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70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70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믿을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에요.”
“그럼 수천 명의 피로 만들어지는 괴물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으음! 그렇게 생각하면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 대형이 고금제일인 게 무슨 상관이냐? 저 분이 추구하는 것과 만들려는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고, 그걸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게 중요한 거지. 안 그러니?”
“호호호! 오라버닌 제 마음을 읽으셨어요? 어떻게 제가 하고픈 말을 그대로 하세요?”
“어째 좋은 뜻으로 들리진 않는다. 나랑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뜻이냐?”
“아..아니에요. 그럴 리가 있나요? 다만 오라버닐 보면서 새삼 사람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말도 마찬가지잖아? 웃기게 생긴 놈이 진지한 얘길 해서 이상하다는 뜻이지?”
“그 참, 그게 아니라니까요. 오라버니와 같이 생긴 사내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단 뜻이란 말이에요.”
“에잉? 그런 뜻이었어?”
“오라버니야 말로 절 놀리시는 거죠?”
“내가? 나처럼 웃기게 생긴 놈이 어떻게 너같이 영악한 사람을 놀리겠니?”
“영악하다고요?”
“아..아니야. 영리하단 말이 잘못 나온 거야.”
“아닌 것 같은데...?”
“자, 저길 봐. 이제 대형이 기선을 제압했다.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조충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다시 무진과 괴물의 대결장으로 시선을 옮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괴물이 공중에서 피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보다 무진이 석대를 통해서 받아들이는 피의 기운이 점차 더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균형이 무너지자 점차 속도가 빨라진다. 이미 웅덩이 속의 피는 모두 맑게 변했고, 괴물과 석대의 붉은 기운은 반 이상이 무진에게 흡수되었다.
“말씀해 보세요. 대신 이번에도 놀리면 화낼 거예요.”
“알았다. 보다시피 대결을 시작한 지가 약 일각이 지나서야 승패가 판가름 나고 있다. 네가 보기에 저게 두 사람의 실력차이인 것 같니?”
“무슨 뜻인가요?”
“내 생각엔 대형은 훨씬 빨리 제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시간을 끌었다.”
“으음! 그 생각엔 동의해요. 하지만 그렇게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걸 물어보는 거다. 내 생각엔 대형의 실력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각 이상을 끌고 있다. 이유가 뭘까?”
“내가 대답해야 해요?”
“그걸 묻는 거란다.”
“으음! 그게 사실이라면 혹시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 괴물의 반항이 심해지면 동굴이 무너질 수 있고, 그럼 완벽하게 처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왜요?”
“대형은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신 분이니까.”
“전 큰 오라버니의 실력을 잘 모르니까,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럼 오라버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지 위해서지.”
“가르침을요?”
“그래. 너에겐 무림의 현실과 무공 세계의 무한함을 보여주려는 것이고, 나에겐 기운을 조절하고 응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셨다. 난 이 한 번의 경험으로 적어도 자연무예를 몇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와! 축하드려요. 사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사실 개안(開眼)을 했다는 게 정확할 거예요. 전 명색이 북해빙궁의 소궁주이자 차기 궁주이며, 장로이지만 사실 무림에 대해선 문외한이에요. 물론 무공실력은 절대고수의 경지에 근접해 있지만, 그것도 실전 경험이 일천해서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두 분과 같이 다니면서 그 실력의 반 정도는 소화시킬 수 있었어요. 특히 큰 오라버니께서 괴물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능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언젠가 대형이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무림을 얘기하면 항상 소림과 달마선사를 거론하지만, 실제론 그들보다 뛰어난 조직과 인물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는 거야. 단순히 소림과 달마만을 생각하면 진정한 무림의 세계를 보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지.”
“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두 분의 가르침에 따라서 새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거예요. 감사해요.”
“그렇게 생각했다니 다행이다.”
무진이다. 그는 여전히 석대에 손을 대고 있다. 하지만 석대 위의 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웅덩이의 물도 깨끗하게 변했다. 다만 공중엔 아직 핏빛 안개가 가득하다.
“큰 오라버니!”
“대형!”
“이제 곧 이곳은 붕괴할 거다. 실험실을 불태우고 빠져나가라.”
“큰 오라버닌요?”
“내 걱정 말고, 부친의 유해를 안전하게 모셔라.”
“그래도... 예. 알았어요. 그럼 조심하세요.”
“그만 가자!”
소혜가 무진 때문에 머뭇거리자 조충이 끌고나간다.
우우우우웅!
두 사람이 사라지자 무진은 두 손을 허공에 들어올린다. 그러자 공중에 흩어져 있던 붉은 기운들이 두 개의 거대한 원을 만들며 공중에서 회전한다.
휘리리리링!
원은 처음에는 천천히 회전을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속도가 빨라지고, 붉은 기운들을 모두 흡수하자 무진의 두 손바닥 위에 내려앉는다. 그가 끌어당긴 것이다. 계란 만 한 둥근 물체가 바로 억울하게 희생된 수천 명의 기운과 괴물의 기운의 집약체, 즉 총화(總和)인 것이다.
화르르르르!
둥근 물체가 무진의 손 위에 놓이자 불에 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연기나 냄새가 나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자연무예에 의해서 완전 연소가 되는 것이다.
우르르르르릉!
동시에 거대한 광장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콰아앙! 꾸우웅!
둥근 물체가 완전히 타 형체가 사라지자 지하 광장도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무진의 모습도 사라진다.
소혜는 한 달 정도 무진을 따라 다니다 북해빙궁으로 돌아갔다. 그 동안 조충과 무진에게 정신무예에 대해서 집중 지도를 받았다. 기본적인 과정은 다 마쳤기 때문에 이제부턴 혼자 수련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2년에 한 번씩 중원으로 들어와 무진의 지도를 받기로 했다. 무진과 약속한 책은 인편을 통해 보내주기로 약조했다.
중요한 건 그녀가 떠날 때 무진에게 한 권의 비급을 받은 것이다. 그건 최근에 만든 합벽진이다. 무진이 개방에 준 합벽진을 보완한 것으로 몇 배 더 강하다. 이것만으로 북해빙궁은 세외오세 중에서 가장 강한 조직이 될 것이다.
장안(長安).
무한을 떠난 무진과 조충은 보름 만에 합비(合肥)로 이동한다. 그곳에 형제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거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구룡단을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는 다른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당분간은 그냥 두기로 했다. 근데 더 이상의 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최근 구룡단은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구룡 중 살아남은 자는 일룡과 삼, 사룡뿐이다.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까 엉뚱한 정보가 들어온다. 통일문에서 구룡단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벌써 일부 통일문의 세력들은 구룡단이 있는 청성산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행 중 일부가 그곳으로 가는 중이다.
구룡단의 본거지는 청성파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룡이 청성파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청성산의 초입.
두 사람이 지금 막 산길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둘만 움직여서 섭섭하오?”
“그럴 리가요? 모처럼 오붓하고 좋기만 한 걸요.”
무진과 호란 부부이다. 호란은 임신 육 개월이 됐는데도 배는 아직 그다지 표가 나지 않는다.
“일초가 들으면 삐질 텐데? 지난번에도 무한을 충이랑 둘이서만 갔다 왔다고 일주일이나 괴롭혔소.”
“흥! 일초 오라버니 좋으라고 행복한 시간을 빼앗길 순 없죠.”
호란의 입이 삐죽 나온다.
“큰일이오.”
“뭐가요?”
“그놈 성질에 몰래 쫓아올지도 모르는데. 아니, 당신 말을 듣고 벌써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지도 모르오.”
“일초 오라버니! 그..그건 오해예요. 농담으로 한 말이에요.”
호란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변명을 한다.
“하하하! 농이요. 농!”
“호호호! 저도 정랑이 장난치는 줄 알고 있었어요.”
“란!”
“예, 정랑.”
“정말 이렇게 여행을 해도 괜찮겠소?”
“뭐가요?”
“우리 아기 말이오.”
“당신도 잘 아시잖아요? 임신했다고 움츠리기 보단 적당한 운동이 좋다는 거. 그리고 이젠 아기가 자리를 잡아서 초기보단 덜 위험해요.”
“그렇긴 하지만 혹시 싸움이 벌어지면 위험하지 않을까?”
“저도 제 한 몸 지킬 힘은 있어요.”
“하긴 이런 추세로 가다간 당신이 나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를 것 같소.”
호란은 안전지대에 있으면서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형제들과 함께 평소보다 더 강도 높은 수련을 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취월장해서 일초도 감히 그녀에겐 비무를 청하지 못한다. 무진과 같은 위협을 느끼는 모양이다.
“설마요? 전 아직 당신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에요. 백 년이 더 지나도 당신의 반의반도 못 따를 거예요.”
“하하하! 하여튼 당신의 무공에 대한 집념은 무서울 정도요.”
“당신 혹시 내게 부탁할 거 있어요? 왜 이렇게 아부를 하세요?”
“그게 아니라 당신이 이중, 삼중으로 고생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이제 시작인데 뭘 그래요?”
“시작이라니?”
“전 앞으로 가능하면 아이들을 많이 가질 거예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그럼요. 이건 당신에게 마음을 주고 난 뒤부터 생각한 거예요. 더 이상 당신을 외롭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란!”
무진은 걸음을 멈추고 호란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고맙소. 난 당신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아이들과 같이 뛰어 놀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다오.”
“호호호! 이럴 때 보면 당신은 아기 같아요. 하여튼 걱정 마세요. 제가 가능한 많이 낳을 테니까. 사실 저도 정랑이랑 아이들, 그리고 형제들이 모두 모여 사는 게 꿈이에요.”
“하하하! 걱정 마시오. 꼭 그렇게 될 테니까. 근데 당신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있소?”
“저야 어딜 가든 당신과 함께라면 좋아요. 근데 형제들이 이번 일을 결정할 때 저도 있었어요. 여기가 구룡단의 본부가 있는 청성산이란 것도 알고요.”
“이번 일은 계획이 여러 차례 변해서 혼선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오.”
중간에 통일문이 구룡단을 공격한다는 정보 때문에 계획이 바뀐 걸 말한다.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오라버니들이 정랑이 말한 대로 할까요?”
무진은 이번 일을 두 사람이 해결할 생각이다. 그래서 동생들을 떼어놓고 온 것이다. 호란은 그걸 걱정하는 것이다. 호란이 홀몸이 아니라서 동생들이 좇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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