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67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67
“말하지 않아도 된다. 너 말고도 알고 있는 놈은 많을 테니까. 마지막이다. 놈들이 간 곳은?”
“가진 않았습니다.”
“가지 않았다는 건.... 재밌는 놈들일세.”
조충과 무진은 주방을 쳐다보면서 희미하게 웃는다. 무진도 납치범들이 밖으로 나갔다고 생각하고 내부는 전혀 살펴보지 않았다.
우두두둑!
조충은 그대로 주인의 목을 꺾어버린다.
‘통일문은 사천당가보다 열 배 이상 더 강한 조직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뒷감당을 할 자신이 있단 말이겠지? 이들이야 말로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다.
소혜는 무진과 조충의 행동을 보며 혀를 내두른다.
“독주를 모두 가져오너라.”
“독주를 요?”
“그래. 불이 붙어야 된다.”
“예!”
잠시 후, 주방에는 조충이 가져온 수십 동의 독주가 쌓인다.
“열어라!”
커다란 주방의 바닥에는 철재로 만들어진 문이 있고, 그 밑에는 지하로 연결된 계단이 있다. 쌓여 있는 항아리의 중간을 발로 밀자 연쇄적으로 계단 밑으로 굴러가면서 깨진다. 수십 동의 항아리에 든 독주의 양이 엄청나다. 순식간에 주방은 독주의 향으로 가득하다.
화르르르르!
무진이 주방의 화덕에 있는 불씨를 집어서 던지자 지하는 곧바로 불바다가 된다.
“통로가 따로 있으면 어떡하죠?”
“이런 은밀한 시설을 만드는 놈들은 따로 통로를 만들지 않는다. 설사 있다 해도 책임자를 제외하곤 모르게 하지.”
“이곳 주인이 책임자란 말씀인가요?”
“이곳만 잘 지키면 돼.”
“자..잠깐만요? 여길 다 태우면 어떡해요?”
“부친이 여기에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이때부터 무진이 소혜에게 말을 놓는다.
“예?”
“여기엔 없다.”
“그걸 어떻게 알죠?”
“보다시피 이곳은 노출됐기 때문에 단순히 보급창고로 쓸 수밖에 없다. 수개 월 전에 확보한 사람을 여기에 둘 이유가 없지.”
“그래도 조금 전에 끌려간 소림과 화산의 제자들은 있을 거잖아요?”
“놈들은 여기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럴 시간도 없었고.”
“보안 때문에 주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다 지하로 숨어드는 모양이오.”
조충이 보충 설명을 한다.
“아, 그랬군요. 죄송해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무진이 다시 독주 항아리를 지하로 밀어 넣자 불길은 더욱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다. 그러자 일단의 사람들이 위로 올라온다.
“크아아아악!”
옷에 불이 붙은 채로 올라오는 자들에게 조충은 독주를 뿌린다.
“우욱!”
소혜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돌린다. 놀라운 건 그들 모두가 괴물이란 점이다. 하나같이 팔과 다리가 여러 개다. 심지어 성기가 여러 개인 자들도 있다.
“잔인하다고 생각해?”
“그럼 아닌가요?”
“후후후, 지금 저들을 모두 상대하려면 힘이 빠져 도망친 놈들을 잡지 못할 텐데, 그래도 좋아?”
“으음!”
“놈들은 악마야. 이미 인성을 잃어버렸어. 저들이 거리를 활보한다고 생각해봐. 저들에게 죽어나갈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상상이 돼?”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
소혜는 자신이 조금 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는 걸 깨닫고는 입을 닫는다. 한편 조충이 붙인 불이 객잔 전체로 급속히 번지자 주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저기다.”
멀리 길 건너편에 주루가 보인다. 그 2층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아까 주루에서 정파의 제자들을 끌고 간 자들이다. 객잔을 지켜보다가 불에 타자 당황한 모양이다. 일부는 뛰어내려 달려오고 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조충이 먼저 나선다. 그는 처음부터 검으로 생사무를 펼친다.
“꺄악! 크아악!”
괴물들은 조충의 검에 완전히 난도질을 당한다.
“저게 무슨 무공이죠?”
“생사무라고 한다.”
“생사무요? 사람의 관절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죠?”
“궁금하면 수련을 해보든지.”
“가르쳐 주실 건가요?”
“하는 거 봐서.”
“열심히 할 게요.”
무진과 소혜는 마치 스승과 제자처럼 대화를 나눈다. 한편 조충은 열 명의 괴물을 상대로 일방적인 공격을 한다. 하지만 거의 금강불괴의 경지에 이른 괴물들을 죽이진 못한다.
“씨발! 이러다가 밤새겠네.”
“무식한 놈! 철판에 대고 칼질을 하면 잘리냐?”
“쳇! 누군 힘들어 죽겠는데, 잔소리가 하고 싶소?”
“그럼 방법을 찾아야지.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구체적으로 말해 보시오.”
“금강불괴를 싸울 때 어떻게 해야지?”
“그거야 당연히 조문을 찾아야죠.”
“쯧쯧, 멍청한지, 무식한지 알 수가 없네.”
“같은 거 아닌가요?”
“소혜, 너까지 오라비를 놀릴 거냐?”
“흥! 난 무식한 사람을 오라비로 삼기 싫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너한테 생사무를 가르치려고 장난을 좀 쳤더니 안 되겠다. 타핫!”
조충은 더 이상은 안 봐준다는 듯이 검으로 괴물들의 겨드랑이를 집중 공격한다.
“꺄아악!”
검이 눈을 노리고 파고들자 괴물들이 겁을 먹고 두 손을 들어 막는다. 그 사이 드러난 겨드랑이를 조충의 검이 파고든 것이다.
“충이 오라버니가 조문을 알고 있었군요. 근데 왜 장난을 쳤을까요?”
소혜는 자연스럽게 조충을 오라버니라고 부른다.
“방금 말했잖아? 널 보여주려고 했다고.”
“정말이에요?”
“그것 말고 이유가 있을까?”
“그건 아니지만... 근데 조문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우린 그 동안 저런 놈들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때마다 놈들의 조문은 위치가 달랐다. 하지만 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단다.”
“어떻게 확인하죠?”
“계속 공격하다 보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다. 저놈들도 처음부터 다른 곳은 맞아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근데 어깨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렇다고 보통 어깨처럼 노출된 곳을 조문으로 만들진 않는다. 그렇다면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깨와 가장 가까우면서 은밀한 곳은 겨드랑이뿐이니까.”
“호오! 조문은 찾기가 어렵다던데 그렇지도 않군요.”
“그렇다고 아무나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하긴 괴물을 압도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도 생사무를 배워야겠어요.”
한편 열 명의 괴물 중 일곱이 쓰러지자 나머지 셋은 도주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조충도 따라 움직인다. 그때 무진이 막는다.
“놔둬라.”
“왜요? 그냥 보내면 어떡합니까?”
“놈들은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뒤따라간다.
“어떻게 할 생각닙니까?”
“내가 너처럼 멍청한 줄 아니?”
“흥! 머리가 비상하신 우리 대형께선 비책이라도 있으십니까?”
“이번엔 제가 맞춰볼까요?”
무진과 조충이 티격태격하자 소혜가 나선다.
“니가 맞춘다고? 우리 형님 잔머리가 얼마나 고단순지 아니?”
“저도 빙궁에선 제법 잔머리를 굴린다는 소릴 들었어요.”
“그래서?”
“큰 오라버니께선 구경하시면서 젓가락을 괴물들에게 던져 옷자락에 맞췄어요.”
“그걸 봤어?”
“전 아직 눈이 밝은 편이라서... 더구나 큰 오라버닌 실수로 그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니잖아요? 그때 이상하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젓가락에 천리향을 뿌린 거 같아요. 아닌가요?”
“가자!”
무진 두 말 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
“에잉? 저건 우리 형님이 불리할 때 하는 행동인데...”
“제가 맞춘 건가요?”
“그런 것 같다. 근데 적응이 너무 빠른 거 아니니?”
“험한 중원무림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하하하! 얼굴만 예쁜 줄 알았는데, 말도 참 곱게 하네.”
“호호호! 제가 원래 한 인물해요.”
“그만 까불고 가자!”
“아, 예. 죄송해요.”
무진이 앞서 나가자 두 사람도 빠른 걸음으로 따라 붙는다.
반 시진 후.
세 사람은 조금 특이한 곳에 도착한다.
“여기로 들어갔단 말입니까?”
“그러게. 재미난 놈들이야.”
“이런 건 재미난 게 아니라 웃긴다고 하는 거예요.”
“듣고 보니 그러네.”
무진은 소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천리향은 제법 커다란 서원, 즉 향교(鄕校)로 이어져 있다.
“악마의 집단과 서원이라... 그 자체가 웃기네.”
“혹시 잠시 거쳐 간 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천리향의 냄새가 너무 진하게 난다.”
“그 말은 지금도 여기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겠죠?”
“사기(邪氣)는 처음보다 더 강해졌다. 어쩌면 여기가 통일문의 분타일 지도 모른다.”
“그런 건 직접 확인하는 게 제일 빠른 법이지.”
“대...대형! 잠시만 요.”
무진이 정문을 향해 걸어가자 조충이 황급히 막는다.
“뭐가 문제냐?”
“여기가 놈들의 분타라면 소혜의 부친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지금은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어갈 순 없잖아요?”
“그래서 몰래 들어가자고? 쯧쯧쯧, 요즘 것들은 기본이 안 돼 있어요. 기본이.”
“예에? 여기서 기본이란 얘기가 왜 나와요?”
소혜는 무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말했지? 우리 형님이 얼마나 직선적이고, 성격이 까칠한지.”
“그래서 터지고 싶단 거냐?”
“아..아닙니다.”
무진이 주먹을 앞으로 내밀자 조충은 손사래를 치며 한 발 뒤로 물러난다.
“어떤 게 문젠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설명하는 거야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러다 부친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그래도 좋니?”
“그건 아니지만....”
부친이 거론되자 소혜의 얼굴이 금방 굳어진다. 순간 무진의 표정도 어두워진다.
“간단히 설명하마. 빙궁이 통일문보다 더 강하니?”
“우리도 약하진 않지만 통일문보다 강하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후후후, 솔직해서 좋군. 그럼 빙궁은 누구든지 몰래 숨어 들어갈 수 있니?”
“예? 그건 아니에요. 몰래 들어오다 걸리면... 죽음이죠.”
목소리에 점점 힘이 빠진다. 무진이 무슨 말을 할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니들보다 몇 배가 더 강한 통일문엔 마음만 먹으면 몰래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
“제 생각이 짧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선두에 설게요.”
소혜는 두 말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래도 누구보다는 말귀를 잘 알아듣네.”
무진은 또 조충을 걸고넘어진다.
“흥! 완전히 동네북이네. 동네북이야.”
“그러니까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이놈아!”
“정말 너무하네. 남들은 형이 잘났으면 동생을 밀어주기도 한다는데, 우리 형은 하루도 변함없이 동생 기를 죽이네. 그래놓고 동생이 똑똑해지기를 바라는 심보는 뭐요?”
“쯧쯧! 그것도 모르냐? 그런 걸 아마 도둑놈 심보라고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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