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마법사가 됨
[이현민]
- 레벨 : 1
- 클래스 : 마법사
- 서클 : 1
- 존재 등급 : 생도
- 마나 : 100/100
- 능력치 : 힘(10), 민첩(10), 마력(10), 집중력(10)
와? 마법사 클래스가 있었어?
대박인데.
자라투스트라의 클래스가 마법사라니···.
하긴 생각해보니까 게임 같은 데서 마법사 클래스는 필수잖아.
그게 없다니 좀 이상하긴 했어.
하지만 현실은 게임과 달라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진짜 있었다.
서클은 또 뭐냐.
아 9서클 마법사 할 때 그 서클이구먼.
그렇다면 성장 단계를 말하는 거네.
존재 등급은 역시나 생도···.
다시 화신 찍으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생도를 거쳐서 도제, 수제자, 사도, 화신일 텐데···.
휴, 다시 올라가려니 막막하군.
상태창을 확인했으니 다음은···
‘스킬창.’
[시간의 증표]
- 레벨 : 1(마스터)
- 효과(패시브) : ‘시간의 증표’ 스킬을 획득한 오직 한 사람은 ‘시간 회귀’를 사용하기 전에 겪었던 모든 사건을 기억하게 됩니다.
- 효과(액티브) : 단 1회에 한해 특정한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1/1)
이건 뭐 원래 있던 거니까 패스.
[마법 구체]
- 레벨 : 1/10
- 서클 : 1
- 숙련도 : 0/100%
- 마나 : 10
- 효과 : 마력의 기운을 모아 구체를 발사합니다. 마력에 비례하여 구체의 파워가 증가합니다. 스킬레벨에 비례하여 구체의 파워, 이동거리, 폭발반경이 증가합니다.
오호 공격 스킬인가보네.
스킬레벨이 오를 때마다 구체의 파워와 이동거리, 폭발반경 증가···.
마력을 찍을수록 파워도 더 세지네.
오, 그렇다면 1서클 마법이라도 후반에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걸.
300렙 쯤 되면 마력도 장난 아닐 텐데···.
그런데 마나 소모량이 왜 이렇게 많아?
10이면 지금 마나로는 열 번밖에 못 쓰는 건데.
좀 난감하네···.
다른 스킬도 보자.
[마나 명상]
- 레벨 : 1(마스터)
- 서클 : 1
- 효과 : 정신을 집중하여 마나를 단련합니다. 명상에 드는 시간에 비례하여 최대 마나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집중력에 비례하여 명상 시간당 최대 마나 증가량이 상승합니다.
[마나 호흡]
- 레벨 : 1/5
- 서클 : 1
- 숙련도 : 0/100%
- 효과 : 정신을 집중하여 소모한 마나를 회복합니다. 마나를 호흡하는 도중에는 다른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킬 레벨에 비례하여 호흡 시간당 마나 회복량이 증가합니다.
그래 이런 스킬이라도 있어야지!
안 그러면 마나가 바닥나서 전투를 할 수도 없을 테니까.
흠··· 그런데 마나 명상은 집중력에 비례하여 성능이 좋아지네.
마력 몰빵을 했다간 마나통을 키우기는 힘들겠는 걸.
뭘 선택해야 할까.
마나 호흡은 스킬 레벨에 비례하여 회복량 증가라 스탯하고는 상관없어서 좋네.
다른 스킬은 뭐 있는지 또 봐야지.
나는 스킬창을 하나 더 넘기려고 했다.
그런데 더 이상 넘길 수가 없었다.
아 맞다.
처음 헌터가 되면 스킬소지한도가 4개밖에 안되지.
나는 이미 ‘시간의 증표’ 스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법사 클래스 스킬은 세 개밖에 얻지 못했다.
누락된 나머지 하나는 뭐였을까?
궁금한데···?
“현민아! 등짝 맞아야 정신 차릴래!”
앗, 김 여사님의 화를 더 돋우기 전에 일어나야겠다.
“예, 나가요!”
나는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으음··· 칼칼한 김치찌개 냄새.
마법사가 되고 나니까 더 맛있게 느껴진다.
“자, 얼른 먹어.”
엄마가 김치찌개 한 그릇을 내 앞에 놓았다.
잘 먹겠습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집안에 경사가 생겼으니 가족에게 알려야 도리겠지.
나에게는 인생 2회차이지만 부모님은 아닐 테니까.
“참, 엄마.”
“왜?”
“나 헌터 됐어요.”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너 잠 덜 깼구나?”
“아냐, 진짜예요! 진짜 헌터 됐다고요. 어젯밤에 공허의 시험도 쳤어요.”
“공허의 시험? 그···그거 각성의 계시인가 뭐시긴가 받은 사람만 하는 거 아니야?”
“맞아요.”
“어머 어머, 진짜인가보네! 어이구! 우리 아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엄마는 활짝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들겨주었다.
이번에는 등짝 스매싱이 아니었다.
격려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나는 학습된 게 있어서 반사적으로 등을 구부렸다.
윽, 격려의 표현이라도 좀 아프긴 하네.
확실히 엄마는 손이 맵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헌터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올게요.”
“그래, 그러렴. 아이고, 이제 우리 팔자도 피려나보다. 너희 아빠한테도 말하고 오마. 현민 아빠!”
엄마는 아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것 참. 처음 헌터가 되었을 때 그 날이 기억난다.
그때도 엄마는 이렇게 좋아했더랬지.
걱정 마세요.
이번 생에도 내가 돈방석에 앉게 해드릴게.
그리고···
이번 생에는 꼭 구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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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요? 현민 씨 진짜 헌터된 거예요?”
심지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 어제 계시 받고 헌터가 됐어요.”
“와···! 진짜 잘 됐네요. 멋있어요. 몬스터와 싸우는 헌터라. 정말 부럽네요.”
부러우실 거 없어요.
지현 씨도 곧 있으면 헌터가 되실 테니까.
“뭐 아직 멋이랑은 거리가 멀죠. 레벨 낮을 때는 돈도 안 되니까···.”
“현민 씨는 정신력이 좋으니까 꼭 훌륭한 헌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응원하고 있을게요.”
“흐흐··· 고마워요.”
“이거 이거, 이현민이도 헌터 된 거야?”
윽, 큰일 났다.
최 부장의 레이더에 딱 걸리고 말았다.
최 부장이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경사 났네. 우리 부서에만 헌터가 둘이나 있어.”
말은 좋다.
그러나 최 부장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뭔가 못마땅한 표정이다.
매번 어떻게 골려줄까 고민하던 부하직원이 잘 됐다고 하니 배가 아픈 것이다.
“어제 딱 헌터가 된 거면 아직 레벨 1이겠네?”
“하하··· 그렇죠.”
“하이고 한참 애송이구먼. 나는 어제 레벨 10 찍었거든. 우리 새내기 쩔 좀 해줘야 되나?”
풋. 레벨 10 가지고 재다니.
최 부장님, 전 레벨 300도 찍었거든요?
레벨 10 정도야 금방 따라잡습니다.
레벨 10이면 아직 부장님도 팀의 케어를 받고 계실 텐데.
쩔 해줄 여유도 없지 않으신가요?
속마음은 이렇지만 입으로 뱉을 수는 없다.
“아직 몬스터랑 맞서 싸워본 적 없지?”
“그렇죠. 거미 말고는 직접 옆에서 본 적도 없죠.”
“이야, 그러면 좀 쫄리겠어. 우리 새내기, 몬스터 처음 보고 오줌 지리는 거 아닐까 몰라.”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니긴 뭘 아니야. 어쨌든 오늘 이현민이 헌터된 날이니, 끝나고 다들 술이나 한 잔 하러 갈까?”
제발! 다 좋은데 이것만은 안 돼!
헌터 협회에 등록도 하러 가야 되는데!
게다가 또 술 취해서 어떤 추태를 부리려고.
안 된다, 이 악마야.
“아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 저는 힘들 것 같아요.”
“왜? 오늘의 주인공이 빠져서 되나.”
“오늘 헌터 협회에 등록하러 가야 돼서···. 이거 제때 신고 안 하면 벌금 무는 거 아시잖아요.”
최 부장의 얼굴 표정이 썩어 들어간다.
감히 내 말을 거역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후··· 그래도 벌금 꽤 세단 말이야.
어쩔 수 없다.
“그래? 그러면 뭐 어쩔 수 없지.”
휴. 한 고비 넘겼다.
다행히 성질을 부리지는 않네.
“어이, 이현민이. 근데 보고서는 다 썼어?”
에라이. 혹시나 했던 내가 바보지.
“아··· 쓰고 있습니다.”
“얼른 얼른 해야지, 왜 이렇게 굼떠?”
“죄송합니다.”
“오늘 안에 다 써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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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힘들어. 겨우 다 써냈네.
덕분에 칼퇴근에는 성공했다.
회사에서 헌터 협회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다.
퇴근하자마자 출발해야만 등록 마감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다.
부랴부랴 챙겨서 지하철에 탑승했다.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헌터 협회 직원이 내게 친절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헌터 등록을 하러 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딱 맞춰오셨네요. 먼저 확인부터 할 게요. 따라오세요.”
직원을 따라 내부로 들어갔다.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상한 기계 하나가 있었다.
대장장이 헌터들이 만들어낸 물건으로, 각성자가 맞는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물론 레벨 시스템의 모든 정보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오직 레벨만이 체크되었다.
이 기계를 사용하여 레벨이 추산되면 각성자인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나는 각성자이기에 곧바로 창에 레벨이 떴다.
레벨 1.
아직은 초라하다.
“됐습니다. 확인 되셨고요, 여기 서류 작성해주세요.”
직원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여러 가지 약관들이 적혀 있다.
주의 사항이라든지, 헌터로서의 의무라든지,
힘을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서약이라든지.
별별 조항들이 많이 있다.
나는 읽는 척도 안 하고 모두 내 이름을 적어 넣었다.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다.
“여기요.”
“네, 좋습니다. 등록되셨고요,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클래스가 어떻게 되시죠?”
마법ㅅ···
아 참.
사실대로 말하면 안 되잖아.
마법사 클래스가 있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 어그로가 엄청 끌릴 텐데.
절대 안 된다.
가만 보자··· 뭐라고 둘러 대지.
그래. 주술사 정도로 둘러대야겠다.
주술사도 마력이나 집중력 위주로 능력치를 찍으니까···
마나 소모가 많은 것도 비슷하고.
무기도 마법사니까 주술사처럼 스태프를 쓰겠지?
“주술사입니다.”
[마즈다의 위대한 예언자, 자라투스트라가 당신의 대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당신에게 스탯 포인트 하나를 선물합니다.]
뭐야? 뜬금없이 나타나시네.
이봐요, 자라투스트라님.
이게 왜 좋다는 거죠?
아직 당신에게 교신을 보낼 순 없어서 내 말을 듣지는 못하시겠지만.
원래 위대한 자들은 성격이 각기 다르다.
그 취향에 맞춘 행동을 하면 상당한 호의를 보이곤 한다.
예를 들어 형가는 몰래 다가가서 남을 놀라게 하는 행동을 좋아했다.
그래서 가끔 친구를 만날 때 발소리 없이 다가가서 놀려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형가는 킥킥대며 좋아했다.
이따금 선물도 주었다.
자라투스트라는 뭘 좋아하는 걸까?
흠, 정체를 숨기는 걸 좋아하시나?
일리가 없는 건 아니네.
본인 정체도 그렇게 꽁꽁 숨겼으니.
뭐 어쨌든 스탯 포인트 하나 받았으니 이득이다.
“아하, 평소에 선한 행동을 많이 하셨나 봐요.”
직원이 존경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주술사 클래스의 위대한 자 프레이야 역시 전투 스타일보다는 인생 내력에 비중을 많이 둔다.
그렇기에 심지현이 단연 최고의 주술사가 될 수 있었던 거고.
“하하··· 그런 건 아닌데 좋게 봐주신 거죠.”
“겸손하시네요. 그러면 이대로 등록 마무리 짓고요. 길드 신청도 도와드릴 수 있는데, 하실 건가요?”
흠. 길드가 있어야 초반 성장에 도움을 받긴 할 텐데.
그런데 그러면 팀으로 사냥해야 할 테고···
내 정체를 과하게 드러내야 되잖아.
일단 신청하지 않아야겠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뵙죠.”
나는 직원의 웃음을 뒤로 하고 헌터 협회를 빠져나왔다.
내 손에는 갓 발급된 헌터 자격증이 들려 있다.
흐흐. 엄마가 보시면 좋아하시겠네.
얼른 돌아가서 보여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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