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25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25
“못 들었소? 동굴이 밑으로 연결돼 있다고. 정말 이곳이 거대한 수로와 연결됐다면 깊이 엄청날 텐데, 거길 간단 말이오?”
“그럼 어떡하자고?”
“그냥 나갑시다. 이젠 놈들도 우리가 죽었다고 생각할 거요.”
“후후! 그럼 가짜대장군은 어떻게 잡으려고?”
“그거야 뭐....‘
“왜, 또 소란을 피워서 잡으시게?”
“그럼 사형은 뾰족한 수라도 있소?”
“있지.”
“있다고요?”
“그래. 네가 말한 대로 하는 거야. 여길 물바다로 만들면 놈들은 정신이 없을 테고, 그때 그 놈을 처리하는 거지. 실종돼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 얼마나 좋아?”
“참 쉽게 말한다. 생각을 해보시오. 이런 강풍을 만들 정도면 수로의 수량이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날 거요.”
“그러니까 좋은 거지. 만약 성공한다면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중원대장군부를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다 좋은데 그렇게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오.”
“쯧쯧쯧, 그거였냐? 이놈아, 우리가 언제 그런 거에 연연했니? 수련할 때마다 목숨을 걸지 않은 적이 있었어?”
“그야 그렇지만.. 그래. 까짓것 하면 하는 거지 뭐.”
“잘 생각했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봐라. 우리가 그 동안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수련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오른 거야.”
“그건 인정하오.”
“가자!”
태민이 그 자리에서 공중으로 몸을 날린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바람을 따라서 안쪽으로 날아간다.
“야! 하늘을 나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누가 들으면 날지도 못하는 줄 알겠다.”
“그거야 내 힘으로 나는 거고, 이건 자연의 힘이잖소?”
“자연의 힘? 자..잠깐!”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태민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뭔 일이요?”
“방금 네가 한 말 때문에 그래.”
“뭔 말이오?”
“자연의 힘.”
“그게 왜요?”
“우린 자연무예를 배웠지만, 자연의 기운을 이용할 뿐 기존의 무공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죠. 근데 그게 무슨 문젠가요?”
“자연무예면 기운뿐만 아니라 무공도 그게 걸맞은 걸로 사용해야지.”
“뜬구름 잡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해보시오.”
“방금 네가 말한 것처럼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인 뒤 그걸 이용해서 하늘을 날 게 아니라, 바로 자연 상태의 바람을 이용해서 날아다니는 거지.”
“굳이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이용한다?”
“그렇지.”
“제법 그럴싸한데요? 근데 지금이야 바람이 워낙 강하니까 가능하지만 바람이 미약한 상태에서 그걸 이용하려면 어떻게 하죠? 자연의 기운도 이용하지 않으면서 말이오.”
“그거야 앞으로 연구를 해봐야지. 일단 이것부터 부딪혀 보자.”
“좋소.”
그렇게 두 사람은 바람을 타고 계속 안쪽으로 날아간다.
“어..엄청나게 기네.”
“그것도 끝이다. 저길 봐.”
동굴은 칠흑 같은 암흑 상태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낮처럼 환하게 볼 수 있다. 자연의 기운을 이용한 게 아니라 자연에 빨리 적응했기 때문이다.
“정말 동굴이 밑으로 꺾어졌소.”
“조심해라!”
“우우웃!”
“허억!”
갑자기 두 사람의 몸이 밑으로 툭 떨어지며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간다.
“바람이 하자는 대로 몸을 맡겨라.”
태운이 바람에 저항하자 태민이 한 말이다. 그는 벌써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바람이 얼마나 빠른지 알고 그런 소릴 하는 거요? 근데 지금 어디에 있소? .... 사형!”
태운은 태민이 안 보이자 투덜대다 소리친다. 약간 당황한 눈치다.
“괜찮다. 사형을 믿고 그대로 해봐라.”
“사형을 믿으라고? 그거야 내가 잘 하는 거지. 갑니다!”
태운은 사형이란 말에 그대로 바람에 몸을 맡긴다.
“우우웃! 이놈의 동굴은 어디까지 연결된 거야? 허억!”
태운의 몸은 밑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옆으로 이동한다.
“이건 또 뭐야? 사형!”
그제야 태민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옆에서 이동하고 있다. 태민은 공중에 가부좌를 틀고 마치 명상을 하듯이 편안하게 앉아 있다.
“견딜만 하지?”
“그렇긴 하지만 그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거요?”
“자연무예를 믿기 때문이지.”
“그 말은 사형이 자연의 기운과 한 몸이 됐다는 뜻이오?”
“그건 너무 거창하고, 자연의 기운을 조금 이해한 것 같아.”
“나도 이해는 하는데 왜 무섭기만 하지?”
“후후후, 너도 곧 그렇게 될 거야.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태민은 사제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격려한다.
“우웃! 더 빨라졌소.”
“공기의 흐름이 바뀐 거야.”
“그게 느껴지오?”
“별거 아니다. 너도 알고 있는 거니까. 인식을 못했을 뿐이다. 몸으로 느껴봐라.”
사형의 설명대로 태운은 생각을 멈추고 바람을 몸으로 받아들인다. 그러자 미세하게 바람의 다양한 성질이 느껴진다.
“으음! 무슨 말인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소. 바람의 결이 느껴지오.”
“하하하! 역시 우리 운이다. 지금은 어떠냐?”
“진동이 느껴지오.”
“그래. 바람에 습기가 많은 것이 물이 가까워진 것 같다.”
“돌풍이 일어나는 것 같소.”
“방향이 바뀐다는 징조다. 우웃!”
“허어엇!”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갑자기 두 사람의 몸이 다시 위로 올라간다.
“대체 수량이 얼마나 되기에 위로 빨아들이는 걸까요?”
“그거야 곧 만나보면 알겠지. 문제는 우리가 이 물의 흐름을 들어온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거다.”
“물의 힘으로 새로운 수로를 만드는 건 어떻습니까?”
“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문제지.”
“다시 흐름이 바뀌고 있소.”
“물이다!”
두 사람은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러자 속도가 더 빨라진다.
“저기다!”
태민은 사제의 손을 잡고 살짝 다리를 움직여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인다.
파팟!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동굴 벽면에 움푹 파인 공간으로 몸을 숨긴다.
“이런 곳은 언제 봤소?”
“마음이 편하면 사물이 좀 더 잘 보이는 법이지.”
“쯧쯧, 내가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죠? 영감탱이 같다고.”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뭐.”
“그래도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 겠소?”
“후후후, 농을 하는 걸 보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진 모양이다.”
“그런가? 히히히! 사형이랑 같이 있으면 항상 마음이 편하오. 조금 색다른 상황이라 잠시 당황했을 뿐이오.”
“저기 보이냐?”
태민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킨다.
“저게 뭐요? 물인 것 같은데..... 허억! 저게 모두 물이란 말인가?”
태운의 눈에 드러난 동굴은 마치 황하처럼 거대한 수로이다. 동굴 벽과 천정이 안 보일 정도로 수로가 넓고 방대하다. 물의 흐름도 엄청나게 빨라 한 번 휩쓸리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너무 조용하지 않소?”
이 정도의 수량이면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워야 한다. 근데도 물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바람소리에 묻혀서 그런 것 같다.”
“어떻게 할 생각이오?”
“계획대로 해야지.”
“사형은 이 물줄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우리가 들어온 동굴의 폭은 수로의 1/100, 아니 1/1000도 안 될 거요. 불가능하오.”
“더구나 우리가 들어온 동굴은 수로의 빈 공간이라 물길이 저절로 바뀌진 않을 거야.”
두 사람이 들어온 동굴은 수로의 윗부분인 바람이 지나가는 곳에 있다. 그래서 물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 그런 소릴 하는 거요?”
“운아! 무당 시절을 생각해봐라. 그때 우리가 지금처럼 자연무예를 배우고 펼칠 수 있을 거라 믿었니? 아니, 상상이라도 했어?”
“으음!”
“물론 이 거대한 물줄기의 방향을 짧은 시간 내에 바꾼다는 건 정말 어려운 문제야.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생각해둔 거라도 있소?”
“네가 말한 방법대로 해볼 생각이다.”
“내가 말한 거라뇨?”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
“뭔 소리요? 저 물과 하나가 된다는 건 그대로 떠내려간다는 건데 어떻게 물줄기를 바꾼단 말이오?”
“만약에 말이다. 우리가 저 물을 갑자기 멈추게 하면 어떻게 될까?”
“물과 하나가 된다면서요?”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흐르는 물을 멈추게 한다는 거요?”
“물의 기운을 이용하는 거지.”
“으음! 물의 기운을 이용해서 천정을 무너뜨린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러다 천정이 완전히 무너지고 수로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요?”
“북경 시내가 강으로 변하는 거지.”
“그것도 볼만 할 것 같은데, 희생자가 많이 생기면 곤란하죠.”
“그거야 우리 능력에 달렸지. 그리고 한 번에 끝내지 못하면 우리도 위험해진다.”
물줄기를 바꾸는 것과 두 사람이 빠져나가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만약 한 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은 물속에 갇힐 수도 있다.
“그래도 현재로선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소.”
“좋다. 최대한 물의 기운을 모았다가 한 번에 천정으로 집중시켜야 한다.”
“으음!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 중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소.”
“그만큼 성공만 한다면 발전도 있을 거야.”
“잘못되면 영영 수로에 갇힐 수도 있고.”
“후후후! 그래도 긴장하진 않네.”
“사형과 함께 하는데 뭐가 두렵겠소?”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구나. 장가가고 자식을 낳아도 그 맘 변치 않길 바란다.”
“나야 원래 일편단심(一片丹心)인데, 사형은 어떨지 모르겠소.”
“난 대형이나 사부께 평생 널 돌보라는 명을 받았기 때문에 변할 수가 없단다. 한 마디로 코가 꿰인 거지.”
“후후후! 그래서 내가 귀찮소?”
“귀찮다고 하면 그 동안 우리가 지내온 시간들이 허무하지 않겠니? 난 너랑 보낸 지난 시간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하하하! 지금까지 사형이 한 말 중에서 최고로 마음에 듭니다. 저도 사형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 사람은 마치 유언이라도 하듯이 말을 한다. 그렇게 서로가 한참을 쳐다보다 수로를 보며 자세를 잡는다.
“운아! 최대한 물이 네 자신이라고 생각해라. 그리고 기운을 받아들이지 말고 물의 기운을 모두 천정의 빈 공간에 집중해야 한다. 최대한으로.”
“알았소. 마지막 결정은 사형이 하시오.”
“그래. 시작하자!”
“예!”
두 사람은 가부좌를 틀고서 정신을 물줄기에 집중시킨다. 그렇다고 별다른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시진이 지났음에도 외관상으론 그대로다. 다만 두 사람이 앉은 곳과 그 아래쪽의 물 색깔이 달라진다. 위쪽이 맑은 빛을 함유하고 있다면, 아래쪽의 물은 점점 흐려져 검은색으로 변한다. 아래쪽의 물이 빛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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