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32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32
만호는 말을 약간 비틀어서 한다. 대소쌍불은 모두 양손에 엽전을 가득 들고 있다. 야바위꾼의 돈은 물론이고, 구경꾼들 것까지 모두 싹쓸이 했다.
“아! 이거 말이오? 우린 그냥 재미삼아 했을 뿐이오.”
“자, 자. 잃은 분들은 모두 나눠가지시오.”
대소쌍불은 들고 있던 돈을 모두 야바위꾼과 구경꾼들에게 나눠준다.”
“그럼 우린 가봐야겠소.”
“약속이 있어서 말이오.”
두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때 두 사람의 귀에 전음이 들려온다.
‘형님들! 무불통지 형님이 저기 찻집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잠시 후, 여기가 정리되면 북경일미루에서 북경오리를 대접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홱!’
두 사람은 도로 중앙에서 몸을 돌리곤 만호를 쳐다본다.
씨익!
“그럼 살펴 가십시오.”
만호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부르르르....!
“저..저 동창 놈이 감히 우릴 속였단 말이지?”
“내가 저 놈을 찢어죽이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근데 저 놈이 우릴 어떻게 알지? 그리고 형님은 또 뭐야? 우리에게 저런 동생이 있었어?”
“몰라. 워낙 형제들이 많아서.... 잠깐! 어제 이리로 오면서 무불통지 형이 뭐라고 하지 않았어? 누굴 만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 그 놈을 만나면 맛난 것도 많이 먹을 수 있을 거라 했어.”
“맞다. 아마 관부에서 일하는 동생이라고 했지?”
“동창에다 나이도 어리니까 무불통지 형 얘기랑 맞아 떨어지네.”
“그래도 그렇지 새파랗게 어린놈이 형님들에게 모욕을 줘?”
“그럼 안 되지. 절대로. 오늘 밥 먹기 전에 반드시 교육을 시킨다.”
“야! 그건 내 몫이야. 뼈마디를 자근자근 씹어 먹을 거야.”
“근데 말이야.”
“왜?”
“좀 그렇지 않아?”
“뭐가?”
“놈이 대형의 이름을 거론한 거 말이야.”
“으음! 나도 그게 마음에 걸려.”
“만약에 대형이 우릴 감시하라고 보낸 놈이라면 조심해야해. 그리고 우릴 놀려먹을 정도면 무공실력도 만만찮을 거고.”
“일단 무불통지 형님부터 만나보자. 형님한테 놈에 대해서 물어보고 대처해도 늦지 않아.”
그렇게 말하곤 두 사람은 찻집으로 걸음을 옮긴다.
대소쌍불이 찻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물체들이 날아온다.
“씨발! 정말 죽고 싶어?”
“우웃! 허엇!”
두 사람은 간신히 몸을 틀어서 피한다.
“이건 또 뭐야?”
날아온 물체는 암기들이다. 그대로 맞았다면 치명상을 입었을 수도 있다.
“이것도 참아야 하는 거야?”
“천하의 대소쌍불이 동네북이 될 순 없지.”
두 사람은 씩씩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에도 전음 때문에 생각대로 하질 못한다.
‘까불지 말고 조용히 들어와!’
무불통지다. 그는 구석에 혼자 앉아 있다.
“무슨 일입니까? 아는 놈들입니까?”
“저런 싸가지 없는 놈들을 봤나? 새파랗게 어린놈들이 감히 무불통지 어른이 계신 곳에서 흉기를 휘둘러?”
“싸가지 없기로 치면 세상에서 니들이 최고지. 네놈들이 그 동안 한 짓을 생각해라.” “험험!”
“그거야 형님이랑 수십 년 만에 만나서 정을 나누다 보니까 그런 거지요.”
“지랄을 해라. 두 번 나눴으면 살인사건 나겠네. 분명히 말하지만 만호 그놈한테는 잘해라. 니들도 봤겠지만 그 놈은 대형께 직보를 하는 아이다. 나도 그 놈 말이라면 무시하지 못한다. 난 분명히 경고했다.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말고.”
“알고 있소. 우리도 이미 경험했는데, 어린놈이 얼마나 매섭게 말하는지. 빙궁의 얼음바람처럼 써늘했습니다.”
“근데 저놈들은 누굽니까?”
소불은 찻집에서 싸움을 벌이는 자들에 대해서 말한다. 그들은 쌍불이 들어오기 직전에 5:5로 시비가 붙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소불 네가 한 번 알아봐라.”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동작을 보니까 양쪽 다 군바리 같습니다.”
“그러니까 알아보라는 거지. 중원대장군부의 장수들은 아니다.”
“그럼 북로군이나 남로군이겠군요.”
이때 양측의 싸움은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고, 대신 말싸움을 한다.
“남로군이 대장군부의 허락도 없이 북경엔 어떻게 들어왔냐?”
“그러는 너희 북로군은 허락을 받았니?”
“그거야.... 그래. 우린 황제폐하의 명을 받았다.”
“후후후! 명색이 장군 소릴 듣는 놈이 말하는 거 봐라. 넌 군관학교도 안 나왔냐?”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무식한 놈! 아무리 황명이라도 군부가 움직일 땐 수호기가 있어야 하는 거 몰라?”
“으하하하! 내가 무식하다면 네놈은 멍청한 거야?”
“뭐..뭐라고?”
“네 말대로 병력을 움직여 싸울 땐 분명히 수호기, 즉 중원대장군의 명령이 있어야 하지. 하지만 회의를 하러 올 때나, 장군들이 움직이는 건 그런 게 없어도 된다는 거 몰라?”
“으음!”
남로군의 장수는 대꾸를 못한다. 그때 소불이 나선다.
“야! 니들은 칼부림으로 할 일을 왜 말로 하니?”
“.....”
승려복을 입은 왜소한 노인이 큰소리를 치자 건장한 장수들은 어이가 없는지 쳐다 볼 뿐 말을 못한다.
“늙은 땡중, 방금 뭐라고 했어?”
흥분한 상태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다. 북로군의 한 장수는 하대를 하며 소불의 멱살을 잡는다.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쫘아악!
“끄아악!”
소불의 손이 뺨을 살짝 스쳤을 뿐인 데도 장수는 비명을 지르며 입구까지 날아간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의 새끼가 누구더러 늙은 땡중이래? 니가 내 나이 먹는데 도와준 적 있어? 있냐고!!!”
“.....”
북로군의 장수들은 여전히 말을 못한다.
“야! 너 나 엿 먹으라고 대답 안 하는 거지? 흐흐흐흐! 오냐. 너 같은 놈을 처리하는 게 바로 내 주특기다.”
소불은 언제 움직였는지 쓰러진 장수 곁에서 구타를 시작한다.
퍽퍽퍽퍽퍽...!
동료들이 말릴 틈도 없이 소불의 발이 장수의 전신을 강타한다.
“끄악! 커억! 케엑!”
북로군의 장수는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지른다. 그제야 동료들이 소불에게 달려든다. 욕을 하면서.
“늙은 게 미쳤나?”
“땡중이 감히 군인을 공격해?”
“안 그래도 남쪽 놈들 때문에 성질 나 죽겠는데 잘 됐다. 북로군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 끄아악!”
마지막 북로군 장수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얼굴을 가리며 바닥을 뒹군다.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입에서 피 뭍은 하얀 이빨이 하나씩 튀어나온다. 순간 장수들이 멈칫한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소불은 장수들 사이를 파고들며 최근에 집중적으로 익힌 생사무를 펼친다.
“이..이게 뭐야? 크아악!”
“관절이 어떻게 반대로 꺾이는... 케에엑!”
모두 네 명이 한 대씩 맞고 뻗어버린다. 이로서 북로군의 다섯 장수가 모두 운신을 못하게 된다.
“뭐야, 이게? 이런 놈들이 중원제일의 장수들이야? 하긴 중원대장군이나 병부시랑이란 놈들이 그 모양이니 졸개들은 오죽하겠어?”
소불은 군부의 핵심인물들까지 거론하며 비난한다. 그 정도면 남로군 장수들이 화를 낼만도 한데, 오히려 두려워하는 눈치다. 이때 막 황만호가 찻집으로 들어온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는 바닥에 쓰러진 장수들을 보며 버럭 화를 낸다. 소불은 움찔하며 변명을 한다.
“야! 이놈들이 나한테 늙은 땡중이라고 했단 말이야.”
“뭐라고요? 형님을 늙은 땡중이라고 했어요?”
“그래. 그랬다니까.”
“이런 개새끼들을 봤나? 감히 나 황만호의 형님을 늙은 땡중이라고 해?”
소불에게 다가오던 만호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북로군의 장수들에게 달려가더니 다시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주먹이 아니고, 검집으로 뼈마디와 급소를 집중 가격한다.
“끄아악! 끄아악!”
비명소리가 소불이 때렸을 때완 비교가 안 된다. 북로군의 장수들은 한 대를 맞고 모두 기절한다. 하지만 두 번째 맞으면서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그렇게 반복해서 두들겨 맞는다.
“야! 그러다 죽겠다. 그럼 네 입장도 곤란할 수 있잖아?”
“형님은 자리에 가 계세요. 이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군부의 장수란 놈들이 일반인을, 그것도 스님을 욕하고 모욕 준 겁니다. 이건 황제폐하를 욕보이는 행위이며, 이런 걸 처벌하라고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동창입니다. 제가 그곳의 부장관이고요.”
“부장관이라고?”
“니미, 하필이면 동창이냐?”
“씨발! 좆 됐다.”
동창의 부장관이란 말에 쓰러져 있던 북로군의 장수는 물론이고, 남로군의 장수들도 깜짝 놀란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하지만 그들보단 만호가 몇 수 위다.
“참! 니들 요즘 바쁘다며?”
곧바로 핵심을 치고 들어온다.
“예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남로군 장수들의 책임자가 오리발을 내민다.
“후후후! 벌써 생까시면 안 되죠.”
“그게 아니라, 저희는 그냥 차를 마시러 온 것뿐입니다. 끄아악!”
책임자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왼쪽 귀를 붙잡고 비명을 지른다. 만호는 탁자 위의 젓가락 하나를 책임자를 향해 던졌고, 그게 그의 왼쪽 귀를 뚫고 나간 것이다.
“흐흐흐! 요즘 군부 놈들이 우리 동창을 완전 개돼지로 보는 경향이 있단 말이야. 그런 건 못 참지.”
만호는 이번에는 맨손으로 남로군 장수들 속으로 파고든다.
빠아악!
그는 왼발로 장수들의 무릎을 모두 분질러 버린다.
“끄아악! 꺄아아악! 내...내무릎! 안 돼! 크아아아악!”
순식간에 다섯 명의 장수들이 무릎을 붙잡고 비명을 지른다.
“형님! 저놈이 우리보다 생사무를 더 자연스럽게 펼치는 것 같지 않소?”
소불이 무불통지에게 묻는다.
“네놈뿐만 아니라 나보다도 더 부드럽다. 니들 마지막 놈 무릎을 찰 때 저 놈이 자연무예를 펼치는 거 봤니?”
“예에? 저 놈이 벌써 자연무예를 배웠단 말이오?”
“니들은 얼마나 익혔냐?”
“저희야 이제 겨우 기초를 배우고 있습니다.”
“배운 지 일 년 반 정도 밖에 안 됐습니다.”
“그건 저 놈도 비슷할 거야. 근데 우리보다 더 능숙하게 펼친다는 거야. 그것도 생사무와 함께.”
“큰일났습니다. 무공도 우리보다 뛰어나고, 성질도 더러운 데다 대형과도 가까우면 우린 앞으로 저놈을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어떡하긴? 꼬리를 내려야지.”
“우리가요?”
“형님, 우린 흑백쌍마예요. 흑백쌍마!”
“고금제일의 악마란 소리를 들었단 말입니다. 근데 저런 꼬맹이한테 꼬리를 내리라고요?”
“그건 난 모르겠다. 다만 그러다 대형한테 걸리는 날엔 어떻게 되는지 알지? 대형은 지금 니들이 개과천선했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시다. 근데 아직도 스스로를 흑백쌍마에 고금제일의 악마라 생각하고 그 시대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 아시면... 으으으으! 니들이 어떻게 될지 난 감히 상상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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