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90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90
“장로회의가 왜?”
“일단 령주님께 그 동안 우리가 익힌 실력을 검증받으란 지시를 받았습니다.”
“쯧쯧쯧, 한심한 것들. 지들 목이나 잘 지킬 것이지. 근데 왜 니들만 왔니? 나머지는?”
“저희들만 생사무와 자연무예를 동시에 익히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 도사 놈들이 자랑질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군. 태극권과 태극혜검은 어느 정도 익혔느냐?”
“령주님이 보내주신 해설서로 익혔습니다. 기존의 태극권과 태극혜검을 익히신 장로님들과 1:1 대결에서 우리가 모두 이겼습니다.”
“만족하느냐?”
“예에? 아..아닙니다. 저희는 무공에는 한계가 없다. 있다면 그건 익히는 자의 한계일 뿐이라는 말씀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후후후! 좋다. 그런 마음이면 기본은 된 것이다. 실력 검증은 이곳의 모든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이틀을 주마. 그 안에 모두 정리하고, 핵심인물들을 잡아와라.”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근데 장문인께서 한 가지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놈이 또 무슨 흉계를 꾸미는 거냐?”
“그게 아니오라.... 대주를 임명해 달라고....”
“대주는 없다.”
무진은 단호하게 말한다.
“필요 없다는 말씀인가요? 아니면...”
“네 말대로 무당수호대엔 대주가 따로 필요 없다. 수호대는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하며, 모두가 대주가 돼야 한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느냐?”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후후후, 그래. 제대로 이해했다. 무공은 단순히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는 산술적인 것이 아니다. 니들 열 명이 혼연일체가 되면 열이 아니라 백, 천, 만이 될 수도 있다. 그걸 깨달아야만 진정한 무당수호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무당수호대는 밖으로 나간다. 그들은 삼 일 전에 이곳 금정으로 와서 지역 내의 상황과 문제점을 대부분 파악한 상태이다. 이제 남은 건 구체적인 행동뿐이다.
“이것도 대형의 계획에 있던 겁니까?”
“내가 의도했다기보다 순리대로 흘러가는 거란다.”
“후후후, 그게 그거지요. 근데 분타주는 어디에 있니?”
진수는 웃으며 멍개를 쳐다본다.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지.”
“있긴 한데, 눈에는 안 보인다? 그럼 한 군데뿐이군요.”
진수의 말에 멍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 벽면으로 걸어간다.
“쯧쯧, 명색이 개방십대고수의 반열에 오른 양반이 이게 무슨 꼴이오?”
퍽!
멍개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주먹으로 벽을 가격한다.
“어라? 순순히 잡히긴 싫으시다? 그럼 할 수 없지. 거칠게 다룰 수밖에.”
아마 분타주는 벽속에 숨어 있다 멍개의 공격을 받고 피한 모양이다.
파파파팟!
멍개는 손과 발을 연속으로 사용해서 네 군데를 가격한다.
“크아악!”
곧바로 벽속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멍개의 손에 한 사람이 끌려 나온다. 그는 내상을 입었는지 피를 흘리며 연신 기침을 해댄다.
“콜록! 콜록!”
“아이고, 금정의 분타주님이 아니십니까? 아니, 대륙문의 분타주였나?”
멍개는 분타주의 얼굴을 보자 화가 나는지 얼굴이 벌겋게 변한다.
“이보시게. 멍개. 저..정말 미안하네. 그건 정말 내 본의가 아니었네.”
“그럼 누구의 뜻이었냐?”
“그..그건....”
“말을 못하시겠다고? 그럼 할 수 없지.”
멍개는 분타주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다물자 쓰러져 있는 개방 제자들에게로 가서는 품속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자 곳곳에서 작은 주머니가 나온다. 그 속에는 하얀색의 가루가 들어 있다. 그게 바로 죽음의 가루인 마약이다.
쫙! 쫙!
멍개는 분타주의 뺨을 연속으로 두 대 때린 다음 입을 벌린다.
“컥! 컥! 사..살려주시오. 제발!”
“누가 죽인대? 니들이 그런다며? 이것만 먹으면 지옥도 천국으로 변한다고. 그렇게 좋으면 너부터 먹어야지. 그것도 아주 많이.”
멍개는 다섯 봉지의 마약을 한꺼번에 분타주의 입속으로 털어 넣는다. 그러더니 잘 넘어가게 분타주의 목젖을 문질러준다.
“꺼어억! .... 헤헤헤!”
효과는 금방 나타난다. 마약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마자 분타주의 입이 헤벌레 벌어지고, 침을 질질 흘린다.
“히히! 하얀 가루는 정말 맛나다. 형아야, 나 그거 많이 주라. 하루 종일 먹어도 배 안 부를 것 같아.”
“알았어. 우리 꼬맹이는 말을 잘 들으니까 맛난 거 마니 마니 줘야지. 암!”
“야! 우리 형아 최고다.”
“대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대답을 잘 해야 해. 알았지?”
“알아쪄. 빨리 물어봐. 나 빨리 대답하고 시퍼!”
“그래. 이곳 금정에서 하얀 가루는 누가 제일 많이 가지고 있어?”
“나 참! 그것도 몰라? 당연히 현령이지. 현령. 금정 사람들은 다 아는 거야.”
“그럼 너도 현령한테 받았겠네.”
“당연하지. 한꺼번에 수백 개씩 받아서 거지새끼들한테 나눠져야 해. 안 주면 정보를 안 가져와요. 완전히 개새끼들이야. 형아가 혼내줘.”
“저길 봐. 지금 혼내고 있잖아?”
“이야! 신난다! 저 새끼들이 날 얼마나 놀렸는지 알아? 약쟁이라고 막 날 놀렸어. 근데 형아, 약쟁이가 뭐야?”
“그런 게 있어. 이거 또 먹을래?”
멍개는 다시 주머니를 분타주에게 내민다. 분타주는 주머니를 보자마자 홱! 하고 낚아채더니 곧바로 입안으로 털어 넣는다. 순식간에 다시 다섯 개의 주머니에 든 마약 가루가 그의 목으로 넘어간다.
“끄르르르....! 컥! 컥! 컥! 컥! 부르르르르....!”
분타주는 입에 거품을 물고서 뒤로 넘어간다. 약기운이 너무 강해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 사이 진수와 곤일은 개방 제자들의 단전을 모두 파괴해서 무인으로서의 능력을 모두 없애버린다. 그러자 거지들은 그 동안 몸속에 잠재해 있던 약기운이 전신을 지배하면서 중독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파파파파팟!
두 사람은 곧바로 거지들의 혈도를 모두 제압한다.
으으으으...!
거지들의 몸속에 잠재해 있던 약 기운들이 내력이 사라지면서 날뛰기 시작한다. 이렇게 개방의 금정분타는 분타주를 위시한 제자들이 대부분 마약에 중독되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이걸 견디는 사람은 살아남겠지만, 힘들면 그 전에 혀를 깨물 것이다.
“가자!”
그들의 입에서 거품이 흘러나오고 비명을 질러대자 무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돌린다.
“현청으로 가시게요?”
“그건 수호대가 알아서 할 테고, 우린 따로 가볼 데가 있다.”
“금정을 잘 아세요?”
“오래 전에 가끔씩 놀러오곤 했소. 그땐 아주 작은 마을이었는데, 그곳이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르겠소.”
“혹시 초일과 관련이 있는 곳인가요?”
호란은 무진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걸 보고 그의 생각을 읽어낸다.
“그렇소. 여긴 놈의 고향이라오. 나도 조금 전에야 생각이 났소.”
“기분이 묘하네요. 왠지 이곳에 온 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그렇소. 멍개야! 문서고로 가서 내게 온 서찰이 없는지 확인해봐라.”
“예, 무 대협!”
무진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신에게 서신이 온 게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진수야!”
“예. 대형.”
“넌 일이랑 수호대를 따라 가봐라. 내가 연락할 때까지 모든 활동을 중지시켜라.”
“알겠습니다.”
진수와 곤일은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달려 나간다. 무진이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다급하게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 대협!”
멍개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금방 문서고를 다녀온다.
“서찰이 한 통 와 있습니다. 허엇!”
멍개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서찰이 그의 손에서 빠져나간다.
< 초일의 신분. 전임 태사 천공. 가짜일 가능성. >
“후후후, 이거였군.”
무진은 서찰을 읽고 나서야 다소 안심하는 눈치다.
“정랑. 좋은 소식인가요?”
“보시오.”
“이 내용과 초일의 고향이 무슨 연관이 있죠?”
“놈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된 걸 알고는 날 여기에 묶어두려는 거요.”
“정랑이 북경에 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군요.”
“후후! 그렇소.”
잠시 동안 무진이 불안했던 건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서였다. 혹시라도 북경에 있는 동생들이 잘못되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해진 이상 두려울 게 없다. 일초는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면서 무진이 자신을 찾아올 걸 두려워해 여기에 묶어두려는 것이다.
“그럼 여기에도 재미난 게 준비돼 있겠군요.”
“그러게 말이오. 여기서 잠시 놀다가 가고 싶소?”
“늦게 가면 북경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초일이 직접 나타나지 않는 한 큰 문제는 없을 거요. 오히려 양쪽에 다 나타나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요.”
“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정랑이 정말로 초일이란 사람을 못 찾는 걸까? 어떤 땐 일부러 안 찾는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후후후, 들켜버렸네.”
“초일이란 분을 해치고 싶지 않은 거죠?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사실 한 동안은 갈등을 많이 했소. 처음엔 분노 때문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지만, 사실 내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있어서 말이오.”
“그래서 숨어 지내셨군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놈이 오랫동안 준비한 계획적인 배신이었소. 그래서 당신을 핑계로 무림으로 다시 나온 거요. 정말 복수를 하고 싶었소. 근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진 않더군요.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약해졌소. 당신 말처럼 그놈은 나의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그러다 보니 때론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도 했소. 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 것 같소.”
“그럼 지금은 아니란 건가요?”
“그냥 두기엔 그 친구가 저지른 패악이 너무나 크오. 이제 이쯤에서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소. 그 일로 걱정했소?”
“아니에요. 결국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후후후! 나도 요즘 느끼는 건데, 당신이 나보다 더 멀리 보는 것 같소.”
“정랑을 흉내 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조금씩 닮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 거요. 참! 아기는 어떻소?”
“요즘은 움직이는 게 확연하게 느껴져요. 발차기도 갈수록 강해지고요. 어머! 방금도 찼어요.”
“난 아기가 당신을 닮았으면 좋겠소.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이 말이오.”
“전 우리 아기가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전 그거면 족해요.”
“하하하! 당신은 욕심이 많구려.”
“제가요?”
“생각을 해보시오. 그건 고금제일인자란 소릴 들었던 아버지와 그에 버금가는 엄마보다도 더 뛰어나야만 가능한 일이오. 그러고도 욕심이 없다면 누가 믿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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