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41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41
“네놈이 진송자로군.”
“그래. 내가 대무당의 이 장로인 진송자다. 우리가 진지하게 대화할 사이는 아니고, 시간 끌 필요는 없겠지?”
“후후후! 역시 소문대로 까칠하시군. 그건 우리가 바라는 바다. 그럼 시작한다. 쳐라!”
대련회의 책임자는 곧바로 공격 명령을 내린다. 복면인들은 모두 양손에 검을 들고 있다. 한 번에 열 명씩 그들은 다섯 조로 나눠서 차례대로 공격을 시도한다.
“합벽진을 펼쳐라!”
진송자는 자신이 직접 중앙에 들어가서 합벽진을 만든다.
챙! 챙! 챙! 챙! ......
양측의 검이 부딪히며 사방에 금속음이 울러 퍼진다.
무당의 제자들은 왼손으로 옆 사람의 허리를 잡고 오른손으로 검을 들고 싸운다. 왼손으로 자신의 기운을 옆 사람에게 보내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기운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크으윽! 커억! 케헥!”
대련회의 무사들은 모두 튕겨나가 땅바닥을 뒹군다. 그들은 모두 입가에 피가 맺혀 있다. 검이 부딪히는 순간 기혈이 뒤틀려 내력에 손상을 입은 것이다.
“어..어떻게 이런 일이? 그럼 지금까지 실력을 감추고 있었단 거야?”
대련회의 책임자는 부하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하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다.
“뭐하느냐? 놈들을 처단하라. 어서!”
그는 소릴 지르며 부하들을 독려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도 직접 뛰어든다.
“크아악! 으악!”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자신감을 얻은 무당제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련회의 무사들이 더 큰 부상을 당한다. 열 명 중 다섯은 사지 중 일부가 절단 당해 목숨이 위태롭다.
“안 되겠다. 한꺼번에 덤벼라. 어서!”
이제 남은 건 삼십 명뿐이다. 그들은 모두 일류고수의 반열에 오른 인물들이다. 그 정도의 인물들이 한꺼번에 덤비면 웬만한 대문파의 장문인들도 견디기 힘들다. 게다가 대련회의 책임자는 거의 장문인급의 무공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무당파의 제자들은 전혀 물러서지 않는다. 만약 이때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양측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멈...춰...라!”
처음 멀리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말이 끝날 무렵에는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그것만으로도 목소리 주인공의 신법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그 목소리에 눌려서 양측은 모두 뒤로 물러선다.
“유..육룡이다!”
무당 제자들이 먼저 상대를 알아본다. 아마 가슴에 적힌 육(六)자 때문일 것이다.
“무당의 진송자가 육룡 선배님을 뵙습니다.”
진송자는 최대한 허리를 숙여서 예를 표한다.
“그래. 소식은 들었다. 이 장로가 됐다고?”
“예. 부족한 제가 무당의 중책을 맡았습니다. 선배님의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진송자는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다. 어린 시절 몇 번 만나본 인연도 있고, 또 워낙 믿는 사람이라 별다른 의심도 없이 가까이 다가간다. 그때 육룡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진다.
푸욱!
순간 그의 오른손이 진송자의 옆구리를 파고든다.
“크윽! 서...선배. 이게 무슨 짓입니까?”
천만다행으로 육룡의 손은 정확하게 옆구리를 찌르진 못했다. 진송자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제자들이 그를 둘러쌌기 때문이다.
“흐흐흐! 제법이구나. 그 짧은 순간에 내 손을 피하다니.”
“후후, 소문이 사실이었군.”
진송자는 금방 신색을 바로 한다. 그는 상당히 침착한 인물이다.
“소문?”
“그렇소. 구룡단이 태양장의 개가 됐단 소문이 있어서 설마 했소. 근데 이젠 대련회의 개가 됐구려.”
“개라? 흐흐흐, 네놈이 죽어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구나.”
“그럼 그전에는 죽어야 할 이유가 뭐였소?”
“그거야 나와 반대편에 섰기 때문이지.”
“그래도 솔직하시군. 무림인들이 구룡단이 대련회의 개가 됐단 걸 알면 뭐라고 할까?”
“무림인들이 알 이유가 없지.”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거야, 네놈들이 모두 여기서 죽을 테니까 그렇지. 흐흐흐! 단 한 놈도 남김없이.”
“그런 결정은 누가 하느냐?”
이번에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누구냐?”
육룡은 상당히 놀란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날 때까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만 봐도 상대는 자신보다 고수임을 알 수 있다.
“누군지 말하면 알기는 하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바로 태민이다. 진송자가 육룡의 손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전음을 보낸 덕분이다.
“건방진 놈,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누구에게 하대를 해?”
“후후후! 이럴 땐 정말 인간이 싫어진단 말씀이야. 영감탱이! 구룡단이 무림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건 그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야. 근데 무림을 배신하고도 계속 존경받길 원해? 너 같은 놈을 도둑놈 심보를 가졌다고 하는 거야.”
“너..넌 민이가 아니냐?”
그제야 진송자가 태민을 알아본다.
“사숙! 인사는 잠시 후에 올리겠습니다. 운이가 상처를 치료해줄 겁니다.”
어느새 태운도 나타나 진송자의 혈도를 제압한다. 출혈을 막기 위해서다.
“운이구나. 우리 코흘리개 사질이 많이 컸네.”
“운이가 사숙을 뵙습니다.”
태운은 진송자에게 큰 절을 올린다. 태민 사형제와 진송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진송자는 두 사람의 사부인 진운자와 같은 항렬에 나이도 많으면서도 그 동안 장로가 되지 못했다. 무공 실력도 다른 장로들보다 월등하다. 그런데도 장로직에 오르지 못한 것은 오로지 진운자와 친하기 때문이다.
진운자야 워낙 뛰어난 인물이라 장로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대신 진송자가 손해를 본 것이다. 그리고 진운자가 세상을 떠돌아다닐 때 태민 사형제를 돌봐준 사람이 바로 진송자이다. 결국 반대 세력에게 잘못 보여 진운자가 장문인이 되기 전까지 5년을 황실 도관(道館)으로 파견을 가 있었다. 일종의 귀양살이를 한 셈이다.
“그래. 나도 우리 운이를 만나게 돼서 기쁘구나.”
“사숙! 말씀은 그만하시고, 잠시 자리에 앉아서 안정을 취하세요.”
태운은 진송자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힌 다음 치료를 시작한다. 한편 육룡은 태민 사형제와 진송자가 아는 척을 하자 오히려 표정이 밝아진다.
“후후후, 네놈들은 무당의 속가였구나.”
무당 출신 중엔 자신이 두려워할 만 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영감탱이, 나이가 들면 그렇게 말이 많아지는 거야?”
“뭐..뭐라고?”
“닥치고 시작하지?”
“흐흐흐! 좋다. 네놈이 건방을 떨 만큼 실력도 좋은지 보겠다.”
우우우우웅!
육룡이 내력을 끌어올리자 관제묘 앞 커다란 마당에 돌풍이 일어난다.
‘으음! 소문대로 대단하군. 과거였다면 일초식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거다.’
태민은 약간 놀란 눈치다. 육룡의 내력은 거의 극양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 그는 나이가 어려서 육룡이지 일, 이룡에 버금갈 정도의 고수다. 그에 비해 태민은 내력이 전무한 상태이다. 그 때문에 흥분해서 자신도 모르게 자연무예를 펼친다.
‘사형! 정신차려! 흥분하면 안 돼. 계획대로 해야지.’
태운이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세운 계획이 무산될 뻔했다.
‘으음! 알았어. 미안해.’
태민은 즉시 전음을 보내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뭐하는 거냐? 겨우 주먹질로 날 상대하겠다고?”
태민이 내력을 끌어올리려다 자세를 바꾸자 육룡이 화를 낸다.
“주먹질? 후후후, 천하의 육룡께서 만류귀종(萬流歸宗)의 이치를 모르다니 실망이군.”
만류귀종은 원래 모든 강물은 바다에서 만난다는 뜻으로, 모든 무공은 하나의 원리로 이뤄졌다는 의미이다. 모든 무공은 저마다 특징이 다르고, 등급이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같은 원리로 만들어져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흐흐흐! 건방 떠는 걸 보니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구나. 간다!”
태민이 자존심을 자극하자 육룡은 검을 버리고 맨손으로 달려든다.
펑! 펑! 펑! ....
내력이 실린 주먹이 움직일 때마다 주위에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울러 퍼진다.
“우웃!”
태민은 피하기에 급급해 연신 바닥을 구른다. 그런데도 육룡은 빈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몰아붙인다.
“큰소리치던 놈이 어디 갔냐?”
“말 시키지 마시오. 피하기도 힘드니까.”
“힘들면 안 되지. 내가 금방 끝내줄게. 야압!”
태민의 우는 소리에 육룡은 더 거칠게 나온다.
찌이익!
“우욱!”
주먹이 살짝 스쳤을 뿐인데도 태민의 옷은 갈가리 찢어진다.
‘절대 장난치는 건 아니다. 누가 봐도 죽을힘을 다해 피하고 있다. 근데 한 번도 제대로 맞지 않는다. 속도를 높이면 높이는 대로 간발의 차로 피하고 있다.’
육룡은 벌써 수백 초를 공격했다. 그 과정에서 태민은 옷이 완전히 걸레가 되고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한 마디로 만신창이 되었다. 하지만 몸에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 한 방만 맞아도 쓰러질 것 같은데 여전히 생생하다.
“흐흐흐, 영감탱이! 벌써 지쳤어? 난 이제 몸이 풀렸는데.”
이 말에 육룡은 눈을 반짝이며 전의에 불탄다.
“건방진 놈, 그 말이 네놈을 지옥으로 안내할 것이다. 타핫!”
육룡은 다시 검을 들고서 태민을 공격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태민이 먼저 움직인다.
퍼억!
“커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태민의 왼발이 육룡의 왼쪽 무릎을 정확하게 가격한 것이다.
“어..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크악!”
이어서 왼 주먹이 육룡의 턱을 날려버린다. 태민은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다. 육룡이 검을 사용하면서 동작이 커지자 그 사이를 파고들어 오른손으로 심장을 강타한다.
육룡이 놀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태민이 선방을 날릴 줄을 몰랐고, 두 번째는 그렇게 빠를 줄도 몰랐으며, 마지막으로 생사무를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주먹이 날아오는 걸 보고 그는 오른쪽으로 피했다.
정상적이라면 태민의 주먹은 허공을 가로질러야 한다. 근데 태민의 오른쪽 팔꿈치가 반대로 꺾이면서 심장을 강타한 것이다.
“크악! 케엑!”
한 번 기선을 제압당하자 연속으로 맞는다. 태민은 육룡의 전신을 공격한다. 심장에서 시작해서 얼굴, 그리고 복부에 팔과 다리까지. 심지어는 거시기까지 집중 공격한다.
“끄르르르르...”
육룡이 완전히 뻗어버리자 태민이 손을 멈춘다.
“험! 험! 오랜만에 몸을 풀었더니 개운하네.”
태민은 팔과 다리를 풀면서 진송자를 향해 걸어간다.
“사숙!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 동안 평안하셨습니까? 민이가 자식 된 마음으로 사숙께 인사 올립니다."
태민은 진송자에게 다가가서는 곧바로 큰 절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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