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은 시작되고 – 57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반격은 시작되고 – 57
“뭔데?”
“일단 두 분이 원하시는 건 화를 푸는 것이잖습니까?”
“그렇지.”
“그러면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간단하다고?”
“예. 그냥 맨손으로 저희 중 한 명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겁니다.”
“그게 끝이냐?”
“그렇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것이 가장 즐거운 법이지요. 저희 백정촌에도 비슷한 상품이 있습니다. 화가 심하게 쌓이신 분들이 송아지나 돼지를 상대로 비무 아닌 비무를 하는 겁니다. 그렇게 가축들이 거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구타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화가 해소된다고 합니다. 어떠세요?”
“죽지 않을 만큼만?”
“예.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가끔 화를 다스리지 못해 가축을 죽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백정촌이니까 가축이 죽는 거야 그러거니 하겠지만, 두 분은 살인을 워낙 싫어하시니까.....”
“으음! 그것도 괜찮긴 하네.”
총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조충이 다시 나선다.
“대신 저희도 조건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조건이 아니라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총관은 조건이란 말에 인상을 찌푸리다 부탁이라고 말을 바꾸자 금방 풀어진다.
“말해봐라.”
“두 가진데, 하나는 뇌옥에 들어가더라도 가능하면 삼 일을 넘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실 병부시랑과의 약속도 있고, 저희들이 없으면 백정촌이 돌아가질 않거든요.”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 두 번째는?”
“감사합니다요. 두 번째는... 혹시라도 걱정이 돼서 드리는 말씀인데, 경비대장님이 재밌게 노시는 걸 보고 총관님도 하시겠다고 하면 곤란해서....”
조충은 말끝을 흐리며 총관의 눈치를 본다.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 형님께서 워낙 시샘이 많아서 말이야.”
“좋다. 만약에 내 맘이 동해서 하게 되면 거기서 하루를 더 빼줄게.”
“그게 아니라 만약 하신다면, 승상부의 고기 납품을 저희 백정촌에서 하게 해주십사하고.....”
“뭐라고? 으하하하하! 정말 재밌는 놈이네.”
“그러게요. 뼛속까지 장사꾼입니다. 근데 지금도 백정촌에서 납품하지 않나?”
“북경에선 어딜 가나 고기는 우리 백정촌의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직접 납품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중간 상인을 거치고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직접 납품을 하면 저희로선 중간상인이 먹는 걸 줄일 수 있어서.... 헤헤헤! 부탁드립니다요.”
“그놈 참 말 하나는 찰 지게 잘 하네. 백정만 아니면 내가 데려다 쓰면 좋겠는데. 아쉽다.”
“바로 시작하자.”
경비대장은 마음이 급한지 앞으로 나선다.
“그럼 저희도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전에 이것부터 좀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풀어줘야지. 단 나와 대결할 놈만 풀어준다.
“허걱!”
경비대장도 만만찮다. 조충이 꼼수를 부리다 한 방 먹는다.
‘니미. 내 잔머리가 안 통할 때가 있네. 그나저나 누굴 선택하지? 진수는 지금 상태가 안 좋고, 일초 저놈은 자길 시킨다고 성질을 부릴 테고, 그럼 민이와 운이 중에 하난데....’
조충은 마지막으로 무진에게 시선을 돌린다. 방침을 정해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무진은 웃기만 할뿐 아무런 말이 없다.
“아무래도 민이 네가 해줘야겠다.”
“제가요?”
“그래. 여기선 네가 제일 착하니 어쩌겠니?”
태민이 착해서 낙점이 됐단 말이다.
“착한 게 나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다른 놈을 시켜봐라. 난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다.”
“대형도 계시잖아요?”
“야, 그랬다간 저들이 가만있겠냐? 팔도 하나 없는 거시기를 내세웠다고 지랄을 안 하겠니?”
“그것도 그러네요. 알았습니다. 제가 할 게요. 대신 이번에는 자연무예를 사용해도 되죠?”
태민은 말을 하면서 무진을 쳐다본다.
“알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민은 흔쾌히 동의한다. 반면에 무진이 자연무예를 써도 된다고 하자 일초와 태운이 아쉬워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하는 건데.”
“원래 맞는 건 내 전문인데. 아쉽다.”
여기서 자연무예를 사용한다는 건 경비대장이 때릴 때 기운을 흡수한다는 걸 의미한다. 당연히 흡수한 기운은 자연으로 내보낸다. 두 사람이 큰 소리로 말하자 경비대장이 비웃는다.
“크크크! 웃기는 놈들이네. 몸이 근질근질하는 모양인데. 조금만 기다려라 모조리 다 병신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풀어줘라!”
경비대장은 부하를 시켜 태민을 풀어준 다음 넓은 공간으로 걸어간다.
“아이고 다리야. 얼마나 단단하게 묶었던지 아직도 피가 안 통하네. 이엽! 얏!”
태민은 팔, 다리를 풀면서 뒤따라 나간다.
“경비대장 나리, 어차피 일방적인 공격일 테니 빨리 끝내시죠?”
태민은 몸에 힘을 빼고 맞을 준비를 한다.
“그럼 안 되지. 장돌뱅이처럼 자주 오는 기회도 아닌데 천천히 즐겨야지.”
“예에? 전 맷집이 약해서 오래 못 견딥니다. 특히 장이 약해서 복부는 한 방에 잘못 될 수도 있습니다.”
태민은 자신의 약점을 순순히 말한다. 그걸 듣는 경비대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고맙고, 미안하다. 오늘은 널 배려하기 어려울 것 같구나. 간다!”
“크악!”
경비대장의 오른발에 태민은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고 바닥을 구른다.
“크으윽! 처음부터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아악!”
이번에는 왼쪽 어깨다. 한 대를 맞고 뒤로 튕겨나가 방금 자기가 앉았던 의자 위로 떨어진다.
우지끈!
의자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다. 그렇게 태민은 순식간에 열 군데나 맞고 거의 실신직전에 이른다.
“후후후, 이거 손맛이 제법이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자..잠시만요! 시작이라뇨? 그럼 지금까진 뭔가요? 이러다 정말 죽겠습니다. 아..안 해! 난 못해요. 끄아악!”
태민은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나다가 경비대장의 발에 턱을 맞고 뒤로 넘어진다.
“뭔 소리야? 난 아직 땀도 한 방울 안 났는데.”
“아..안 됩니다. 총관나리, 제발 살려주십시오. 전 혼자가 아니랍니다. 다음 달에 아랫집 달순이랑 결혼하기로 했습니다요. 그러니까 제발.... 아악!”
“그 새끼 그거 정말 말 많네. 니들은 어떻게 하나 같이 수다쟁이들뿐이냐?”
“야, 살살해라. 그러다 나한테 넘어오기 전에 죽겠다.”
“후후후, 걱정 마시오. 죽지 않을 만큼만 때릴 테니. 근데 조금 이상하지 않소?”
“뭐가?”
“다른 놈들은 이 정도 맞으면 몇 군데 부러지거나 기절하던데....”
“니가 요즘 힘이 많이 달리는 모양이구나. 그러게 계집질을 적당히 하라고 했잖아?”
“무슨 소리요? 지난달부터 마누라 말고는 배 위에 올라가본 적이 없구먼.”
“하여튼 빨리 끝내라. 나도 몸이 근질거려서 죽겠다.”
“알았소. 조금만 기다리시오. 타핫!”
경비대장은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오른쪽 무릎으로 태민의 가슴을 강타한다.
“끄악! 푸하아아!”
비명 소리와 함께 태민의 입에서 피가 쏟아진다. 충격으로 내상을 입은 것이다.
퍽! 퍽! 퍽! 퍽! ....
경비대장은 태민이 바닥에 쓰러져 기절하자 발로 전신을 강타한다.
“헉! 헉! 헉! 헉!”
얼마나 강하게 찼는지 입에서 거친 호흡소리가 흘러나온다.
“뭐야? 지친거야?”
“뭔 소리요? 누가 지쳤다고 그래? 허엇!”
경비대장은 화를 내며 다시 발을 들어 올리다 그만 미끄러져 넘어진다.
“우욱!”
넘어지면서 골반을 다쳤는지 일어서려다 다시 주저앉는다.
“미친놈! 비켜봐. 백정 놈 하나를 처리 못해 쩔쩔매고 지랄이야.”
총관은 자리에서 내려와 경비대장을 옆으로 밀어낸다.
“초..총관 나리!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제가 죽으면 재수가 없다고... 나으리!”
태민은 바닥에 누워 목숨을 구걸한다.
“흐흐흐, 그런 건 저놈처럼 골빈 놈들이나 믿는 거고, 내가 믿는 건 오직 권력, 힘뿐이다. 이얍!”
“크아악!”
총관은 곧바로 구타를 시작한다. 그는 한 마디로 단순무식하다. 양 발을 이용해서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심지어 태민이 앉아 있던 부러진 의자 다리도 이용한다. 얼마나 때렸을까? 태민이 견디다 못해 숨이 넘어가고 있다.
끄르르르르....!
“헉! 헉! 헉! 헉! .... 이거 재밌기는 한데 왜 이렇게 힘들지? 너무 많이 때렸나?”
“총관 어른, 이제 그만하시죠. 저러다 제 동생이 죽겠습니다.”
조충이 나선다.
“휴우! 알았다. 나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놈들을 모두 지하 뇌옥에 가둬라.”
총관은 바닥에 주저앉아 부하에게 명령을 내린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그는 그대로 뒤로 넘어져 코를 골며 잠에 빠진다. 그건 경비대장도 마찬가지다.
지하뇌옥(地下牢獄).
이전에는 승상부의 사람들이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뇌옥에 들어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한 달 전부터 줄줄이 사람들이 뇌옥에 갇히고 있다. 명분은 여러 가지다.
대부분이 명령불복종죄 이지만, 그 외에도 횡령이나 뇌물과 같은 사건으로 수백 명이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무진 일행은 곧바로 뇌옥에 갇힌다. 뇌옥이 상상보다 훨씬 더 큰데도 사람들이 많아서 제일 끝 방으로 들어간다.
“넌 알고 있었냐?”
“뭔 소리야?”
“승상부에 이런 곳이 있는 거 말이다.”
“알고는 있었지. 가끔 혼자 와서 며칠 씩 있다 가기도 했으니까.”
“이런 곳에서 뭘 해?”
“이것저것 여러 가지 했는데, 가끔 수련도 했어. 그런데 내가 갇힐 줄은 몰랐네.”
“대형은 알고 있었습니까?”
일초의 시선이 진수에게서 무진에게로 옮겨간다.
“너 뒤쪽에 있는 벽면 아랫부분을 발로 차봐라.”
무진은 대답 대신 엉뚱한 소릴 한다.
“여기요?”
“그래. 연속으로 두 번이다.”
“예.”
팍! 팍!
스르르르르....!
일초가 발로 차자 벽 전체가 옆으로 밀려나며 빈 공간이 나타난다.
“이것도 알고 있었니?”
“무슨 소리야? 여기까진 들어와 본 적도 없어.”
진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형은 여길 어떻게 아십니까?”
“한 때는 내 집이었다.”
“집이요?”
“그래. 무림이란 곳에 환멸을 느껴 2년 정도 여기에 숨어 지냈지.”
“인연이 많은 곳이군요. 근데 우리는 여길 왜 들어온 겁니까?”
“왜 들어오다니? 그럼 대형이 일부러 들어오신 거란 말이야? 대형!”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무진은 조충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밀실로 들어간다.
“진수야!”
문이 닫히자 무진은 진수를 부른다.
“예, 대형!”
“니가 대신 설명을 해야겠다.”
“제가요?”
“니 생각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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