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58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58
“알겠습니다. 니들도 짐작은 하겠지만 이미 승상부도 놈들의 수중에 떨어졌다.”
“으음!”
진수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문제는 그 많던 식솔들이 다 어디로 갔느냐 하는 건데. 특히 아버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여길 온 거야.”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승상부의 사람들이겠네.”
“아니. 그 반대야. 우린 다시 함정에 빠졌어.”
“으음!”
형제들이 모두 침묵으로 진수의 말에 동의한다.
“사실 처음부터 이상했어요. 우리가 병부로 가려다 잘못 들어왔다는 말도 믿어줬고, 사형이 그렇게 많이 맞고 멀쩡하게 걸어와도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대형은 알고 있었죠?”
태운이 따지듯이 말한다.
“니 형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순순히 따라 오신 건 이 방과 관련이 있겠죠?”
“그래. 여긴 따로 나가는 통로가 있다.”
“그래서 전 더 헷갈려요.”
“뭐가 그렇게 어렵니?”
태운의 말에 무진이 웃으며 되묻는다. 마치 무슨 말을 할지 안다는 듯이.
“되돌아보면 대형이나 형님들은 승상부의 변화를 이미 감지하고 있었고, 예상대로 우리가 지하통로로 올라왔을 때 놈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놈들이 함정을 파고 기다렸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대형은 빠져나갈 구멍까지 다 만들어놨고요. 이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문제는?”
“왜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느냐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얻는 게 뭔가요? 만약 승상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가짜 승상을 비롯한 핵심인물들을 우리 사람으로 교체시키면 되는 거고. 반대로 아직은 우리 힘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피했어야죠.”
태운은 열변을 토한다. 그로선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사실 일행은 굳이 승상부에 들어올 이유가 없었다.
“후후후! 우리 운이가 다 컸네. 다 컸어.”
무진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한다.
“니 말대로 나와 니 형들은 승상부가 놈들에게 장악된 걸 알고 있었다. 우리가 여기에 온 건 진수가 부친을 뵙고 싶어 해서다.”
“예에?”
“으음!”
진수는 고개를 숙인다. 사실 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무진이 그의 마음을 읽었을 뿐이다.
“그럼 실패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대형!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진수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따지듯이 묻는다.
“니 말대로 부친을 비롯한 가족과 식솔들이 여기엔 없다. 그건 놈들도 승상부의 핵심인물들을 잡질 못했다는 뜻이다.”
“그럼 아버님이 살아 계시다는 말씀입니까?”
이때 밀실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쯧쯧쯧, 넌 내가 빨리 죽기를 원했더냐?”
순간 진수의 목이 홱! 돌아간다.
“아버님!”
진수는 달려가서 부친의 품에 안긴다.
“그래. 이렇게 다시 보게 돼 반갑고 기쁘구나.”
“훈이는 어떻게 됐습니까? 제수씨는 요?”
훈이는 진수의 동생인 정훈이고, 제수씨는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인 남궁린을 말한다.
“다행히 처가에 가 있었다.”
“휴우!”
“그랬군요. 식솔들도 모두 무사한가요?”
“그래. 난 승상부 지하에 이렇게 큰 공간이 있는 줄을 몰랐다. 여기엔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단다.”
“수천 명을 요?”
“그래.”
“근데 뒤에는...”
“승상의 뒤에는 그림자가 하나 더 있다.”
“일이가 대형과 형님들을 뵙습니다.”
이 목소리 역시 익숙하다.
“일이다!”
“야, 너 어디 갔었어?”
곤일이다. 그는 한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형제들은 궁금했지만, 무진이 아무런 말이 없어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내가 심부름을 보냈었다.”
“아, 그랬군요. 근데 여긴 어떻게?”
“이 분이 아니었으면, 정확하게 말하면 대협이 아니었으면 우리 식솔들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을 거다. 놈들이 승상부 담을 넘기 직전에 소식을 전해줘서 무사히 피할 수 있었다. 승상부를 대표해서 대협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승상은 일어나서 큰 절을 올린다. 진수도 같이 한다.
“모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모든 걸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읍시다. 준비는 끝났느냐?”
“예. 대형!”
곤일이 힘차게 대답한다.
“가자!”
무진을 필두로 일행은 모두 밀실 안쪽으로 들어간다.
북경의 한 복판에 위치한 개방의 비밀 장소.
승상부의 일을 마무리하고 무진 일행은 한 자리에 모였다. 소개와 여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으음!”
자료와 서찰을 다 읽은 무진의 표정이 어둡다. 그 앞에 곤일이 앉아 있는 걸로 봐선 그와 관련된 모양이다.
“‘뿌리에 가까이 왔다.’라... 기분이 묘하네요. 초일의 정체를 거의 다 밝혔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저라도 갔다 올까요?”
막 서찰을 읽은 일초와 조충의 얼굴도 어둡기만 한다. 자료는 며칠 전에 곤일이 가져왔지만, 서찰은 개방을 통해서 조금 전에 도착했다. 서찰을 보낸 이는 도현, 도민 형제로 백여 년 전에 무진이 직접 동생으로 삼은 인물들이다.
그들은 당시 무진에게서 초일에 대한 조사를 지시받고 지금까지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리고 1년 전 쯤 무진을 다시 만나 그 동안의 일을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보고했다. 최근에 무진이 곤일을 보내서 두 사람을 격려하고 상황을 돌아보게 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한 것 같다.”
“왜요?”
“좀 쉬게 했어야 하는데, 독려한 것이 문제였다.”
“그냥 우려일 수도 있잖습니까?”
“그게 아니다. 초일의 정체를 거의 다 파악했다는 건 그와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마무리는 내가 직접 했어야 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거기가 먼가요?”
“아니다. 바로 여기다.”
“북경이라고요?”
“그래.”
“난 일이와 같이 갈 테니까, 너희는 무림맹으로 가라.”
“상황도 안 좋은데, 형님만 가게 할 순 없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도 같이 가겠습니다.”
일초와 조충이 완고하게 나온다.
“아니다. 무림맹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당신은 당분간 여기에 있으시오.”
“알았어요. 정랑도 조심하세요.”
초일의 문제라 호란도 약간 긴장하는 눈치다. 마음이 급한 무진은 곤일을 앞세우고 곧바로 나간다.
“소방주!”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개방제자가 안으로 들어온다.
“무슨 일이냐?”
“무림맹의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보고입니다.”
“자세히 말해봐라.”
“무림맹의 북경분타에는 천 명이 넘는 구파일방과 세가의 제자들이 모여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무림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근데도 북경분타라고 하는 건 과거의 무림맹을 말하는 것이다.
“근데?”
“문제는 적마교와 태양장은 물론 통일문과 대련회의 제자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들은 영웅맹인데 당연하지. 지금 그들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잖아?”
“그게 아니라. 그들은 엉뚱한 곳에 집결해 있습니다.”
“엉뚱한 곳?”
“예.”
“그게 어디냐? 호...혹시 병부시랑의 저택이더냐?”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대형이 가신 곳이다.”
“그럼 이러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 빨리 가보자.”
진수까지 나서서 따라가자고 성화다.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방금 형님이 전음을 보냈다. 계획대로 하라고. 우린 무림맹으로 간다.”
이렇게 해서 일초와 동생들은 모두 밀실을 빠져나온다.
일각 후. 여긴 자금성 근처의 고관대작들의 주택가이다. 지금 무진과 곤일은 천천히 걷고 있다. 낮 시간이라 보는 이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으음!”
“왜 그러십니까?”
“두 친구의 기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무진은 아까부터 자연의 기운을 이용해서 도현, 도민 형제의 기를 확인하고 있다. 근처부터 시작해서 북경 전역으로 확대했지만 실패했다.
“빨리 움직일까요?”
“아니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그들이 북경을 떠났거나, 아니면 죽었을 경우이다.”
“누군가가 두 분의 기운을 막고 있다면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진의 기운을 방해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이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말과는 달리 두 사람의 걸음은 갈수록 빨라져 금방 화려한 상가지역으로 들어간다. 상가가 밀집된 곳이라 사람은 주택가보다 훨씬 더 많다. 중원제일의 도시답게 거의 밀려서 걸어갈 정도로 붐빈다.
“저깁니다.”
곤일이 가리킨 곳은 작은 상가로 세로로 세워진 현판에는 ‘전통도자기상점(傳統陶瓷器商店)’이라고 적혀 있다. 도자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그냥 지나가자.”
“예에? 예.”
두 사람은 구경꾼들처럼 주위를 살피며 자연스럽게 가게를 지나친다.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손님들이다. 하지만 옷차림만 그럴 뿐 모두 무인들이다.
“일단 상황판단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다. 이미 상황은 끝났다.”
“어떻게요?”
“그 친구들은 절대 이유 없이 북경을 떠날 사람들이 아니다. 그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그럼 저들은 왜 왔을까요?”
“저들은 대련회나 태양장일 가능성이 높다.”
“태양장은 유명무실화 되지 않았습니까?”
“태양장을 우습게보면 안 된다. 절대 이렇게 몰락할 조직이 아니다.”
“그럼 어떡하죠?”
“뒷문은 없니?”
“있긴 한데 벌써 들통이 났을 겁니다. 아! 아닙니다. 어쩌면 더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가시죠.”
“곤일은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더니 미로처럼 엉킨 길을 한참 걸어간다.”
“여깁니다.”
“상점의 뒷집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여기서 담만 넘으면 됩니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구나.”
“은밀한 방법만 찾다보니 놓친 거죠. 가시죠.”
곤일을 선두로 무진도 담을 가볍게 넘는다.
멈칫!
두 사람이 담을 넘자 상점에서 사람들이 나온다. 그냥 소변을 보기 위해서다.
쏴아아아아!
“대체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러게. 나도 잘 모르겠어. 시신을 찾으라는 거지.”
“죽은 게 분명하다며?”
“둘 다 보통 인물이 아닌 모양이야. 그래서 확실히 하려는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듣기론 내장이 다 으스러졌다고 하던데 어떻게 살아남아?”
“내 말이. 벌써 한 시진이 넘었어. 이 정도 찾았으면 여긴 없다고 봐야지.”
“그리고 말이야. 통일문에서 시작했으면 마무리도 지들이 해야지, 왜 우리에게 떠넘겨?”
“그들은 무림맹으로 이동할 거야.”
“무림맹은 왜?”
“너도 알잖아? 모레 출범식을 하는 거.”
“그거야 알지.”
“그 전에 놈들을 처리할 모양이야.”
“상당히 많이 모인 것 같던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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