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83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83
“이름은 ‘자비’라고 합니다. 소림에 가셔도 이것보다 더 뛰어난 영약은 구하기 힘들 겁니다.”
“예에, 그 말씀은 이게 소림의 대환단보다 효능이 뛰어나단 말씀입니까?”
“하하하! 그 얘기가 퍼져나가면 부인을 치료하기도 전에 소리 없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까?”
“그..그건 안 됩니다. 절대로!”
집사는 그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상자를 황급히 품속으로 갈무리한 다음 앞장선다.
“대신 한 시진뿐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집사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선지 장원을 빙 돌아서 일행을 사의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그곳은 작은 별원이다.
“이곳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는 일행을 입구에 기다리게 하고는 혼자서 안으로 들어간다.
“어르신, 집사입니다.”
그는 방문 앞에서 사의를 부른다.
“무슨 일이냐? 장주가 날 찾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럼 규칙을 어기고 네놈 마음대로 내 영역을 침범했단 말이냐?”
사의는 버럭 화를 낸다. 규칙이란 장주가 그를 찾거나 사의가 부르기 전엔 아무도 별원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녀들조차도 아침에 잠시 들어와 청소와 식사를 준비하는 게 전부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무슨 소리냐? 내가 여기 있단 걸 아는 자가 있단 거냐?”
“예. 그분은 어르신께서 이런 게 필요하실 거라 했습니다.”
집사는 품속에서 소영단이 들어 있는 상자를 꺼내더니 ‘자비’를 빼고 껍데기만 방안으로 던진다.
파앗!
상자는 방문을 뚫고 들어가 사의의 손에 들어간다.
“이건 상자가 아니더냐? 험! 험! 이게 무슨 냄새지? 이...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이걸 네게 준 사람이 날 찾아왔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럼 뭐하느냐? 당장 안으로 모시지 않고?”
“알겠습니다.”
“자..잠깐!”
집사가 몸을 돌리려는 그때 사의가 부른다. 순간 집사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혹시 장주가 이 일을 알고 있느냐?”
“아닙니다. 평소 제가 알고 있는 분이라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 그럼 지금이라도 가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아..아니다. 앞으로도 장주에겐 함구해라. 알았느냐?”
“알겠습니다.”
파파팟!
집사의 대답과 동시에 방안에서 종이가 한 장 날아와 그의 옷자락에 꽂힌다.
“으음!”
종이는 무려 금화 천 냥짜리 전표다. 입막음용으론 엄청난 금액이다.
“감사합니다. 영원히 함구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집사는 밖으로 나온다. 한편 방안엔 사의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다.
“사의! 그게 뭔가요?”
바로 월향이다. 그녀는 화약 폭발 당시 내상을 입어 사의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자넨 몰라도 되네.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그 분께 제가 본 대로만 말씀을 드리지요.”
“뭐라고? 네년이 정녕 죽고 싶은 게냐?”
“호호호! 내가 지금 당신한테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우습게 생각하는 건가요? 내가 잘못되는 순간 당신은 영원히 우리 매화회의 주적이 됨을 명심하세요.”
“으음! 교활한 년. 좋다. 비밀을 지킨다면 설명을 할 뿐만 아니라 일부 혜택을 주도록 하마.”
“혜택은 나중에 얘기하고 무엇인지부터 말하세요.”
“오냐. 어차피 한 배를 탔으니 이것도 공유해야겠지. 이 상자에서 나는 냄새로 판단해보면 여기에 들었던 물건은 최소한 대환단에 버금가는 영단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다.”
사의는 명의답게 상자만으로도 소영단 ‘자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다.
“뭐..뭐예요? 방금 대환단이라고 했나요?”
“믿고 안 믿고는 내 알바 아니고. 날 찾아온 자를 잘만 구슬리면 우린 무림의 절대고수가 될 수 있다.”
“음! 좋아요. 현재로선 당신이 날 죽일 이유도 없고, 또 거짓말을 해서 얻을 이익이 없으니 믿어보죠. 대신 사실로 드러나면 그 몫의 반은 제 거라는 걸 잊지 마세요.”
“흐흐흐! 그건 곤란하지 7:3. 그 이상은 곤란하다.”
“좋아요. 6:4까지는 양보하죠. 당신의 힘으로 얻은 것이니까.”
“영악한 년! 좋다. 시간이 없으니 그 정도로 만족하지.”
그때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온다.
“손님을 바깥에 세워둘 거요?”
일초의 목소리다.
“아, 미안하오. 들어오시오.”
드르르르륵!
문이 열리고 네 사람이 안으로 들어선다.
“이거 손님이 계신 줄을 몰랐소이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조충은 즉시 몸을 돌린다.
“아..아니오. 그건 오해요. 이 분은 저의 동료입니다. 저와 항상 비밀을 공유하고 있지요.”
사의는 손자뻘의 새까만 후배들에게 쩔쩔맨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허리를 숙이며 저 자세로 말한다.
“호오! 사의께서 매화회의 회주와 막역한 사이인 줄은 몰랐소이다.”
“뭐..뭐라고? 그걸 어떻게...”
“네놈들은 누구냐?”
월향도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친다. 하지만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군다.
쫘악!
“아악!”
“걸레 같은 년이 어디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조충은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인다.
“영감탱이, 넌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 우린 저 년에게 볼 일이 있으니까.”
일초의 말에 사의는 기가 질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린다.
“회주, 이걸 오랜만이라고 해야 하나? 몸은 괜찮소?”
“사형도 참. 인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오. 회주! 우릴 배신하고 도망치더니 겨우 여기까지 오셨소? 후후, 어쨌든 우릴 안내하느라 고생이 많았소.”
“다..당신들은.... 어떻게 그 폭발에서 살아날 수가 있죠?”
월향은 그제야 태민 사형제를 알아보곤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기절 직전의 상황이다.
“그러니까 네년이 우리 동생들은 죽이려 했단 말이지?”
“매화회의 걸레 년이 감히 내 동생들을 죽이려 해? 사지를 쫙! 찢어죽일까?”
“그걸로 되겠어? 껍데기를 확 벗겨서 소금물에 절여죽여야지.”
일초는 말을 하면서 방안의 화롯불에서 펄펄 끓고 있는 주전자를 들고서 물을 자신의 손 위에 뿌린다. 이어서 조충은 아직도 시뻘겋게 불꽃을 피우고 있는 화로에 손을 넣어서 숯불을 휘젓고 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손은 멀쩡하다. 그걸 보는 사의와 월향은 놀란 나머지 옷에 오줌을 지린다.
“으으으으...!”
특히 사의는 전신을 떨며 기절해버린다.
쫘아악!
“아아악!”
“이런 개자식을 봤나? 지금 누구 앞에서 연기를 하고 지랄이야? 영감탱이, 정말 지옥의 맛을 보고 싶어?”
“아..아닙니다. 죄...죄송합니다. 다시는, 다시는 아..안 그러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난 말이야. 징징거리는 인간을 보면 그 자리에서 찢어 죽여야 직성이 풀리거든. 그러니까 죽은 듯이 있어라. 한 번만 더 징징대면 그땐 네놈의 목을 뽑아버릴 테니. 하고 싶으면 계속하든가?”
“아..아닙니다. 절대로 안 그러겠습니다.”
사의는 즉시 자세를 바로 하고 제 자리에 앉는다.
“좋다. 일단 확인부터 하겠다. 니들 중에서 누가 더 초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냐?”
“.....?”
잠시 정적이 흐른다.
“설마 초일이란 이름을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그렇다면 우리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지. 운아!”
“예. 형님!”
“두 년 놈이 초일에 대해서 모른단다. 그냥 땅속에 묻어버려라.”
“너무 쉬운 방법이 아닐까요?”
“그럼 코만 남겨두고 묻어라. 일주일 정도 천천히 고통을 즐기다 지옥으로 가게.”
“아..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전 초일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알아요. 믿어주세요. 정말이에요.”
두 사람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사정한다.
“그래? 그럼 누가 더 잘 알지?”
“그...그건... 전 그냥 연락만 받는 처지지만, 저 계집은 그자와 직접 연락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계집! 영감탱이 말이 사실이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약간 과장돼 있습니다. 연락은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질 않아서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매화회의 장로들이 그놈에게 납치됐다는 건 사실이냐?”
“예. 사실입니다. 그래서 전 어쩔 수 없이 그놈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흐흐흐흑!”
급기야 월향은 목 놓아 울기 시작한다.
“이년이 미쳤나? 시끄러!!!”
조충이 소리치자 그녀는 찔끔하며 입을 다문다.
“연락방법은?”
“이곳에 있습니다.”
월향은 다시 엉뚱한 말을 한다. 연락방법을 말하라니까 장소를 말한다.
“후후후, 그랬군. 우린 네년이 북경으로 갈 줄 알았다. 근데 다시 밑으로 내려와서 연유가 궁금했었다. 민아!”
“예. 형님!”
“가서 장주 놈을 잡아와라.”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태민의 모습이 사라진다.
“장주는 상당히 고순데.....”
사의는 독백처럼 자그마하게 말한다.
“영감탱이, 그런 걱정 말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물음에 대답이나 똑바로 해라. 내가 말이야 제일 좋아하는 고문이 뭔지 알아? 몸을 하나씩 분리시키는 거야. 팔은 팔대로 손은 손대로, 그리고 마지막엔 목을 뽑는 거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거든. 너도 언제 기회가 되면 한 번 해봐.”
“아..아닙니다. 전 그렇게 죽긴 싫습니다.”
“그럼 똑바로 대답해라. 내 신경 거슬리지 말고.”
“아..알겠습니다요.”
“질문은 간단하다. 너와 통일문과의 관계는?”
“예에?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아..아닙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의는 조충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말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제가 원래 세심각 소속으로 괴물을 만드는 책임자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근데 세심각이 통일문에 흡수되면서 자연스럽게 그곳 소속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통일문의 괴물 담당자란 말이지?”
“그..그렇습니다.”
“흐흐흐, 재밌겠네. 괴물을 만든 놈을 괴물로 만들면 말이야.”
“그러게. 이건 어떨까? 머리가 없는 괴물 말이야. 그런 것도 가능하냐?”
“아..안됩니다. 머리 없인 절대 살 수가 없습니다. 사..살려주십시오.”
“그런데 지금은 왜 여기에 있니?”
“몇 년 사이에 이상한 놈들 때문에 실험실들이 모두 파괴됐습니다. 그래서 시설이 준비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럼 사마의도 잘 알겠군.”
사마의는 괴물을 만드는 총책임자로 무진 형제에게 잡혀서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초일이 중요도시에 독을 뿌리는 걸 막는다는 조건으로. 지금까지 비슷한 사건이 없는 걸 보면 약속을 지킨 모양이다.
“예에? 사형을 아십니까? 서..설마 여러분들이....”
아마 사의가 그의 사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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