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31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31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를 봤나? 미홍이 고년이 그렇게 가르치더냐?”
“예에? 누님을 아십니까?”
“내가 늙은 도사 놈과 결혼한다는 그 년을 어떻게 안단 말이냐?”
태허도장은 이미 미홍과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다. 무진이 증인이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한다.
“무불통지라면..... 혹시 ‘피의 집행자’라는 그 분이십니까?”
“지랄하네. 점쟁이라더니 이젠 아예 살인마로 만들어?”
“자..잠시만 요? 그럼 홍이 누님과 결혼하신다는 분이 바로...”
“미친 놈. 일찍도 깨닫는다. 후후후!”
“죄..죄송합니다. 근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러는 넌 어쩐 일이냐?”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전 황명으로 수호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멍청한 놈! 지금 니가 그런 거나 찾고 다닐 때냐?”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이 자식 이거 시치미를 떼는 거야, 아님 정말 모르는 거야?”
“짐작은 하고 있지만 자세히는 모릅니다. 어르신이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흠! 자세는 좋군. 너 최근에 완전히 정상적인 사내가 됐지?”
“예에? 예. 그렇게 됐습니다.”
“그럼 장가도 가야겠네.”
“그렇죠.”
“동창에 있으면서?”
“으음! 그건 좀....”
“이참에 동창을 정리해라.”
“동창을 요?”
“그래. 그런 다음 금의위로 옮겨.”
“금의위엔 준이가 있는데...”
“일단 그 놈을 통령을 만든 다음 승상부로 보낼 거야.”
“그럼 통령은 요?”
“그놈은 군부로 갈 테고.”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헌데 제가 여쭙고 싶은 건 그게 아닌데.”
“수호기는 네놈이 아니라도 찾을 사람이 많다.”
“그 말씀은 수호기가 누구 손에 있단 걸 아신다는 겁니까?”
“이 자식이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네.”
“아, 죄송합니다.”
“내가 널 부른 건 할 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절 부르셨다고요?”
“그럼 네 놈 스스로 여길 왔다고 생각하니?”
“.....”
만호는 태허의 말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 “되지도 않는 잔 머리 굴리지 말고, 지금 즉시 쫄따구들을 데리고 부곡(釜谷)으로 가라.”
“부곡엔 무슨 일이 있습니까?”
“거기에 북로군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다.”
“부곡이라면 북경에서 이백 리 밖에 안 떨어진 곳인데, 수호기도 없이 병력이 움직였단 말입니까?”
“아직은 북로군의 핵심인물에 불과하다.”
“누가 소집한 겁니까?”
“황제!”
“예에? 폐하께서 북로군을 요?”
“그래.”
“그럼 아무 문제가 없잖습니까? 아얏!”
순간 곰방대가 황만호의 머리를 강타한다.
“왜 이러십니까?”
“그러고도 네놈이 동창의 부장관이냐?”
“어르신! 저한테 묻지만 마시고 설명을 좀 해주세요. 무불통지는 제가 아니라 어르신입니다.”
“어르신? 이 새끼가 정말! 내가 그렇게 늙었냐?”
“그..그게 아니라...”
“너 대형의 나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지?”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 분은 형님이고, 난 어르신이냐?”
“아! 죄송합니다. 만호가 형님을 뵙습니다.”
그제야 황만호는 태허의 의도를 눈치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 나도 동생을 만나서 반갑다.”
“근데 부곡엔 저 혼자 가는 겁니까?”
“당연히 아니지. 저놈들을 좀 데리고 가자.”
태허는 고개를 움직여 반대편 골목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구경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절 부르신 겁니까?”
“너 어째 말투가 조금 거친 것 같다. 그래서 불만이냐?”
“그건 아니지만.... 전 지금 공무수행중입니다. 아얏!”
다시 곰방대가 황만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왜 이러십니까? 저도 이제 맞을 나이는 아닙니다.”
“어쭈! 그래서 한 번 해보자는 거야”
“그..그게 아니라. 맞을 때 맞더라도 설명을 해주셔야죠?”
“흐흐흐, 그래서 가짜 황제한테서 받은 명령도 공무수행이라고 하는 거냐?”
‘예..에에?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가짜 황제라뇨?’
황만호는 갑자기 말을 전음으로 바꾼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이라지만 황제와 관련된 일이라 극도로 조심한다. 하지만 무불통지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딱 한 번만 묻는다. 너 정말 황제가 가짜란 걸 몰랐냐? 똑바로 대답해라.”
“으음! 그건.... 사실 의심은 했습니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놈이 놀라는 척을 해?”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습니까?”
“으음!”
태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만호의 말을 인정한다.
“그 때문에 황후와 황세손이 황궁을 빠져나간 겁니까?”
“알면서 뭘 물어?”
“어디서 많이 본 분들인데...”
그 사이 황만호는 건너편에서 사람들과 뭔가를 열심히 얘기하는 두 노인을 보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니, 저 분들은 흑백쌍마가 아닙니까? 그럼 저 분들도 형님, 아니 우리와 같은 형제입니까?”
“안 그러면 내가 왜 데리고 다니겠냐?”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생각만 해도 머리가 찌근댄다. 하여튼 지금부턴 네가 인솔책임자니까 알아서 해라.”
“인솔책임자요? 형님들이 계신대 어떻게 동생이 책임자가 될 수 있습니까?”
황만호도 상대방을 확인하곤 발뺌을 한다. 하지만 태허가 누군가? 발을 빼기에는 이미 늦었다.
“내가 이미 말해 놨다. 향후 모든 일정은 동창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만약 네가 오리발을 내밀면 그 뒷감당은 전적으로 너와 동창이 해야 된다는 걸 잊지 마라.”
“그럼 형님은 빠지시고 저 더러 저 두 분을 책임지란 말씀입니까?”
“야! 지난 보름 동안 나 혼자 저 인간들을 감당했다. 근데 몇 시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 책임을 못 지겠다고? 그러고도 니가 날 형님이라고 불러?”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저 분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만약 사고라도 치는 날에는 제가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네가 잘 몰라서 그런데, 저놈들이 과거의 흑백쌍마는 아니다. 대형을 만나서 개과천선을 했고, 이름도 대소쌍불이라고 바꿨다.”
“후후후! 제가 알기로 형님의 별호가 ‘피의 집행자’이자 ‘주유전사’에 ‘고금제일지’입니다만.”
“별호는 왜?”
“갑자기 형님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서요.”
“너 지금 나 염장 지르는 거지?”
“그게 아니라 제가 알기론 형님이 쌍불 형님들보다 연세도 많으시고, 명성도 더 높으신데 쩔쩔매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럽니다.”
“그러니까 네가 조금만 도와달라는 거잖아?”
“알겠습니다. 대신 모든 걸 제 방식대로 하겠습니다.”
“그건 니가 하고픈 대로 해라.”
“흐흐흐, 알겠습니다.”
황만호는 무슨 꿍꿍이 속인지 음흉하게 웃는다.
“진수 말대로 시원시원해서 좋구나.”
“후후, 역시 형님이 절 놀리신 거군요.”
진수는 만호와 친구 사이고, 태허는 진수로부터 만호에 대한 정보를 다 듣고 왔다.
“세상에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없다. 너에 대해서 진수와 무려 반나절을 얘기했다.”
“하하하! 정말 무섭습니다.”
“진수가 너 잘 봐달라고 용돈까지 두둑하게 주더라. 역시 친구는 좋은 것이여.”
“하하하! 그랬군요. 근데 쌍불 형님들은 뭘 하시는 겁니까?”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봐라.”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저기 찻집에서 쉬고 계십시오. 이건 제가 드리는 용돈입니다.”
황만호는 품속에서 작은 돈주머니를 꺼내 태허에게 건넨다.
“이야! 이제야 나도 형님 대접을 받는구나. 저 새끼들은 입으론 형님, 형님 하면서 지들이 형님 행세를 하고 말이야. 아이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흔들린다.”
태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를 정리하고 찻집으로 향한다. 한편 황만호는 길 건너편으로 가면서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낸다. 그러자 시장 곳곳에 숨어 있던 동창의 무사들이 움직인다.
“모두 동작 그만!”
그는 대소쌍불 가까이 가면서 소리친다. 순간 오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작을 멈춘다.
“우린 동창이다! 지금부터 움직이는 자는 반역자로 처단될 것이다.”
“도..동창이다!”
“튀..튀자!”
일부는 곧바로 도주를 시도한다. 하지만 동창 무사들에게 막혀 빠져나가질 못한다.
“만약 한 발자국만 움직여도 네놈들의 목은 시장바닥을 굴러다닐 것이다.”
만호는 검을 뽑아서 도주하는 자들의 목을 겨눈다.
“아..아이고. 나리! 우린 그냥 야바위꾼에 불과합니다요. 한 번만 봐 주십시오. 하루 종일 해봐야 열 냥도 채 벌지 못합니다.”
그렇다. 이들은 시장 상인과 손님들을 대상으로 노름판을 벌이는 야바위꾼들이다.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 시장 통에 세외오천의 간자들이 숨어들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가..간자라뇨? 저흰 십 년 가까이 여기서 일을 해왔습니다요.”
야바위꾼은 간자란 말에 더욱 긴장한다.
“그거야 조사를 해보면 알겠지.”
이때 대소쌍불이 나선다. 그 중에서 키가 큰 대불이 먼저 나선다.
“아이고, 동창 나으리!”
“영감님은 가셔도 좋습니다.”
“그게 아니라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오. 어떡합니까? 제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
“뭐가 그렇게 궁금하시오?”
“다른 게 아니라 간세와 같은 중요한 정보는 제보자의 신분이 믿을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렇죠?”
“그렇습니다. 충분히 믿을 만한 분이고, 영감님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야 그렇지만....”
만호의 설명에도 대불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누군지 궁금하세요?”
“아까도 말했지만 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오.”
“참 독특한 성격이시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동창과 엮이는 게 싫어서 궁금해도 피하는데... 좋습니다. 영감님의 정성을 봐서 말씀드리죠.”
“고맙소.”
“하지만 듣고 나면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은가요?”
“물론이오. 이 사람에게 후회란 없소.”
“후후후! 그러시니 편안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에게 제보한 분은 이름이 무진이라고 합니다. 그분 말씀이 혹시라도 자신의 동생들이 실수로 황실에 누를 끼칠 수도 있으니 잘못하는 게 있으면 꼭 잡아다 동창 감옥에 잡아넣으라고 하셨습니다.”
“자..잠깐! 방금 누구라고 했소? 소불아! 너도 들었지?”
“그래.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무..무진이라고 분명히 말했어.”
“혹시 아시는 분인가요?”
“아..아니오. 첨 들어보는 이름이오. 근데 혹시 그 분에게서 연락이 오면 뭐라고 할 거요?”
“그거야 사실대로 말해야죠. 그 분이 말씀하시길 동생분들은 워낙 심성이 착해서 도박도 못하고, 술은 절대 마시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근데 여기 계신 분들 중엔 술을 드신 분도 없고, 돈을 잃은 분은 거의 없는 것 같군요. 이걸로 봐선 동생분들은 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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