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107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107
“진수가 형님을 뵙습니다.”
“곤일이 태허 형님을 뵙습니다.”
“그래 니들과 한 형제가 돼서 기쁘다. 진수는 드디어 빛을 발하는구나.”
“모두가 대형 덕분입니다.”
“그건 싫어도 인정해야지. 근데 천상전이 나섰으면 진법으로 끝나진 않을 텐데?”
“벌써 시작되었다.”
무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통일문 안에서 화약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쿠아앙! 쾅쾅쾅! 쾅! 쾅! 쾅!
장원 곳곳에서 화염이 솟아오르고, 희미하게나마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그 사이 한 사람이 빠르게 접근한다.
“대형, 아가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개방 방주 천리추혼 마영생이다.
“비밀통로는?”
“예. 두 곳은 찾았는데, 그것뿐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럴 땐 두 곳 모두 폐쇄한 다음 기다리면 된다.”
무진이 해법까지 가르쳐준다.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근데 도장께선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네놈은 되고, 난 안 될 이유라도 있니?”
“그건 아니지만 얼마 전에 곤륜에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가 최근에 한 인간을 대형으로 모셨는데, 하도 도와달라고 해서 왔지.”
“도장 어른이 대형이라고 부를 만 한 분은 한 사람뿐인데.... 아이고, 형님! 마영생이 형님을 뵙습니다.”
방주는 무진이 태허도장을 형제로 받아들인 걸 눈치 채고 바로 인사한다.
“족보가 좀 복잡하긴 한데, 일단 일부터 처리한 다음 정리하자.”
“예, 그럼 전 또 가봐야겠습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마영생이 사라지자 통일문의 반격이 시작된다.
우우우우웅!
“염력입니다.”
얼마나 많은 염력술사들이 참여했는지는 모르지만, 장원 전체를 감싸고 있는 진식이 흔들리며 엄청난 진동이 발생한다. 마치 대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충격파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우르르르르....릉! 콰아아아앙....!
“진식이 무너집니다.”
“잘 봐둬라. 자만심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저건 천상천하유아독존진이 아닙니까?”
“실전된 줄 알았더니 복원을 한 모양이다.”
“이름이 거창하네요. 어떤 진식입니까?”
“한 마디로 ‘죽음의 진식’이지. 일단 들어가면 시신이 돼야 나올 수 있는 무지막지한 놈이다.”
“그럼 뭐해요? 쉽게 무너지는데.”
“그렇게 생각하다 모두 뒈지는 거란다.”
“왜요?”
“이중 진식이기 때문이지.”
“이중 진식? 그런 것도 있나요?”
“천상전의 진식은 대부분 그런 것들이다. 만약 모두 복원시킨다면 무림최대세력은 다름 아닌 천상전이 될 거다. 천상전 스스로 대부분의 진식을 폐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으음! 그것도 모르고 통일문의 제자들은 좋다고 달려 나오겠군요.”
“그렇지. 그러다가 골로 가는 거야.”
태허도장의 말대로 통일문의 제자들은 진식이 무너지자 밀물처럼 빠져나온다. 하지만 곧바로 더 크고 위험한 진식에 빠져서 헤어나질 못한다.
“도대체 팔과 다리가 몇 개씩이야?”
“저게 사람이야? 괴물이지.”
해원단의 무사들은 천상천하유아독존진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괴물들을 보고 기겁한다. 그들이 진법에 빠져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들의 발과 다리, 심지어 머리가 두 개인 자들을 보며 놀란 것이다.
“저걸로 끝날까요?”
“너라면 어떻게 할래?”
“제가 천상전의 책임자라면..... 자..잠시만! 저건 미홍이가 아닙니까?”
“미홍이도 알아? 대체 넌 도는 안 닦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닌 거냐?”
“세상 모든 것에 도가 깃들어 있는데, 숨어서 무슨 도를 닦습니까?”
“쯧쯧쯧, 미홍이가 전주란다.”
“그래요? 그럼 통일문 놈들은 다 죽었다고 봐야겠군요. 쟤가 생김새는 고상하고, 제법 예쁘게 생겼지만 한 번 칼을 갈면 물불을 안 가리거든요.”
“어째 마누라한테 하는 말같이 들린다.”
“제가 도사만 아니었으면 마누라로 삼을 생각이었습니다.”
“지랄한다. 지랄해. 참된 도는 도사만이 얻을 수 있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 정말 한 번 추진해볼까요?”
“그거야 니가 결정해야지.”
“그럼 대형이 도와줄 거요?”
“그런 건 난 모른다. 집사람이라면 모를까?”
“아가씨가요?”
“예. 제가 요즘 형제들 전담 뚜쟁이거든요.”
“하긴 무뚝뚝한 대형보단 아가씨가 훨씬 낫죠. 아가씨가 보기엔 어떻습니까? 가능할까요?”
“그건 오라버니의 의지에 달렸죠. 원래 남녀관계는 당사자의 의지가 중요하니까요. 대신 나이와 신분의 벽이 문제라면 제가 해결해드릴게요.”
“으음! 안되겠습니다.”
“왜요?”
“제가 이 나이에 결혼을 해서 뭐하겠습니까?”
“야, 너 어째 날 욕하는 것 같다. 늙은 게 젊고 예쁜 여자랑 결혼했다고.”
“그..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랑 대형은 다르죠.”
무진이 정색을 하고 말하자 태허가 손사래를 치며 부인한다.
“농담이면 이 정도로 하고, 진심이면 언제든지 얘기해라. 미홍이만 좋다면 책임지고 맺어주마. 내 소원이 뭔지 아니?”
“글쎄요? 혹시 가족을 이루고 살고 싶은 겁니까?”
“그래. 많은 형제들이 오순도순 같이 사는 게 꿈이다. 네가 신선이 될 생각이라면 그것도 존중한다. 그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생각해봐라. 미홍이도 외로운 아이다.”
“저도 농담만은 아닙니다. 한 때는 심각하게 고민했으니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미홍이 전대 황제의 여인이었다는 신분의 벽은 내가 해결해주마. 그게 문제가 된다면 걱정하지 마라.”
“대형이 어떻게.... 그..건 황룡패가 아니오?”
“그래. 이거면 그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거다.”
“황룡패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는데요?”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돌려주는 게 당연하지.”
동생을 위해 황제 다음의 권력을 포기할 수 있단 말이다.
“하하하! 대형이 이 아우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안 하면 도리가 아니지요.”
“잘 생각했다. 일단 상황을 본 다음 추진하자.”
“예. 대형.”
태허의 표정이 한껏 밝아진다. 그도 마음은 있었지만 신분의 벽 때문에 망설인 모양이다.
“다...단주님!”
“하늘입니다.”
그가 다시 통일문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부하들이 소리를 지른다.
“풍선입니다.”
“적어도 오백 개는 되겠다.”
“저렇게 많은 풍선은 처음이다.”
“화탄을 단 풍선도 흔한 건 아니지.”
“아예 심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미 어둠이 내려서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운 데도 곤일과 진수는 마치 환한 대낮에 본 것처럼 말한다.
“저걸 어쩌려는 걸까요?”
“기다려 봐라. 재미난 구경을 할 테니까.”
“혹시 화살로 떨어뜨리려는 걸까요?”
“화살은 천상전의 가장 중요한 무기란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곤일의 말대로 풍선에 매달린 화약에는 불과 한 뼘 정도의 심지밖에 남지 않다. 이때 사방에서 수백 개의 화살이 풍선을 향해 날아간다.
펑! 펑! 펑! 펑!
화살은 정확하게 풍선을 맞춘다. 풍선 한 개 당 두, 세 개의 화살을 맞고 그대로 추락한다.
콰콰콰콰콰쾅쾅쾅...
이번에는 화탄이 폭발한다. 특이한 건 화탄이 땅바닥에서 폭발하는 게 아니라 공중에서 터진다는 점이다.
“어..엄청나군요.”
“저게 바로 천상전의 무서운 점이다.”
무진의 말대로 피해는 바닥에서 터지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사방에 흩어져 있던 통일문의 제자들이 공중에서 터진 화탄의 파편에 맞아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잔인했던지 무진 일행도 모두 인상을 찌푸린다. 심지어 멀리 보이는 미홍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저거였군요. 비장의 무기가. 근데 어째 분위기가 좋질 않습니다.”
“너도 알다시피 원래 천상전은 정파에 속한 문파였다. 복수를 위해 저런 위험한 물건들을 만들긴 했지만 처음 사용했을 거다. 근데 저런 장면을 봤으니 마음이 무거운 거지.”
“피를 보기로 했지만, 막상 보니까 징그럽더라... 이겁니까?”
“그렇지. 자, 우리도 가보자.”
무진의 눈에는 천상전의 제자들이 어디론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어딜 말입니까?”
“통일문의 핵심인물들이 도주를 시작한 모양이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여기가 개봉이란 걸 잊었니?”
“아! 그렇군요. 거지들의 본부가 있으니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겠죠. 가시죠.”
“잘 하면 제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으니까 준비를 시켜라.”
“천상전이 있잖습니까?”
“저런 상황에서 또 피를 보고 싶겠냐?”
“후후후! 이런 걸 꿩 먹고 알 먹고 라고 하는 거죠?”
“넌 다른 건 진수와 일이에게 맡기고 미홍이나 신경 써라.”
“참, 미홍이가 있었지? 알겠습니다!”
이렇게 태허를 제외한 일행은 천상전을 따라서 움직인다.
청춘장(靑春莊).
현판은 걸려 있지만 그다지 큰 장원은 아니다. 근데 그곳에서 이백여 명의 무사들이 줄줄이 나온다.
“빨리 움직여라. 놈들이 낌새를 차리기 전에 개봉을 벗어나야 한다.”
이들은 바로 통일문의 지도부이다. 그들은 천상전의 공격으로 본부가 완전히 쑥대밭이 되자 비밀통로로 빠져나온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골목길을 따라 신속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채 백여 장을 가지도 못하고 일단의 사람들에 의해 가로막힌다.
“호호호! 대통일문의 높으신 분들께서 어딜 급하게 가시나?”
미홍이다. 그녀는 부하들과 함께 넓은 골목길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조금 전에 소개로부터 이곳으로 옮기라는 연락을 받았다.
부르르르....!
“네..네년이 여긴 어쩐 일이냐?”
통일문에도 미홍을 알아보는 자가 있다.
“후후, 날 안다는 건 황실 사람이란 건데.... 호호호! 난 또 누구신가 했네. 천부왕 주성, 당신이 통일문의 문주였소?”
통일문주는 바로 경천왕 주도와 함께 황제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천부왕 주성이다. 근데 그는 무림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는 걸로 알려진 인물이다.
“후후후! 천상전주가 누군가 했더니 바로 네년이었구나.”
천부왕은 제법 여유를 부린다. 그걸 보고 미홍이 인상을 찌푸린다.
“우릴 유인한 거냐?”
“소문대로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 이제 입장이 바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
여긴 통일문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준비한 곳이다.
“미친놈! 주제파악도 못하고 큰소리는? 우리가 그런 준비도 없이 공격했을 것 같니?”
“호오! 그럼 이런 것은 어때?”
천부왕은 바닥에서 돌멩이를 하나 줍더니 미홍을 향해 던진다.
투두둑!
“지금 뭐하자는 거야? 장난쳐?”
“장난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보시지? 한 발만 움직여도 알 수 있을 테니까.”
“허억! 이게 뭐냐?”
미홍은 정말로 한 발만 움직여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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