
명수는 깜짝 놀란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사연이 많은 아이지.”
“등력군의 손녀가 왜 이런 일을 해요?”
“간단하게 말하면 저 아이의 부친이 조부의 뜻을 거역하다가 자결을 했고, 모친도 뒤따라 세상을 등졌다. 그 후로 저 아인 중원대장군부를 나왔다.”
“으음! 대충 감히 잡히네요. 근데 부친은 왜 조부와 등을 졌을까요?”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등용수는 부친이 어떤 일을 계획하는지 알았고, 그걸 반대한 거지.”
등용수는 등소화의 부친이자 중원대장군인 등력군의 외아들이다. 다르게 말하면 등소화는 등력군의 유일한 혈육인 셈이다.
“내가 만약 소화와 인연을 맺으면 등력군과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리가 등력군을 죽여도 소화와 인연을 만들 수 있을까? 라고 묻고 싶은 거지?”
“그래요. 사숙! 전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 소화낭자를 꼭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요.”
“이놈아, 소화가 물건이냐?”
“그게 아니라. 그 정도로 간절하단 말이에요. 도와주시면 앞으로 사숙들이 하는 일엔 무조건 협조할 게요. 사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해요.”
“대사를 앞두고 사랑타령을 하고 싶니?”
“알았다. 우리도 너만 할 땐 그렇게 물불을 가리지 않았지. 저 놈이 안 된다고 하면 나라도 나서서 네 소원을 들어주마.”
일초가 나선다.
“임마! 누가 안 해준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서 그렇지.”
“형님,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태운이 나선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부친과 뜻이 다르다고 해서 자결을 하는 게 정상일까요?”
“그리고 부인까지 목숨을 끊었어요.”
태민이 거들고 나선다.
“시간 없으니까 간단하게 말하자. 운이 말은 중원대장군도 가짜일 수 있단 거냐?”
“증거는 없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건 심증만으론 안 된다.”
“증거는 저희들이 찾겠습니다. 일단 명수에게 기회를 줘보시죠.”
“수야!”
일초가 따뜻한 눈빛으로 명수를 부른다.
“예, 사숙!”
“소화는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외롭고 불쌍한 아이다. 네가 따스하게 보듬어 줄 수 있겠느냐?”
“저도 그걸 느꼈어요. 제 손으로 소화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좋다. 잊지 마라. 사부의 이름으로 맹세했다는 걸. 다른 건 몰라도 대형의 이름을 거짓으로 사용한 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사숙들 이름으로도 맹세할 게요.”
“좋다. 그럼 해봐라.”
“가..감사합니다!
명수는 인사를 하고는 시선을 소화를 향해 옮긴다. 그 때 이미 북경매화는 중원대장군부의 무사들에 의해서 완전히 난장판이 된 상태이다. 복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소화는 그걸 막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다.
“개자식들!”
명수는 그걸 보고 주먹을 불끈 쥔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뛰어들어서 작살을 내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흐흐흐! 어르신께서 네게 전하란 말씀이 있다.”
어른이란 중원대장군을 말하는 것이다.
“제가 꼭 들어야 하나요?”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한다. 그래야 꼬마들이 무사할 테니까.”
“뭐..뭐라고요? 마...만약 동생들을 건드리면 그땐 아무리 할아버지라 해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고, 어르신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북경을 떠나라. 떠나서 다신 돌아오지 마라. 시간은 일주일이다. 그 안에 떠나지 않으면 아이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이게 끝이다. 만약 네가 거부한다면 너와 아이들을 처리해도 좋단 말씀도 하셨다.”
“호호호호! 할아버지란 사람이 손녀를 죽이라고 했단 말이죠? 그럼 그렇게 하세요. 저도 더 이상 살고 싶은 맘이 없으니까요. 어서요!”
소화는 악에 바쳐서 소리를 지른다.
“흐흐흐! 안 그래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중년인은 한 발 뒤로 물러나더니 부하들에게 손짓을 한다. 죽이란 뜻이다.
“한 성깔 하군요.”
상대가 날이 시퍼런 검을 들고 설치는 데도 소화가 당당하게 노려보자 무사들이 하는 소리다.
“할애비를 닮았으면 당연히 그렇겠지. 중원대장군의 손녀다. 깔끔하게 보내드려라.”
“예!”
중년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사들은 대답과 함께 소화에게 접근한다.
“쯧쯧, 무법천지로군. 무법천지야!”
정확한 시점에 명수가 나타난다.
“황제폐하가 계신 북경에서, 그것도 백주 대낮에 살인이라니? 눈으로 보고도 믿질 못하겠군.”
“뭐하는 놈이냐?”
“객기 부리지 말고 살고 싶으면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라.”
중원대장군부의 무사들은 명수를 확인하고도 가볍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북경시내에서 중원대장군부가 하는 일을 누가 막겠는가? 설사 동창이나 금의위라고 해도 충돌을 주저할 것이다.
“후후후! 이런 걸 지랄한다고 하는 건가? 어이, 중원대장군부 떨거지들! 그래서 니들 실력으로 이 소녀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
“우릴 아느냐?”
“꼴값을 떨어요. 다른 사람들이 니들처럼 멍충이로 보이니?”
“뭐..뭐라고?”
“저 새끼가 뭐라는 거야?”
중원대장군부의 무사들은 명수가 강하게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명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북경에서 그 옷이 중원대장군부 거란 걸 모르는 사람도 있니? 니들처럼 닭대가리는 빼고.”
“.....‘
무사들은 더 이상 말을 못한다. 이때 소화가 나선다.
“공자님! 도와주시는 건 고맙지만 위험해요. 물러나세요.”
그녀는 혹시라도 명수가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막으려고 한다.
“아니오. 처음엔 낭자 때문에 나섰는데, 이젠 안 되겠소. 저런 극악무도한 놈들은 혼꾸멍을 내야 하오.”
명수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선다. 그걸 보며 무사들은 비웃는다.
“어린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일단 몸부터 풀자. 크악!”
선두의 무사는 말을 끝나기가 무섭게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뭐..뭐야?”
“누..누구냐? 누가 암기를 날린 거야?”
중원대장군부의 무사들은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명수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했다고 생각하는 거다.
“명수가 움직이는 걸 봤냐?”
“보긴 했는데 날아간 게 뭐지?”
“글쎄? 다른 곳에서 날아온 거라 잘 보진 못했어.”
“붓입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게 옆구리를 관통했습니다.”
태민이 설명을 한다. 그의 말대로 바닥에는 한 명이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다.
“전 명수가 움직이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움직이지 않고 멀리 떨어진 붓을 조종한 거지.”
“쉽진 않겠죠?”
“당연하지. 운이 넌 어떠냐?”
“가능은 할 것 같은데, 저렇게 자연스럽게는 안 될 것 같아요.”
태운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만큼 명수의 실력이 뛰어나단 걸 의미한다. 비록 어린 시절부터 무진에게 무공을 배웠지만, 아직도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대체 대형은 꼬맹이를 어떻게 가르친 거야?”
“보나마나 밤낮없이 수련을 시켰겠지.”
“아닙니다. 우리가 처음 쟤를 봤을 때만 해도 초보였어요. 그때 막 대형에게 지도를 받기 시작한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우리보다 길어야 1년 밖에 더 안됐다는 거잖아?”
“그런 셈이죠.”
“대단하다. 대단해. 큰소리 칠만하네.”
말 하는 사이 세 명이 더 바닥에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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