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35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35
“아..아니에요. 저한테 묻고 싶은 게 있잖아요?”
“후후후, 미안해서 어쩌나? 더 이상 알고 싶은 게 없는데.”
“그래요? 난 여러분이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여러 개를 준비했는데. 실망이에요.”
머리가 땅바닥에 부딪혀 피가 계속 흘러내리는 데도 성녀는 다시 정신을 차린다. 오히려 여유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
“......?”
순간 태허를 비롯한 형제들이 말문이 막힌다.
“헐헐헐! 우리 성녀께서 제법 많은 걸 준비하신 모양이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최고참인 태허다. 그는 순간 형제들에게 전음을 보낸다.
‘계획대로 한다.’
뒤이어 성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호호호! 겨우 피라미를 잡는데 여러 개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헐헐헐! 완전히 속았군. 속았어.”
“호호호! 그래도 한 살이라도 더 먹었다고 눈치가 빠르군. 헌데 어째 날 아는 것 같다.”
“글쎄? 알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근데 난 원래 여자 보는 눈이 까다로워서 너 같은 호박꽃은 안 키운단다. 요즘은 사창가 손님들도 꽤 여자 보는 눈이 까다롭거든.”
태허는 처음부터 자극적인 말을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성녀는 사창가에서도 받지 않을 만큼 못 생겼다는 것이다. 세상이 이런 말을 듣고 흥분하지 않을 여인은 없다. 그런데도 성녀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후후후, 내가 누군지 알면 살려 주렸더니 안 되겠다.”
“쯧쯧쯧, 역시 나이가 들면 총기가 떨어진다더니 할망구가 딱 그 짝이군.”
일초가 끼어든다.
“무슨 뜻이냐?”
“우리 형님이 할망구를 모른다고 한 적이 없는데, 할망구가 오해하는 것 같아서 한 말이야.”
“그 말은 너도 날 알고 있다는 뜻이냐?”
“후후,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군. 하긴 그 나이가 되면 가끔 정신이 나갔다 돌아오기도 하지.”
“저...정말 나를 안단 말이냐?”
“이거야 원? 내가 평소 그렇게 신망이 없었나? 할망구, 나 일초살수야. 일초살수! 사람들이 날 싫어할지 몰라도 내 말이라면 진저리를 치면서도 믿는다고. 내가 오늘 중으로 죽인다고 하면 반드시 자정이 되기 전에 그 인간의 목이 떨어졌거든. 근데 할망구가 뭔데 내 평생 쌓아올린 신뢰성을 무시해?”
“쯧쯧쯧, 멍청한 놈! 네놈이 그렇게 말하니까 할망구가 니 말을 못 믿는 거야?”
“뭔 소리요? 내가 어때서요?”
“너 정말 저 마귀 할망구가 누군지 알긴 한 거야?”
“이거 왜 이러시오? 저 할망구는 내가 형님보다 먼저 알아 봤소이다.”
“이놈아, 이름만 알면 뭐하냐? 저 할망땅구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알아야지.”
“말씀은 그럴싸한데... 그러니까 저 할망구 이름이 요괴마녀(妖怪魔女)인데, 아니지. 아니야. 그건 별호이고, 이름이 청미였고, 나이는 아마 지금쯤 백오십은 됐을 테고, 아미파 출신으로 한 때는 정파 최고의 고수이자. 고금제일의 여고수로 알려졌었지. 제가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인데. 다른 것도 있소?”
“아이고, 머리야! 이래서 교육이 문제라는 거야. 아무리 머리가 좋고, 열심히 하면 뭐해? 제대로 된 내용을 가르쳐야지. 이놈아, 너도 문제야.”
“내가 요?”
“그래. 이놈아!”
“뭐가 문제란 거요?”
“니가 요즘 입만 열면 대문파 제자들에 대해서 욕하는 게 뭐냐?”
“그거야 창의력이 부족한 거죠. 선배들이 가르쳐 주는 걸 외우기만 하니 자기 색깔의 무공을 펼치는 무림인이 사라지고 있죠. 자..잠깐! 그러니까 내가 알고 있는 요괴마녀에 대한 지식이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는 건가요?”
“당연하지. 천하제일의 걸레였고, 정파가 아닌 사파제일의 악녀였다.”
“근데 어떻게 선녀처럼 포장돼서 알려진 겁니까?”
“그거야 승자들이 정보를 조작해서 후배들에게 주입한 거지.”
“하하하하! 이러다간 나도 세월이 지나면 일초살수가 아니라 정의의 사도, 백의서생으로 포장될 수 있겠군요.”
“이제야 알겠냐? 저 할망구가 백 년 전에는 하루에 한 명씩 사내들을 잡아먹었다. 기운을 빨아먹은 거지. 근데 초일에게 꼬리를 흔들고, 그 기운을 넘겨주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야.”
부르르르르르....!
무불통지와 일초가 대화하는 동안 성녀의 몸은 바람에 사시나무가 흔들리듯이 떨린다. 겁이 나서가 아니라 너무 놀란 탓이다. 세상에 황제와 초일의 핵심 세력을 제외하고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그녀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무불통지 태허를 쳐다본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차분하게 말한다.
“글쎄? 어차피 우릴 모두 죽일 거잖아?”
“호호호! 조금 전까진 잠시 데리고 놀다가 죽이려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너처럼 잔머리를 잘 굴리는 놈들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말썽을 부리거든.”
“그런데 그런 걸 왜 물어? 우리도 대답할 이유가 없고.”
“호호호!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럼 잘 가거라.”
성녀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연무예를 펼친다. 백오십 년 전에 무림제일의 여고수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니 지금 무공 수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녀가 공중으로 뛰어오르자 지붕은 산산조각이 나면서 사방으로 흩어지고, 자연의 기운은 순식간에 모여들이 몸속으로 사라진다. 무불통지의 형제들은 내력을 사용해서 간신히 버틴다.
우우우우우우....!
불과 일다경 만에 존애원 면적 중 반 정도의 기운이 사라지면서 모두 회색으로 변한다. 그게 모두 성녀의 몸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으으으으으으...!”
무불통지 태허의 형제들은 모두 전신에 비처럼 땀을 흘리면서 신음소릴 낸다. 간신히 버티고 있단 증거다.
“타핫! 이이엽!”
성녀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몸속에 들어온 기운은 태허 형제들을 향해서 날려 보낸다.
태허와 형제들은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한꺼번에 날아가서 장원의 담벼락에 부딪혀 꼼짝을 못한다. 누가 봐도 숨이 끊긴 것처럼 보인다.
“호호호! 건방진 새끼들! 속이 다 시원하네. 나에 대한 얘기는 영원히 미담으로 끝나야 한다.”
성녀는 혹시라도 자기에 대한 얘기가 퍼져 나갈까봐 태허 일행을 한꺼번에 죽인 것이다. 이때 뒤쪽에서 사람들의 움직임과 목소리가 들려온다.
“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모두 죽이냐?”
“사부의 명을 잊진 않았겠지?”
목소리의 주인공은 두 명으로 그 옆에 다섯 명의 노인들이 서 있다. 그 뒤로 엄청난 숫자의 복면인들이 계속 몰려든다. 처음부터 존애원 주위에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흥! 사형들은 내가 일부러 죽였다고 생각해요?”
“글쎄? 그건 너만이 알겠지.”
“사형들은 저놈들 때문에 대업이 얼마나 늦춰졌는지 모르세요? 모두 방심을 하다가 당한 거였어요.”
“그래도 사부가 모두 산 채로 잡아오라고 했잖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상황 설명을 할 테니까.”
“근데 말이야? 태허란 놈이 한 말은 사실이냐?”
“삼 사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성녀는 나이가 제일 많은 노인의 말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속으론 화들짝 놀란다.
‘설마 늙은이가 들었단 말이야? 적어도 오백 장 이상 떨어져 있었는데.... 흠! 대사형의 말이 맞았다. 늙은이들의 무공이 그 동안 배 이상 늘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무슨 걸레란 말도 나오고, 누군지 모르지만 악녀라고 하던데.”
“호호호호! 삼 사형도 이제 가는귀가 먹었나 봐요. 얘기는 제대로 들어야죠. 그런 말이 나온 건 사실이에요.”
“그럼 그 얘기가 너에 대한 것이 아니란 말이냐?”
“바로 그거예요. 놈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형제들 중에서 그런 여자가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상당히 놀랐어요. 우리 열 명의 사형제들 중에서 여자는 저와 일곱 째 언니, 둘 뿐이잖아요?”
아마 노인들과 같이 있는 여인이 일곱 째인 모양이다.
“뭐..뭐라고? 네년이 감히 나더러 걸레라고 하는 거냐?”
성녀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일곱째 여인이다. 성녀는 열 번째이자 막내다. 그 정도로 이들은 나이가 많고 고수이다.
“그건 내가 아니라 저 어린 도사 놈이 언니를 걸레이자, 악녀라고 한 거예요. 그래서 손에 힘이 들어가 저도 모르게 살인을 한 거고요. 상황이 이 정도면 오히려 언니가 제게 고맙다고 해야죠. 안 그래요?”
“흥! 네년이 발뺌을 한다고 우리가 모를 줄 아느냐? 아무리 네년이 네 얘기를 조작해서 퍼뜨려도 결국엔 세상 사람들도 다 알게 된다는 걸 명심해라.”
“호호호호! 만약 그런 소문이 들리면 모두 오라버니들과 언니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겠어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네년이 지금 대사형을 믿고 겁박하는 거냐?”
“사부를 믿고 제게 먼저 시비를 건거는 사형과 언니예요. 만약 여기서 결판을 내겠다면 전 흔쾌히 받아들이겠어요.”
그렇다. 이들은 모두 가짜 황제의 제자들이다. 분위기로 봐선 초일이 대사형인 것 같다. 결국 사형제들이 가짜 황제와 대사형을 두고 두 패로 나눠져 대립하는 형국이다.
“너 혼자서 우릴 상대하겠다고?”
“호호호! 정말 웃기는 양반들이네. 자기들은 몰려다니고, 난 혼자 왔을 거라 생각하는 근거는 뭐야?”
“뭐..뭐라고? 그럼 이 사형도 왔단 말이냐?”
삼 사형이란 노인은 깜짝 놀라며 주위를 살핀다. 이때 공중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후후후! 뒤통수는 네놈들이 먼저 쳤다는 걸 잊지 마라. 쳐라!”
“이.. 이 사형! 그건 오해요. 오해! 마..막아라!”
삼 사형이란 자는 황급히 소리치다 몸을 뒤로 날린다. 동시에 같이 온 형제들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공중에 있던 세 명의 노인과 성녀가 가세하자 장원 전체가 흔들린다. 삼 사형 일행이 자연 상태로 돌려보낸 기운들이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다시 성녀 일행의 몸속으로 들어오더니 장원 밖의 기운까지 흡수된다. 이때 새로운 변수가 발생한다. 삼 사형의 뒤쪽에 집결해 있던 복면인들이 일제히 성녀 일행을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여섯째와 막내가 막아라.”
두 사람이 화살을 막자 점차 기운은 균형을 이뤄간다. 성녀 일행을 향해 움직이던 자연의 기운이 삼 사형 일행의 몸속으로 조금씩 빨려 들어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화살이 더 이상 날아오지 않자 양쪽의 기세가 거의 균형을 맞춘다.
“쳐라!”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양측이 동시에 소리치며 두 개의 기운이 서로를 향해서 집중된다.
꾸아아아앙! 쾅! 쾅! 쾅! 쾅! ....
5:4의 대결에서 기운은 팽팽하게 맞선다. 수적으론 삼 사형 쪽이 유리하지만, 이 사형의 자연무예에 대한 조예가 워낙 깊어서 공중에서 충돌하면서 서로 뒤로 튕겨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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